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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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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56,771
추천수 :
1,251
글자수 :
57,176

작성
19.06.21 21:29
조회
2,026
추천
31
글자
8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


"······."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어색할 뿐이다.


그래도 적어도 지금 당장 납치나 감금, 혹은 손목 하나가 잘려나갈 만한 상황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 눈에는 대상의 호감도가 보였다.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 즉 게임의 히로인만 호감도가 보이는 건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하연이의 호감도는 어째서인지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낮은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전의 호감도가 100을 아득하게 넘어선 수치였다면 지금의 하연이의 호감도는 50 아래.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유리가 70 정도의 수치.


하루 만에 유리보다도 낮은 수치의 호감도가 된 건지는 모르겠다.


아니, 짐작이 가는 바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하연이었다.


"저기···."


"응."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어색한 침묵에서 먼저 입을 연 건 나였다.


어제의 일을 생각하면 당장에 몸을 사려도 이상하지 않으나 단 하루 만에 급격히 낮아진 호감도와 하연이의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무언가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그래도 네가 아니면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서."


"무슨 일인데?"


내가 아니면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다. 고민 상담인가? 하지만 어제의 일이 있었던 직후인데 상담이라고?


급격히 낮아진 호감도의 수치, 그리고 어제의 일이 있었음에도 조용히 내게 상담을 요청해온 하연이.


톱니바퀴 하나가 빠진 것만 같은 상황에 나는 차분히 하연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표정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하연이의 눈동자는 작지만 확실하게 불안을 담고 있었다.


거기에 손도.


테이블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떨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눈으로 보인다.


"기억이···기억이 나질 않아."


"뭐?"


"근래에 너에 대한 기억이, 시우에 대한 기억만이 희미해져서 기억이 나지 않아."


"···!"


그 말에 나는 하연이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았다.


기억의 소실. 그리고 어쩌면, 거의 확실하게. 감정 역시도.


"무언가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야. 그저 조금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기억이 나지가 않아."


"나에 대해서만?"


"응."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서도 알았다.


당장 어제 내 손목을 자르려던 하연이와는 너무나도 다른 연약한 모습에 나는 혼란스러운 생각을 애써 정리하며 말했다.


"근래에 가장 가까이서 지내던 게 나였으니까.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구나."


"응. 내 곁에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건 시우였으니까."


하연이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고개를 똑바로, 그리고 무언가 결심을 한 눈빛으로.


"하지만 단지 기억이 없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야. 그래도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내가 굳이 시우를 찾아온 건···."


기억과 감정의 소실만이 그녀가 나를 찾아온 이유가 아니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연이가 불안해하는 건 근래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라고 지금 스스로 말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듯, 하연이는 나를 똑바로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상황 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너는 시우라는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야."


그 말에 나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하연이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게는 내가 대신하고 있던 '원래의 주인공'에 대한 기억과 그 추억을 떠올릴 수 없는 상태에서 게임의 오류를 눈치챈 것이다.


원래 이 게임.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의 주인공의 이름은 하현이다.


그리고 내 이름은 하시우였다.


"과연,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구나."


"응. 너무나도 이상해서. 하지만 착각이 아니여서."


그 단호함으로부터 나는 알 수 있었다.


하연이는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확신하고 있음을.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해서 나는 도대체 어떤 설명을 그녀에게 해줄 수 있을까?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진 나는 원래의 주인공 대신이 되어 너를 공략해야 한다고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서 그게 이해가 되는 부분일까?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설명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침착함을 되찾고서 하연이에게 말했다.


"네가 기억하고 있는 내 이름은 뭐였는데?"


"하현. 그게···. 그게 나의 소꿉친구의 이름이야."


주인공의 이름마저 확실하게 알고 있다.


나는 게임에 대한 설명을 제외한 나머지만을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게임 자체에 대한 설정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설명만 해주면 될 터였다.


다만 하연이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나면 하연이에 대한 공략은 불가능해진다는 점이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좋아. 너도 분명히 이 상황에 대해서 궁금하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 각오도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굳이 나를 찾아온 거겠지."


자, 이야기를.


지금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볼―.


"···―─!!?"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숨을 쉬려고 했다.


하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시야가 어지러웠다.


흐릿하게 하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그 찰나의 순간. 의식이 단절되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익숙한 천장이 보였을 뿐이었다.





[Error : 데이터 9999 오류.]


.


..


...


[Error : 프로그램을 재실행합니다.]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SYSTEM :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크윽?!"


튀어나오는 신음. 단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호흡이 강제적으로 멈추고 의식마저 단절된 상황 속에서의 고통은 생각 이상이었다.


등 뒤로부터 흐르는 식은땀.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쿨럭···."


문득 손끝에 걸린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휴대폰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머리로 이해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 나는 어이가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휴대폰 화면에 표시된 오늘의 날짜와 시간은···.


"4월 12일, 토요일. 오전 8시."


과연.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지고서는 웃었다.


어이가 없지만, 그것만으로 상황을 이해해버린 탓이다.


"게임은 게임, 게임의 오류는 그 자리에서 수정한다는 건가."


하연이는 내가 원래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다.


그 직후 게임의 세이브 지점인 4월 12일. 내가 얀데레 미연시에 빠진 첫날로 강제적으로 돌아왔다.


게임의 캐릭터가 원래의 게임 설정에서 벗어난 오류를 눈치채면 즉각 제재한다.


즉 게임의 규칙에서 벗어난 행동은 할 수 없다.


"녀석이 그랬지."


친구 놈은 말했다.


현실이 게임이 되었다고.


그리고 현실이 게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그 말의 의미를 몸으로 체감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나가면 유리를 마주치게 된다..


나는 문을 열기 전에 조용히 각오를 다졌다.


게임은 게임.


공략이 존재한다면 클리어 또한 가능할 터.


나는 원래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발악을 시작했다.


4월 12일, 토요일.


오전 8시.


얀데레 미연시 2회차를 시작한다.


"뭐야, 오빠. 벌써 일어났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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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험한 소녀들. +4 19.06.19 2,519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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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38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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