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사토 노부히로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인물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 하지만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며, 가공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인물들의 묘사는 전부 허구입니다.
[사흘 전. 구주 청사 앞]
구주는 대한 제국이 이곳을 점령한 이후 구주 내의 사무라이들을 노역자로 만들고, 지원한 귀화자들을 공무부 관원들이 이용해서 신속하게 변경 중이었다.
본국 내의 건설업 일꾼들과는 달리, 이곳은 일당으로 정확히 그날마다 지급해 주자, 귀화자들은 더욱 성실히 건설에 참여하였고, 반항하는 노역자들은 정천의 가르침대로 여러 번 진행하니, 순한 양이 되었다.
이곳 주의 청사를 중심으로 도시 건설이 진행 중이었으며, 청사 앞의 거리는 경복궁 앞 조정거리를 참고해서 넓은 광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토 노부히로가 삼천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과거 정천의 현대 시대에 일장기로 불리는 히노마루를 흔들면서 광장 앞에 도착했다.
“일본 독립 만세!”
멀뚱히 구경하는 대한 제국의 병사과 귀화자들 앞에서 만세를 외친 사토 노부히로의 두 손은 작은 히노마루 깃발들이 격하게 떨렸고, 그를 따라서 사람들이 만세를 외쳤다.
-일본 독립 만세!
“왜 독립이라는 거야?”
구경하던 귀화자 중에 지식인으로 보이는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옆에 있던 동료도 흥미롭게 구경하면서 말했다.
“글쎄? 일본은 본주가 남아 있는데? 뭔가, 바보들 같아.”
“그러게. 구주 반환이라든지, 독립이라면 또 몰라도.”
청사에서 구경하던 해병 1사단장은 왜국 말을 듣고선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옆에 부사단장에게 물었다.
“일본이 있는데 뭔 독립 만세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부사단장이 답하자, 피식 웃은 사단장이 밑으로 내려가면서 말했다.
“거참. 일단 내려가 보자고. 아니지?”
‘그 예전에 토론회 보니, 재밌겠는데?’
사단장은 예전 노비 개혁으로 삼남 지방 유생들과 서울의 유생들이 조정거리에서 토론했던 것을 떠올려보더니 씩 웃고서 그에게 설명하자, 그거 재밌겠다면서 부사단장은 병사들을 불러서 청사의 마당 앞에다가 준비를 시작했고.
“어? 저건 또 뭐야?”
“책상들이랑 의자들인데? 뭐 하는 걸까?”
사람들의 관심 속에 토론장과 단상이 만들어지자, 사단장이 단상에 올라가서 모두를 바라보다가 말하기 시작했다.
“자. 지금부터 일본 독립 만세를 외친 자들과 대한 제국의 장병들이 건전한 토론을 하도록 하겠소이다. 일본 독립 만세를 외친 자들 중에 대표가 나와서 자리에 앉도록 하시오. 그 반대편에는 대한 제국의 대표가 나와서 앉길 바란다.”
‘성균관 유생이 말을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
사단장의 말이 끝나자, 대표를 희망하는 군인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고, 그중에서 사단장의 지시로 성균관 출신 한 명이 뽑았다.
“저놈들이 무슨 속셈일까요?”
사토 노부히로의 옆에 있던 청년이 묻자, 그가 진중한 표정으로 대한 제국의 계략을 파악하기 위해 고민을 했다.
‘뭐지? 총과 칼로 덤비면 귀화한 멍청이들도 우리 쪽으로 붙을 텐데, 갑자기 토론이라니? 으음··· 내가 나서야겠군.’
“그럼, 다녀오지.”
잠시 고민하던 사토 노부히로가 고개를 흔들면서 잡념을 털어버리곤 토론장에 천천히 걸어가서 앉았다.
양쪽의 대표들이 착석하자, 사단장이 상황 폐하의 말을 떠올려 보다가 그들에게 유창한 왜국어로 말했다.
“아국의 백성들과 일본 독립 만세를 외친 자들을 위해서 본 사단장은 논쟁을 주관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서 자리를 만들었소. 일본 독립 만세를 외친 자들과 대한 제국의 장병들의 논쟁이 진행되니, 백성들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직접 판단하기를 바라오.
또한, 참가하는 자들은 공정하게 한 번씩 발언을 주고받도록 하시오. 논쟁 중에는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하면 아니 되오. 더하여, 상대방의 질문에 답변을 아니 하고 다른 답을 하거나, 헐뜯고 욕설하는 이는 없어야 될 것이다. 모두 아시겠소!”
사단장의 말에 대표로 나온 장병이 힘껏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귀화자들도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했고, 만세단의 대표들도 인상을 찡그리면서 답하자 사단장이 이어서 말했다.
“백성들은 자리에 편히 앉으시오. 대표자들은 본 사단장이 말한 것을 꼭 명심하길 바라며, 먼저 우측의 대표가 일어나서 자신의 소개를 간단히 한 후에 발언하시오.”
그의 말에 대한 제국의 장병이 일어나서 말했다.
“본인은 대한 제국 해병 1사단 1연대 1대대장 부령 박가 충식이라 하오. 일본 독립 만세라니? 일본은 저 바다 건너에 그대로 있거늘, 당신들은 지금 제정신으로 만세를 외친 것이오?”
‘역시, 성균관이라니까?’
흐뭇한 표정으로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장병이 질문하고 자리에 앉았고, 대한 제국 장병들이 환호성을 외쳤고 통역병이 그의 말을 통역했다.
“우리가 아까 나눈 말이네?”
“맞아. 쟤들은 뭐라고 할지 기대되는군.”
귀화자들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서로 대화를 나눴고, 사단장의 손짓에 사토 노부히로가 일어나서 질문한 박충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데와 국에서 온 사토 노부히로다. 이곳은 대 일본의 거룩한 영토이다! 너희가 무력으로 빼앗았기에 독립운동을 한 것이다! 죠센인들은 당장 일본 땅에서 나가라!”
그가 말하고 자리에 앉자, 다시 박충식이 일어나서 그를 노려보며 답했다.
“이런 멍청한 자를 보았나? 이곳은 왜국의 대표자인 쇼군과 왜왕이 대한 제국과 정당하게 협상한 곳이거늘, 누구 보고 나가라는 것인가! 그대는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왔는가!”
“왜왕이라니? 왜국이라니! 왜국이 아니라 일본이고! 왜왕이 아니라 천황이다!”
발끈하면서 일어난 그의 말에 박충식은 옳다꾸나 하는 표정으로 즉시 답변했다.
“우리도 죠센이 아니라 대한 제국이다! 호칭을 제대로 받고 싶으면 응당 먼저 대우하라!”
“국호가 바뀐지 몰랐으니 그건 사과하지. 헌데, 대한이라니? 그것도 제국? 국호에 감히, 대를 쓰는 건가? 저 큰 청국도 아니고, 무슨 제국인가?”
‘확! 그냥 죽여 버릴까 보다.’
사토 노부히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박충식이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화를 다스리고 천천히 답변했다.
“그 청국은 아국에게 전쟁에서 진 것도 모르는가? 게다가 칭제와 국호에 대자를 붙인 것이 부러우면 너희 천황에게 가서 대 일본 제국으로 바꾸자고 하던가! 왜 여기 와서 따지는가!”
‘허··· 그 큰 청국이? 하긴, 이들을 보면···’
박충식의 말에 당황한 사토 노부히로가 헛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음··· 알겠다. 일단은 대한 제국이라고 해주마.”
“본인도 일본이라고 정중하게 말해주지. 허면, 그대는 내가 물었던 질문에 답을 하라.”
“그것은···”
머뭇거리면서 답이 없는 그를 보며 박충식이 이어서 물었다.
“아, 묻는 김에 하나만 더 묻지. 좀 전에 데와 국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곳은 현재 쇼군이 나라 세워서, 그대가 자랑스럽게 말했던 천황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는가?”
‘이, 이럴 수가!’
“뭐, 뭐라! 그것이 정말인가!”
그의 말에 두 눈이 커진 사토 노부히로가 되묻자, 한숨을 쉰 박충식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멍청하고! 더없이 멍청한 작자로군. 일본 독립 만세 운동은 거기 가서 해야 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인은 생각하는데?”
‘뭐라!’
삿대질을 하면서 말한 박충식의 말에 눈을 부릅뜬 채 벌떡 일어난 사토 노부히로는 그에게 물었다.
“그것이 정녕 사실인가!”
“이 답답한 작자야! 이 자리에 나와서 거짓을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나는 병사이기 전에, 아국의 선비란 말이야! 다 떠나서 그대가 직접 알아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 말이야!”
사단장은 멍청한 표정으로 말없이 있는 사토 노부히로를 지켜보다가 물었다.
“답변은?”
‘···.’
‘끝났군.’
“답이 없으면 금일 벌어진 만세 운동에 대해 사과를 하시오.”
“미, 미안하오.”
혼이 나간 얼굴로 허리를 숙이면서 사과를 하자, 대한 제국의 병사들이 기뻐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겼다! 대한 제국 만세!”
“저 멍청이는 대체 왜 온 거야? 푸하하하”
“멍청이들. 귀화하길 잘했어.”
“그만 일이나 하러 가자. 내가 다 부끄럽다.”
흥미롭게 바라보던 귀화자들도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다가 일터로 향했고, 사단장이 마찬가지로 축 처져있는 만세 운동자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자, 이제 그대들은 선택하시오. 천황에게 가겠다는 자들은 좌측으로, 쇼군에게 가겠다는 우측으로. 지금 즉시 이동하지 않으면 군법으로 처리하겠소!”
아수라장.
처음 걸어올 때 당당했던 그들은 대한 제국이 총 대신 토론장을 열어서 당황했고, 토론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이동했다.
‘시발. 괜히 저 미친 노인네 말에 홀려서!’
젊은 사내 하나가 손을 들고 외쳤다.
“이곳에 남고 싶습니다!”
‘이런 약아빠진 놈들이 제일 한심하지.’
그의 말을 들은 사단장이 노려보면서 말했다.
“귀화해서 일본 만세를 외쳤던 주제에 양심은 어디 갔소? 닥치고 선택이나 하시오.”
“으···”
* * *
“해서, 양쪽으로 나뉜 그들은 원하는 곳들로 즉시 데려가서 사단장들이 왜왕과 쇼군에게 따졌고, 넘어간 자들은 모두 잔인하게 사살되었다고 합니다.”
김현태의 긴 설명과 서신을 읽은 정천이 한숨을 푹 쉬었다.
“미친놈들. 그렇게들 죽고 싶은 건가? 허면, 그들의 가족들은?”
그의 물음에 김현태도 한숨을 작게 쉬고 말했다.
“같이 보냈고, 결과는 동일합니다.”
‘이야- 다 죽여 버렸네. 가족들은 뭔 죄야?’
“남겼어도 괜한 일 벌였다고 귀화자들에게 멸시 당했을 거고. 또 있어?”
“없습니다.”
‘흠.’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하던 정천이 추가로 김현태에게 물었다.
“북해도와 사국은 어때?”
“북해도는 스승님께 아이누의 말을 배워간 자들 덕분인지, 큰 소동 없이 귀화해서 도시 건설 중이라고 합니다. 사국은.”
잠시 앞에 놓은 차를 마신 김현태가 이어서 설명했다.
“사국은 비슷한 봉기가 작은 규모로 여러 번 일어났는데, 그들은 무기를 들었기에 단호하게 사살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봉기 없이 도시 건설 중이라 합니다.”
‘일어나긴 하는군. 식민도 아니고 세금도 줄여줬는데···’
팔짱을 끼고 듣던 정천이 생각을 정리하고 김현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원들이 그들을 잘 토닥여 주라고 해봐. 군정에 대해선 내가 말할 테니.”
“알겠습니다 스승님.”
“아. 왜놈 소식 때문에 답변 준다는 걸 깜박했군. 원국에게 아까 들은 소식 그대로 전달해 줘서 미리 준비하라고 전하고, 전쟁 끝나면 결과 알려주고.”
“예. 그리하겠습니다.”
“참. 제수씨도 수아랑 어울려?”
정천의 물음에 슬쩍 웃은 김현태가 답했다.
“듣기엔 자가의 왼팔이라던데요?”
‘···.’
* * *
[같은 시간. 목창아의 자택]
토법고로의 사건 이후 황제의 질책과 함께 내각대학사의 관직을 삭직당한 목창아는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으로 아편대를 붙잡으면서 중얼거렸다.
“후우우우- 좋네. 아편이나 피우자.”
-쾅!
문을 박차고 들어와 급하게 거친 숨을 몰아쉬던 병부상서는 눈이 풀려있는 목창아를 보면서 답답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큰일 났소!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졌소!”
‘나라 꼴좋다-’
아편대를 다시 흡입하고 연기를 내뱉고선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휘저었다.
“병사들 풀어서 붙잡든지? 나는 이제 예부상서요.”
“병사도 다 흩어졌단 말이오!”
“망했네. 망했어.”
‘아니지. 이러다 나까지 죽겠군. 그 망할 놈이 밉더라도 나는 살려주겠지?’
위기에 강한 남자 목창아는 정신을 차리고서 머리를 굴리다가 슬쩍 웃고선 그에게 말했다.
“다 망한 나라 그만 붙잡고 나랑 대한 제국에 가십시다.”
“뭐, 뭐요? 가면 나를 그쪽에서 대우해 주겠소?”
‘답답한 놈.’
목창아가 자리에 일어서서 정천이 알려준 대로 손 모양을 돈으로 그리면서 그에게 말했다.
“재물이란 재물을 싹 다 긁어가서 뇌물 좀 먹이면 우리 정도는 받아주겠지. 그놈이 그래도 나랑 친했거든? 싫음 말고.”
‘미친··· 아니지? 거기, 살기 좋다던데?’
그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짓던 병부상서는 목창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했는지 밝아진 안색으로 소매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아, 아니오! 같이 갑시다. 언제 갈 거요?”
“언제는 무슨? 빨리 집에 가서 짐 싸시오! 당장 가게.”
“아, 알았소! 혼자 가지 마시오!”
당부를 하고 미친 듯이 뛰어나가는 그를 보며 지난 시절 화려했던 자신을 떠올리던 목창아가 고개를 젓고서 밖에 있는 수하를 불렀다.
“여봐라!”
“예!”
“당장 짐 싸라. 대한 제국으로 갈 것이니! 어서!”
“예? 예! 알겠습니다!”
‘흠. 얼마나 줘야 될까? 고놈, 머리 좋아서 많이 달라고 할 건데. 거기선 뭘 하고 살지? 에이- 그놈 바짓가랑이 붙잡고 뭐든 시켜달라고 하지 뭐.’
육중한 몸을 둠칫 둠칫 거리면서 흥얼거리면서 가볍게 춤을 추던 목창아는 자신의 금고부터 정리하기 시작하다가 멈추면서 손뼉을 쳤다.
‘내 딸이 나를 조금 닮긴 했어도, 어떻게 해서든 그놈의 첩으로 들여야겠군. 장인이 되면 알아서 잘 해주겠지? 룰룰루-’
목창아는 다시 금고를 정리하면서 신난 표정으로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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