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제약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인물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 하지만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며, 가공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인물들의 묘사는 전부 허구입니다.
염라 천자는 초강 대왕을 바라본 다음 다시 시선을 멀어져 가는 정천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나는 저자에게 암기의 능력은 주었지만 활용의 능력은 주지 않았다네. 저자는 이제 어떠한 문제가 있으면 답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야.”
염라 천자의 설명에 초강 대왕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 모습을 보던 염라 천자가 슬쩍 웃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문제가 답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없다는 말이지. 스스로가 끝없이 해당하는 문제에 원하는 답을 완성하기까지 계속 공부해야 이해가 된다는 말일세.”
‘아.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초강 대왕을 보며 천자가 이어서 말했다.
“더욱이 저자는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이미 다 만들어진 도구를 이용하는 능력은 그나마 있다만··· 그 도구를 만드는 능력은 없다는 것이지. 잘 생각해보게. 내가 저자라도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선적으로 강력한 무기를 원하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천자가 이어서 말했다.
“예를 들어 총이나 미사일, 대포, 전차, 항공모함 등말이야. 그중에 자네라면 무엇을 우선적으로 만들겠는가?”
‘그야. 소총이 아닐까?’
“예. 마마. 저라면 소총부터 만들 것 같사옵니다.”
턱을 잡고 고민하던 대왕이 답변하자, 천자는 고개를 끄덕 거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 그중에 그나마 쉬워 보이고 급해 보이는 소총이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 소총은 과연 쉽다고 볼 수 있겠는가?”
“다른 거보다는 쉽지 않겠습니까?”
‘소총이 만들기 어렵나?’
아직도 이해를 못 하는 아리송한 표정의 대왕을 바라보면서 천자는 추가로 설명했다.
“저자가 이곳에서 공부하여 환생한다고 해보세. 저 당시면 1821년일 것인데 그 당시 최고의 총을 원할까? 당시의 최고의 소총이라 불리는 후장식 볼트 액션 소총인 드라이제 니들 건 말이네.”
‘흠.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군.’
“들어가서 차 한 잔 하세.”
“예, 마마.”
대화가 길어질 거 같아서 대왕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가서 각자 차를 놓았고, 천자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대화를 이어갔다.
“물론 저자가 그 소총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보네. 그나마 상황 판단이 빠른 듯 보이는 저자라면 현대 시대에 있는 최신형 소총 중에서 가성비가 좋은 소총을 원할 것일세. 즉 자동소총이란 말이지.”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초강 대왕도 염라 천자의 이야기를 듣자,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고 천자는 잠시 소총의 구조를 떠올려 보고 말을 이었다.
“자, 그럼 거기서 좀 더 판단이 빠른 자라면 그 소총들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고 제작이 간단한 편인 자동소총을 원할 거라 생각하네. 예를 들자면 AKM 같은 총 말이야.”
*AKM :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돌격용 소총. 단순한 작동 방식과 튼튼한 구조로 인해 전 세계에 걸쳐 징집군과 민병대의 인기를 끌었다.
“그 소총이 나쁘지는 않지요.”
“허면, 그 총에 있는 부속품들은 단순해 보여도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그 재료들은 어디서 구해서 어떤 식으로 조합을 해야 되는지, 어떤 방식의 제작 기법으로 제작이 되는지, 그것을 제작하는 가공 도구는 어떻게 만드는 건지. 그 방식들은 실로 복잡한 법이란 말이네.”
‘뭐가 이리 복잡 한 거야?’
대왕은 염라 천자의 말을 듣고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며 안색이 어두어져갔다.
‘후후. 이게 끝이 아니지.’
염라 천자는 대왕의 표정을 보더니 슬쩍 웃고나서 계속 이어서 말했다.
“더 들어보게. 우선 총의 총열을 만들려면 철을, 그 철을 만들려면 철광석이 있어야겠지.
그럼 어떤 철광석이 있어야 되는지 알아야겠지? 허면, 총열에 필요한 철광석은 어느 지역의 광산에서 채굴해야 되는지 알아야겠지.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하겠나?”
“그. 그것이···”
염라 천자는 말문이 막힌 대왕을 보고선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내용을 이어갔다.
“해당하는 철광석을 채굴하는 방법을 알아야겠지. 그러려면 채굴 도구를 만들어야겠지.
그럼 또 채굴 도구는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봐야겠지? 채굴 도구가 준비가 됐다면 곡괭이랑 삽질로만 할 생각 아닌 이상에야 그 광산을 어떠한 방식으로 채굴하는지 알아야겠지.”
“그, 그래야겠지요.”
“허면, 폭약을 써서 한다면? 그 폭약은? 설명하면 길어지니 넘어가지. 그가 철광석을 구매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제. 제발 그만 듣고 싶다.’
대왕의 안색이 점점 퍼렇게 변해 가고, 염라 천자는 신이 난 듯이 말을 이었다.
“더 듣게. 그다음 채굴 혹은 구매한 철광석을 어떻게 강철로 제작하는지 알아봐야겠지? 강철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제철소가 필요할 것이고,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최소한 프레스가공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나?”
“예? 예에. 그래야겠지요.”
‘어휴, 이제 그만 좀!’
대왕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져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염라 천자는 피식 웃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프레스를 제작하려면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찾아봐야 되지 않겠는가?
철판을 쓸 금형을 선택해야 되고 고정한 베드, 직선 왕복운동을 하는 슬라이드, 프레임, 원동기, 동력 전도 기구 등을 알아보고 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이제 그만! 으아아악!’
“저어··· 마마. 이제 충분···”
염라 천자는 고개를 가로젓고 대화를 이어갔다.
“아직 일세. 이제 시작인데 왜 그러나? 프레스를 알아봤으면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프레스 기계를 제작하였네. 철광석과 기계 도구로 총열이 완료되었다. 자, 이게 끝이 아니지. 총이 총열만 있는가? 그럼 쇠몽둥이로 써야지. 다음은 간략이 설명하겠네.”
대왕은 염라 천자의 말이 길어 질까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약실, 배출구, 조정관, 장전 손잡이, 개머리, 손잡이, 방아쇠, 탄창 멈치, 탄창, 위 덮개, 소염기, 가늠쇠 뭉치, 총신, 총열, 방열통, 가늠자, 조준자등이 있겠구먼. 어떤가? 쉽지 않겠지?”
“예? 예. 천자 마마. 그러하옵니다.”
“전차, 항공모함, 미사일 등 중에서 가장 간단해 보이는 소총과 그 소총의 부속품 중에서 그중에서 간단해 보이는 총열만 해도 아까 그 정도였네. 허면, 나머지 저 부속품들은 과연 어떻겠냐는 말이야. 알겠나?”
“예. 그러하옵니다. 천자 마마”
‘후. 이제 끝인가? 정말 길었다.’
대왕은 슬쩍 염라 천자의 말에 대화가 종료되는 것 같아서 화색이 만면하였으나, 염라 천자는 피식 웃고서 더 이어갔다.
“너무 어려웠나? 허허허허 그럼 소총에 관련된 학문만 도대체 몇 개인가? 병기공학과 야금학. 자네 표정이 정말로 안 좋으니 해당 설명은 그만하겠네.”
“처. 천은이”
끝난 줄 알고 대왕이 읍을 하려는 순간 천자가 손을 들어 멈추게 하고 이어서 말했다.
“아직일세. 이런 사정으로 인해서 아까 예시로 말했던 자동소총의 경우 나무로 된 딱총 만드는 것도 아니고 설계도만 보고도 만들 수 있다면 철기시대에 이미 제작하고도 남았지 않겠나?”
‘···끙.’
물음에 답이 없는 대왕을 힐끔 보곤 천자가 다시 이어서 말했다.
“허나, 현대의 도구들은 그 도구들에 따라서 몇 천 년 혹은 몇 백 년의 세월을 거쳐서 그것도 그 계통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여 만들고 다시 또 연구하여 발전해서 연구해온 집합체란 말일세. 이래도 쉬워 보이겠는가?”
“송구하옵니다. 신이 단순히 소총을 쉽게 생각하였사옵니다.”
민망한지 고개를 숙이는 대왕에게 천자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런 이유로 10년 동안 이것저것 만들고 싶은 무기 및 필요한 물품들을 설계도와 자료만으로 보고 만들 수 있다? 그 물품들의 전문가들도 아닌 이상 장담하건대 어렵네. 또한 그 전문가들도 현대 시대의 첨단 기계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재료 및 도구들을 만들어가야 결국 그 소총을 창출하지 않겠는가?”
“그렇사옵니다.”
“물론, 저자와 같이 연관성이 없는 사람보다는 전문성과 경험의 차이가 있으니 시간이 훨씬 줄어들겠지만 말일세.”
“과연, 그럴 것 같사옵니다.”
어느새 그의 말을 이해한 뒤 진지한 표정으로 임하는 대왕의 표정을 보며 염라 천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소총을 예로 들었지만, 저자가 현대시대에 비교해서 만들어야 될 품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군.’
모든 것들을 이해를 하는듯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대왕에게 다가간 천자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이해가 되어 ‘다행이구먼.’ 하고 가볍게 웃고 나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다만 말일세. 지금 자네와 내가 나눈 이야기대로 저자가 설계도와 방식만 암기해서 만들 생각을 가진다면야 오히려 실망을 하겠지. 이미 내가 지금껏 말한 대로 불가능의 결과가 뻔히 보이니 말이네.”
“그러하겠사옵니다.”
“허나, 저자가 필요한 모든 걸 암기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서 지식을 전하여 만들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상상이 되는가?”
‘···.’
말문을 잃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대왕을 보면서 천자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나는 저자가 그럴 능력은 충분하다고 보네. 다만 그럴 능력을 갖추고 환생을 할지, 아니라면 지금까지 말한 대로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갈지 그 방향을 정하는 순간이 저승에 있는 십 년의 준비 기간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보네.”
“천자 마마? 만약, 전자가 된다면 어찌 하나이까?”
어느새 심각해진 대왕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염라 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 사람들을 활용할 마음을 먹게 된다면 어느 정도 제약은 할 생각이네. 가령. 핵, 생화학 무기 같은 대량 살상무기 말일세. 죄가 없고 싸울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대량으로 죽여서 무엇 하겠나? 또 그 시기에 자동소총도 우습지만, 핵이 말이 되겠는가?”
갑자기 목이 타는 듯 갈증을 느낀 대왕이 식은 차를 단숨에 삼켜버리고 천자를 바라보자 천자는 정천이 있을 먼 곳을 응시하였다.
“저자의 시대에서 현대의 위험한 대량 살상 무기를 한순간에 만들 수 없도록 또한 그것들을 자연스레 기피하는 생각을 가지도록 어느 정도 한계를 만들어 둘 걸세. 그러니 걱정 말게.”
안도하는 표정의 대왕을 보고 천자가 슬쩍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허허.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술이나 한잔하세. 앞으로 10년간 저자가 이곳에서 무엇을 준비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참으로 쏠쏠하지 않겠나?”
“알겠사옵니다 천자 마마.”
* * *
한편, 정천은 염라 천자가 마련한 별도의 장소로 이동하였고, 넓은 저택과 그 앞으로 보이는 너른 공터를 보고서 만족을 하며 옆에 있는 김기식에게 물었다.
“와우! 엄청 넓네? 이거 다 제 땅 맞죠? 저승사자님?”
김기식이 밝게 웃으면서 끄덕 거리며 정천에게 답했다.
“예. 이곳에서 편하게 준비하고 환생하시라는 천자 마마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흠. 혹시, 다른 말은 없던가요?”
‘겉보기완 다르게 예리하시네.’
순간 움찔한 김기식이 천자가 지시한 명을 떠올리곤 말했다.
“염라 천자님께서 저와 우아영 신입에게 말씀하신 게 있습니다만.”
“오우. 뭔데요?”
“이곳에 십년 있는 동안 정천 님이 요청하시는 걸 지원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이동전에 염라 천자는 김기식과 우아영에게 신호를 보내어 정천을 10년간 최선을 다해서 그의 옆에서 그가 원하는 걸 지원하라고 명했다.
그 후 옆에 있는 염라대왕에게 명하여 원귀 이태식을 추격 중인 추강영을 제외한 사자 둘은 그대로 진행하되, 추강영만 저승으로 소환해오라고 하였고, 복귀하면 지옥에 보내라 지시하였다.
“그러셨단 말이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참! 두 분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저는 김기식 이라고 하며, 이쪽은”
“그건 제가 말하죠. 우아영 입니다.”
그러자 정천은 다시 영업용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봐요 김기식 씨, 그리고 우아영 씨. 흠. 그럼 뭐부터 해야 되나 이제.”
잠시 팔짱을 끼고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고민하는 그를 보던 우아영은 염력을 써서 달력과 시계를 소환하자, 눈이 동그랗게 변한 정천이 그녀에게 물었다.
“오··· 그건 뭐예요?”
“남은 시간 확인 하셔야죠?”
‘내가 그걸 물어 본건가? 까칠하시네.’
단호한 우아영의 답변에 다시금 혀를 찬 정천이 요청했다.
“저기 방 중앙에 보기 편하게 상단에 달아 주세요.”
“그러죠.”
우아영이 시계와 달력을 들고 정천의 방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젓던 정천이 김기식에게 물었다.
“저 사자님은 원래 저렇게 까칠한가요?”
김기식은 어색한 표정을 짓고선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조금 정 없이 대답을”
“뭐예요! 다 들리거든요!”
깜짝 놀란 둘이 저택 쪽을 바라보니 우아영이 도끼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 서로를 쳐다보며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고, 정천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뭐부터 할지 생각을 다시 하다가 갑자기 박수를 짝 소리 나도록 쳤다.
“그래, 그거야. 그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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