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역사의 변화.(7)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인물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 하지만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며, 가공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인물들의 묘사는 전부 허구입니다.
「 동양의 소중한 친구인 정천에게.
그곳으로 직접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난 황제가 될 준비를 해야 하오. 차후 대관식이 끝나고, 열차가 모스크바까지 이어진다면, 그땐 반드시 찾아가겠소.
이곳은 친구의 서신대로 입헌군주국으로 변경할 계획이오. 그것을 위해 내가 황제가 되기로 결심을 했고, 내 동생이 총리가 되기로 마음먹고 그곳으로 갔소. 부디, 그에게 대한 제국의 문명에 대해 많이 알려주시길 바라오.
러시아 제국은 앞으로 대한 제국을 바탕으로 새롭게 유럽의 수호자가 될 것이니, 동양의 수호자인 대한 제국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길 간절히 부탁드리오.
그대와의 우정처럼 러시아 제국과 대한 제국이 만대에 이르는 우정을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라오. 다시 보는 그날 즐겁게 한잔합시다.
그대의 친구. 콘스탄틴 파블로비치 」
‘이러면 진심으로 대해야겠는데? 까짓것 도와주지.’
조금 감동한 표정으로 잠시 서신을 바라보다가 신색을 정리하고서 니콜라이에게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각오는 되어 있으시오?”
‘총리의 표정이 달라졌다. 진심으로 대하자.’
니콜라이 역시 표정을 바꾸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정천에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형님의 친구이니,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좋지. 오늘은 가족과 함께 즐겁게 관람을 즐기고 내일부터 시작하세.”
“감사합니다!”
기뻐하는 니콜라이와 가볍게 악수를 하고서 들고 온 상자들을 그에게 건네어주었다.
“아국의 복장이긴 해도 편한 복장이니까, 그 옷으로 갈아입으시게. 자네의 형도 그 옷을 입고서 흡족해했으니까.”
“오? 당장 입어보지요.”
신난 니콜라이가 방에서 가서 갈아입고 나오면서 크게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정말 편하군요? 이 문양들도 마음에 쏙 듭니다.”
“다행이군. 이것은 자네의 부인과 아이들 옷인데 눈짐작으로 보고서 가져온 거라, 치수가 틀리면 다시 맞춰야 하니 잘 말해주게.”
“아. 잠시 만요 형님.”
방안에 들어가서 그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옷을 설명하고 밖에서 정천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그들이 밝게 웃으면서 나오며 말했다.
“너무 예뻐요! 게다가, 너무 편해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편해요!”
“좋아!”
아이들도 즐겁게 미소 짓자, 정천도 밝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제 아내가 내일 방문할 때 넉넉하게 옷을 챙겨서 보낼 테니까 즐겁게 이야기 나누시죠.”
“어머! 좋아요!”
“나도 옷 많이 주세요!”
“나도!”
정천은 귀여운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물었다.
“너희들은 이름이 뭐니?”
“나는 알렉산드르요!”
“나는 마리아!”
“좋은 이름들이네? 즐겁게 놀다 가렴. 부인.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도 전해 주도록 하겠소.”
“어쩜! 고마워요 총리님.”
“별말씀을. 그럼 이만.”
정천이 싱긋 웃고서 공관을 나서자, 니콜라이의 아내가 그 모습을 바라보다 그를 보며 말했다.
“이러다가 아예, 여기서 살고 싶어지겠어요.”
“나도 그렇소. 하하하하”
잠시 후 정천이 마차를 타고 총리실로 들어오자, 보좌관이 얼른 그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말했다.
“원국의 군사가 도착했습니다.”
“흠. 알겠소.”
정천이 집무실로 들어가자 기다리던 전각이 일어나서 그에게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에 의자에 앉으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오?”
‘볼 때마다 위압감이 엄청나군.’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은 전각이 그에게 말했다.
“두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말하시오.”
“첫째는 메뚜기 떼로 인해서 화북의 백성들이 추수를 거의 못했습니다. 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식량으로 긍휼을 하고 있지만, 모자라기에 쌀을 구매하려고 왔소.”
‘그건 미리 들었지. 그 미친놈들··· 진짜로 할 줄이야. 쌀이 여유가 많으니까 싸게 팔아주지 뭐.’
잠시 떠올려보던 정천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가능하군. 백성들의 피해 구제를 돕는 것이니, 염가에 판매하도록 하지. 둘째는?”
“청국의 병력이 별로 없기에, 북경을 접수했소이다.”
‘하··· 이 새끼들이 그럼 그렇지.’
“대한 제국의 경고가 우스워 보이시오?”
“어, 어차피 약속한 기일도 두 달도 남지 않았고, 병사도 별로 없어서 기회”
“그만! 쌀은 백성들 긍휼의 목적이니, 여유 있게 판매하도록 하지. 더하여, 당신들은 신의를 잃었으니 더 이상 협상은 없소. 앞으로 다시는 보는 일이 없을 것이오.”
‘젠장 망했네! 일단 그냥 가자. 나중에 화 풀리겠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전각이 단호한 표정의 정천을 바라보고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갔고, 정천은 보좌관에게 저자를 재무부 대신에게 안내하라고 하고서 집무실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
‘전생에 착한 짱개는 죽은 짱개라는 말이 있었는데 딱 그 말 대로야. 하여간에 저쪽 놈들은 영- 믿을 수가 없다니까?
두고 봐. 너희들은 농사만 짓고 나무만 겁나 심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 오늘은 일진이 별로니까 일찍 퇴근해야겠네.’
허공을 보면서 고민하던 정천이 고개를 저으면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하다가 박규수가 눈이 시퍼렇게 멍든 채로 들어온 모습에 폭소했다.
“우, 웃지 말라고! 근데, 너는 멀쩡하다?”
“그러게? 어째, 입장이 바뀌었네. 근데, 누구한테 맞았냐? 제수씨가 그러진 않았을 거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정천이 묻자, 박규수가 배신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누라한테 맞았는데? 수아에게 무술 배웠다더라! 자신이 수아의 오른팔이라나 뭐라나.”
‘···.’
[같은 시간. 정천의 집]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제갈현아가 아이들을 보면서 방긋 웃자, 신난 이수아가 아이들을 하나씩 알려줬다.
“그치? 얘가 첫째 현이. 얘는 둘째 화연이 그리고 셋째 민지.”
“언니. 제가 아이들 안아 봐도 돼요?”
“그럼! 물론이지.”
그녀의 시원스러운 허락에 제갈현아가 정현이를 조심스럽게 안으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안녕? 나는 작은엄마야.”
“다그어마. 꺄하”
정현이 따라 하면서 까르르 웃자, 그녀가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이수아에게 물었다.
“어머? 아기가 벌써 말을 하네요?”
“우리 애들이 나 닮아서 좀 똑똑해.”
“그런 것 같아요 언니.”
‘흠. 집에 가만히 있으려니 따분하군. 아- 사위가 전해준 서책 들이나 봐야겠어.’
서책을 하나 들고서 순식간에 책을 넘긴 제갈후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다시 정독을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점심 식사를 안내하려고 들어온 이수아의 옆에서 제갈현아가 고개를 저으면서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와서 말했다.
“아버지는 재밌는 책을 보실 때는 식사도 거르세요.”
“허··· 너희 가문은 정말 타고났구나? 타고났어.”
이수아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풋 하고 웃은 제갈현아가 그녀에게 말했다.
“꼭 그렇지도 않아요. 아버지만 유별나신 거죠. 언니가 말씀하신 여학교는 어느 정도 됐어요?”
“꺅! 잘 됐다. 그럼 좀 도와줘.”
“네!”
* * *
[다음 날 아침. 남포항]
“집이 좋군. 그래도 참으로 즐겁지 않았소?”
뭍에 내리면서 이공이 묻자, 장관들이 하나둘씩 즐거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상황 폐하. 노신은 그중에서 유구의 경치가 참으로 아름다웠사옵니다.”
정약용이 말하자, 박종채도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다음 유람도 기대되옵니다 상황 폐하.”
“허헛. 기대하시오. 다음은 다른 지역으로 갈 터이니.”
그들이 모두 내리자, 기다리던 이영이 반갑게 웃으면서 이공을 반겼다.
“아바마마. 즐겁게 다녀오셨사옵니까?”
“참으로 즐거웠소이다. 그리고 이쪽은 유구의 사절단이오.”
“대한 제국의 지존을 뵙사옵니다.”
“어서들 오시오. 아바마마 궁으로 돌아가시지요.”
“그러십시다. 자, 다들 가지.”
놀라워하는 유구의 사절단을 데리고 열차에 올라탄 이공에게 정천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인어른. 이번에 제가 첩이 생겼사옵니다.”
“뭐? 그런 것치고는 멀쩡한데? 자네! 어디, 다친 곳은 없는가?”
‘혼부터 나야 정상 아닌가?’
정천의 말에 놀란 이공이 정천의 여기저기를 확인하면서 걱정하자, 옆에서 구경하던 제갈후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다시 인사드리겠사옵니다. 제 딸아이와 총리가 혼례를 하게 되었사옵니다.”
“호! 그대의 자식이었소? 그럼 나야 좋지. 전에 봤을 때도 조신한 것이 참으로 마음에 쏙 들더군. 반갑소.”
“감사하옵니다. 더하여, 앞으론 여기서 살 것이옵니다.”
‘호. 천재가 들어왔으니 일이 편해지겠군?’
‘좋구나. 딱 좋구나.’
깜짝 놀란 사람들에게 제갈후가 정천에게 했던 말을 이공에게 천천히 설명하자, 이공은 물론이고 전임 장관들까지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아주 좋소! 아, 그대는 언제 출생했소?”
“경술년(庚戌年) 출생이옵니다.”
“호? 그럼, 짐과 나이가 동일하군? 아주 마음에 드오.”
“앞으로 잘 부탁드리옵니다 상황 폐하.”
“짐이 할 말이오. 경의 지혜를 빌려주시오. 하하하하. 이리 좋은 날에 술이 빠질 수 없겠군?”
모든 것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이공이 말하자, 제갈후도 빙그레 웃으면서 답했다.
“엊그제 사위가 담근 버찌주를 맛을 보니, 기가 막히더군요.”
“호? 사위는 도착하면 즉시 대령하라.”
‘쩝. 아껴놓고 마시려고 했는데··· 까짓것 다 풀자.’
“명. 받잡겠사옵니다! 상황 폐하.”
‘여긴, 도대체···’
‘대단하군! 앞으로 무조건 대한 제국만 의지해야겠어.’
유구의 신하들이 궐로 들어오며 감탄을 이어갔고, 곧이어 근정전에서 즐거운 연회가 시작됐다.
“호오? 러시아 친구도 왔구먼?”
이공이 니콜라이를 보면서 말하자, 정천이 그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호탕하게 웃은 이공이 버찌주를 따라주자 킁킁거리면서 향을 맡은 니콜라이가 단숨에 잔을 비우고선 깜짝 놀랐다.
‘포도주랑 색이 비슷한데, 맛은 전혀 다른데? 이거라면 간간이 마실만하겠어.’
“거- 큰 잔에 따라주시오.”
‘이게 보드카인 줄 아네? 어우- 아까워.’
정천이 슬쩍 니콜라이를 바라보자, 그의 마음도 모르는 이공은 또 한 명의 술친구를 만났다는 듯 버찌주를 거대한 잔에 콸콸 따랐다.
“마셔! 마셔! 러시아 친구!”
“으하하하! 이 정도는 돼야 술맛 나지!”
그렇게 흥이 살아난 대한 제국과 유구, 러시아의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거운 술판을 밤새 벌였다.
* * *
[다음 날 아침. 정천의 집무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공관의 건물들을 살펴보던 정천은 집무실에 도착해서 곰곰이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열받네? 왜 우리만 통역 서비스해 줘야 돼?’
뒷짐을 지고 자리를 서성거리던 정천은 가볍게 발을 구르면서 손뼉을 쳤다.
‘앞으로 각국의 공사들은 한국어 무조건 배우고 오게 만든다. 기본이지 이건!’
정천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서신을 작성하고 외무부의 관사로 들어가 집무실로 향했다.
-끼익.
“음? 총리께서 이 시간에 어인 일로?”
임상옥이 반가우면서도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정천이 그에게 서신을 내밀면서 말했다.
“앞으로 각국 공사를 희망하는 곳은 이 사항을 반드시 준수하라고 전해주시오.”
「 각국 공사들은 자유롭게 한국어를 읽고, 말하는 것이 가능해야 할 것. 해당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는 수교를 단절함.
아국 역시 각국으로 공사, 혹은 영사를 보낼 시 그 나라의 언어를 반드시 배워서 갈 것. 」
“흠···”
임상옥이 서신을 읽고서 고개를 끄덕이자, 정천이 덧붙여서 말했다.
“청국도 슬슬 각각의 국가로 나뉠 것이며, 러시아, 유구, 몽골이 현재까진 대상 국가라고 볼 수 있소. 더하여, 앞으로는 수많은 국가들이 아국과 교류를 원할 것이라 외무부 장관께서 가장 중요하오.”
‘드디어. 시작이로구먼.’
정천의 말에 임상옥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헛. 드디어 밀린 밥값을 제대로 하겠구려. 걱정 마시오. 관원들과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니. 러시아, 몽골, 유구 쪽으로 가는 공사 대상자들도 언어를 이미 배우고 있소이다.”
“혹여, 통역 붙이면 되지 않냐면서 거들먹거리는 국가는 단교 조치를 취한다고 강하게 나가시오.”
“그건 걱정 마시오. 본인이 이래 보여도 한다면 하는 성격이니 하하핫.”
‘하긴. 청국 상인들이 인삼 값 내리려고 장난질하니까, 빡쳐서 바로 불태우신 분이니.’
임상옥의 전생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본 정천은 든든하다는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암요. 장관께서 잘 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아니하지요. 다만, 본인이 저번에 당부드린 대로”
정천의 노파심이 담긴 말을 하자,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멈춰 세운 임상옥은 집무실 위에 붙은 현판을 가리키면서 씩 웃었다.
“이 세상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아군도 없다!”
‘크··· 좋군.’
임상옥의 말에 정천도 씩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훌륭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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