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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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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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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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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자신을 베다 -1-

DUMMY

144화. 자신을 베다 -1-



류연은 로렌으로 돌아왔다. 헬라이드에서 출발할 때는 날이 쌀쌀했는데 로렌에 도착하니 봄이 한창이었다.


로렌시아 왕국의 수도 로렌은 류연에게 제 2의 고향이라 할 수 있었다. 로렌에 오자 류연은 기분이 산뜻해졌다. 류연은 길에서 파르페를 하나 사 그것을 먹으며 왕궁으로 갔다.


“오셨습니까.”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뮬렌 후작은 왕궁 입구까지 나와 있었다. 류연은 뮬렌 후작과 함께 왕궁으로 들어갔다.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든 뮬렌 후작에게선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의 깊은 두 눈은 여전히 총명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류연은 뮬렌 후작에게 엘프들이 캐낸 희귀한 약초를 선물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좋았기에 류연과 뮬렌 후작은 정원에서 국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금 있자 시종이 커피와 다과를 내 왔다.


“아카디아 제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준비하실 생각이십니까.”


레헬른 공화국을 흡수했지만 아직 아카디아 제국을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류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일단 사자를 보내볼 생각입니다.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되면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알카인 자작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이후에도 류연과 뮬렌 후작은 한참동안 여러 의제에 관해 논의했다.


논의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뮬렌 후작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류연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가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빠르게 준비시키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십시오.”


류연은 주방에 저녁 준비를 부탁하고 샤워를 하러 갔다. 그동안 뮬렌 후작은 소파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이 찾아왔다. 류연은 여름 내내 로렌시아 왕국 기사들과 교대해온 엘프 전사들을 강도 높게 훈련시켰다.


그리고 로렌시아 왕국에는 대대적인 작위 이동이 있었다. 류연은 로렌시아 왕국 출범부터 함께한 뮬렌 후작, 펜하르트 백작, 시드미안 백작에게 공작의 작위를 주었다.


아몰레드 백작과 새로 들어온 소드 마스터들에게는 후작의 작위가 내려졌다. 자작이었던 알카인 자작, 엘리스, 린은 백작으로 승격되었다.


마지막으로 작위가 없던 마족들도 작위를 받았다. 데미안과 베아트리체는 백작, 데미오스와 이카르트는 자작, 칼리안과 몽마들은 남작이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아카디아 제국으로 간 알카인 백작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어려운 임무를 잘 해주셨습니다. 몸 건강히 돌아와 주십시오.”


저자세로 나오며 공물까지 보냈지만 아카디아 제국 황제는 공물만 받고 알카인 백작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근데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긴 해.’


자신이 아카디아 제국 황제였어도 그랬을 것 같기는 했다.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적국의 외교에 응해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정말 전면전뿐이었다.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선 다음 경지에 올라 아그수스 공작을 상대할 힘을 가져야 했다. 류연은 곧바로 뮬렌 후작을 찾아갔다.


“뮬렌 후작님. 잠시 수련을 하고 오겠습니다. 국정을 잘 부탁드립니다.”


“다녀오십시오.”


틈틈이 요양을 하며 몸은 거의 회복되었다. 류연은 내일 당장 떠나기로 했다.



‘편지라도 써 놓고 갈까.’


류연은 조금 이른 시간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긴장이 되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 미네르바에게 편지를 써 놓고 가기로 했다.


미네르바는 지금 엘프들을 통솔해 알바레스까지 오고 있었다. 엘리스는 깨달음을 얻었는지 연락도 없이 깊은 산에 틀어박혀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텐시는 미레즈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류연은 미네르바에게 얼굴을 보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엘리스에게는 격려의 편지를, 텐시에게는 조금만 더 놀고 다시 수련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적었다.


편지를 적고 나자 류연은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류연은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다음날 아침 일찍 류연은 검과 육포만 챙겨 왕궁을 나왔다. 류연은 무작정 북쪽으로 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수련을 할 생각이었다.


“후우-.”


이제 초가을이었지만 북부에는 눈이 내렸다. 류연은 눈을 맞으며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여기다.’


북부에는 수많은 산맥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큰 줄기와 줄기가 만나는 곳에서 류연은 멈춰 섰다. 그곳에는 방대한 양의 기운이 모여 있었다. 검과 팔찌를 옆에 내려놓은 류연은 앉아 명상을 했다.


류연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맑은 기운은 한껏 흡수한 류연은 깃털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상을 더 하고 싶었지만 류연은 오늘은 이만하고 쉬기로 했다. 류연은 불을 피우고 눈을 녹여 스튜를 만들어 먹었다.


따뜻한 스튜를 먹자 잠이 몰려왔다. 류연은 늘어진 나뭇가지에 천을 걸쳐 텐트를 만들었다.


‘괜찮네.’


밖에는 추웠지만 텐트 안은 제법 아늑했다. 류연은 침낭 안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그날 이후 류연은 시간을 잊어버렸다. 류연은 종일 명상을 하고 검을 휘두르는 것만 반복했다.


일 년 내내 겨울인 곳이다 보니 계절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도 가부좌를 튼 류연의 몸 위에는 눈이 두껍게 쌓여갔다.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류연은 처음 와보는 곳에서 눈을 떴다. 이곳은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바다가 보이는 섬이었다.


‘사진이라도 찍어 둘까.’


절경에 홀린 류연은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휴대폰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사용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곧 자각했다.


류연은 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안개가 끼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개 사이로 다음 섬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가 어렴풋이 보였다.


물끄러미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던 류연은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류연이 다리 위에 올라서자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싸우자고?”


다리 앞에는 자신의 분신이 서 있었다. 키와 체격을 보아하니 소년 시절인 듯 했다. 분신은 어설픈 자세로 전투 의지를 내비쳤다.


류연은 분신을 향해 검을 무심히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분신을 통과해 버렸다.


‘그렇군.’


분신은 분신과 동일한 힘으로 베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을 직감한 류연은 힘을 정교하게 조절해 분신을 베었다.


다음 섬에서도 분신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류연은 처음 마족이 되었을 때의 분신, 소드 마스터에 올랐을 때의 분신, 아그수스 후작에게 패배했을 때의 분신을 차례로 베었다.


류연은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의 분신을 베었다. 이제 남은 섬은 하나였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경지의 분신이겠군.’


대충 예상이 갔다. 각오를 한 류연은 당당하게 다리를 넘어갔다.


예상한대로 다음 섬에는 미래의 분신이 있었다. 미래의 분신에게선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기운이 안으로 완전히 갈무리되어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었다. 류연은 검을 고쳐 쥐고 분신을 향해 쇄도했다.


“슥-.”


분신은 류연의 기습적인 쇄도를 아예 회피해 버렸다. 공격에 실패한 류연은 자세가 무너졌다.


류연의 자세가 무너지자 분신은 곧바로 반격해 왔다. 류연은 급히 검을 휘둘러 분신의 공격을 막아냈다.


‘내 분신이라고 내 지도방식을 그대로 사용할 줄이야.’


미래의 분신은 전에 류연이 눈산에서 셋에게 사용했던 지도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분신은 반 박자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류연은 분신의 움직임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후.”


과거의 분신부터 현재의 분신까지를 상대하며 류연은 이 공간의 원리를 파악했다. 이 공간에서는 체력과 기운을 소모하지 않았다. 대신 이 공간에서의 전투는 정신력을 소모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류연은 분신과의 전투에 임했다. 분신은 분명 자신이 사용하는 검술을 사용하고 있었고, 같은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는 뭔가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겨우겨우 몸을 굴려 분신의 공격을 피한 류연은 문뜩 두려워졌다. 이 공간은 자신의 정신력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현실의 자신은 아마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었다.


류연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혼돈의 힘을 끌어냈다. 내공과 마력을 융합하자 보랏빛 기운이 류연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분신도 혼돈의 힘을 끌어올렸다. 반면 분신이 사용하는 혼돈은 안정되어 있었다. 두 보랏빛 기운이 충돌했다.


훨씬 많은 힘을 사용하고도 류연이 끌어올린 혼돈은 가루처럼 부스러졌다. 류연은 다시 무리해서 혼돈을 끌어올렸다.



분신은 류연을 끝낼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정타를 먹이지 않았다. 그러나 류연은 정신력을 전부 소진해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류연이 정신력을 소진하자 이 공간도 영향을 받았다. 섬은 맨 끝에서부터 하나씩 심연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흐름이 없는 기운은 없다. 혼돈도 마찬가지다.’


마왕 류시드가 한 말이었다. 류연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으려 하며 명상을 했지만 끝까지 깨닫지 못했었다.


지금도 그랬다. 혼돈의 흐름은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류연은 계속해서 정신력을 짜내 전투했다.


결국 마지막 섬의 바닥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균열은 류연이 있는 곳까지 번져왔다.


‘!’


류연은 그제야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공도 마력도 전부 태초의 혼돈에서 온 것이었다. 아직 투박했지만 혼돈은 류연의 제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섬은 거의 다 무너졌다. 분신은 공중에 몸을 띄우고 있었다. 류연은 도약해 분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류연은 마침내 분신을 베었다. 분신은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류연은 기분 좋은 부유감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동시에 마지막 섬도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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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자신을 베다 -2- 22.11.15 191 3 10쪽
» 자신을 베다 -1- 22.11.15 198 3 10쪽
202 간신의 길, 왕의 길 -5- 22.11.12 185 3 12쪽
201 간신의 길, 왕의 길 -4- 22.11.12 177 3 10쪽
200 간신의 길, 왕의 길 -3- 22.11.11 177 4 11쪽
199 간신의 길, 왕의 길 -2- 22.11.11 179 4 12쪽
198 간신의 길, 왕의 길 -1- 22.11.06 19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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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마지막 공연 -1- 22.11.04 17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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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공화국의 검 -3- 22.11.03 158 3 10쪽
190 공화국의 검 -2- 22.10.29 162 4 11쪽
189 공화국의 검 -1- 22.10.29 168 3 10쪽
188 분기점 -5- 22.10.28 178 4 10쪽
187 분기점 -4- 22.10.28 165 4 9쪽
186 분기점 -3- 22.10.25 168 3 10쪽
185 분기점 -2- 22.10.25 16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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