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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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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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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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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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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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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공화국의 검 -1-

DUMMY

130화. 공화국의 검 -1-



“루엔. 일어났어? 잠시 내려가 봐야 할 듯 해.”


류연은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있었다. 엘리스는 류연을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


“왜?”


“의회에서 사람이 왔어. 야산을 점거한 엘프들을 빨리 처리해 달래.”


“나 없다고 하지.”


“그렇게 했는데 루엔이 깨어난 걸 어떻게 알았는지 루엔이 올 때까지는 안 돌아가겠다 하더라.”


“에휴. 그 크루마 공작가의 얼간이 놈. 그새를 못 참고 일러바쳤나 보군.”


어제 극장을 확인하러 갔다 크루마 소공작과 마주친 게 화근이었다. 크루마 소공작은 크루마 공작에게 류연이 일어난 것을 일러바친 모양이었다.


약정한 1년이 지났지만 크루마 소공작은 아직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공작가의 장자인 자신을 막 대하는 텐시 때문이었다.


텐시는 크루마 소공작에게 자신의 일을 떠넘긴 것뿐이었지만 크루마 소공작은 이상한 콩깍지가 씌어버렸다.


텐시는 그런 크루마 소공작을 실컷 부려먹고 있었다. 류연은 투덜대며 분장을 하기 시작했다.


“옷은?”


“이대로 입고 갈 거야. 연극에 장단만 좀 맞춰 줘.”


류연은 집행관 앞에서 할 연극의 내용을 말했다.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분장으로 초췌한 안색을 강조한 류연은 힘겹게 의자에 앉았다. 집행관은 류연의 상태를 보고도 짜증을 냈다.


“대체 언제까지 엘프들을 방치하실 겁니까? 리치골드 저택 뒷산에 자리 잡은 엘프들이 매일 밤 귀족가의 재산에 손해를 입혀 의회에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오셨습니까?”


류연은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집행관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저는 마왕 데이모스를 토벌한 전쟁 영웅인데 대접이 너무 박한 거 아닙니까? 내색하진 않았지만 데이모스를 소멸시키며 저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류연은 거칠게 가운을 벗어던지며 마법으로 가슴팍에 악령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류연의 가슴팍을 뚫고 나오려는 악령의 모습에 집행관은 움츠려들었다.


“쿨룩쿨룩.”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마른기침을 심하게 한 류연은 머금고 있던 가짜 피를 흘렸다. 엘리스는 급히 수건을 들고 달려와 류연에게 건넸다. 류연은 피를 닦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저도 산을 무단 점거한 엘프들을 하루빨리 처리하고 싶지만 데이모스의 저주를 받아 여의치가 않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의회에 세바인 후작님이나 에렌펠트님을 파견 요청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몸이 조금 나으면 해결하겠습니다.”


류연은 딱 잘라 거절했다. 이렇게 말하면 집행관도 할 말이 없었다. 의회라 하더라도 정식 의결 없이 리치골드 공작가에 병력을 파견하면 내정 간섭이었다.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지금 마족 침공의 여파로 의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새로 의결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었다. 집행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


“작년 펠퍼틴 영지와 작센 영지에 이종족에 대상으로 한 노예사냥을 금지시켰던데, 혹시 리치골드 공작가가 엘프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닙니까?”


돌아가려던 집행관은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류연은 정색했다.


“억측 마십시오. 제가 자리를 비우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혹시라도 엘프들이 리치골드 공작가를 목표로 삼을까봐 내린 조치입니다.”


“아. 예···.”


다행이 연극이 잘 먹혀든 듯 했다. 완전히 설득당한 집행관은 의회로 돌아갔다. 분장과 입가의 피를 닦아낸 류연은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


류연은 늦은 오후까지 낮잠을 잤다. 일어나서는 점심을 먹고 침대에 앉아 그동안 쌓인 서류를 읽고 서명을 했다.


“루엔. 지도자 동지가 찾아.”


텐시가 투덜대며 방으로 들어왔다. 지도자 동지는 최근 파마를 한 리치골드 공작의 새 별명이었다. 류연은 리치골드 공작에게 갔다.


“찾으셨습니까?”


“오. 에번스 백작 왔는가.”


리치골드 공작이 자신을 찾은 이유는 뻔했다. 그래도 리치골드 공작은 눈치가 좀 생겼는지 미안해하며 말을 꺼냈다.


“에번스 백작. 이제 우리도 충분히 대귀족이 되지 않았는가. 흠흠.”


류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중심가 저택에 미련을 못 버리셨습니까. 중심가에 산다고 대귀족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심지어 가장 권세 높은 모르세르 공작도 중심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리치골드 공작가가 정말 다른 공작가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이제 자금력은 다른 공작가에 견줄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마족 침공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아직 리치골드 공작가는 영지도, 사업체도, 사병도 너무 부족합니다.”


이번 겨울, 리치골드 공작가는 몬스터 부산물과 병장기를 판매하며 엄청난 이윤을 남겼다. 하지만 예산은 아직 빠듯했다.


“그런데 사병을 몇 명이나 뽑으려길래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가. 이곳과 작센, 펠퍼틴 영지 규모면 천 명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최소 만 명은 뽑을 계획입니다.”


“만 명이나?”


“예. 전투는 저 혼자 할 수 있어도 전쟁은 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세 곳 뿐만 아니라 리치골드 공작가의 새 본가가 될 영지에도 병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잠깐, 잠깐. 새 본가라니. 리치골드 공작가의 본가는 대대적으로 헬라이드였네.”


“그렇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3년 전 일을 잊으셨습니까? 본가가 너무 중앙 권력에 가까이 있으면 중앙 권력이 휘두르는 부당한 힘에 대응할 여지조차 가지지 못합니다.”


“그, 그렇긴 하지. 그럼 혹시 눈여겨본 곳이라도 있는가.”


“자유도시 알바레스가 어떨까 싶습니다.”


“알바레스?”


알바레스는 로렌시아 왕국과 레헬른 공화국의 동쪽 국경에 위치한 상업도시였다. 알바레스는 중심 교역로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통행세가 저렴해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편이었다.


류연은 알바레스도 작센과 펠퍼틴 영지처럼 거점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예. 알바레스는 돈만 있으면 도시의 지분을 매입해 영주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공작가의 견제는 없겠는가.”


“주변에 쥬비아넨 공작가가 있기는 하지만 쥬비아넨 공작가는 이번에 율리우스 후작을 잃어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 이번에도 공에게 일임하겠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이 정리되면 저와 함께 외출을 하시지요.”


“알겠네.”


류연은 묵례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 집행관 때문에 신경이 쓰였었는데 리치골드 공작은 잘 넘어가 줘서 다행이었다.


**


얼마 후 의회에서 대회의가 열렸다. 마족 침공으로 상당히 많은 피해를 입은 공작들은 모두 영지전과 기사대전의 재개를 원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 최종 의결안을 발표하겠습니다.”


의장 모르세르 공작은 최종 의결안을 발표했다.


“내년 봄까지 모든 종류의 영지전과 기사대전을 비허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쥬비아넨 공작가 및 산하 27개 가문은 3년 후까지 의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껐지만 쥬비아넨 공작의 얼굴은 좋지 못했다. 보호 기간 동안 차기 소드 마스터를 키워내지 못한다면 세력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리치골드 공작가는 하던 대로 하면 되었다. 류연은 리치골드 공작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후. 나는 의회만 오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아.”


“저도 그렇습니다. 잘 참으셨습니다.”


류연과 리치골드 공작은 마차에 올라탔다. 리치골드 공작은 류연이 건넨 슈크림 빵 봉지를 완전히 비우고 잠이 들었다.


류연도 마차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쬐며 잠시 눈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뒤에 따라오는 마차 세 대를 확인하고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공작님. 도착했습니다.”


“으음···. 벌써?”


류연은 마차의 발판을 내렸다. 뒤뚱뒤뚱 마차에서 내린 리치골드 공작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쉬십시오. 주방에 말해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리치골드 공작을 집무실에 데려다 준 류연은 주방에 리치골드 공작이 좋아하는 요리를 주문하고 저택을 나왔다. 아까 따라오던 귀족들은 데이지 가의 마차 대기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세 분께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들은 라보나, 카르네, 알테나 영지의 영주들이었다. 류연은 세 영주를 데리고 데이지 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식사는 입맛에 맞으셨습니까?”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영주님들께서 저를 찾아오신 이유를 여쭙고 싶습니다.”


류연은 식사 후에 나온 차를 조금 마시며 부드럽게 물었다. 영주들은 류연에게 뜻을 전했다.


“저희 라보나, 카르네, 알테나 세 영지는 리치골드 공작가와 뜻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세 영주는 리치골드 공작가에 편입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류연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잘 오셨습니다. 앞으로 함께 나아가도록 합시다.”


“그런데···. 이번 몬스터 사태로 세 영지 모두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괜찮습니다. 라보나, 카르네, 알테나 영지는 이제 리치골드 공작가의 식구입니다. 리치골드 공작가는 식구의 어려움을 방관하지 않습니다.”


류연은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세 영주는 리치골드 공작가와 함께하겠다는 문서에 인장을 찍고 돌아갔다.



‘좋았어.’


백작령이라 제법 세력 규모가 있는 세 영지가 함께 해 준다면 세력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류연은 오늘 밤 파티나 할까 하고 음식과 술을 잔뜩 구입해 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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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분기점 -2- 22.10.25 16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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