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때가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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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최수진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강화술사라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현재 인구가 만 명이 넘어가자 도시의 발전 속도는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기며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어졌고 회사를 차려 전문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나타났다.
충분한 소비 시장이 생기자 소규모 사업장이 늘기 시작하고 항상 인력이 모자라 실업자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비약의 존재 때문인지 전장에 가는 사람이 늘어나며 자원수급도 원활해졌다.
그런데 몇몇 기술 발전은 벽에 부딪혀 있었다.
예를 들어 정현은 총을 개발하려 했지만, 현재 가진 제련 기술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도시에서 운영하는 대장간에서 열심히 기술 습득에 매진하고 있지만, 발전 속도가 너무 더디기만 했다.
다른 도우미와 다르게 생산직업 도우미들은 기술 전수를 매우 까다롭게 했다. 정현의 형도 전장에서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아직 강철을 만들 정도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다.
도리어 전장에서 곧잘 만드는 철검마저 지상에서는 엄두도 못 냈다. 기술과 재료, 장비 문제도 있지만, 체력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지금도 대장간에서 만드는 물건은 고작 호미나 낫 같은 농기구가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총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았다.
그런데 강화술사가 나타났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당분간 그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총포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얻으려는 속셈이다.
"앞으로 두 사람은 제 친위대에 소속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협조해드리겠습니다."
최정화는 솔직하게 이유를 밝히는 정현에게 안도감을 느꼈다.
이전 세상에서 가족이라고는 두 자매가 전부였기에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그나마 문명이 살아있던 시대였기에 부모님 없이도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신세기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두 사람을 보호해줄 문명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지자 빼어난 외모를 가진 자매를 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번에 정현이 있는 도시로 이주를 결심한 계기도 원래 있던 거주지의 권력을 잡은 남자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것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마력 사용자였고 그 때문에 여러 번의 위기를 마법을 사용해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권력자의 집요한 요청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때마침 정현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어떤 불행이 닥쳤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시장이 된 정현이 두 자매를 부르자 내심 긴장하며 왔는데 그의 용건은 타당하고 확실해 보였다.
지금도 동생만 친위대에 넣기보다는 자매를 배려해 같이 소속시켰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항상 다른 남자들이 자매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고 목적이 뚜렷해 보였다.
'혹시 동성애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자매에게 깍듯이 대했기에 안심하고 친위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후유. 여자 인간을 상대하는 건 너무 어색하네."
"대장님도 긴장하시는군요. 설마 모태솔로?"
두 사람이 나가자 비서일 하는 임이현이 차를 내오며 물었다.
"하! 네가 어려서 뭘 모르는구나. 내가 왕년에 미팅만 나가면 여자들이 서로 파트너 하려고 했거든. 하도 인기가 좋아서 연애인 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
"정수 아저씨가 그러던데 첫사랑한테 차이고 쭉 혼자라고 하시던데요?"
"푸웁. 아니 이 망할 형 놈이 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얌마 오해 말고 들어. 불같은 사랑을 했고, 형이 차인 게 아니라 그녀의 행복을 위해 포기해 준거야. 네가 알아? 사랑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남자의 심정을!"
"이상하다? 정수 아저씨는 다르게 말하던데. 시장님이 스······ 아니 시장님은 멋진 남자입니다."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려 했던 임이현은 폭발 직전인 정현의 표정에 급히 사실 확인보다 칭찬을 해줬다.
'제길. 형이 차를 얻어 마시러 와서 이현이랑 하던 대화가 이런 것일 줄이야.'
"됐어. 서류나 가져와. 아니 그보다 전에 연구하던 것은 어떻게 됐지?"
"제작 시간 단축과 재료 선정까지 준비를 마쳤습니다."
"다행이구나. 어쩌면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도 있으니 네 활약을 기대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방어전을 대비하며 도시를 발전시켜 나갔다.
이후 몇 번의 전장에서 팀전을 통한 전술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무실에 자경대원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왜 이렇게 호들갑인가?"
"대,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소환석이 이상합니다."
"뭐? 소환석이?"
소환석에 변고가 생겼다는 말에 급하게 달려나갔다. 도시에는 현재 공식적으로 다섯 개의 소환석이 있었는데 갑자기 푸르게 빛이 나더니 공명음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우우웅
잇달아 전령들이 소환석의 이상에 대해 보고했고 심지어 붉은 소환석마저 더욱 불길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현도 막상 소환석 앞에 도착했지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모두의 머릿속에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의무를 행할 때가 왔습니다. 1차 승급자는 전장의 규칙에 따라 방어전을 치를 시간입니다]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전장에서처럼 메시지가 전달 됐다.
전장의 규칙에 따라 소환석 4,579,854번에 대한 권리가 이행됩니다.
이행된 권리에 따라 적의 규모는 10만입니다.
규칙에 따라 소환석 4,579,854번 주변의 121개 소환석 10만 명에게 방어전에 대한 자격을 심사합니다.
당신은 1차 승급 이후에도 충분한 공적을 쌓았기에 방어전에 나설 자격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적인 쥐 인간은 지상에 병사를 보낼 자격을 얻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을 달성해야 합니다.
조건을 달성한 적은 인간의 수비를 뚫고 지상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당신은 일정 기간 게이트를 쥐 인간으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전장에서 사망하면 즉시 수련의 방으로 이동되며 전장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방어전에서는 공적 점수 및 기여도에 따른 포상이 없습니다.
보유한 모든 공적 점수에 대한 사용이 허가됩니다.
방어전에서는 전장 감독관과 영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종족의 손에서 인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서로 협동하여 게이트를 지키십시오.
이제 인류의 미래는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1시간 후 조건에 맞는 사람은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제길 시작 됐구나."
이종족의 침략을 사전에 저지할 전투가 이제 시작되려 한다.
"당장 방어전에 대한 비상 대책을 실시하도록."
"예."
백천시는 방어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준비해뒀다. 먼저 범죄자를 대량으로 수용할 시설을 만들고 이를 감시할 대체 인력을 준비해뒀었다.
그리고 공공탁아소와 기숙시설 확충으로 부모들이 없는 사이 아이들을 돌볼 준비를 마쳤다.
각종 시설을 점검하고 약탈자에 대비해 물자를 폐기하거나 숨기는 등 1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의 일에 대한 인수인계는 승급하지 못한 사람이 해야 했기에 인력 대다수가 노인이었지만 아무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야말로 도시는 전시 태세를 갖추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1차 승급자들의 몸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인간의 승리를 기원하며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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