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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해도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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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작품등록일 :
2021.03.03 04:09
최근연재일 :
2021.04.02 23: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9,461
추천수 :
187
글자수 :
135,616

작성
21.04.02 23:13
조회
176
추천
4
글자
12쪽

끝맺음

DUMMY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문자를 무시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서 내 존재는 그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고, 그들 역시 내게 방해될 게 분명한 일이었다.


이제부터 나아가야 할 길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으며, 무수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방해될 수 있는 소지는 멀리하든가, 아니면 사전에 없애는 것이 옳았다.


계속해서 울리던 전화가 끊긴 것에 약간 신경이 쓰였지만, 생각을 접고 발길을 움직였다. 차명으로 빌린 집에 들어설 때쯤,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인상을 찌푸리고 발신자를 확인하는데, 홍영철인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예, 알겠습니다.”


독고현을 찾았다는 전화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특이한 이름인 것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인상 덕에 금방 찾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홍영철을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지금 홍대에 있다는 거지?”


오랜만 아니, 이번 생에선 처음으로 만나게 될 A급 빌런 ‘철인’ 독고현을 떠올리며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밤이 찾아온 홍대는 오히려 낮보다 사람이 몰려, 그다지 오래 있고 싶은 장소는 아니었다.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네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거리를 걸으며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젊은 남자를 피해서 앞질러 갔다. 그러자 이번엔 한 술집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전부 다 가시지옥으로 날려버려서 길을 뚫고 싶었지만, 여명을 만지며 체증의 원인을 바라봤다.


“꺄아! 오빠!”


팬들의 환호성을 즐기며 폼 잡고 있는 사람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B급 히어로 꽃남 신승우. 지지리 겁도 많은 인간이 경호원 몇 명만 달랑 데리고 이곳에 왔나 싶어,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자 주변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떠오르는 신성 C급 히어로 신승우 팬 사인회라는 글귀를 보고 이해가 됐다.


가끔 회귀 전, 알던 내용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그는 이제 막 대중에 이름을 알리는 떠오르는 신인 히어로였다.


온갖 폼을 다 잡고 있는 신승우와 놀아주고 싶었지만, 나중을 기약하며 독고현이 일하고 있다는 술집으로 향했다.


인파가 몰려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한 건물에 있는 Bar가 눈에 들어왔다. 바텐더 일을 하고 있는 독고현의 모습은 절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터질듯한 근육질의 몸에 슈트를 입고 뿔테 안경을 쓴 상태로 올백 머리. 거기까진 바텐더 일에 어울릴 수도 있었지만, 성격을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경호원도 아니고 바텐더? 하긴 둘 다 어울리지 않네.’


독고현의 성격은 좋게 말하면 본인만의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고, 좀 더 진실을 말하자면 분노조절장애였다. 그가 빌런이 되어 히어로에게 쫓기게 된 이유도 화를 참지 못한 나머지 어떤 인간을 때려죽였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오래전 들었던 일이라, 정확히 누구를 때려죽였는지 기억나진 않았지만, 그가 본인 입으로 개차반 같은 놈이었다고 했던 말은 기억하고 있었다.


밖에서 볼 때와 다르게 bar 입구에서 본 내부는 제법 넓어 보였다. 곧이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내게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주변을 둘러보다가 금방 독고현을 찾을 수 있었다. 근육질에 소매를 걷은 셔츠 사이로 문신이 보이는 그는 회귀 전과 달라진 부분이 한 군데도 없었다.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까지 엊그제 본 것처럼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의 앞에 착석하려다, 근처 4인 테이블에 앉았다.


“저, 손님···”


대충 직원이 무슨 얘기를 할지 예상이 갔기에 백만 원 수표를 건넸다. 이 수표는 걸릴 위험 없는 ‘O2’라는 빌런 전문 금융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였다.


O2 역시 신사 다이나믹스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소문이 도는 은행으로, 눈여겨보는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술은 어떤 걸로 드릴까요?!”


“대충, 혼자 마실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주로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의 성별은 남성이 많았고, 그에 맞춰 바텐더 역시 독고현을 제외하고 전부 여성이었다. 그를 뽑은 사장도 신기했지만, 유독 본인 바 테이블 앞에만 한산한 독고현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술잔을 닦는 독고현을 살펴보며 직원이 가져온 양주를 천천히 마셨다. 시간이 흘러가도 그가 하는 일은 술잔을 닦고 진열장에 배치된 술병을 살피는 일 밖에 없었다.


‘오긴 왔는데.’


막상 이곳에 왔지만, 현재 빌런이 아닌 독고현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민에 잠겨있을 때 같은 일만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가 퇴근하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뒤를 따랐다.


집으로 향하나 싶던 독고현이 도착한 곳은 ‘레모네이드’라는 클럽. 가드들과 인사하고 들어가는 그를 따라 들어가려는 순간, 떡대가 큰 가드가 앞을 가로막고 줄 서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홍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룸 잡으실 거 아니면 대기하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몇백만 원이 넘는 쓸데없는 돈을 내야 하는 것에 불만을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자, EDM 음악에 춤을 추고 있는 젊은 남녀들이 보였다.


직원은 밑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히죽거리며 말했다.


“물 좋죠?”


빨리 안내나 했으면 하는 직원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룸에 안내해 준 직원에게 물었다.


“독고현 아십니까?”

“현이요? 알죠. 불러드릴까요?”


고개를 젓고 그가 어디 있는지만 물어봤다. 이내 술을 세팅한 직원이 룸을 나가는 동시에 독고현을 찾아 방을 나섰다.


독고현을 찾아서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룸을 잡은 대다수가 젊은 남녀.


물론 클럽이기 때문에 당연히 젊은 사람이 있는 건 맞았다. 하지만 새로운 소비 세력인 저들 역시 그다지 좋아하는 신분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히어로 2세.’


부모인 1세대 히어로에게 초능력을 물려받진 못하지만, 그에 따른 부를 물려받은 그들은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당장 눈앞에 술이 떡이 된 남성만 봐도 제법 비중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


“내에에가 누군지··· 알아!”


벽에서 쓰러질 듯 기대어 간신이 버티고 있는 남성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내 아빠가··· 아빠가 A급 히어로야!”


지나가는 사람에게 맥아리 없는 팔을 휘두르는 그가 혼자 가상의 적을 만들고 섀도복싱을 하기 시작했다.


“너, 너 따위가 감히.”


그를 지나쳐 가려는 그때.


“어엉?”


그가 내게 엉겨 붙으려고 했다.


-철썩!


“아악!”


본능적으로 뺨을 갈겨버린 남성의 이가 부러져서 바닥에 떨어진 모습을 확인하고 주변을 살폈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다.


“너어어어!”


바닥을 휩쓸며 자리에서 일어선 남성이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내게 달려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지만, 이딴 버러지 때문에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흐느적거리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독고현에게 할 말을 떠올리며 걸어갔다.


“거기이이 서어.”


뒤에서 애통하게 손을 내젓는 남성의 모습에 혀를 찼다. 독고현을 찾아 룸이 몰려있는 통로를 지나가자, 고막이 터질듯한 EDM이 들려왔다. 사람이 꽉 차있는 클럽 내부는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였다.


DJ의 손짓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던 중, 춤을 추다가 내게 부딪힌 여성이 오히려 인상을 쓰며 바라봤다. 그러다가 돌연 미소를 띠며 무언가 말하려는 여성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차라리 독고현이 빌런이었으면 얘기하기 편했겠지만, 현재 초능력을 발현했는지조차 모르는 관계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이 동료가 되라고 할 수도 없고.’


때마침 시야에 들어온 독고현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고민을 하다가, 스카우트 제의 비슷한 식으로 접근하기로 마음먹고 행동에 나서려고 했다.


-지이이잉


그러나 마음먹은 순간 울리는 핸드폰. 이내 독고현과 핸드폰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전화를 받기 위해 조용한 장소로 향했다.


서울 신사 병원.


혹시 진압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살폈지만, 그들의 기척은 없었다. 막 병실에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심정지 상태에 빠진 김진영의 흉부에 심장충격을 가하는 의사.


“진영아!”


내게 전화를 건 김진영 모친의 절규를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던 중,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낸 의사의 한숨 돌리는 말을 듣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김진영의 모친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아, 서진이 왔니.”


김진영을 따라 집을 몇 차례 방문했을 때, 인사를 드렸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사건의 전말을 이랬다. 헤드샷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진영은 사고에 휘말렸다고 한다.


운이 나쁘게도 같이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이 뮤턴트로 변했고 거기에 휘말려 이 지경이 됐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뮤턴트가 된 사람은 조민아.


-딸깍 -착


그 부분에서 만지작거리던 여명을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김진영 모친의 부탁으로 침상 근처에서 자리를 지키며 그를 내려다봤다.


‘도와달라고?’


뭐를 도와달라는 거였을까? 그 사태에서 본인을 구해달라고? 그도 아니면 조민아를?


뮤턴트가 된 인간은 결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보통은 그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을 알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김진영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봤다. 설령 조민아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현재 뮤턴트인 그녀가 끌려간 곳은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갈 만한 곳이 아니었다.


한참을 뚫어져라 김진영을 바라보던 중, 김진영의 모친이 생각 외로 늦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 순간.


“도와줘···”


눈을 감고 있는 김진영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쯧···’


수천만 원이 넘는 중급 포션을 침상 곁에 놔두고, 서둘러 병실 밖으로 향했다. 간호사와 환자들이 지나가는 병동에, 낯이 익은 사람이 김진영의 모친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염소희와 진압대 4과 팀원들. 그들이 병실로 뛰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집에 도착해, 잠을 자던 짝눈의 환영을 받으며 소파에 걸터앉았다. 뮤턴트가 된 조민아를 그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진압대가 쫓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추적을 받게 될 것이다.


‘아직 동료들을···‘


생각을 하던 도중, 혀를 찼다.


“숨죽이며 살아가는 게 버릇이 됐네.”


언제부터 이딴 생각을 갖고 움직였던가, 내가 원하면 빼앗고 강탈하고 죽이면 될 일. 쫓아오면 그럴 엄두를 못 내게 박살 내면 그만이었다.


아직 갚았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조민아와 관련된 빚 역시, 이참에 진짜 끝맺음을 짓는 게 맞았다.


“가자.”


짝눈의 붉은 빛의 눈동자가 더욱더 짙게 빛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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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연 강탈 +1 21.03.31 188 3 13쪽
22 짐꾼 21.03.29 186 1 13쪽
21 악의 태동 21.03.28 194 2 12쪽
20 타깃 21.03.26 215 3 12쪽
19 인재 21.03.25 226 3 11쪽
18 성동격서 21.03.24 249 4 12쪽
17 +3 21.03.22 291 7 12쪽
16 진압대 +2 21.03.21 327 8 16쪽
15 초능력 측정 +2 21.03.19 331 8 12쪽
14 히어로 협회 +1 21.03.18 339 10 12쪽
13 방패막이 +2 21.03.17 338 9 12쪽
12 겁쟁이 +1 21.03.14 413 8 11쪽
11 양 떼 +2 21.03.13 424 10 13쪽
10 원하지 않는 도움 21.03.12 414 10 12쪽
9 반안 21.03.11 425 10 12쪽
8 새로운 빌런 +1 21.03.10 450 10 12쪽
7 다른 종류의 빚 +2 21.03.07 459 9 12쪽
6 대시장 +4 21.03.06 504 10 13쪽
5 짝눈 +1 21.03.05 522 11 13쪽
4 태안 21.03.04 566 10 12쪽
3 빌런이 된 이유 +2 21.03.03 605 10 14쪽
2 회귀 +2 21.03.03 662 11 13쪽
1 프롤로그 +3 21.03.03 766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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