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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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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작품등록일 :
2021.03.03 04:09
최근연재일 :
2021.04.02 23: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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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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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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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악의 태동

DUMMY

빌런 습격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협회 측에서는 강찬혁을 지켜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본인들의 치부를 감추고 싶어 했다.


A급 히어로 순정마초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뉴스를 강타했다. 어떻게든 포장해서 사상자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기 위한 협회의 노력은 뉴스 앵커의 어투에서도 느껴졌다.


협회와 언론사가 한통속인 것은 아는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상의 사람들의 반응은 그들의 예상과 판이하게 달랐다.


희생자를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강찬혁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 오르며, 그런 그를 지키기 위해 A급 히어로마저 당했다는 조롱이 잇따랐다.


이번 습격의 사망자들이 국립묘지에 묻히게 될 거라는 소식을 전해 받고 참석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사후 처리가 어떻든 관심에서 벗어난 일이었지만, 진압대의 앞으로 행보는 중요한 일이었다.


물론 대충 긍정적인 전망을 예상하기에,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국가 규모의 행사처럼 진행된 장례에는 정부 인사들과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협회 고위 간부들 역시 참석해 있었다. 언론사에서 파견된 기자들이 서둘러 움직이는 가운데, 그다지 슬픈 기색이 없어 보이던 인간들이 급격하게 침통한 표정을 지어냈다.


“흑···”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사망자 가족들의 모습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을 비롯해, 경호 인력들의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장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행사가 진행됐다.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설을 듣던 중, 협회를 대표해서 참석한 ‘염라‘가 단상에 올라섰다. 사망자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치켜세우며, 말문을 튼 염라가 통상적인 연설을 시작했다.


별다른 특이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던 그의 말이 끝나갈 때쯤, 잠시 말문을 멈추고 눈을 감는 행동에 기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협회는 한가지 결단을 내렸습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빌런과의 전쟁을 선언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불빛이 이어졌다.


“그 말씀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장례를 치루는 중이라는 인식 따윈 개나 줘버린 기자의 물음에 염라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번 습격의 주체인 악질적인 빌런 조직, 소마회와 창귀, 빅 브라더를 포함해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빌런 조직의 소탕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가 사라지는 염라. 파장을 일으키고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시간은 확실하게 벌었네.’


더는 이곳에 머물 까닭이 없는 관계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염소희와 살아남은 진압대 4과 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에게도 조만간 작별을 고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이번 일을 겪고 무서워서 못 해 먹겠다고 하면 되겠지.’


습격의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한 표정의 염소희에게 걸음을 옮겼다. 내 존재를 발견하고 힘없이 인사하는 그녀에게 말문을 열려는 그때.


연설이 한창인 국회의원이 있는 단상으로 뛰어가는 어린애를 경호원들이 저지하며 소란이 일어났다.


“괜찮습니다. 올려보내세요.”


어린애를 곁에 두는 게 그림이 더 좋아 보일거로 생각한 국회의원이 어린애를 단상으로 올라오도록 했다. 한 손에는 막대 사탕을 다른 손에는 접힌 종이를 쥐고 있던 소녀가 종이를 국회의원에게 건넸다.


편지 정도로 생각한 국회의원이 종이를 펼쳐보고 저도 모르게 입으로 되뇄다.


“쾅?”


-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의원님!!!”


단상이 터져나가며 어린애와 국회의원의 육체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오직 근처에 튄 핏물 만이 한때 살아 있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레지스탕스?’


어린애를 이용한 눈살이 찌푸려지는 테러 수법은 레지스탕스의 B급 빌런 이한울이 분명했다.


“미친···”


남철의 허망한 목소리를 시작으로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사람들과 그 상황을 통제하려는 경호원들 그리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고위 인사들, 거기에 더해 특종을 발견했다며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까지.


난장판이 돼버린 장례를 바라보며,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었다. 길거리 독살 사건은 이제 완벽하게 뒷전이 될 게 분명했다.


그날부터 국민은 협회의 무능에 대해 날세운 비판을 쏟아냈다. 부협회장의 말이 끝난 직후 발생한 테러가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와 각종 인사들은 감히 국회의원을 암살한 희대의 사건을, 지금까지와 다르게 본인들의 권위에 감히 도전한 것으로 여기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편가르기를 하지 않고 한 목소리로 빌런 소탕 작전에 힘을 실어주는 국회의 지원을 받은 협회가 무거운 몸을 직접 움직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그날을 시작으로 소마회를 필두로 한 각 빌런 조직의 동시다발적인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며 사회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서 협회와 특수경비대 그리고 군인들이 대응했다.


그에 맞춰 진압대 역시 위에서 내려온 새로운 지시를 따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막 더위가 시작되어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내는 한지민을 바라봤다.


습격 사건을 겪고 한층 성숙해진 4과 팀원들 가운데, 한지민은 특히 달라진 의외의 면모를 보였다. 원래는 후에 ‘유다‘가 되어야할 유망한 인재가 빌런 소탕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갑시다.”


어중간한 태도가 아닌, 본인이 앞장서는 한지민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빌런이 숨어있다는 사무실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우드드득


한쪽 손만 거대해진 한지민이 문을 향해 그대로 휘둘렀다.


-쾅!


문짝이 날아가는 동시에 안으로 진입했다.


“누구냐!”


딱 봐도 수상한 일을 도모 중인 것처럼 보이는 범죄자들에게 송곳니를 사용했다. 전처럼 몸통을 꿰뚫는 게 아닌, 범죄자들의 발만 가볍게 찌르는 수십 개의 송곳니.


뒤따르는 특수경비대가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들은 빌런이라기 보다 동네 양아치들에 가까웠지만, 그날 이후 범죄라는 단어만 들어도 협회는 경기를 일으키며 박멸시키려고 했다.


회귀 전, 소마회는 협회와 격렬하게 싸움을 했지만, 실상 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는 내분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마회에 소속되었던 빌런들은 후에 빌런 사회의 거물이 된다.


레비아탄의 파라오 역시 정통계보를 이어받은 빌런으로 소마회가 사라진 뒤, 본격적으로 발 빠르게 세를 확산하고 세상에 이름을 드러냈었다. 혹시라도 미래가 변해 파라오를 포함한 레비아탄에 속하게 될 빌런들이 3자의 손에 죽어버릴까 싶어, 아직까지 진압대에 몸담고 있었지만, 역사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처음 협회가 나섰을 때, 창귀를 비롯한 빅 브라더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소마회에 관한 눈에 띄는 소식은 전무했다.


소문으로는 신사 다이나믹스가 남모르게 소마회를 돕고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증거 하나 없는 루머였다.


‘이제···’


이 같잖은 곳에 몸담는 것도 그만둘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내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수원지부에는 며칠 밤을 새웠는지, 눈이 쾡한 염소희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 글쎄, 지금 와서 그러시면 저희가 어떻게 합니까!”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그녀가 팀원들을 불러모았다.


“길거리 독살 사건, 모두 기억하죠?”


피곤함에 절어 있는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염소희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요새 방영하는 ‘블랙라이트’라는 TV 프로도 아시죠?”


과거에 묻힌 사건을 다시 하나하나 재조명하는 TV 프로그램으로 요새 각광 받고 있었다.


“거기서 이번에 집중하고 있는 사건이 길거리 독살 사건이라고 해요. 해서 위에서는 저희가 먼저 그 사건을 해결하길 원하시고 계시네요. 망할, 언제는 묻어두라고 하더니···”


다시금 관심을 받게 생긴, 길거리 독살 사건. 하지만 이제 상관없었다.


그녀가 새로운 지시를 내리고 욕설을 내뱉고 움직이는 팀원들을 지나쳐 다가갔다. 내 존재를 깨닫고 빤히 쳐다보는 염소희에게 봉투를 건넸다.


“사직서?”


염소희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꼭 지금 이럴 때··· 그보다 이유가 뭐예요?”


“무섭습니다.”


무섭다는 말에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그럼, 이만.”


몸을 돌려서 걸어가는 내게 당황한 염소희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렇게 간다고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와 맑디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짝눈을 꺼냈다.


쉬이 쉬이익


주변을 둘러보는 짝눈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제 숨어있지 않아도 돼.”


하얀 뱀을 본 인파가 특이한 광경을 본 것처럼 훑어보고 지나갔다. 뭐가 어떻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참아왔던 인내의 시간도 곧 끝이었다.


‘이제 대전으로 간다.’


어느 때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걸음을 옮겼다.


대전역.


과거 광역시로 불렸지만, 괴수로 인해 초토화가 된 뒤 절망만 가득했던 대전은 괴수 관련 사업으로 다시 한번 부흥의 기틀을 닦고 있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각종 히어로 팀 관련 사무실과 대기업과 협회 관련 건물들을 벗어났다.


문산 역시 히어로와 서포터가 많았지만, 대다수가 초보 티를 벗지 못한 병아리들이었다. 그러나 대전은 경험이 느껴지는 베테랑들과 전문 장비를 갖춘 인원이 눈에 띄게 많았다.


3급 괴수의 거대한 사체를 전시해놓은 광장 주변, 대시장 못지않은 많은 상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식량과 필수품을 구매하고 곧바로 안전지대를 벗어나, 사냥터로 향했다.


‘앞으로 일주일.’


혹시 모를 방해나, 사태에 천년씨앗을 손에 넣지 못하는 불상사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랬기에 세계수 근처에서 지낼 계획이었다.


-위잉~


눈앞에서 거슬리는 말벌의 날개짓.


-휘이익


손을 휘둘러 몸을 반 토막으로 만들고, 바닥에 툭 떨어진 말벌을 짓밟으며 다짐했다.


‘누가 됐든 방해하는 놈은 죽인다.’


파주에서 주로 서식하는 괴수들과 다르게, 대전 사냥터의 가장 흔한 괴수조차 7급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그간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층 강력해진 초능력을 뜻대로 컨트롤 할 수 있었다.


-푸욱! 푹!


괴수들을 학살하며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세계수를 향해 나아갔다.


한편 그 시각, 길거리 독살 사건 조사를 명한 염소희는 CCTV를 돌려보고 있었다. 여태 정신이 없어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있었지만, 조사할수록 이상한 낌새를 지울 수 없었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


‘뭔가 찝찝해···’


피해자가 탔던 버스 블랙박스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듣고, 사건 당시 터미널 CCTV를 살펴보고 있었다.


“저 사람은?”


한참을 돌려보던 중, 발견한 테디베어 후드티를 입은 남성. 그 역시 피해자와 같은 터미널에 있었다.


그가 범인이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의심해볼 여지는 많았다. 그렇게 눈여겨보는 중, 테디베어 남성의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장면에서 눈을 의심했다.


“확대해 보세요.”


“허···”


옆에서 같이 CCTV를 보고 있던 남철이 놀라는 목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테디베어가 그려진 옷을 즐겨 입던 공서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갑작스레 관둔다고 했을 때까지···


말수가 적던 그를 떠올리다가, 문득 파주에서 겪었던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생각났다.


‘하얀 뱀.’


그때 생긴 뺨의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매만졌다. 당시 멋모르고 친구들을 따라 괴수 사냥에 나섰을 때, 우리를 습격했던 빌런.


그들은 누군가에게 죽었었다.


‘특수경비대가 뭐라고 했었더라? 초능력으로 추정하는 뭔가에 꿰뚫린 상처가 보였고, 한 명은 독에··· 독?’


감이었지만, 공서진이 무언가 연관성이 있을 것 같았다.


“당장, 공서진 그 사람 관련해서 조사 시작하세요.”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 짓고 보면, 모든 부분에서 그의 행동이 이상하게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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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연 강탈 +1 21.03.31 188 3 13쪽
22 짐꾼 21.03.29 186 1 13쪽
» 악의 태동 21.03.28 194 2 12쪽
20 타깃 21.03.26 215 3 12쪽
19 인재 21.03.25 226 3 11쪽
18 성동격서 21.03.24 249 4 12쪽
17 +3 21.03.22 291 7 12쪽
16 진압대 +2 21.03.21 327 8 16쪽
15 초능력 측정 +2 21.03.19 331 8 12쪽
14 히어로 협회 +1 21.03.18 339 10 12쪽
13 방패막이 +2 21.03.17 338 9 12쪽
12 겁쟁이 +1 21.03.14 413 8 11쪽
11 양 떼 +2 21.03.13 424 10 13쪽
10 원하지 않는 도움 21.03.12 414 10 12쪽
9 반안 21.03.11 425 10 12쪽
8 새로운 빌런 +1 21.03.10 450 10 12쪽
7 다른 종류의 빚 +2 21.03.07 459 9 12쪽
6 대시장 +4 21.03.06 504 10 13쪽
5 짝눈 +1 21.03.05 522 11 13쪽
4 태안 21.03.04 566 10 12쪽
3 빌런이 된 이유 +2 21.03.03 605 10 14쪽
2 회귀 +2 21.03.03 662 11 13쪽
1 프롤로그 +3 21.03.03 767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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