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21번가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해도 빌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21번가
작품등록일 :
2021.03.03 04:09
최근연재일 :
2021.04.02 23: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9,459
추천수 :
187
글자수 :
135,616

작성
21.03.19 22:44
조회
330
추천
8
글자
12쪽

초능력 측정

DUMMY

잠시 후, 시선을 내리깔고 몸을 부르르 떨어대는 한지민을 바라보며 체크 용지를 살피는 심사위원들.


-우드득 우드드득


한지민의 근육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저 신체 강화 계열 초능력 정도로 여기며 신기한 듯 보고 있었지만, 저건 단순하게 신체가 강화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어? 어!”


옆에서 놀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유다를 바라보며 웃었다.


‘시작됐다.’


그의 근육이 팽창하는 것을 넘어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거인처럼 커져갔다. 이내 전봇대 크기의 거인이 된 그의 모습에,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짝 짝 짝 짝!


“대단한 능력입니다!”


후에 가서 유다라 불리는 빌런 한지민은 저 모습보다 훨씬 커진 모습도 완벽하게 통제했지만, 지금 그의 맛이 간 눈동자만 봐도 통제 따윈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푸흥!


콧김을 내뱉는 소리가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들려왔다.


“자 저기 땅에 표시된 목표가 보이시죠? 힘을 사용해 보세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심사위원. 그 목소리를 들은 한지민의 거대한 동공이 움직였다.


“한지민 씨?”


-으으으···


다물지 않고 있는 한지민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으아아아!


갑자기 괴성을 지르는 그가 심사위원에게 달려갔다.


-쾅 쾅 콰앙 쾅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몸집과 다르게 재빠르게 먹이를 노리듯 달려든 한지민이 양손을 높이 치켜들고 심사위원을 향해 내리쳤다.


-파아앙!!!


땅이 박살 나며 먼지 폭풍이 휘몰아쳤다.


“한, 한지민 씨?! 정신 차리세요!”


그들은 심사위원이란 이름을 겉멋으로 달고 있는 건 아닌지, 재빠르게 피해냈다. 하지만 한지민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후우웅 퍽!


바람을 가르며 휘두른 손이 박수를 쳤던 심사위원에게 직격했다. 허공을 날아가는 심사위원은 방어계열 초능력자인지, 피해는 없어 보였다.


“38번 참가자! 정신 차려요!”


여성 심사위원이 그를 보고 소리쳤지만, 이성을 잃은 그를 자극하는 결과만 낳았다.


-크아아아!


양손을 마구 휘두르면 주변을 초토화 시키는 한지민을 심사위원들은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딱 봐도 고민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제압하려면 상처를 입을 게 뻔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사위원들을 턱을 괴고 바라봤다.


‘C급 아니면 B급 히어로 정도네.’


초능력을 사용해 막기 급급한 심사위원들의 능력을 평가하며, 유쾌한 감정을 즐겼다. 공격을 이어가지 않고 방어만 하는데도 상처를 입지 않는 심사위원들.


얼마 전 손 봐줬던 D급 빌런 오민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D급 빌런 오민수는 D급 초능력자 중에서도 약한 편에 속했지만, 사실 진짜 초능력자라 불리는 이들은 C급부터였다.


D급에서 C급, A급에서 S급, 이 두 구간을 마의 2구간이라고 부를 만큼 올라서는 데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다. B급에서 A급으로 올라서는 것 역시 힘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별말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대다수가 B급에 올라서는 순간,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었다. 명확하게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 정해져 버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죽어라고 노력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차라리, 한계가 보이는 게 편할 수도 있지.’


손에 닿을 것 같은데 닿지 않는 것만큼,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그건 희망고문이야···’


-쾅!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고도 힘이 넘치는 한지민.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그를 상대해주며,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난감한 표정을 즐겁게 보고 있을 때, 소란을 듣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갈색 정장을 입고, 멋들어진 백발 수염을 기르고 있는 남성을 보며 눈살이 찌푸려졌다.


“재밌는 능력을 지닌 아이구나.”


그는 사나운 짐승처럼 침을 질질 흘려대는 한지민을 보며 귀여운 강아지를 봤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크와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광경에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지팡이를 살짝 들고 땅을 두들겼다.


-후우웅!


묵직한 주먹을 내지르는 한지민의 몸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슬로우모션으로 보였다.


“내, 내 눈이 이상한가?”


눈을 비비는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지팡이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한지민의 주먹을 톡톡 건드리는 남성을 노려봤다.


히어로 협회 3명의 축 중, 한 명으로 협회 내에서도 빌런 관련된 일을 전담하는 부협회장.

그를 이렇게 불렀다. S급 히어로 ‘염라’.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가 곧 염라이며, 염라가 곧 그였다.


그의 초능력의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보는 것과 같이 사람의 몸을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만들었다. 사기 같은 능력이지만, 듣기로는 괴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괴수에게도 통했으면, 12괴신이 날뛸 틈도 없었겠지.’


지금도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한지민을 지나친 그가 심사위원들에게 다가갔다. 인자하게 웃고 있는 염라가 다가갈수록 심사위원들의 안색이 창백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덩치만 커진 애 하나 제압하지 못해서 어디, 심사위원에 어울리겠는가?”


“죄송합니다!”


다 같이 한 몸처럼 동시에 90도로 몸을 숙이는 그들에게 미소를띤 그가 말했다.


“됐네. 이제부터 나도 같이 심사를 보겠네. 일단 이 아이부터 데려가게.”


곧이어 나타난 협회 직원들이 한지민을 보며 고민하는 순간, 그의 몸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드드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간 그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자, 몇몇 직원이 서둘러 그를 데리고 사라지고 나머지는 주변을 정리했다.


정리가 끝나고 시종처럼 옆에 일렬로 서 있는 심사위원들을 두고 의자에 앉은 그가 시작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39번 참가자, 공서진 씨.”


나를 부르는 심사위원의 목소리에 여기저기 움푹 파인 측정장 한가운데 섰다. 다리를 꼬고 있는 염라의 시선을 느끼고 적의가 샘솟았지만, 주머니에 들어 있는 여명을 만지며 참아냈다.


-딸깍 -착


“자, 시작하겠습니다. 39번 참가자께서 여기 작성하신 내용에 따르면 초능력 명칭이, 가시 맞습니까?”


마이크를 들고 TV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행동하는 심사위원이 염라의 눈치를 살피고, 일부러 세세하게 진행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됐으니까, 능력을 사용해 보게.”


염라가 심사위원의 말을 끊고 내게 미소를 지었다.


현재 내 능력은 D급 수준이었지만, 보통 처음 측정하는 초능력자는 F급이 나오는 게 정상이었다. 그에 맞춰 적당히 힘 조절하기로 정하고 입을 열었다.


“가시뼈.”


땅에서 솟아난 가시뼈를 뽑은 다음, 힘을 줘서 던졌다.


-푸욱


목표였던 땅에 정확히 꽂힌 가시뼈. 하지만 방금 전 한지민이 보였던 능력에 비해 볼 품 없이 보여지는 것은 당연했다.


“음··· 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까?”


심사위원의 말을 듣고 한가지 기술을 더 사용했다.


“송곳니.”


-쿠궁


땅에서 솟아난 송곳니를 보며 말했다.


“다했습니다.”


무언가를 종이에 체크하는 심사위원들.


“그럼, 이제 안내에 따라 저 건물로 가시면 됩니다.”


근처의 건물을 가리키는 심사위원의 말을 듣고 걸음을 옮겼다. 이내 마지막 단계인 초능력 측정 장비가 있는 건물로 향하는데, 염라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잠깐.”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가 수염을 쓰다듬는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왜 힘을 빼고 사용했나?”


힘을 빼고 사용했냐는 그의 말에 흠칫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사용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눈치챈 지 몰라도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적 없습...”

“아니, 그랬어.”


단호하게 반박하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유가 뭔가?”


힘을 뺐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흥미롭다는 표정인 염라를 보며 혀를 찼다. 여기서 더 잡아떼면 오히려 괜한 관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귀찮아서.”


말을 하고 정말 귀찮아서 그런 것처럼 귀를 후비며 인상을 썼다.


“귀찮아서 그랬다고?”


이 이상의 관심은 사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만사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전부 귀찮아서.”


혹시라도 쓸데없는 관심을 피하기 위해 그와 시선을 마주 보지 않았다.


“다시 제대로 해보게.”


문득, 강요하는 그에게 가시지옥을 사용하면 단숨에 죽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빌런의 대척점에 있는 그에게 받는 관심은 절대 사양이었다.


어느 정도까지 알 수 있는 건지 몰랐기에, 한 번에 끝내기로 결심하고 목표였던 땅을 바라봤다.


“가시지옥.”


-쿠구구궁!


땅을 솟구쳐 튀어나온 가시가 그 주변을 초토화했다.


-와아아!


감탄하는 초보 히어로들의 목소리에 눈을 찌푸리며 염라를 바라봤다.


“제법이구나. 초능력을 다루는 게 능숙해.”


“이제 가도 됩니까?”


수염을 만지작거리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정말 모든 힘을 다했겠지?”


모든 힘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그가 초능력을 측정하는 능력이 있지 않는 한 알 리가 없었지만, 뭔가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그의 시선에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예.”


말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지게 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가보게.”


한시도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기에, 서둘러 측정의 마지막 단계를 행하기 위해 발길을 서둘렀다.


‘언젠가는 죽인다.’


넓은 체육관 같은 원형 건물에 들어서서, 대기하고 있는 안내인을 따라갔다.


-기웨에에엑!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특수제작된 철창에 갇힌 괴수 앞에선 히어로들이 각자 초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종이에 평가를 하고 있는 직원이 내게 말했다.


“이리 오셔서. 초능력을 사용해 보세요.”


안전선이 표시된 곳에서 철창에 갇힌 괴수를 바라봤다.


6급 괴수 피수리.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독수리 머리에 기린처럼 긴 목을 가진 피수리의 생기 없는 눈동자와 시선이 부딪혔다. 녀석의 털을 자세하게 보면 안에 단단한 비늘이 피부를 보호하고 있어, 초보 히어로가 뚫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군데군데 털이 사라지고 비늘이 갈라진 것으로 보아, 그동안 꽤나 시달리고 치료를 받는 짓을 반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단계는 처음 초능력을 측정하는 사람만이 진행하는 단계로, 괴수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이었다.


“죽이면 어떻게 됩니까?”


내 말을 들은 직원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할 수 있으면,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이미 심사위원과 염라 앞에서 능력을 보였기에, 더는 거리낄 게 없었다.


‘착한 괴수는 죽은 괴수 뿐이지.’


눈앞에 피수리는 곧 죽을 예정이었고, 이미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생기 없는 괴수의 눈동자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죽여줄게.”


피수리가 내 시선을 마주 보다가, 눈을 감았다. 조금은 알아들은 것 같은 행동이었지만, 단순히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알아들은 것처럼 보이는 걸 수도 있었다.


뭐가 됐든, 할 일은 하나였다.


“가시지옥.”


바닥을 뚫고 튀어나온 가시들이 단숨에 피수리의 머리부터 발끝을 지나쳐서 건물 천장까지 꿰뚫었다.


“아···”


천장을 뚫은 가시를 멍하니 바라보는 직원에게 말했다.


“아, 실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해도 빌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부상 당했습니다... +2 21.04.05 152 0 -
25 끝맺음 21.04.02 176 4 12쪽
24 단편 21.04.01 183 2 12쪽
23 기연 강탈 +1 21.03.31 188 3 13쪽
22 짐꾼 21.03.29 186 1 13쪽
21 악의 태동 21.03.28 194 2 12쪽
20 타깃 21.03.26 215 3 12쪽
19 인재 21.03.25 226 3 11쪽
18 성동격서 21.03.24 249 4 12쪽
17 +3 21.03.22 291 7 12쪽
16 진압대 +2 21.03.21 327 8 16쪽
» 초능력 측정 +2 21.03.19 331 8 12쪽
14 히어로 협회 +1 21.03.18 339 10 12쪽
13 방패막이 +2 21.03.17 338 9 12쪽
12 겁쟁이 +1 21.03.14 413 8 11쪽
11 양 떼 +2 21.03.13 424 10 13쪽
10 원하지 않는 도움 21.03.12 414 10 12쪽
9 반안 21.03.11 424 10 12쪽
8 새로운 빌런 +1 21.03.10 450 10 12쪽
7 다른 종류의 빚 +2 21.03.07 459 9 12쪽
6 대시장 +4 21.03.06 504 10 13쪽
5 짝눈 +1 21.03.05 522 11 13쪽
4 태안 21.03.04 566 10 12쪽
3 빌런이 된 이유 +2 21.03.03 605 10 14쪽
2 회귀 +2 21.03.03 662 11 13쪽
1 프롤로그 +3 21.03.03 766 14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