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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해도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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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작품등록일 :
2021.03.03 04:09
최근연재일 :
2021.04.02 23: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9,457
추천수 :
187
글자수 :
135,616

작성
21.03.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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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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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타깃

DUMMY

무너진 병동의 잔해를 박살 내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콰앙!


나오자마자 울려 퍼지는 소음이, 아직 싸움이 한창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넌 뭐야?!”


시신을 어깨에 메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남성이 가던 길을 가지 않고 접근해 왔다. 복면을 착용하고 있는 그는 누가봐도 빌런으로 보였기에, 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말귀를 못 알아듣고 계속 다가오는 남성에게 입을 열었다.


“가라.”

“니가 뭔데, 가라고 명령이야?”


말투가 제법 어여쁜 그에게 귀찮지만, 대가를 줘야 할 것 같았다.


“가시지옥.”


-푸욱!


“컥!”


후속타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전보다 범위가 넓어지고, 더 빨라진 시전을 피하지 못한 남성이 꼬치가 된 상태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그를 내버려 두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퍼억!


코앞에서 얻어맞고 공기를 가로 질러 날아가는, 안면은 있는 4과 히어로.


“죽어랏! 히어로 새끼야!”


날아가는 그를 쫓아가던 빌런과 눈이 마주쳤다. 방해하지 말고 할 일이나 마저 했으면 싶었지만, 빌런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는 그의 발과 땅의 마찰력으로 미끄러져갔지만,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서 내게 달려들었다. 근접전에 자신 있어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일단 어떤 능력인지 알기 위해 송곳니를 사용했다.


-쿠긍!


진로를 가로막는 송곳니를 잽싸게 피한 그가 소리쳤다.


“벗어날 수 없는 늪!”


근처 땅이 흐물거리며 발부터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죽엇!”


이럴 때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게 더 좋은 선택지로 보였으나, 상대는 여태까지 본인보다 근접전에 약한 히어로만 상대했는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파앗


그가 단검을 뽑아들고 허공으로 도약했다. 몸놀림으로 보아, 근접전에 능숙한 초능력자는 아닌 것 같은데, 그만큼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무시라는 단어는 언뜻, 기분 나쁜 단어였지만, 전투 중에 있어서 상대방의 무시하는 태도는 언제든지 환영했다.


호쾌하게 도약해, 단검을 내리찍으려는 빌런.


-퍽 퍽 퍼억!


오른손을 이용해 단검을 쳐내고 명치를 가격하는 즉시 턱을 손바닥으로 올려쳤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상대의 머리통을 잡은 상태로 빨려 들어가는 늪에 내리꽂았다.


이 모든 동작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기에, 그는 전혀 대응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읍! 으읍!”


본인의 능력에 먼저 죽게 생긴 그가 능력을 해제했는지, 늪으로 변했던 땅이 더는 끌어당김이 없는 단순한 진흙탕 상태가 되었다.


“어차피 죽을 거, 같이 죽지 않고?”


끌려들어 가진 않지만, 아직 진흙에 머리가 박힌 상태로 몸을 발버둥 치던 그에게 다른 기술을 사용할 시간을 주지 않고, 즉시 사형선고를 내렸다.


“송곳니.”


-푸욱!


“아아악!”


얼굴에 진흙을 잔뜩 묻힌 놈이 송곳니에 꿰뚫려 꿈틀거렸다. 조금 더 삶을 살아가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주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고함과 더불어, 어디선가 지켜볼지 모르는 시선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가시뼈.”


끝을 내고 진흙탕을 빠져나온 다음, 바지를 축축하게 만든 죽어버린 빌런을 보며 혀를 차고 다시 발을 움직였다.


-콰쾅!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병원 주변.


-탕! 타앙!


화기 소리와 각종 초능력을 사용한 여파로 발생한 소음에 귀가 먹먹했지만, 심장은 점점 차오르는 흥분으로 두근거렸다. 마치 회귀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잊고 있던 감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끄악!”


피투성이가 된 특수경비대가 앞에 나뒹굴었다. 본능적으로 머리를 발로 찰 뻔했지만, 광기에 휩싸일 뻔한 것을 참아내고 지나쳤다.


죽어 나가는 히어로와 빌런을 보며 상황이 원하던 대로 된 것에 만족하자며, 스스로 위안 삼으며 걸어가는데, 염소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나라의 시신을 옆에 내려놓고 빌런을 상대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봤다. 거대한 대검을 귀신같이 다루던 ‘판관‘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 싸움법이었다.


대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한 손에는 톤파를 그리고 다른 손에는 강철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지금도 힘 하나는 센지 묵직함은 느껴져도, 스피드는 현저하게 부족해 보였다.


그녀는 톤파로 방어하면서, 주위를 둘러싼 빌런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피해낸 빌런에게 향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땅을 내리쳤다.


-쾅!


물론 회귀 전의 그녀와 현재의 그녀를 비교하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신기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근처에서 들리는 더 큰 소음에 고개를 돌렸다.


-파앙!


공기를 터뜨리며 고속 이동을 하며 빌런을 죽여대는 이필립. 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은 순수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저놈도 왔네.’


오랜만에 보는 고문자 유호성과 창귀의 간부들 그리고 빅 브라더 간부로 보이는 이가 이필립을 맞상대하며 애를 먹고 있었다. 유호성은 눈과 입만 드러나는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분위기와 체구, 그리고 구부린 자세를 보자마자 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적으로나 힘으로는 그들이 우위에 있었지만, 속도로 압도하는 이필립은 피해 다니며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빌런 한 명의 목숨을 거둬갔다.


-파앙!


“켁!”


또다시 소닉붐과 같은 굉음을 만들어낸 이필립의 손이 창귀 소속으로 보이는 빌런의 목을 꺾었다. 그의 힘이 빠질 때만을 기다리며 인내하는 듯한 그들이었지만, 소모전 양상으로 가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곧 있으면, 협회나 특수경비대가 증원될 것은 당연한 일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는 유호성이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웬일로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거지?’


초조해 보이는 그와 반대로, 빅 브라더에서 파견된 간부로 보이는 인물의 태도는 여유가 가득했다. 뭔가를 노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중, 그들의 원래 목적이었던 강찬혁은 어떻게 된 건가 싶었다.


‘벌써 당한 건가?’


주변을 샅샅이 살피던 중, 남철과 히어로들이 축 늘어진 그를 지키고 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뭐냐?’


그 광경과 목적을 잃고 이필립을 상대하고 있는 그들을 번갈아 봤다. 강찬혁이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살아 있더라도 관심 밖에 있는 듯한 그들의 태도에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 의사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사태를 지켜본 느낌으로, 강찬혁은 핑계고 진짜 타깃은 이필립으로 보였다.


상대하기 벅찬 이필립을 자극해서 유인한 뒤, 빠르게 강찬혁을 죽이고 빠져나간다. 이게 그들의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필립을 죽일 생각이었군.’


실상 그들의 진짜 목적은 날뛰고 있는 A급 히어로 ‘순정마초’ 이필립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판단 착오였다.


내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창귀나 빅 브라더나 거기서 거기인 범죄조직이었지만, 반푼이 히어로 강찬혁에게 있어서 그들은 저승사자와 같았다. 처음부터 창귀가 강찬혁을 죽이지 못했다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은 게 즐거운 착오였다.


-파앙!


빠르게 이동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시위하는 것 같이, 이필립의 손에 닿은 빌런의 복부에 강한 충격파가 터지며 뻥 뚫렸다. 시간이 지나며 피로가 쌓이기를 기다린다기에는 몇 날 며칠이 흘러도 그가 지칠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또다시 소닉붐을 동반하며 시야에서 사라진 ‘순정마초’ 이필립은 확실히 강했다. 회귀 전, 드라큘라로 불렸던 당시의 내가 그를 상대해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승패가 뒤집힐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렇지만 모순되게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그는 내 아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스스로에 대한 고평가가 아니었다.


‘이필립은 이명 그대로 마초.’


순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진 않았지만, 마초는 그를 상징하는 단어가 맞았다. 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였고,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대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고 몸 군데군데 피를 장식한, 사나운 표정으로 서 있는 이필립.


복면을 쓰고 있던 빅 브라더에서 파견된 인물로 보이는 이가 외쳤다.


“시작해라! ‘혈기’.”


사방에 뿌려진 피가 매서운 속도로 이필립에게 쏟아졌다. 또다시 능력을 사용해서 벗어나려는 이필립은 옷과 피부에 묻은 피를 간과하고 있었다.


“커헉!”


빠르게 벗어나던 그가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중심을 잃었고, 그때를 기다린 빌런들의 총공세가 쏟아졌다.


-콰콰콰쾅!


하지만 A급 히어로라는 등급은 쉽게 받은 게 아닌지, 그 충격 속에서도 벗어나는데 성공하긴 했다.


“이, 버러지들이! 쿨럭, 쿨럭!”


이필립이 기세 좋게 소리쳤지만, 그의 몸은 멀쩡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피를 토해내는 그의 주변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피가 다음 공격을 노리고 있었다.


“클클, 운이 좋게도 살았어.”


여유로운 태도의 빌런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생각 하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누군지 단박에 떠올랐다.


‘A급 빌런 흡혈귀.’


드라큘라라고 불리던 내 이명 이전에, 흡혈귀라고 불리던 저자가 있었음은 수없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항상 누가 더 진짜에 가깝냐고 우스갯소리가 돌고는 했었다.


내가 활동할 시점에 그는 이미 죽어있었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일은 없었지만, 궁금한 것은 꽤 있었다.


‘흡혈귀가 여기 나타났다는 것은···’


내가 속했던 레비아탄과 같은 거대 빌런 조직이 활발이 활동하기 전, 현시점에서 가장 악명을 떨치고 협회를 괴롭히던, 어찌 보면 이후에 탄생하게 될 무수한 빌런 조직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소마회’ 역시 이번 일에 개입하고 있었다.


유호성의 지시를 받은 빌런들이 이필립에게 달려들었다. 상처 입은 늑대 같은 모습에도 그는 쉽게 당해주지 않고, 계속해서 덤벼드는 빌런의 숨통을 끊었다.


-퍼엉!


숨통이 끊어졌다고 생각한 빌런의 시체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이필립을 덮쳤다. 곧이어 온몸을 피로 샤워한 그의 고통에 찬 비명이 사방에 퍼져나갔다.


“끄아아아악!”


피가 마치 그의 살점을 뜯어먹는 것만 같이 파먹어 갔고, 떼어내고 떼어내도 다시 달라붙어 숨통을 끊기 위해 움직였다.


본인의 죽음을 예상했는지, 독기에 가득 찬 이필립이 최후의 저항을 쏟아부었다.


-파앙!


소닉붐과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가는 그의 몸에 붙은 많은 피가 사방으로 떨쳐졌지만, 여전히 질기게도 남아서 달라붙은 피는 몸을 헤집어대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방심하고 있는 유호성에게 동귀어진을 시도한 이필립.


그의 손이 유호성의 심장을 뚫을 것만 같은 순간, 유호성이 근처의 빌런을 잡아당겼다.


“어?”


-푸욱!


심장을 관통한 이필립의 이마에 총구를 갖다 댄 유호성이 작별 인사를 했다.


“바이 바이.”


-탕!


피하지 못하고 이마에 탄알이 박힌 그의 육신이 바닥에 기울어졌다.


-탕 타앙 타앙!


몇 번의 확인 사살을 마친 유호성과 흡혈귀 그리고 빌런들이 목표를 완수하고, 그제야 지원부대가 도착했는지 요란스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염소희를 비롯한 살아남은 인원들은 서둘러 빠져나가는 빌런의 모습에, 눈만 끔뻑이며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강찬혁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빌런을 막아내던 히어로들.


뒤늦게 이필립의 죽음을 전해 듣고 바닥에 주저앉은 염소희의 모습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습격은 완벽하게 빌런의 승이었다.


‘재밌네.’


이렇게까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빌런들이 제법 본인들의 역할을 잘 해줘서 흡족했다. 이번 습격으로 4과 팀원들 역시 몸이 성한 인원을 찾는 게 쉬울 만큼 큰 타격을 입었고, 사망자 또한 많았다.


초반 교전에서 다쳤는지 거대해진 몸이 보이지 않던 한지민이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앰블런스에 실려 가는 것을 바라보며 염소희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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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끝맺음 21.04.02 176 4 12쪽
24 단편 21.04.01 183 2 12쪽
23 기연 강탈 +1 21.03.31 188 3 13쪽
22 짐꾼 21.03.29 186 1 13쪽
21 악의 태동 21.03.28 194 2 12쪽
» 타깃 21.03.26 215 3 12쪽
19 인재 21.03.25 226 3 11쪽
18 성동격서 21.03.24 249 4 12쪽
17 +3 21.03.22 291 7 12쪽
16 진압대 +2 21.03.21 327 8 16쪽
15 초능력 측정 +2 21.03.19 330 8 12쪽
14 히어로 협회 +1 21.03.18 339 10 12쪽
13 방패막이 +2 21.03.17 338 9 12쪽
12 겁쟁이 +1 21.03.14 413 8 11쪽
11 양 떼 +2 21.03.13 424 10 13쪽
10 원하지 않는 도움 21.03.12 413 10 12쪽
9 반안 21.03.11 424 10 12쪽
8 새로운 빌런 +1 21.03.10 450 10 12쪽
7 다른 종류의 빚 +2 21.03.07 459 9 12쪽
6 대시장 +4 21.03.06 504 10 13쪽
5 짝눈 +1 21.03.05 522 11 13쪽
4 태안 21.03.04 566 10 12쪽
3 빌런이 된 이유 +2 21.03.03 605 10 14쪽
2 회귀 +2 21.03.03 662 11 13쪽
1 프롤로그 +3 21.03.03 766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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