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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해도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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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작품등록일 :
2021.03.03 04:09
최근연재일 :
2021.04.02 23: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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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0
추천수 :
187
글자수 :
135,616

작성
21.03.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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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반안

DUMMY

계속되는 사냥과 단련으로 점차 드라큘라 공서진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몸에 생긴 상처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근육이 그 증거였다.


파주에 유난히 많은 개체가 서식 중인 8급 괴수 아타란.

작은 곰처럼 생긴 아타란의 발톱은 웬만한 짐승보다 두 배는 크고 날카로웠다. 한순간 방심하는 순간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극도의 긴장감이 감각을 끌어올려 줬다.


크르르


세 마리의 아타란이 주위를 둘러싸고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저세상으로 간 두 마리의 아타란의 사체를 본 놈들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짐승보다 지능이 뛰어날지 비슷할지 몰랐지만 어쨌든, 녀석들도 알고 있었다. 포식자였던 그들이 지금은 단지 피식자에 불과하다는 사실.


크르릉!


두려움을 이겨내고 달려드는 한 마리의 아타란에 맞춰 이제는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썼다.


“파리지옥.”


수십 개의 가시가 동시에 땅을 뚫고 나와 놈들을 집어삼켰다.


-푹 푸욱 푸욱


파리지옥이 연상케 하는 모양새 때문에 이렇게 지었지만, 놈들을 꿰뚫기만 할 뿐 집어삼키는 능력 따윈 없었기에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가시뼈로 아타란의 숨통을 끊어주고 핵을 챙겨 벗어났다.


어제 사냥한 괴수의 수는 총, 19마리. 오늘은 그 수를 뛰어넘자는 일념으로 서둘러 다음 목표를 찾았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 화면을 본 순간, 눈에 띄는 부재중 전화 38통.

김진영과 조민아의 코코넛톡이 쌓여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 있냐는 얘기부터 끝에 가서는 욕설이 쓰여있었다.


‘할 일이 없나?’


김진영은 이해가 됐으나, 조민아는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회귀 전에는 전혀 이랬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 보려다, 생각을 그만뒀다. 이들 역시 자신과 얽혀서 좋아질게 없었다.


친구가 빌런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면, 그와 그녀는 앞으로의 삶이 고단해질 게 분명했다. 특히 히어로 서포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런 낙인은 치명적인 이력으로 작용할 것은 뻔한 일.


김진영은 내게 몇 안 되게 남아있는 인간적인 감성 중 친구라는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이고, 조민아는 친구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한번 빚을 졌다. 이들과 더는 연관되지 않는 게 양쪽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핸드폰을 백팩에 넣고 다시 감각을 끌어올리고 길을 나섰다. 그렇게 다음 타깃을 찾아 나서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뭐지?’


한참을 가도 괴수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 같으면 진작에 한두 마리 정도는 발견해야 정상이었다.


‘느낌이 싸한데?’


쉬이 쉬이이이


짝눈이 고개를 내밀고 수풀만 가득한 전방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짝눈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게 뭔가를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불길한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더는 앞으로 가지 말라고···


고민의 여지 없이 곧바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드라큘라로서 살아갈 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절대 감각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수 천 년간 먹이사슬 꼭대기를 인간이 차지한 이후, 그런 감각은 더 이상 불필요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감을 그저 미신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여러 차례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깨달은 것은, 이 감을 무시하면 항상 끝이 좋지 못하다는 것.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그곳에서 멀리 벗어나기 전까지 괴수들은 다 같이 숨바꼭질을 하는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내 문산 근처에 가서야 활보하는 괴수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야.’


파주에서 벌어질 위험한 일이 있었나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사건은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혹시 모를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병참 도시 문산에 들어서자, 군용차에서 내리는 군인들과 몰려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특수경비대와 경찰의 존재를 확인하는 와중에, 여러 대의 버스가 도착했다. 마치 축구 구단의 버스처럼 각각 특유의 심벌이 새겨진 버스.


‘저건···’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버스에 새겨진 불꽃 심벌에 눈살을 찌푸리고 여명을 만졌다.


-딸깍 -차악


‘살라만더.’


A급 히어로 ‘마법사’ 고진욱이 리더로 있는 팀 살라만더와 내가 속했던 ‘레비아탄’은 수 차례 부딪힌 전적이 있었다. 물론 항상 승자는 레비아탄이었다.


고진욱을 제외한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는 팀이었지만, 마법사라 불리는 그가 문제였었다. 많고 많은 히어로 가운데, 그를 사람들이 마법사라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고진욱의 초능력이 비상식적으로 강하고 화려하다는 거였다.


레비아탄 S급 빌런 파라오는 화염계열 능력과 지독히도 상성이 좋지 못했기에, 항상 고진욱을 상대했던건 나와 내 동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는 저놈이 얼마나 가식적인 인간인지 잘 알고 있었다.


히어로라기보다 빌런에 가까운 인간으로, 사람을 산채로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껴 빌런을 사냥하고 다녔다. 남들은 그가 정의로운 히어로인지 알지만, 그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가까이서 목격한 나는 알 수 있었다.


‘아쉽군.’


정말 아쉬웠다. 끝까지 결말이 지어지지 않은 그와의 싸움을 당장 이어갈 수 없다는 게.


“와! 영상에서나 보던 사람들이야.”


“나도 저 사람 본 것 같아!”


옆에서 감탄하는 초보 히어로와 서포터들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무시 하고 할 일을 해야 했다. 저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예상대로 북에서 괴수가 내려온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종종 북에서 내려오는 괴수는 고위험 등급이었는데, 우스갯소리로 북한에서 일부러 남쪽으로 몰이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진실이 뭐가 됐든 당장의 행보를 정했다.


어차피 저들이 나타난 이상, 괴수는 잡힐 것이기에, 그때까지는 몸을 사리는 편이 나았다. 잠깐 사냥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결론을 짓고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3일이 지났을 무렵, 살라만더를 비롯한 10팀이 합동으로 3급 괴수를 성공적으로 사냥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사냥에 나섰다.


다른 때보다 좀 더 깊숙한 곳에서 사냥을 한 아타란의 사체에서 핵을 챙기고 걸음을 옮길 때.


“도망가!”


멀리서 들리는 비명.

한두 명의 고함이 아니었다.


-쿵!


지축을 흔드는 소리가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알려줬다.


삐이 삐이


짝눈의 울음소리를 듣는 동시에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자, 먼지가 일어나며 거대한 바위가 허공을 날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처리한 게 아니었던가?’


먼지구름이 발생하는 현상이 달리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보이는 나무를 몇 번의 도약으로 뛰어오른 다음, 상황을 파악했다.


-콰앙!


포탄이 떨어진 듯한 굉음이 나는 곳에는, 도망치던 히어로와 서포터를 짓이겨버린 괴수가 보였다. 길쭉한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눈과 머리에 달린 두 개의 뿔, 그리고 징그러운 근육이 꽈배기처럼 꼬여있는 몸통의 괴수.


‘5급 괴수 반안.’


파주에 있을만 한 놈이 아니었다. 이놈 역시 북에서 내려온 게 확실했다.


‘내려온 괴수가 한 마리가 아니었어.’


징그러운 근육은 장식으로 달린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히어로와 서포터를 내리칠 때마다 그들의 육신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당장 이곳을 벗아나야 했지만, 성급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이유는 반안의 능력. 놈은 이미 내 존재를 알고 있었다.


어쩐지 달리는 방향으로 먼지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방향을 틀었지만, 계속해서 이쪽으로 오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반안은 일부러 사람들을 학살하며 내 쪽으로 몰고 있었다.


정확한 반경은 모르겠지만, 놈은 일정 거리 안에 숨 쉬는 생물의 존재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또한 포착한 먹이를 향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린애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손에서 놓지 못하듯, 반안은 한번 포착한 먹이를 죽일 때까지 지독하게 쫓아왔다. 달리는 속도보다 놈이 쫓아오는 속도가 더 빠르기에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죽이는 방법을 계획했다.


‘항상 이랬지.’


삶은 언제나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큰길을 따라갈지언정 무수한 갈래가 존재했고, 지금처럼 돌발 상황은 언제나 있었다.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할 생각을 하자, 긴장감과 흥분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힘이 약해졌다는 생각에 몸을 사려왔지만, 다시금 목숨을 건 상황은 잊고 있던 미소를 되찾아줬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았지?’


약해진 건 육신이라 생각했었지만, 실상 약해진 건 정신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뭐라도 된 것마냥 으스대고 있었다.


죽이고자 마음먹은 드라큘라 공서진은 똥통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먹은 것을 행동에 옮겼었다. 한데 지금은?


“가시뼈.”


나무에서 내려가 반안에게 걸음을 옮겼다.


-콰앙!


“악!”


또 한 명의 사람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고 숨이 끊어졌다. 이제 남은 사람은 세 명으로 반안의 더러운 입이 히죽거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크롸라라


신기한 소리를 내지르는 반안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를 발견하고 잠깐동안 행동을 멈췄다. 도망가는 사람은 있어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어지간히도 신기한지 거대한 눈알이 내 움직임만 쫓았다.


놈의 근육과 행동을 보고 예측해서 움직여야 했다. 능력과 패턴은 알고 있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를 눈으로 따라가고 피하는 것은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


“송곳니.”


-쿠궁!


땅을 뚫고 나온 송곳니를 놈이 가볍게 도약해서 피해냈다. 환영 인사를 가볍게 받아준 놈이 아직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나만 바라봤다.


나 역시 극도로 집중해서 반안의 근육을 놓치지 않고 바라봤다.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놈은 지금 내 행동을 파악하고 있었다.


“도, 도와주세요!”


다리를 다친 남성의 외침이 터져 나오자마자 반안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는 반안을 자극할 거라 이미 예상하고 놈이 움직일 틈을 노리고 있었다.


-퍼억!


남성의 머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미리 준비하고 있던 송곳니를 사용했다.


-푸욱!


“송곳니.”


놈의 시야에서 벗어난 이제는 시체가 된 남성의 밑에서 튀어나온 송곳니가 시체를 뚫고 나가 반안의 옆구리를 찔렀다.


크아아라!


놈의 분노에 찬 괴음을 듣는 즉시 몸을 숙였다.


-후우우웅


공기를 가른 주먹이 머리 위를 스치는 순간, 가시뼈로 눈알을 찔렀지만, 반안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바닥을 짚고 있는 왼손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시밭길.”


전보다 한층 두꺼운 장미 덩굴이 놈을 감쌌다. 하지만 손짓 한 번에 덩굴이 박살 난 덩굴.


어차피 그 잠깐의 틈만 있으면 됐다.


-후우웅 -푸욱!


틈을 노려 가시뼈를 던졌지만, 놈은 재빨리 팔을 들어 눈을 방어했다. 놈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연달아 가시뼈를 날렸다.


팔을 휘둘러 가시뼈를 쳐낸 반안이 근육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해 도약했다.


-쿠웅!


도약해서 내리치는 것을 예상은 하고 피했으나, 날아오는 돌조각마저 피해내진 못했다. 왼쪽 눈썹 위를 스친 돌조각에 상처가 났는지, 피가 흘러내렸다.


반안이 잠깐 옆을 본 직후,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근처에 주저앉은 남성의 머리를 잡고 들어 올려 방패처럼 앞으로 들었다.


“아, 아악! 살려줘요!”


발버둥 치는 남성을 앞세우는 놈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판단이 불가했다. 그렇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 전 옆구리에 당한 상처가 기억에서 날아갔나 보군.’


제법 사냥으로 쌓은 경험이 많은 지, 반안은 사람을 방패로 쓰면 보통의 사람이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우친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마.’


그렇지 않은 인간도 있다는 사실.


-후웅 후웅 후웅


머리를 잡은 인간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나를 놀리는 모습에 튀어나올 것 같은 웃음을 삼켰다. 혹시라도 미소를 보고 피할 수도 있었기에, 일부러 머뭇거리는 행동을 취하며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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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끝맺음 21.04.02 176 4 12쪽
24 단편 21.04.01 183 2 12쪽
23 기연 강탈 +1 21.03.31 188 3 13쪽
22 짐꾼 21.03.29 186 1 13쪽
21 악의 태동 21.03.28 194 2 12쪽
20 타깃 21.03.26 215 3 12쪽
19 인재 21.03.25 226 3 11쪽
18 성동격서 21.03.24 249 4 12쪽
17 +3 21.03.22 291 7 12쪽
16 진압대 +2 21.03.21 327 8 16쪽
15 초능력 측정 +2 21.03.19 331 8 12쪽
14 히어로 협회 +1 21.03.18 339 10 12쪽
13 방패막이 +2 21.03.17 338 9 12쪽
12 겁쟁이 +1 21.03.14 413 8 11쪽
11 양 떼 +2 21.03.13 424 10 13쪽
10 원하지 않는 도움 21.03.12 414 10 12쪽
» 반안 21.03.11 425 10 12쪽
8 새로운 빌런 +1 21.03.10 450 10 12쪽
7 다른 종류의 빚 +2 21.03.07 459 9 12쪽
6 대시장 +4 21.03.06 504 10 13쪽
5 짝눈 +1 21.03.05 522 11 13쪽
4 태안 21.03.04 566 10 12쪽
3 빌런이 된 이유 +2 21.03.03 605 10 14쪽
2 회귀 +2 21.03.03 662 11 13쪽
1 프롤로그 +3 21.03.03 766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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