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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해도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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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작품등록일 :
2021.03.03 04:09
최근연재일 :
2021.04.02 23: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9,467
추천수 :
187
글자수 :
135,616

작성
21.03.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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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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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히어로 협회

DUMMY

미간을 찡그리는 그녀에게 말을 덧붙였다.


“입으로 말을 내뱉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근데 너는 오늘 뭘 했지?”


그녀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히어로는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그러면 너는 뭐 하고 있었던 거지?”


대답을 못 하는 성수연을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너부터 먼저 히어로가 되고 나서 말해. 그때 상대해 줄 테니까.”


물론 나중에 그녀가 정말 히어로가 된다면 내 손에 죽겠지만, 당장은 대답도 못 하는 눈앞의 여자를 상대해 줄 가치가 없었다. 주먹을 움켜쥐며 고개를 내리깔고 있는 성수연을 지나쳐, 방으로 향했다.


짐을 챙겨서 로비에 내려올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녀.

눈살을 찌푸리고 지나치려는 순간, 성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떠나시는 건가요?”


무슨 의도를 갖고 묻는 건가 싶어, 그녀를 쳐다봤다. 의외로 분노를 빨리 잊은 맑은 눈동자가 거슬렸다.


지금까지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아,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은 얼굴이 시선에 들어왔다. 갈색으로 염색한 웨이브 진 머리를 넘기는 성수연의 곧아 보이는 눈매와 눈썹.


“주제 넘었다면, 죄송했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맑고 비틀림 없는 시선.


이런 인간이 싫었다··· 정확히는 이런 인간이 히어로인 게 싫었다.


이런 인간은 개인적으로 싫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히어로는 정말 싫어했다.


‘독.’


저런 히어로가 내게는 독 그 자체였다. 마지못해 대충 손을 휘저어주고 걸음을 옮겼다.


“제가 진짜 히어로가 되면 상대해 주세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무시하고 한산한 거리로 걸어갔다. 걷는 내내 불쾌한 감정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마치 정말 독이 몸속에 들어온 듯 불쾌한 감정.


뭐에 쫓기듯 서둘러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좌석에 앉아 어두워진 창밖을 내다볼 때였다.


“아, 글쎄 내가 6급 괴수를 잡았다니까!”


안 그래도 불쾌한 감정에 불을 지피는 목소리가 들렸다.


“왜 사람 말을 못 믿냐 진짜!”


낯이 익은 라면땅처럼 뽀글거리는 머리의 남성이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


“거참, 그럼 믿지 마!”


버스가 출발하고도 그의 매너 없는 행동은 계속되었다. 다른 때와 다르게 지금은 몹시 기분이 좋지 못했기에, 남성의 거슬리는 말이 몇 배로 거슬리게 들려왔다.


한참을 그의 자랑을 듣던 중, 내릴 때가 됐는지 좌석에서 일어서는 그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이곳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성수연이라는 독이 천년씨앗이라는 족쇄에 얽매여있던, 빌런 드라큘라로서의 본능을 깨우는 촉매가 됐다.


거슬리다 못해 넘쳐흐르는 불쾌함을 지우기 위해 광기를 받아들였다.


‘히어로는 죽이고, 원하는 것은 빼앗고, 철칙을 지킨다.’


계속되는 통화에 정신이 팔린, 남성은 뒤를 따르는 내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인적이 아예 없는 골목에 들어설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고 후드를 뒤집어쓴 다음, 남성을 앞질러 앞을 가로막았다.


“어, 어, 잠깐 끊어봐. 뭡니까?”


앞을 가로막는 내 모습에도 긴장하는 기색 하나 없는 남성.

아마 초능력이 생긴 이후, 자신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표정으로 전해졌다.


대답을 안 하고 미소를 짓는 내 모습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냐니까?”

“매너.”


“뭐?”


그제야 인상을 쓰는 그가 다시 입술을 움직이는 순간.


-쾅!


“어억!”


어차피 보잘것없는 초능력이겠지만, 발휘할 시간을 주지 않고 머리를 벽에 처박았다.


-쾅!


“아악!”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손을 떼어내려고 갖은 온갖 힘을 끌어모으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매너 지켜야지?”

“무, 무슨···”


-쾅!


이번엔 안면을 박아버리자, 그의 손에 힘이 풀려갔다. 벽에 기대고 힘이 풀려 주저앉은 그를 놔주며 물었다.


“히어로냐?”


혼이 나가 보이는 상태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남성의 라면땅 같은 머리를 잡아당기고 다시 질문했다.


“정말 히어로냐?”


정신이 조금 드는지 나를 노려보던 그가 손을 움직이려고 했다.


-쾅!


피가 터진 얼굴을 벽에 처박고 짓이겼다.


“끄아아악!”


그의 비명을 즐기다가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히어로 맞아?”


“···그, 그래··· 이 개새끼야. 넌 꼭 내가 죽!...”


-쾅!


벽에 얼굴을 집어 던지듯 처박고 옷 속에 있는 짝눈을 꺼내줬다.


쉬이이 쉬이익


남성의 눈앞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짝눈.


“저, 저리 가···”


매가리 없는 손을 휘두르는 남성에게 웃으며 말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잖아. 다음 생엔 히어로보다 사람 먼저 돼라.”


짝눈에게 독을 사용하라고 속삭였다.


-키웨에에


보라색 연기가 그의 몸을 덮쳐갔다. 이내 몸을 긁으면서 바닥을 뒹구는 남성이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즐겁게 감상했다.


“···콜록, 살, 살려줘···”


독에 중독되어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남성을 내려다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쯧, 저질렀군.’


광기에 몸을 던진 뒷감당을 해야 하는 귀찮음은 존재했지만, 가슴을 채웠던 불쾌함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 같았다.


당장 조사를 나오면 독을 쓰는 초능력자부터 용의 선상에 오를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랐기에, 히어로 협회에 방문해서 초능력을 측정하고 등록해야 했다.


‘어차피··· 천년씨앗을 얻기 전까지만 버티면 돼.’


확 김에 저지른 것은 저지른 거고, 몇 개월 정도 들키지 않을 시간은 확보해야 했다.


‘쯧, 거기를 가야하네.’


같잖은 히어로 협회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다음날.


핸드폰으로 길거리에서 독살당한 남성 사건을 다루는 뉴스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히어로 협회로 서둘러 향했다.


돈을 얼마나 처발랐는지 쓸데없이 하늘을 뚫을 것만 같이 우뚝 솟아있는 협회 건물 앞에서 내키지 않는 발길을 머뭇거렸다.


‘이곳에 다시 올 줄이야.’


문산에서 경찰서에 방문한 직후부터, 끊임없이 쌓인 협회의 핸드폰 문자를 살펴봤다. 초능력 측정을 받아야 한다는 말부터 3개월 내로 측정을 받지 않을 시, 벌금과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


‘기생충 같은 놈들.’


내키지 않지만, 복마전과 같은 히어로 협회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챙겨입은 검은색 테디베어 후드티에 캡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을 지나쳤다.


‘저 인간은···’


B급 히어로 ‘카우보이’ 남지성.

벌써부터 아는 사람을 발견하고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았다. 그가 지나가기 무섭게 또다시 보이는 낯익은 얼굴.


A급 히어로이자, 특수경비대 소속 ‘애주가’ 김정인.

그와도 몇 번 부딪혔던 전적이 있었다. 애써 무시하고 걸음을 서둘렀다. 출입증이 없는 방문객은 로비를 통과할 수 없었기에, 카운터에 다가갔다.


앉아있는 남성을 보자, 처음 히어로 협회에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던 안내원.


사람이 눈앞에 서 있는데 아무 말도 없이 귀찮다는 듯 쳐다보는 남성에게 말했다.


“출입증.”


그의 눈썹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초능력 측정.”


내 모습을 훑어본 그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에게 주민등록증을 건네고, 툭 하고 던진 출입증을 챙겨 들었다.


안내원이 히어로 협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거만하고, 가식적이며 뒤가 구리지.’


저 안내원은 기억하기로, 초보 히어로에게만 저렇게 대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제와 마찬가지로 최단기간에 S급 히어로가 될 ‘야왕’ 한그루에게도 그런 식으로 행동해서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출입구를 통과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옆에 와서 섰다. 슬쩍 고개를 들어 안면을 살펴보고, 모른 척 앞을 바라봤다.


얼마 전, 만났던 ‘판관‘ 염소희.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그녀의 존재에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녀를 도와주긴 했지만, 회귀 전에는 마주치면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 사이였다.


침묵 속에서 22층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때, 웬일인지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초능력 측정 때문에 오신 건가요?”


냉혈 인간이었던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는 것에 한 번 흠칫하고, 적의가 담겨있지 않은 그녀의 어투에 어색함을 느껴서 살짝 늦게 대답했다.


“예.”


“긴장하지 마세요. 저도 처음 측정할 때 긴장했었는데, 별거 없었어요.”


저렇게 길게 말 할 수 있었던 여자였나 싶었다. 지금에 와서 그녀가 했던 말 중에 기억나는 것은 한 단어 ‘죽어.’였다.


“예.”


22층에 도착한 즉시, 내리려는 내게 염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건투를 빕니다.”


건투를 빈다는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과 죽으라고 말하는 회귀 전 그녀의 얼굴이 동시에 떠올라, 눈가가 떨려갔다.


22층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았다. 22층에서 접수를 하지만, 협회 놈들은 일을 복잡하게 꼬아놨기 때문에, 이곳에서 접수를 하고 다시 야외로 나가서 측정을 받아야 했다.


이런 부분에서도 자기들 편한 대로 하는 협회를 욕해주고, 마찬가지로 대기표를 들고 앉아있는 초능력자들을 바라봤다.


전부 처음 보는 초능력자들.


‘응?’


피라미들이라는 생각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 재밌는 인물을 발견하고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유약해 보이며 어딘가 안색이 좋지 못한 그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명은 기억하고 있었다.


A급 빌런 ‘유다’.

무슨 이유로 빌런이 된 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었다. 그러나 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빌런 중에서도 과격파에 속하는 인물로, 최초로 히어로 협회를 습격한 유쾌한 인간이었다.


‘한 8년쯤 뒤였던가?’


물론 습격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남긴 ‘돼지우리를 청소하러 왔다!’라는 말은 빌런들 사이에서 한동안 회자되었다.


그 누가 병약해 보이는 저 인간을 보고 그런 일을 떠올릴 수 있을까?


히어로들의 면상만 보다가, 유쾌한 인간을 봤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유다가 제법 맘에 든다고 했다가, 내게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본다는 핀잔을 줬던 동료들이 떠올랐다.


천년씨앗을 손에 넣는 즉시, 그들을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복수의 시작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78번 고객님.


상념을 깨우는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였다. 이윽고 접수를 마치고 초능력 측정을 위해 다시 야외로 이동하며 일을 번거롭게 만든 협회를 끊임없이 욕했다.


-퍼엉!


측정장에 걸어갈수록 여러 가지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


사람들의 고함이나 초능력을 사용한 여파로 발생하는 소음을 들으며,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의 안내를 따랐다. 처음 시작은 신체 능력 측정이었다.


‘E급 정도면 적당하겠지.’


달리기, 멀리 뛰기, 들 수 있는 최대 무게, 심지어 유연성 테스트까지 적당히 마치고, 때마침 근처에 보이는 ‘유다’를 관찰했다.


힘이라고는 어린 학생보다 없어 보이는 유다는 예상대로 30kg 무게의 아령도 버거워했다. 낑낑거리며 고생하고 있는 그의 진짜 힘은 이런 측정으로는 알 수 없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에는 4명의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초능력의 위력과 괴수 살상에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파악하는 장소였다.


곧이어 나보다 먼저 측정을 받는 유다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38번 참가자, 한지민.


창백한 안색의 ‘유다’ 한지민이 심사장 가운데 가서 섰다. 초조해 보이는 그가 주변을 이리저리 불안한 시선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시작하시면 됩니다.”


심사위원의 말에 그가 조심히 손을 들고 말했다.


“저기, 제가 조절을 못 하는데··· 괜찮나요?”


그러자 가장 오른쪽에 앉은 여성 심사위원이 마이크에 대고 대답했다.


“괜찮으니까, 시작하세요.”


괜찮다는 말을 곧 후회하게 될 심사위원과 유다를 보며 유쾌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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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연 강탈 +1 21.03.31 188 3 13쪽
22 짐꾼 21.03.29 186 1 13쪽
21 악의 태동 21.03.28 195 2 12쪽
20 타깃 21.03.26 215 3 12쪽
19 인재 21.03.25 226 3 11쪽
18 성동격서 21.03.24 249 4 12쪽
17 +3 21.03.22 291 7 12쪽
16 진압대 +2 21.03.21 327 8 16쪽
15 초능력 측정 +2 21.03.19 331 8 12쪽
» 히어로 협회 +1 21.03.18 340 10 12쪽
13 방패막이 +2 21.03.17 338 9 12쪽
12 겁쟁이 +1 21.03.14 413 8 11쪽
11 양 떼 +2 21.03.13 424 10 13쪽
10 원하지 않는 도움 21.03.12 414 10 12쪽
9 반안 21.03.11 426 10 12쪽
8 새로운 빌런 +1 21.03.10 450 10 12쪽
7 다른 종류의 빚 +2 21.03.07 459 9 12쪽
6 대시장 +4 21.03.06 504 10 13쪽
5 짝눈 +1 21.03.05 522 11 13쪽
4 태안 21.03.04 566 10 12쪽
3 빌런이 된 이유 +2 21.03.03 607 10 14쪽
2 회귀 +2 21.03.03 662 11 13쪽
1 프롤로그 +3 21.03.03 767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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