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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해도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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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가
작품등록일 :
2021.03.03 04:09
최근연재일 :
2021.04.02 23: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9,472
추천수 :
187
글자수 :
135,616

작성
21.03.14 23:51
조회
413
추천
8
글자
11쪽

겁쟁이

DUMMY

당장에 윤성의 머리에 가시뼈를 박아 주기 전에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옆 사람과 웃고 떠들고 있는 히어로와 서포터 무리.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그들이 빌런일거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한 한 남성이 손을 들고 윤성에게 질문했다.


“저, 윤성 씨?”


학교 다녔을 때,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 남성을 바라보던 윤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네?”


“괴수는 어딨나요?”


윤성이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D급 빌런 오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 역시 머뭇거리며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수적으로 압도적인 열세인 그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처리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뭐냐 이 바보들은···’


혹시 다 같이 짜고 자신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판 게 아닐까? 그게 더 현실성 있어 보였다.


한편의 아마추어 연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인상을 찌푸릴 때, 이번엔 다른 여성이 윤성에게 물었다.


“그분들은 누구예요?”


“음··· 제 동료입니다.”

“아, 그렇구나.”


빨리도 수긍하는 여성.

윤성과 눈빛을 교환한 오민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자, 자 여러분, 이제부터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조금만 빨리 따라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여기저기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을 보며, 설마 이 중에 한 명도 의심을 하지 않는 건가 싶어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설마 했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성수연만이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고, 나머지 인원은 전부 의욕적인 발걸음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제야 저런 찌꺼기 같은 놈들이, 어떻게 이 사람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끌고 간지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하, 하···”


화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기분.

성수연, 그녀만 데리고 이곳을 그냥 빠져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런 바보들을 굳이 구해주려고 나서서 힘을 뺄 이유 따윈 없어 보였다.


그들을 따라가야 할지 아니면 내 곁에 있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성수연이 조심스럽게 내게 뭔가를 물어보려 했다.


“저 서진 씨 그···”

“조용히 해.”


순간 발끈하려던 그녀의 얼굴을 분노를 담아 노려보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다시 입을 뗐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따라와.”


우물쭈물하는 성수연의 손을 잡아끌며 밑으로 내려가는데···


“수연 씨! 어디 가요?”


뒤에서 들려오는 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거의 다 왔는데, 그냥 가시게요?”


그새 이 쓸데없이 친화력만 좋은 여자는 친해진 사람이 생겼는지, 그녀를 위해주는? 남성도 생긴 것 같았다.


덕분에 그냥 걸어 내려가려던 계획 같지도 않은 계획이 비틀어졌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었기에, 꽤 괜찮은 계획이었는데···


성수연이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그냥 돌아가 볼게요. 일이 생겨서요.”


“그러지 말고, 같이 가요.”


같이 죽으러 가자는 얘기를 아주 친절하게 해주는 남성.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성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가시면, 너무 아깝지 않으세요?”


성수연이 조심스레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이 여자고, 그냥 다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윤성이 손짓을 더 해가며 설득에 나섰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정말 돌아가시게요? 나중에 후회할걸요?”


입술을 움직이려는 그녀 대신 내가 답을 대신해 줬다.


“맞아. 후회하겠다.”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윤성의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순간,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잡았다.


“뭐, 뭐하···”

“아이언 메이든.”


-푹 푸욱 푸욱 푹!


땅에서 솟아오른 수많은 가시가 그의 머리만 남기고 몸을 감싼 다음, 미친 듯이 찔러댔다.


“아아아악!”


피를 토해내며 고통에 찬 절규를 내지르는 윤성.

그에 맞춰 성수연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


또 그에 맞춰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


-사, 사람을 죽였어!!!


정신을 차린 오민수가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그와 동시에 성수연에게 같이 죽으러 가자던 남성이 외쳤다.


“수연씨, 얼른 이리 와요!”


“어, 어째서 살인을?”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그녀가 주저앉아서 나를 가리키며 벌벌 떨었는데, 그 모습을 무시하고 오민수와 떨거지들에게 걸음을 옮겼다.


“이 빌런, 각오해라! 용서하지 않겠다.”


아까부터 거슬리는 히어로로 보이는 남성이 길을 막고, 정의의 용사를 흉내 내며 내게 돌진해왔다. 두 자루의 낫을 휘두르는 틈에 보이는 온갖 허점.


-시이잉!


소리만 요란하게 지르는 주인과 마찬가지로 공기만 요란하게 가르는 낫을 피하고, 송곳니로 꿰뚫어 버리려는 순간, 머릿속에 천년씨앗이 스쳐 지나갔다.


“쯧.”


-시잉!


또다시 휘두르는 낫을 피해낸 뒤, 그의 코를 가볍게 주먹으로 가격했다.


-퍽


“악!”


순간적으로 눈을 감은 그의 틈에 파고들어, 옷을 붙잡고 오민수에게 던졌다. 그러자 내 초능력을 파악하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던 오민수가 본능적으로 본인에게 날아오는 남성 몸을 발로 찼다.


-퍼억!


“커허억!”


그 모습에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와 오민수를 번갈아 바라봤다.


오민수와 나는 비탈길을 구르는 남성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내 노려보고 있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야, 박쥐.”


본인의 이명을 알고 있는 것에 놀란 놈에게 말을 이어갔다.


“많이 컸네. 내 눈도 다 마주치고.”

“무슨 개소리냐?”


그에게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었지만, 회귀 전 오민수는 내 목소리만 들어도 벌벌 떨며 바닥을 기었었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박쥐라고 불리는 게 아닌, 그저 이리저리 붙었다 떨어지는 행동 때문에 붙은 이명. 그런 행동이 눈에 거슬려서, 가끔 마주칠 때마다 모욕과 고통을 줬었다.


“하긴 기억 못 하는 게 낫겠다.”


“이 새끼 이거, 똘아이야 뭐야?”


나를 발견하자마자 새파랗게 질려서 도망가기 바빴었던 오민수. 그랬던 그가 현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에 서 있는 부하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행동에 나섰다.


예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뒤통수를 자랑하는 오민수에게, 다시 한번 공포를 뼈에 사무치게 새겨주기로 했다.


“가시뼈.”


-휘이잉!


“비겁하게!”


날아오는 가시뼈를 피해 내는 그를 보며, 가시뼈를 미끼로 준비했던 기술을 사용했다.


“가시지옥.”


-쿠구궁!


애초부터 목표는 놈이 아닌, 뒤에 있는 떨거지들이었다. 소음이 들리자, 긴장을 하며 땅을 바라보던 오민수.


웃으며 뒤편을 가리키는 내 손끝을 따라 불안한 눈동자를 옮겼다. 그가 또다시 뒤통수를 보이며 인간 꼬치가 되어버린 부하들을 바라본 즉시, 송곳니를 사용했다.


-푸욱!


“악! 젠장!”


“가시뼈.”


종아리에 상처를 입은 놈이 발을 절뚝이는 상태로 이번엔 저도 모르게 등짝을 내게 보였다. 아마 피한 후에, 반격을 시작한다는 단꿈에 젖은 속셈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손바닥 안이었다.


‘네 행동이야 뻔하지.’


D급 빌런 박쥐 오민수는 회귀 전과 다를 게 하나 없는 겁쟁이였다. 본인보다 약한 이와 싸울 때는 모르겠지만, 비슷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를 만나면 겁부터 더럭 집어먹는 습관이 있었다.


겁이 많았기에 끊임없이 무슨 일이 벌어진 지 확인하고 싶어 했고, 본인의 안전이 확보되기 전에는, 목숨 걸고 전면에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


-휘이잉 -푹!


간신히 피해낸 그의 팔을 스친 가시뼈가 땅에 박혔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실상 놈을 죽이려는 목적보다 분풀이에 가까웠다.


가시뼈를 계속해서 소환하며, 다트를 던지듯 오민수의 몸만 약간씩 스치게 던졌다. 경사진 산에 올라가려는 그의 노력은 안타깝지만 성공하기 힘겨워 보였다.


조금이라도 올라가려고 하면 옆으로 움직이게 유도했고, 나무 뒤에 숨으면 나무를 그대로 뚫어서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후우웅 -푸욱!


그가 내디딜 길을 가시뼈로 인도해주다가, 힘이 빠져가는 그의 다른 한쪽 종아리를 향해 가시뼈를 명중시켰다.


“끄아아악! 이 시발!”


언덕에서 미끄러져 내리며 힘겹게 올라간 일이 헛수고로 변했다. 이제 슬슬 도망치는 게 불가능하니, 그가 초능력을 사용할듯싶었다.


그의 초능력은 잠시 동안 상대에게 환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정신 계열. 나를 열렬히 노려보고 있는 오민수가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여명을 만지작거리며 놈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딸깍 -착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까 보자!”


뭔지 몰라도 손을 내밀고 뭔가를 하고 있는 그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발짝. 놈이 비열한 미소와 함께 펼친 손바닥을 쥐어짜듯 꽉 쥐었다.


“곧 네놈의 목을 따주마!”


두 발짝. 기고만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지고 부르르 떨어대는 오민수.


“어떠냐!? 이 새끼야!”


세 발짝. 그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동자가 흔들려갔다.


“어, 어때? 어지럽지?”


네 발짝. 슬그머니 손을 내리고 멍하니 중얼거리는 놈의 근처에 도달했다.


“어··· 왜 이러지?”


다섯 발짝. 어색하게 떨려가는 미소를 짓는 그.


“장, 장난 한번 해봤습니다.”


-짝!


그의 머리카락을 잡고 뺨을 내리쳤다.


-짜악!


“어억!”


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흘러내리는 그의 뺨을 연달아 두 번 더 내리쳤다.


-짝 짜악!


“아아아!”


눈을 피하려는 그의 시선을 강제로 움직이지 못하게 맞추며 말했다.


“야, 박쥐.”


대답을 않는 그의 뺨을 또다시 내리쳤다.


-짜악!


코와 입에서 피가 새어 나오는 오민수의 팔이 덜덜 떨려갔다.


“대답 안 하냐?”

“예···”


-퍼억!


“카아학!”


마지못해 대답하는 그의 안면에 그대로 니킥을 날리자, 입이 뭉개져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내 다시 한번 물었다.


“야, 박쥐.”

“예! 예!”


드디어 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준비가 된 그의 머리채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유호성은 잘 지내냐?”


순간 이해를 못 한 그가 대답을 못 할 때 손바닥을 들어 올리자, 서둘러 답을 찾아내고 대답했다.


“예! 예, 잘 계십니다!”


“그러냐? 그런데 너네 목적이 뭐야?”

“예?”


-짜악!


반문하는 그의 뺨을 한 대 더 때려주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하라고 경고를 해줬다.


“지금부터 대답 외에 다른 말이 튀어나오면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주마.”


오민수는 겁에 질려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어댔다.


“지금부터 사람들 앞에서, 네 입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 만약,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 안 해도 알지?”


“예! 아, 알겠습니다.”


그의 머리채를 덥석 잡고 두려운 표정으로 내 행동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끌고 갔다. 머리털이 빠질 것 같은 고통에도, 신음 소리 하나 튀어나오지 않게 입을 양손으로 막고 버텨내는 오민수의 모습이 기특해서 손아귀에 힘을 더 세게 줬다.


가까이 다가오는 내 모습에 200명 가까이 되는 히어로와 서포터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는 모습이 보여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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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짐꾼 21.03.29 186 1 13쪽
21 악의 태동 21.03.28 195 2 12쪽
20 타깃 21.03.26 215 3 12쪽
19 인재 21.03.25 226 3 11쪽
18 성동격서 21.03.24 249 4 12쪽
17 +3 21.03.22 291 7 12쪽
16 진압대 +2 21.03.21 327 8 16쪽
15 초능력 측정 +2 21.03.19 331 8 12쪽
14 히어로 협회 +1 21.03.18 340 10 12쪽
13 방패막이 +2 21.03.17 338 9 12쪽
» 겁쟁이 +1 21.03.14 414 8 11쪽
11 양 떼 +2 21.03.13 424 10 13쪽
10 원하지 않는 도움 21.03.12 414 10 12쪽
9 반안 21.03.11 426 10 12쪽
8 새로운 빌런 +1 21.03.10 450 10 12쪽
7 다른 종류의 빚 +2 21.03.07 459 9 12쪽
6 대시장 +4 21.03.06 505 10 13쪽
5 짝눈 +1 21.03.05 523 11 13쪽
4 태안 21.03.04 566 10 12쪽
3 빌런이 된 이유 +2 21.03.03 608 10 14쪽
2 회귀 +2 21.03.03 662 11 13쪽
1 프롤로그 +3 21.03.03 767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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