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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Heroofth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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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노트
작품등록일 :
2011.10.30 16:35
최근연재일 :
2016.07.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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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1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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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Hero of the Day - episode 2-13/ 재보의 여왕.

DUMMY

<5>



「아게하 이노브릴 블랙로즈. 그녀의 등장으로 세상은 크게 변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그녀만큼 변화와 개혁을 불러온 사람이 있었을까요. 그녀는 경제를, 사회를, 교육을, 사상을, 인류가 가진 인식 그 자체를, 큰 폭으로 변화 시켰습니다. 천 년 전에도 분명 그것만으로 충분했을 겁니다. 하지만 너무나 독창적이고 뛰어났던 그녀의 천재성은 그 도가 지나치고 말았지요. 그녀에 의해서 이 이른 시기에 인류는 새로운 마도 문명까지 그 시작을 알리게 된 겁니다.」


천 년 전에도 아게하에게는 신자가 넘쳐났다. 탑의 마법사들은 모두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용병대의 영역을 확장하고, 종족연합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마치 그녀를 신처럼 따르는 자들이 산에 산을 이루며 줄을 지어 늘어났다. 아게하 신자. 아게하가 해가 서쪽에서 뜬다 말하면, 잘못된 해를 고쳐 다음날 아침에는 서쪽에 걸어버릴 자들. 이미 천년이나 지난 지금도 베일의 그는 마치 그 시절 아게하의 신자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소수만이 알고 있는 신비. 미지나 다름없었던 마법의 근대화. 그리고 그녀에 의해 그 시기부터 싹틔운 마도과학이라는 새로운 마도 문명. ‘마도과학’. 그 체계를 확립해 버린 그녀가. 그리고 그 새로운 문명의 발견이 어쩌면, 이 현대의 모든 문제를 만들어낸 가장 큰 원흉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도과학에 대해서는 아게하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마법에 의해 경시되어 황무지나 다름이 없었던 과학을 발전시킨 것이 다름 아닌 아게하다. 그리고 그 발전시킨 과학문명과 마법문명을 하나로 융합. 마법과 과학을 보다 뛰어난, 보다 한 단계 발전한 새로운 기술 체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 덧붙여 말하면, 지금 마나 플레이트라고 말하는 그것도 그 원형을 그 시절에 본적이 있는 것 같다. 브류나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아게하의 말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을 뿐.


「그 결과 마도과학이라는 새로운 힘을 손에 넣은 인류는, 고작 100년 만에 이 별에서 모든 몬스터를 몰아내고. 별의 주인인 종으로서 독자적인 번영의 길에 올라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천년, 아니 어쩌면 3천년도 더 걸렸을지도 모르는 고도의 발전을 고작 천 년 만에 이룩해 내며. 이 현대, 마도과학으로 대변되는 찬란한 인류의 문명을 쌓아왔던 것입니다.」


“문명의 발전이라. 그건 좋은 것이 아닌가?”


나는 그의 말에 드는 한 가지 의문을 물었다. 그의 얼굴을 가린 흰 천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위 아래로 흔들렸다.


「네, 확실히 그건 인류에게 좋은 경향이었습니다. 인류의 삶은 과거에 비해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풍족해 졌으며, 모든 것이 편리해 졌고, 효율적이며 체계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란 일방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인류의 사상이, 의식이, 그 과도한 발전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던 겁니다. 인류에게 있어 여러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끝에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뒤돌아 갈수가 없는 문명의 발전은.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만을 야기한 체, 해결할 시간조차 남기지 않고 새로운 문제들만을 누적시켜 갔던 겁니다.

하지만 처음 그 대안을 찾는 것은 그 또한 멀리도 있지 않았습니다.


문명의 힘은 만능-.


마도과학은 그 가능성의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발전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이 문명을 가속 시키는 것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쩐지 그의 말끝은 매우 지쳐 있었다. 지금까지 가운데 가장 축 늘어져 그의 말은 어떻게 보면 자책하는 것처럼 까지 들렸다.


「그 결과 우리 관리자는 이별이 모두 포화될 수준으로 문명을 가속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이 계속해서 어둡다. 어두운 침묵 속에 지금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그의 망설임을 알 수 있었다.


「유하진씨. 당신은 신의 존재를 믿습니까?」


뜬금없이 말을 바꾸며 그는 다른 것을 물어 왔다.


“신? 그 쌍둥이 여신님을 말하는 건가?”


「네. 달의 쌍둥이 여신이라 불리우는 ‘루나’와 ‘레아’. 두 창조신님에 대한 겁니다.」


“있는 거 아니야? 어차피 진위를 알 수 없다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생각하기 좋으니까.”


나의 대답을 들은 그의 말은 조금 지금까지의 무게가 빠지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렇습니까? 있으면 좋을 것 같으니 믿는 다라. 그것도 나름 종교에 대한 좋은 해석일지도 모르겠군요.

달에서 내려와 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는 두 여신. 종교에 따라, 지역에 따라, 전승에 따라, 여러 부분이 다르긴 합니다. 특히 끝 부분은 천차만별이지요. 누군가는 달로 돌아갔다고. 어딘가는 새로운 시작의 별을 찾아 우주로 떠났다고. 누군가는 그 몸을 마나로 화해 아직까지도 우리의 곁에서 이별의 생명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하고.

그러나 그 기원이 어디든, 어찌됐든 동일한 부분은 존재합니다. 달에서 내려온 두 명의 여신. 그 둘은 마나를 창조하고, 이 별에 생명을 창조 하였다.」


‘진위를 알 수 없다고 했습니까?’ 갑자기 그가 다시 한 번 묻는다.


「최초의 여신은 있었다. 그건 진실입니다. 이 근래에 되어서야 과도하게 발전된 마도과학의 기술력에 의해 그 사실에 확신을 가질 수가 있게 되었지요.

지리학에 따르면 태초에 이 별은 붉었습니다. 붉은 별. 죽음의 별. 생명체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가혹한 환경의 별. 하지만 달에서 내려온 두 여신은 마나를 이용하여 이 별의 환경을 바꾸는 대규모 테라포밍[Terraforming]을 행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별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하였다. 하지만 사실 별 그 자체를 뒤바꾸는 테라포밍을 하고서도 이 별에는 생명체가 살아가기에는 문제가 많은 별 이였다. 대기조차 모두 습수가 불가능한 강렬한 자외선의 태양광은 생명체에게 오히려 독에 가까웠고. 또한 대기의 주류를 이루는 구성분 조차 생명체에게는 친화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별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지?”


「마나 때문이군요.」


내 말의 대답은 그가 아닌 세릴에게서 들려왔다. 세릴 역시 다른 경로를 통해 지금의 대화를 같이 듣고 있는 듯 했다. 베일의 남자가 말하는 해답도 그와 같았다.


「그건 마나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의 근원. 그건 이 별의 환경만이 아닌, 이 별에서 탄생하는 모든 생명체에게도 작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별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다. 마나야 말로 여신님이 이 별의 생명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 하지만 마나는 이별의 생명에게 있어 최대의 축복이자, 최대의 저주이기도 했던 겁니다.」


마나는 이별의 축복이었다. 하지만 최대의 저주라.

그런 그의 말에는 뒤이어 지는 확신이 있었다.


「마나가 없다면 생명체는 살수 없다. 이 별의 생명은 그 탄생에서부터 결함품이었던 겁니다.」



<6>



「결국엔 그런 겁니다. 인류가 껴안은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 유일한 선택. 인류의 우주를 향한 진출의 준비는 끝났다. 그러나 종의 한계에 의해 그건 불가능했다.

소드마스터인 당신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 마나가 가진 생명체를 향한 무한한 사랑. 마나가 가진 그 범상치 않은 혜택들을. 마나는 이 별의 생명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생명으로서의 혜택을 누리게 하지만, 그 마나가 존재하는 이 별을 벗어난다면 우리는 생존조차 불가능 하지요. 유하진씨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고작 마나와 단절 시키는 것만으로 이별의 생명체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래, 나 역시 잘 안다. 마나와 생명체를 단절시키는 붉은 안개. 그 속에서는 절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다.


모든 조각이 들어맞았다.

포화에 가까운 문명의 가속, 그건 막힌 벽을 향해 달리는 마차와 같다.

벽이 있다는 말은 곧 한정됬다는 걸 의미한다.

가득 찬 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건 고인 물과 같이 미래가 정해져 있다.


“그건 마도과학으로도 불가능 한 건가?”


「불가능합니다. 시도는 있었습니다. 신인류계획. 마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그러면서도 이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인류를 만든다. 이 별에 존재하는 모든 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롭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인류. 그러나 저희가 지금껏 심혈을 기울인 그 계획도 현재는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No-82789457112 ‘세릴’이라고 하는 유일한 성공작은 있었다. 그러나 그 세포를 배양해도, DNA구조를 복사해도 생명체의 구조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실패작이었다. 현재 가능한 모든 실험을 시험해도 신인류의 완성된 프로토 타입 모델은 고사하고 성공의 원인조차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인류에 미래를 맡기는 것도, 기존의 인류를 신인류로 바꾸는 것도 지금은 불가능.」


그의 말에는 깊은 호흡이 있었다. 계속해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사실만을 전달하려는 노력. 그러나 그 노력 속에서도 그의 바닥을 알 수 없는 실망감만은 감출수가 없었다.


「찰나의 점멸이 있었을 뿐 희망은 아니었다. 무려 80년 전에서 부터 걸쳐 내려온 계획이었던 겁니다. 그녀의 성공은 고작 1/89456327100 분의 가능성. 오히려 성공이 있기에 더욱더 명확해진 프로젝트의 실패. 이제 더 이상 인류는 신인류 실험을 계속할 여력도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


세릴은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별에서 탄생한 생명체 중에 유일하게 우주로 진출 가능한 생명.

인류 이면서도 인류가 아닌, 가장 특별하고 이질적인 존재인가.


「그리고 현재 이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가장 치명적이며 시급한 문제.

그건, 이 별은 넓었다. 그러나 4개의 종족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좁았다는 겁니다.

인류 중 가장먼저 실권을 장악한 인간은 흉폭성을 구실로 오크족을 슬럼으로 내쫓고, 엘프와 드워프족에게는 끊임없는 제제를-. 표면에서, 내부에서도 아슬아슬할 정도의 차별을 계속해서 강요해 오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멸밖에 없다. 어쩌면 싸움이 계속되어 결국 하나의 종족만이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보았다. 현대의 병기들이 어떠한 것인지를. 신의 우레 아스트리움이 내 뿜는 달까지 향하는 찬란한 빛을. 그런 무기들을 사용하면, 일순간에 이 별의 모든 것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것이 관리자들이 지금까지 은폐해온 이 별의 진실입니다.」


그의 깊은 고심이. 그가 느낀 절망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브류나드가 나타난 건가.”


「그렇습니다. 마왕의 작동 계념이 일전 유하진씨가 말한 대로라면 그 누구도 이 사실에 이견은 없겠죠. 이런 사실들을 먼저 알고 있던 덕분에 마왕의 활동 목적을 알고도 관리자 내부에서 큰 혼란은 없었습니다. 여신은 의도적으로 이 별에 생명을 창조하였다. 그렇다면 애초에 항체처럼 별의 문제를 리셋하는 시스템이 있다 해도 이상할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너희는 브류나드를 이용해 인류의 수를 줄일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인류의 감소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한 논의만은 끊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유예는 60년. 그때까지 지금의 인류를 1/8로 줄인다. 어렸던 세릴양을 집어넣어, 관측용 마더 컴퓨터. 베타[β]가 내린 최소한의 인류 유지 조건. 하지만 그것을 클리어 할 방법이 있다고 해도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 순간 등장한 것이 마왕입니다. 이 별의 가장 순수한 파괴자. 별의 재생을 위한 파괴. 이 정도로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파괴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계산은 역시, 그런 것이었던 거군요...」


침울성을 삼킨 세릴의 목소리. 나는 굳이 참견하기보다 베일남의 대화에 집중 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죽이는 걸로 균형을 맞출 생각인가. 브류나드랑 다를 바가 없군.”


나의 비아냥에도 그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비인도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더 비정해 질수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인류의 1/8이 남는 상황이 온다고 치지. 그래서 그 이후 마왕을 막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지금 마왕을 막는다 해도 최초의 파멸이 약 60년. 그리고 50년을 주기로 멸종에 가까운 파멸의 위기가 찾아온다. 그렇다면 인류에게는 앞으로 얼마만큼 유예가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이대로 마왕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최후의 최후가 오더라도 선택받은 자들. 인류의 종을 유지시킬 계획은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 계획입니다. 들어 보시겠습니까?」


“아니, 사양하지. 어차피 남은 3일 동안 마왕을 막지 못하면 나는 죽지 않나?”


「네, 그 말대로입니다. 재미있군요. 어떻게 당신 같은 인물이 천 년 전에 있었던 건지. 그건 아게하님의 영향인가요?」


아게하가 대단한건 맞다. 그때 당시에도 그렇고, 이 시대에까지 와서 알면 알수록 더욱더 그렇긴 하다. 그렇다고 천 년 전의 모든 것을 아게하와 관련지어서만 생각하는 건 오빠로서 약간 그렇다고나 할까.

나의 말은 조금 더 퉁명스러워 졌다.


“시꺼. 나는 나다. 말하는 것도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


사실 아게하의 사상에 의한 영향이 작지 않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그는 분위기를 환기하며 차분하게 의자 깊숙이 몸을 묻는다. 그렇게 여럿에게 꽁꽁 숨겨왔던 비밀을 타인에게 다 털어 놓았다. 아마도 마지막에는 후련함이 남았을 것이다. 나의 예상대로 그의 목소리는 많은 감정들이 이완되어 있었다.


「어떻습니까 유하진씨. 관리자가. 저희가 잘못되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내가 죽인 이후 이 천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아마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너희들이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훨씬 많은 것들이 있었겠지.”


그에게는 그 어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인류를 존속시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었다. 그 사실은 명확하다.


“그러니 전적으로 너희들이 잘못 됐다고 탓할 생각은 없다. 틀리진 않았을지도 모르지. 다만, 너희들의 결정은 전혀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아.”


그래, 그들의 결정은 정말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째서 인류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지? 모든 걸 너희가 단정 짓고 다른 모든 길을 닫기 전에, 모든 것을 공표하고 인류의 미래를 모두의 머리로 같이 생각할 수는 없었나? 일방적으로 인류를 줄일 생각을 하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인류의 미래를 인류 각자의 손에 맞길 수는 없었나.”


이 현실을 마주한 나의 생각은 이랬다. 아마도 아게하 였더라도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가능성. 그 말은 너무나도 낙관적인 말입니다. 그 결과 인류가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인류의 가능성을 믿겠다. 인류는 변할 수 있다고 말이야.”


천 년 전 내가 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던 광경 속에는 분명히 있었다. 인류의 존엄이. 인류가 가진 가능성이.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때 본 그 인류의 가능성을 믿는다.


「당신의 말은 지금껏 제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무책임해-.」


그의 톤이 높아진 말에는 지금까지 중 가장 선명한 감정이. 타오르는 노기가 담겨 있었다.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나의 말은 그들의 행동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이어진 말은 얼굴을 가리는 그림자 속에서도 선명했던 분노가 마치 눈처럼 녹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당신의 말은... 가장 믿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봄바람처럼 온화해진 그의 말. 말을 멈추고 그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그가 가슴 앞에서 깍지를 꼈다.


「그렇군요. 제가 인류의 미래에 의문을 가질 때면 모두가 제게 말했습니다.

인류는 통제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인류가 일으킬 큰 잘못은 누군가가 먼저 나서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인류는 깨어있는 소수에 의해 항상 이끌어져가야 하는 것이라고.」


그 결과가 어떻게 보면 이 현실이다. 그가 다시 생각에 빠진다. 그의 고심은 언제나 한결 같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그의 생각은, 아마도 이후에 있을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었으리라.


「당신의 의견은 그 누구보다 신선합니다. 그런 말을 제게 진심으로 하는 사람은 지금껏 당신이 처음이지요. 그래서 인지 저는, 그 누구의 말보다도 당신의 말을 믿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치 그의 어조는 꿈결과 같고 무언가의 긴 여운에 잠겨 있는 듯 했다.


「가능성의 미래-. 조금 지금의 제 기분을 과장해서 말하면, 어쩌면 저는 이 오랫동안 그대의 그런 말이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이봐, 관리자가 관리하지 않으면 지금도 위험한 거 아니었나?”


나는 그가 이상에 취한 것이 조금 과한 것 같아 일부러 현실적인 말을 했다.


「그건 사실입니다만.」


그 역시 바로 반론하며 현실적으로 대처했다.

그런 뒤 그가 한쪽 손바닥을 펼쳐 들어 보인다.


「어차피 제 잘못도 아닌데 망할거면 망하라고 하죠.」


아니 이제 와서 망하는 건 전적으로 너희들의 잘못이지 않나. 대체 이건 뭐냐. 돌아 서는 게 너무 빨라. 게다가 내 말을 믿었다가 결국 파멸하면 내 탓이라고 라도 말하고 싶은 건가.


“너, 설마 가능성을 믿다 멸망하면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라고 할 생각이냐?”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당신의 의견입니다. 그 책임도 당신의 것이죠.」


우와- 나쁜 사람. 나는 믿고 싶은걸 믿긴 하겠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말하는 것만 놓고 보면 어떻게든 책임만은 회피 하고 싶은 사람이다.


“당신, 의외로 유쾌한 사람이었군요. 아하하하-.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 마음에 들었다구요. 당신이라면 한번쯤 손을 잡고 같이 일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걸 보고 아세루쥬가 소리 내어 웃는다. 지금까지의 말을 듣고도 이렇게 바로 웃을 수 있는걸 보면, 아세루쥬는 정말 나이에 걸맞지 않는 진정한 대인배 인걸지도 몰랐다.


「어떻습니까 유하진씨. 관리자가 되어볼 생각은 없습니까? 당신에게는 마왕을 막아냈다는 전 시대 그 누구보다도 견실한 실적. 그리고 그 권리와 능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의견을 가진, 새로운 세력의 관리자가 되어 당신의 의견을 저와 함께 추진해 보죠.」


“사양하겠어. 이 시대에 되살아나자마자 이런 취급을 당해 왔는데. 뭐가 좋다고 내가 너희와 손을 잡지?”


애초에 그들과 나는 성향이 전혀 맞지 않다. 그리고 나도 인간이다. 이런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그들도 인류를 위해 고심했다고 곱게 봐줄 리가 없다.


「그렇습니까? 유감이군요. 제 인생에 있어 두 번째 권유 실패가 지금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해는 하고 있다.’ 그건 정말 감사한 말이었군요.」


그러나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권유를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이 가진 새로운 의견이라는 이중성도 하나의 이유이긴 하지만은, 당신은 지금의 인류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인재다. 저는 오늘의 이 대화를 계기로 그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당사자가 부인하더라도 당신에게는 조금 아게하 님의 냄새가 납니다. 그녀의 사상은 일견 모두가 매우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그 누구보다도 올바름이 있었다. 저는 지금의 관리자들 사이에 그분이 껴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드는군요.」


이야, 정말 그 말은 봐줬으면 하는데.


작가의말


 이번화는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작가는 사실 모두가 세계관 놀이, 설정놀음을 좋아합니다.

작가로서 이번화는 독자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 사실 매우 궁금합니다!

  다만 또 모두가 독자분들은 이런 설정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최대한 그 서술을 피하며, 줄여가며 쓰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세계관 설정은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Hero of the Day라는 글 내부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골자이고. 그런 만큼 좀더 멀리 길게 조금씩 풀어가고 싶었으나,(전 2부에는 이렇진 않았죠, 하지만 언제 완결이 날지도 불확실한 관계로)  타이밍상 여기가 가장 적당하다 결정하여 이전 계획 보다 빨리 이 내용들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과연 인류는 이 모든 문제를 딛고 해결할수가 있을 것인가!


음.. 한가지 더 설정에 관하여 첨언하자면 유하진의 사상에 물든것은 오히려 아게하 쪽 입니다. 사실 아게하는 인류따위 눈꼽만큼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아게하의 신자였던 만큼, 아게하는 유하진의 신자였죠. 유하진이 인류의 가능성을 믿었기에 그녀 역시 의심없이 동일하게 믿었던 것이죠.

뭐, 과거편이 길게 나온다면 사족이 없어도 다 알수 있는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건 꿈속의 꿈이 아닐까요.


P.S. 결국 공지사항은 2번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재보의 여왕 에피소드를 완결짓는 다면 그 다음 화의 연재 주기는 사실상 미지수 입니다. 이게 뭔말 이지? 싶으신 분은 공지사항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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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Hero of the Day - episode 2-13/ 재보의 여왕. +14 16.07.22 1,483 50 17쪽
128 Hero of the Day - episode 2-13/ 재보의 여왕. +15 16.07.20 1,473 4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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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Hero of the Day - episode 2-13/ 재보의 여왕. +13 16.07.14 1,496 44 13쪽
124 Hero of the Day - episode 2-13/ 재보의 여왕. +14 16.07.10 1,618 48 11쪽
123 Hero of the Day - episode 2-13/ 재보의 여왕. +19 16.07.08 1,742 49 15쪽
122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16 16.07.05 1,684 5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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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4 16.07.03 1,557 47 9쪽
117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7 16.07.03 1,504 44 13쪽
116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18 16.06.28 1,696 54 12쪽
115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10 16.06.28 1,551 37 10쪽
114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24 16.06.25 1,688 53 17쪽
113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2 16.06.24 1,681 47 10쪽
112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1 16.06.22 1,539 44 13쪽
111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2 16.06.20 1,563 51 11쪽
110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3 16.06.19 1,671 54 17쪽
109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7 16.06.16 1,736 65 24쪽
108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4 16.06.14 1,673 67 8쪽
107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6 16.06.12 2,006 63 24쪽
106 Hero of the Day - episode 2-10/ 빛의 가희. +22 16.06.09 2,419 61 11쪽
105 Hero of the Day - episode 2-10/ 빛의 가희. +26 16.06.05 2,131 55 17쪽
104 Hero of the Day - episode 2-10/ 빛의 가희. +35 16.06.02 1,865 5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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