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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Heroofth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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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노트
작품등록일 :
2011.10.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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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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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07.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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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Hero of the Day - episode 2-13/ 재보의 여왕.

DUMMY

<2>



--------오래된 이야기를 하자.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세상을 싫어하던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가 자신을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그가 본 세상은 전쟁 속에 있었다.

방화, 살육, 약탈, 역병, 빈곤. 그런 무자비한 것들이 주위에 넘쳐 났다. 약한 생명이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부조리한 불운이 이유도 의미도 없이 목숨을 앗아간다. 그런 일들은 잔혹하지 않다. 이런 냉혹한 세상에선 아주 흔한 일이다.

하늘에는 회색 연기가 사라질 날이 없었다.

메케하게 죽은 이들의 잿바람이 코 주위를 떠나질 않았다.

돌아보면 진정 추한 것 따위 알 수 없을 만큼 모든 게 평범하다.

다만 그에게는 그 모든 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다만 자신이 살아 하루가 지나면 어김없이 저녁의 붉은 노을이 찾아온다.

기억에 평온했던 것은 그 찰나의 한때.

그 눈에 아름다웠던 것은 그 하나뿐.

주홍빛 황혼이 그를 찾아오면 그 속에 그는 어김없이 혼자였다.

살아간다.

단지 그에게 있는 것은 생존이란 이름의 본능뿐이었다.



<3>



쏴아아아-.

그날은 소나기가 내렸다. 구멍 난 하늘에서 장대 같은 비가 대지를 적셨다.

어린 소년이 차가운 비를 피해 무너진 담벼락 아래로 달렸다.

거기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딱딱한 빵을 든 소녀.

두 사람의 온기만이 따스한, 빗소리만이 정적 속에 흐르는 작은 공간.

소녀의 손이 주섬주섬 움직이더니, 그리고는 손바닥만 한 작은 빵을 반으로 쪼개어 소년을 향해 내민다.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준다. 그 시절 소년에게 있어 그 행동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생각이 생각을, 의심이 의심을 키워 간다.

모른다는 것은 공포와 닮아 있다. 배척하는 것. 항상 그때마다 소년이 할 수 있는 행동은 그 한 가지였다.


“아-.”


소년이 탁 쳐낸 빵이 바닥을 굴렀다. 둘은 멍하니 진흙과 빗물에 검게 변하는 빵을 바라본다. 소녀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분명 후회하겠지.

그리고 그대로 더 이상 소년에게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소년을 향하는 손이 있었다.

소년을 향하는 소녀의 손에는 나머지 반쪽의 빵이 들려 있다.

소녀와의 거리는 이미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소년을 본 소녀는 배시시 웃었다.

소년은 그저 멍하니 소녀의 손에 들린 빵을 바라본다.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이질적인, 도저히 생각을 알 수 없는 행동.

그러나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이 가난한 세상에서 고아 소년이 항상 배고프지 않을 리가 없다.

빗물에 버려진 빵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소년은 그런 변명 같은 생각을 하며, 소녀의 빵을 뺏듯이 낚아채고는 허겁지겁 먹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이 빵을 다 먹을 때까지 해맑은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소녀의 배에서는 꼬르륵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녀는 정말 바보다. 그것도 왕바보다. 똑똑하지만 왕바보.

그것이 소년이 낸 결론이었다.

소녀는 소년보다 한 뼘은 키가 컸다. 담벼락 아래, 소나기가 그친 그 이후부터 소녀는 언제고 소년의 손을 꼬옥 잡아끌고 제멋대로 다녔다.


소녀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소녀는 소년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살아남는 법.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법.

상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법.

상한 것을 먹으면 배탈이 나서 나중에 더 힘들다는 것.

자신이 아는 안전하고, 안전하지 않은 것들.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은 것들.

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주 씻어야 한다는 것.

병이 걸린 사람이 있으면 병이 옮으니까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소녀는 소년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자신이 쓰던 천장이 무너지지 않은 따스한 잠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먹을 것이 생기면 언제나 반쪽을 나누어 주었다.

하나뿐인 옷의 치맛자락을 잘라 장갑을 만들어 주었다.

소녀가 가진 모든 것은 금방 절반이 됐다.

그러나,

소녀는 슬퍼하지 않았다.

추운 겨울의 밤바람이 불어오면

항상 소녀는 기습적으로 소년의 등 뒤에서 소년을 끌어안았다.

소년의 불편하고 퉁명스러운 표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소녀는 그럴 때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기분 좋은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소년에게 겨울은 항상 가혹한 추위가 함께하는 혹독한 계절이었다.

하지만 그해의 겨울은 왜인지 그렇게 춥지만은 않은 겨울이라 생각했다.

가혹한 겨울은 길다. 언제고 이렇게 있을 순 없다.


왜 떠나질 않지?


그 의문에 소년은 항상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둡고 추운 밤.

소년에게 기대는 소녀의 온기가 느껴질 때면 소년은 언제고 이별을 내일에서 내일로 미룬다.

소년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소년은 그때가 되어서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의 존엄을,

행복의 형태를 알았다.


소년에게 있어 소녀는 항상 너무나 화사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처음 만난 눈에 부신 무언가 였다.


그날은 겨울의 끝을 알리는 얼음장 같은 비가 내렸다.

소녀의 몸에서 펄펄 끓는 열이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는 움직이지조차 않게 됐다. 처음으로 겪는 잃는 것에 대한 공포가 소년의 전신을 지배했다. 소년은 비 오는 밤을 달렸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소녀를 살려 달라고 빌었다. 이집 저집 문을 가리지 않고 두드려 사람을 불렀다.


“마녀의 자식이다!”


“비도 오는데 질척거리게! 귀찮게 하지 마라 어린놈의 새끼가!”


“그딴 거 모른다! 야밤에 소란 피우지 말고 꺼져!”


발로 차여 비 바닥을 뒹굴어도 소년은 쉬지 않고 다시 일어나 다른 집을 향해 달렸다. 몽둥이로 맞고 다리를 끌면서도 소년은 달렸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비 내리는 밤의 어둠 속을 끊임없이 달리고 달려. 얼마만큼 하늘에, 여신에, 사람들에게, 소녀를 살려달라고 빌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날 밤. 저주받았다는 검고 새카만 어린 소년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해가 뜨기 전 소녀가 너무나 걱정된 소년은 잠깐 언덕 위의 부서진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진흙 바닥에 길게 끌린 흔적이 남아 소년은 그 흔적을 따랐다.

먼 곳에서 소년은 소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녀는 집에서 300미터는 떨어진 언덕 아래의 작은 구덩이에서 홀로 조용하게 죽어있었다.

차갑게 식은 소녀의 시신.

그 밤의 어둠 속, 폭우 속에서 기고 기어서-,

무너진 집을 피해 이렇게 먼 곳.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구덩이 안에서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너무나 안도한 얼굴로 죽은 소녀.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병에 걸린 사람 곁에는 병이 옮으니까 절대 가까이 가면 안 돼.’


쏴아아아---!


아아아아아--!


내리는 두꺼운 빗물 속에 소년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소년은 그날 처음으로 사람의 죽음이 슬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그대의 원점인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소년은 유하진이 되어 외부에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뒤돌아본다. 거기에는 어른의 모습이 된 블리슈가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릴 적의 유하진은 사라져 있고, 이곳은 블리슈의 검은 성 현관이 되어 있었다. 잠깐 기억의 혼란이 일어난다. 그리고 모든 기억을 자각한 유하진이 나즈막이 블리슈를 불렀다.


“여기는 나의 꿈속이었던 건가.”


“그렇다. 이곳은 그대의 기억이 만들어낸 꿈이다.”


“그런가-.”


유하진은 촛불로 밝아지는 성의 로비를 둘러본다. 아직까지도 생생한 감정과 기억에 유하진은 소년과 소년의 모습을 찾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신기루 같은 어둠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블리슈가 말했다.


“나는 그대를 알고 싶다. 나의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계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그대의 기억이 필요하지.”


사라지듯이 이동하며, 왕좌에 앉아 있는 검은 드레스의 블리슈가 말한다.


“그대 역시 패배는 뼈아픈가. 아주 지쳐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다. 유하진은 직접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에 걸린 무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지금 함께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확인하는 것과 이 행동들이 블리슈 나름의 배려라는 생각했다. 그때의 깊은 슬픔 속에 온화한 안정을 되찾는 자신이 있었다. 아마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 누구도 모르는 이 기억을 블리슈와 보고.

그 선명하고 절실한 기분을 나누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도 무적은 아니야. 가끔은 답답할 때도 있지.”


꿈속이니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 유하진은 한없이 솔직해져 그렇게 말했다.

주변의 촛불이 하나둘 꺼져간다.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유하진은 이 꿈이 이제 얼마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무수한 별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때면 그녀는 말하곤 했다. 나는 자신의 담벼락 아래로 굴러 들어온 검은 별이라고.”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가는 이제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홀로 밤하늘을 볼 때면 항상 무언가를 빌고 있었었다. 하지만 유하진을 만난 이후로 그녀는 밤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기도하는 일이 없어졌다.


“가끔은 그런 말이라도 믿고 싶어질 때가 있어.

그 말을 믿고 있을 때면, 나 자신이 조금은 대단한 무언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거든.”


그 눈에 마치 유하진의 슬픔을 그대로 복사하고 있는 것 같은 블리슈의 표정이 보인다.

그녀가 말했다.


“이 기억은 그대의 원점이자 내면 깊이 남아 있는 상처다. 나를 탓하지는 않는 겐가?”


블리슈의 계약자가 되어 아는 부분이 있다.

이 꿈속에서 그녀가 유하진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만큼, 그녀의 생각도 유하진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 꿈을 꾸게 해서라도 의식을 강하게 되살릴 필요가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정신이 그만큼 쇠약해져 있었음을 블리슈를 통해 거울을 보듯이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녀와 만나, 그녀와의 함께한 기억 속에서 나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을 느꼈으니까.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블리슈를 탓할 수가 없다. 그녀 덕분에-,


“꿈에서라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으니까.”


블리슈의 붉은 눈동자가 스르륵 내려앉는다.


“역시나, 나의 계약자여. 그대는 강한 사람이다.”


시종일관 약한 소리를 하는 건데, 강한 사람이라 말하는 블리슈.

그러나 무려 악마가 그렇게 말해주니 조금 자신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성문을 열었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지칠만도 하죠.

이번화는 주인공의 원점이자. 지금 유하진의 성격을 만들어낸데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 추억에 대해 나오는 화군요. 

 저 소녀가 없었다면 유하진은 아게하를 돕지도 않았겠고,  마왕과 싸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Hero of the Day의 세상을 구한건 저 이름모를 소녀의 선의가 아니었을까-.

유하진이 싸우는 데 있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유하진이라는 인물이 형성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겠죠.

 지금의 유하진을 형성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 한명 더 있긴 합니다만... 그것도 차후에 나옵니다.


P.S 이전 말한 공지는 오늘중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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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37 16.07.03 1,950 67 17쪽
120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7 16.07.03 1,659 43 8쪽
119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3 16.07.03 1,608 47 9쪽
118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4 16.07.03 1,557 47 9쪽
117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7 16.07.03 1,504 44 13쪽
116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18 16.06.28 1,696 54 12쪽
115 Hero of the Day - episode 2-12/ 그 영웅의 광채. +10 16.06.28 1,551 37 10쪽
114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24 16.06.25 1,688 53 17쪽
113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2 16.06.24 1,681 47 10쪽
112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1 16.06.22 1,539 44 13쪽
111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2 16.06.20 1,564 51 11쪽
110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3 16.06.19 1,671 54 17쪽
109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7 16.06.16 1,736 65 24쪽
108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4 16.06.14 1,673 67 8쪽
107 Hero of the Day - episode 2-11/ 그 여자의 프라이드. +16 16.06.12 2,007 63 24쪽
106 Hero of the Day - episode 2-10/ 빛의 가희. +22 16.06.09 2,419 61 11쪽
105 Hero of the Day - episode 2-10/ 빛의 가희. +26 16.06.05 2,131 55 17쪽
104 Hero of the Day - episode 2-10/ 빛의 가희. +35 16.06.02 1,865 5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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