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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님의 서재입니다.

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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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최근연재일 :
2019.04.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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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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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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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로벨 왕국

DUMMY

한숨 늘어지게 잔 나는 마차 커튼을 젖혀 바깥을 살폈다.

로벨 왕국과 마족영역을 갈라놓은 산맥을 이제야 겨우 넘었다.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로벨 왕국에 도착.

쉴 수 있는 건 좋은데, 재밌는 게 없어서 조금 지루하다.

마차를 둘러본다.

나름대로 마왕성에서 제일 좋은 마차를 끌고 와서 내부가 생각보다 넓다.

세 명이 타고 있지만 딱히 불편함은 없다.

샤사룬은 어느새 구석에서 잠들어 있고 야일은 어둡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마차 바닥만 보고 있다.

샤사룬하고 나만 있으면 어떻게 좋은 무드도 될 것 같은데 아쉽다.

8천 군세를 준비하느라 2주가 넘도록 눈이 빠지게 바빴다.

당연히 즐기는 건 하나도 못했다.

그러다보니 욕구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 공간엔 야일도 있고 알퀴세르도 있다는 것.

‘뭐, 도착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방법이 있을 거다. 기대해보자.

그 때 내 눈에 야일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가 들어왔다.


‘응? 저건······!’


[요렌의 문답무용 네클리스]를 야일이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선을 의식한 야일이 고개를 들어 나를 쏘아본다.


“뭘 봐?”

“그 목걸이를 왜 네가 끼고 있어?”

“알 바야?”

“······”


여전히 매서운 즉답이다.

현재 네클리스의 보석 중 하나에 4분의 1 정도 미미한 빛이 차올라 있다. 충전은 잘 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거 언제부터 끼고 있었어?”

“몰라. 며칠 됐어.”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 목걸이 마음에 들었어?”

“알 바냐고.”


음. 마음에 든 거 같네.

창고에서든 회의에서든 엉덩이만 붙이고 있을 뿐 아무 일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던 야일이었다. 그래서 저 물건이 좀 찜찜한 구석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딱 보기엔 그냥 예쁜 목걸이다. 마법의 기운이 있어서 더 반짝거리기도 하고.

분명 그러한 것들이 야일을 마음을 사로잡은 걸 거다.

본인이 좋다면야 딱히 문제될 건 없겠지만, 음 약간 신경은 쓰인다.

‘확인해볼까?’

주머니를 들고 슬쩍 [신안]SS를 사용.

야일의 스테이터스가 쭉 들어오는데, 지난번하고 상태가 사뭇 다르다.


-------------

[마왕의 딸 야일]

직업 : 마족 공주 (LV. 57)

마왕 알퀴세르의 딸. 최근에 겪은 일과 착용 중인 아티팩트의 영향으로 암흑 마법 및 정신 마법 쪽의 적성이 미미하게 상승 중.


*스킬

[데스사이드]A, [난투]B, [유혹]B, [매력]B, [마족마력방어]B, [마족지배]C, [흡수]C, [약점간파]C ······ [흑화]E△, [혼란]E△, [세뇌]E△

-------------


설명이 꽤나 달라졌다.

[흑화]야 원래 있던 거지만 그 옆에 새로운 스킬이 생겨나 있다.

[혼란]과 [세뇌]가 그것이다.

최하인 E급이긴 하지만 △ 표시가 되어 있다. 새로 생겨났다거나 성장 중이라거나, 아니면 뭔가의 이유로 상승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네클리스의 효과 중에 ‘정신 마법 쪽의 친화력을 증가시킨다’가 있었지.

이게 [흑화]와 합쳐져서 특정한 스킬을 습득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게 과연 좋은 건지 모르겠다.

[흑화]로 인해서 나중에 폭주한다거나 광기에 빠진다거나 그런 거 아닐까?

어디, 넌지시 운을 띄워볼까.


“그거 안 끼고 있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왜?”

“마음이 점점 타락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아?”


야일이 말없이 쏘아본다.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느낌이다.

본인에게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걸까?

아니면 느끼는데 그냥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 좀 내버려 둬.”

“······네.”


뭐 이쯤 되면 내가 상관할 건 아니다.

어차피 나중을 위해서라도 그 목걸이는 누구라도 끼고 있어야 했고.

스킬이 생기면 좋은 거겠지 뭐.

그때, 마차를 보좌하던 군단장 레곤이 마차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야?”

“섭정님. 곧 만인의 평원이 보일 겁니다.”

“만인의 평원? 그게 어딘데?”

“인간들의 영역으로, 전에 알퀴세르 마왕님께서 인간 군대를 토벌했던 지역입니다.”


그렇다면 로벨 왕국 영역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도망친 이후, 로벨 왕국은 어떻게 됐을까?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아 잊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명색이 국가인데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서 해결했겠지?

우리는 만인의 평원으로 진입했다.

레곤의 설명대로 산에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평야가 나타났다.


“섭정님. 저기를 보십시오.”


레곤이 가리킨 곳엔 로벨 왕국의 초소 몇 개가 세워져 있었다.

마족 영역과 왕국의 경계지역이니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마침 잘 됐다. 먼저 로벨 왕국의 성녀에 대해 묻고, 겸사겸사 로벨 왕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보자.

마족의 8천 군세가 초소 앞에 멈췄다.

그런데······


“엥?”


초소 안은 텅 비어있었다.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알퀴세르가 흥 하고 대답했다.


[이런 대군을 오고 있는 걸 봤으면 당연히 도망갔겠지. 이해 못할 바도 아니군. 허나 한 나라를 지키는 병사로서 한심하기 그지없도다.]


아니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닌데······.


“할 수 없지. 다른 곳을 찾아보는 수밖에.”


그때 다른 쪽 초소를 보고 온 토야르가 보고했다.


“섭정님. 저쪽 감시초소도 텅 비어 있습니다. 전부 도주한 것 같습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려 8천 마족 군세를 바라봤다.

확실히 다들 뿔 달린 게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너무 많이 데리고 왔나?”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바로 출발했다.

만인의 평원을 지나 계속 나아가자 강 앞에 세워진 군사요새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로벨 왕국의 왕도인 로벨라인을 지키는 요새로 왕국의 군사력이 집결되어 있는 곳이라 한다.

저기라면 병사들이 있겠지. 설마 아무리 마족이 무섭다고 해도 요새까지 내팽겨 쳤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내팽겨 쳤다.


“이런 빌어먹을!”


요새조차 지키는 병사가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잘 된 걸지도 모른다. 덕분에 싸울 필요 없이 점령하지 않았느냐. 좋다! 이대로 진군하자! 하하하! 역시 인간은 겁쟁이로다!]


아니, 그러니까 싸우러 온 게 아니라고!

요새를 아무 일 없이 점령했으니 강의 다리만 건너면 왕도 로벨라인에 도착하게 된다.

강 주변에는 크고 작은 집들이 다수 밀집되어 있었다. 왕도 주변의 마을인 것이겠지. 보아하니 상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곳을 지나가는데, 드디어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마족 군세가 지나가고 있음에도 그 누구도 도망가려 하지 않는다.

다들 죽지 못해 산다는 표정이다.


“신기하네. 인간들이 원래 이렇게 산송장 같은 모습이었나?”


마차에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보던 샤사룬이 중얼거리자 요툰이 반응했다.


“그러게요. 힘이 없는 모습입니다. 알퀴세르 마왕님과 싸웠을 때만 해도 이리 처참하진 않았습니다.”

“돈은 많은 것 같은데 말이야.”


샤사룬이 마을의 길바닥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금화가 간간히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줍지를 않는다.


[분명 짐의 군세에 쫄은 것이 틀림없다! 하하하!]

“······.”

[네놈은 아까부터 왜 아무 말이 없는 것이냐?]

“······”


그러던 중 궁금했는지 군단장 요툰이 휙 하고 움직여 삐쩍 마른 마을 사람 앞에 발을 디뎠다.


“인간. 바른대로 말하거라.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히이익!”


남자는 그제야 겁을 먹었는지 앉은 채로 뒷걸음질 친다.


“해칠 생각이 없으니 무슨 일인지 말해봐라.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원래는 이렇지 않았지 않나!”

“악마의 마법사······.”


남자가 망설이다 중얼거렸다. 요툰이 갸웃했다.


“악마의 마법사가 뭐지?”


그러자 남자가 벽에 붙은 현상금 표지를 가리켰다. 이제보니 온 집 벽에 현상금 포스터가 있다.

요툰이 벽지 중 하나를 뜯어 빤히 쳐다본다.


“흐음······ 정말 사악하게 생긴 얼굴이군. 어디 보자. ‘사악한 악마의 마법사 저닐, 이 자를 잡는데 협조하는 자에게는 왕가의 명예를 걸고 밀 100포대를 포상한다’라. 흠.”

“그래 그 이름! 악마의 마법사 저닐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어!”


내 이름이 허공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잠깐의 정적 후, 마족들의 시선이 전부 내가 탄 마차 쪽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족 8천명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웅웅 들려온다.


‘섭정님이 이렇게 했대······.’

‘우와······.’


심지어 야일이나 샤사룬까지 고개를 살짝 들고 나를 쳐다보았고 알퀴세르가 주머니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네놈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냐? 보통 썩어빠진 놈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는 있었건만······.]

“······.”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잠시 후, 강을 건넌 마족 군세가 왕도 로벨라인의 성문 앞에 도착했다.

아무리 지키는 병사가 없더라도 마족군단이 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던 모양이다.

성문 앞에는 몇몇의 병사들을 비롯해, 왕가의 사람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나를 끈질기게 쫓아오던 금발의 여기사가 있는 것으로 확정.

‘이름이 데르나인가 그랬지.’


요툰이 성큼 앞으로 향한다.


“나는 마왕 알퀴세르님과 섭정님을 모시는 제2군단장 요툰. 그대들은 누구지?”


그러자 백발 위에 왕관을 얹은 노인이 입을 열었다. 꽤나 좋은 옷을 입었지만 몸에 잘 맞지 않는지 헐렁해보인다.

몸이 빼빼 말라 있고 눈 밑에는 검은 기미가 가득하다.


“나는 이 나라의 국왕 프라마요. 하아······ 이런 날이 올 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리도 빨리 올 줄이야.”


국왕 프라마가 괴로운 표정으로 요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보시다시피 로벨 왕국은 망했소. 싸울 수 있는 병사는커녕 식량조차 남지 않았소. 우린 항복할 생각이니 백성들을 죽이지만 마시오.”

“그렇군.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나라를 침략하러 온 것이 아니다.”


-에?

대신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그럼 어찌하여 저런 대군을······.”

“음. 그것에 관해선 우리도 사정이 복잡하다. 나머지는 마왕님의 대리인이자, 우리 마족을 이끄는 섭정님께 듣도록.”


대기하고 있던 마차의 문이 열렸다.

그 앞으로 붉은 카펫이 깔리며 군단장들이 일렬로 섰다.

야일과 샤사룬이 먼저 마차에서 내린다.

여기까지는 인간들도 그리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한참이 지나 내가 등장하자 반응이 색달랐다.


“······안녕들 하셨습니까?”


침묵 속에 손을 살짝 들어 인사를 건넸다.


“저, 저니이이이이일!!!!!!”


대체 현상금 포스터로 내 얼굴을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왕은 나를 알아본 모양이다.

으르릉 하고 온 몸을 던지면서 달려들었다.


-폐하! 참으십시오!


얼마 되지도 않는 병사들이 국왕을 만류한다.


“으으으으으으으으! 이거 놓아라! 저 놈이 우리를 황금 속에서 굶주리게 만들었다! 저 놈 때문에 우리는 타국과 무역도 할 수도 없는 상태로 죄인처럼 격리되어 버렸다! 저 놈 때문에 우리는······!”


국왕은 입가에 거품을 물고 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

알퀴세르가 보다 못해 한 마디 했다.


[인간이 이러는 걸 짐은 본 적이 없도다. 저닐······ 이 잔인한 놈. 차라리 죽이지 그랬느냐?]


알퀴세르 뿐 아니라 마족 병사들도 느끼는 바가 있는지 다들 웅성웅성 대고 있었다.


-인간 국왕을 이렇게 처참하게······.

-마족도 저렇게 잔인하진 않을 거야······.

-저닐 섭정님. 멋지다···!


그리고 또 다른 병사들은 막 검을 뽑아든 여기사 데르나를 붙들었다.

데르나는 흥분해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네놈이 왜 거기에 있는 것이냐! 악마의 마법사 저닐! 차라리 이 꼴을 보지 않게 나를 죽이지 그랬느냐! 저니이이이일!!!”


그러자 등 뒤의 마족군단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 우와 섭정님 짱······.

- 끝내준다!


억지로 끌려나온 거나 마찬가지인 마족 군단, 그러나 지금 뭔가가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모양이었다.


‘아 이걸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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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벨 왕국 +1 19.04.15 1,605 18 13쪽
14 문답무용의 네클리스 +1 19.04.13 1,629 15 11쪽
13 마검 깔고 앉아 봤어? +1 19.04.12 1,703 16 13쪽
12 자이렌의 유혹 +1 19.04.11 1,758 19 13쪽
11 마검찾기 +1 19.04.10 1,777 19 12쪽
10 마족 여인 샤사룬 +3 19.04.09 1,811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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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족지배 +1 19.04.06 2,013 27 10쪽
7 짐은 방패가 아니다 +1 19.04.05 2,223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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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황금의 산 +4 19.04.03 2,432 36 14쪽
4 데르나의 관점 +3 19.04.03 2,599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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