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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님의 서재입니다.

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최근연재일 :
2019.04.26 07: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5,004
추천수 :
937
글자수 :
145,028

작성
19.04.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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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족 여인 샤사룬

DUMMY

“멋진 오빠. 혼자 있나봐?”


멋진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의자를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마족 언니다.

야일도 미인 마족이었지만 이 언니는 특별했다.

야일이 커피라면 이 언니는 T.O.P다.

말하자면 농도가 다르다.

옷차림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다.


“홀로 술 마시고 있으면 외롭지 않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혼자는 아니었다.

저쪽에 호위병도 있고 돈주머니의 마왕님도 있으니까.

뭐 호위병은 뭘 보든 못 본 체 하고 있고 마왕님도 곯아떨어진지 오래이니 지금은 혼자인 게 맞지만.


“이름이 무엇이죠? 저는 저닐이라 합니다만.”


나 목소리 왜 깔고 있지?

어이어이 긴장 풀어.


“샤사룬.”

“샤사룬······. 좋은 이름이군요.”


좋은 이름인지 어떤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름이 무슨 뜻인지까지 번역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살짝 낮은 음성에 걸린 그 발음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무리 암흑에일이 좋다고 해도 이런 자리에 에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술집 주인이 알아서 다른 술을 내온다.


“벨루스의 유황주, 삼십 년산입니다.”

“당신의 눈동자와 닮은 색이군..”

“어머.”


서로의 시선이 얽히기 시작한다.

유황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우리.

샤사룬은 여기 벨루스에서 인간을 본 것은 사십년 만이라고 한다.


“그땐 어렸었는데.”


······가만, 그럼 이 언니는 최소 오십은 되었다는 건가?

뭐 마족 나이는 인간과 다르다는 거겠지.

상관없다. 아돈 케어.

술병이 몇 병이나 쌓였을까.

그녀가 몸을 점점 내 쪽으로 기울인다.

두 개의 과실이 바 테이블에 살짝 눌리며 얹혀져 있다.

내 몸도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리고 우리 둘은 입을 맞추었다.


츄~


“갈까?”

“어딜?”

“이 위에 이층이 있거든.”

“그런데?”

“숙박업소도 겸하고 있어.”

“그런데?”

“······바보······.”


핫. 그래. 그런 말이었군.

나는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녀가 일어나길 기다려 2층으로 올라갔다.

한 손에는 유황주 병을, 다른 손에는 주머니를 들었다.

다행히 마족 호위병들은 따라오거나 제지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공손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교육 하난 정말 잘 시켰는데?’


2층 객실에 들어간 나와 샤사룬.

가져온 술을 병나발로 나눠 마시면서 온 몸으로 쾌락을 음미했다.

몇 달 동안의 경험에 마왕의 피지컬이 더해진 나는 그야말로 날뛰었다.

마왕의 피지컬? 그건 바로 [정력]A.

주머니의 패시브 스킬은 주머니를 잡고 있어야만 기능한다.

상관없다. 꼭 필요한 순간에만 잠깐씩 손에 쥐면 그만.

무한한 샘이 용솟음친다!

그녀도 만족했고 나도 만족했다.

그리고 다음날. 기분 좋은 햇볕을 받으며 눈을 떴다.


“아흠······.”


샤사룬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아직 잠들어 있다.

햇볕이 방해가 되는지 무대용 베일로 눈 주변을 가리고 있다.

나는 지난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다가 주머니를 본다.


[음······. 어젠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군.]


마왕님께서 깨어나신 모양이다.


“정신이 좀 들어?”

[음. 몸이 있을 때처럼 머리가 아프진 않은데 정신이 몽롱한 건 매한가지군. 이것도 나름의 숙취가 있구나.]

“그렇구만.”


뭐, 술통에 열두 번은 빠뜨린 것 같으니까.

그 때, 어제 했던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나도 참 성실하다.


[아 그것 말이냐? 별로 감추거나 할 것도 없느니라. 마검은 왕후에게 맡겨놓았느니라.]

“왕후?”

[왕비 말이다. 짐의 아내. 와이프 말이다. 내 딸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아, 응.”

[몇 년 전 사랑과 신뢰의 증거로 맡겨놓았지. 그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니라.]

“그럼 그 왕비가 어디 있는데?”

[실은 어디에 있을지는 짐도 잘 모른다. 최근에는 바람 좀 쐬러 나갔다 온다고 했으니 곧 돌아오지 않을까?]


나는 그만 픽 하고 웃었다.


“그게 뭐야. 자기 아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단 말야?”


그러자 알퀴세르가 발끈해서 소리쳤다.


[하! 네놈이 결혼 생활에 대해서 아는 게 뭐냐! 결혼생활은 신뢰로 하는 거다! 매일 붙어 있어서 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적당히 믿고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진정한 사랑이란 말이다!]


그렇게 씩씩거리던 알퀴세르.

갑자기 침대 쪽을 본 모양이다.


[웬 여인이 있군.]

“응.”


뭐 부끄러운 건 아니니까. 보라지.


[꽤나 미인으로 보이는구나.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응 미인이지.”


정말로 미인 맞다.


[마족 여인이군. 역시 여인은 마족 여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그렇더라고.”


아니 인간 여인 중에서도 멋진 여인이 있지.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의 말을 부정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 역시도 확실히 감탄을 했으니까.


[일단 피지컬도 멘탈도 전혀 다르거든.]

“그런가?”

[그렇지. 체력이 다르고 또 관계를 가지는데 있어서도 더 자유분방하거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있어서 결과가 더 좋아진다고 할까. 종족 별로 여인네들을 가리고 싶진 않지만 확실히 다르긴 다르단 말이지?]

“그렇구만?”


좋은 설명이군.

이 녀석 보면 은근히 설명충 기질이 있는 것 같아.


[그렇지. 그런데 아쉽게도 얼굴이 안 보이는군.]

“보고 싶어?”

[당연히 보고 싶지 않겠느냐?]

“하긴 그렇지?”


샤사룬에게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상관없지 않을까?

다른 남자에게 멋대로 잠든 자신의 얼굴과 몸을 보인다 하면 화를 낼 만도 하겠지만, 여기의 마왕님은 남자가 아니잖아.

주머니잖아.

들켜봐야 주머니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인 걸.


나는 샤사룬의 얼굴을 가린 베일을 살살 잡아당겼다.

샤사룬은 으응 하며 다시 베일을 뒤집어쓴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문지 위에 올린 물건을 그대로 두고 신문지만 잡아 빼는 요령으로 살살살 잡아당겼다.

그리고 마침내 베일이 빠졌다.

잠든 얼굴이 드러나자 나는 주머니를 높이 들어올렸다.


“자 봐 어때. 미인이지?”


그런데 주머니는 말이 없다.

그러더니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여보······?]


당황한 나는 주머니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뭔 소리지?

야 심장 멎을 뻔 했잖아!

장난치고 그래 진짜!


[················································································································································································································································]


주머니는 여전히 말이 없다.

이 침묵이 모든 것을 웅변하고 있다.

아무리 뻔뻔한 나라고 해도 이 순간에는 확실히 식은땀이 삐질 하고 흐른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든다.

‘아니 이건 설마하니 그럴 리가 없잖아.’

맞다. 그럴 리가 없다.

못써요 그럼!


그렇게 꼬리를 무는 생각의 홍수에 빠져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객실 문을 탕탕탕 두드린다.


“엄마 여깄어?”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야일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야일은 계속 문을 두드린다.


“이상하다. 술집 주인이 엄마 여기 있다고 했는데. 엄마! 자이렌이 찾아! 마검 때문에 물어볼 일이 있대!”


나는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


힘 빠진 목소리.

나는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 그냥 돌아가는 거야. 그냥 돌아서 가버리라구.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야일이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문을 잠가두지 않은 게 실수였다.


“엄마, 나 들어간다!”


뒤늦게 말하면 뭐하냐!

방으로 쳐들어온 야일.

야일은 먼저 나를 보았다.

반쯤 벗고 있는 나를.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그리고 그 다음에 본 것은 역시 반쯤 헐벗은 샤사룬이었다.

야일의 입이 열렸다.


“······엄마?”


***


야일은 저 멀리 떨어져서 걷고 있다.

특히 내 쪽으로는 몇 미터 안쪽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는다.

얼굴도 잔뜩 붉어져 있다.

하지만 샤사룬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정말로.

자신이 남자와 함께 한 모습을 딸에게 보였는데도 그냥 배시시 웃었을 뿐이다.

그게 뭐 어때서? 그런 느낌이다.

지금도 당당히 내 팔짱을 끼고 함께 걷고 있다.

내가 마왕의 대리인을 맡고 있다는 것도, 주머니에 남편의 영혼이 붙어 있다는 것도 알려주긴 했는데······ 별로 반응이 없다.

마왕이 죽었다는 말을 들은 셈인데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남편은 불멸인 걸?”

“그래도 육체가 없어졌는데?”

“어떻게든 다시 생기게 되어 있어. 못해도 한 천년쯤 지나면?”


그렇구나.

이건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군.

오쟁이진 마왕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는 듯 했다.

나는 혹시나 해서 [신안]으로 샤사룬의 정보를 보았다.


――――――

[왕후 샤사룬]

직업 : 마족 귀부인 (LV. 132)

알타르계 마족의 왕비이며 마왕 알퀴세르의 아내. 본래 타 마왕 계열의 혈통으로서 세세한 것에는 개의치 않는 성품이다.


*스킬

[마족체술]S, [유혹]S, [매력]A, [마족지배]A, [맨손강화]A, [체력]A, [댄스]A [고속비행]A ······ 이하 생략

―――――


······진짜 왕비가 맞네.

멍하니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데 정보창이 치직 하면서 꺼진다.

어라 이거 왜 이래?

다시 [신안]을 발동시키려 하는데 치직 하고 또 꺼진다.

아니 이게?


“야 왜 그래?”


물어보니 대답이 없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진 알겠다.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이놈이 내가 스킬을 쓰는 것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게 충격이기도 하다.

마왕성에 도착한 우리를 자이렌이 맞이했다.


“아니 샤사룬 왕후님. 저닐 님. 어떻게 오시는 길에 서로 만나신 모양이군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야일이 입을 일그러뜨리건 말건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미 벌어진 일은 후회하지 말자는 주의다.


“그렇군요. 샤사룬 왕후님께서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마왕님께서······ 아. 이미 아신다고요? 알겠습니다.”


설명 빨라!


그래도 자이렌은 굳이 자신의 입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조금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마왕님이 온전하지 못한 지금, 저희는 마검의 힘이 더욱 절실하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세크반계 마족 놈들과는 앙숙인 데다가 마왕님의 부재가 알려지면 드래곤이 쳐들어올 수도 있고, 용사 놈들도 가만 있으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요.”


끄떡끄떡.

알아듣는 체 하자.


“그런데 어젯밤에 공주님께 여쭈어보니 마왕님께서 왕후님께 마검을 맡기셨다고 하더군요. 맞습니까?”

“응. 맞아.”


샤사룬이 흔쾌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가져와주시겠습니까?”

“음. 그게 나도 지금은 어디 있는지 까먹었는데. 아마 창고 쪽에 대충 넣어둔 것 같은데 음. 창고 어디쯤이더라······.”

“······.”


소중히 보관하고 있을 거라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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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왕의 딸 +1 19.04.08 1,956 25 14쪽
8 마족지배 +1 19.04.06 2,013 27 10쪽
7 짐은 방패가 아니다 +1 19.04.05 2,223 29 14쪽
6 마왕 알퀴세르 +1 19.04.04 2,520 33 13쪽
5 황금의 산 +4 19.04.03 2,432 36 14쪽
4 데르나의 관점 +3 19.04.03 2,599 40 13쪽
3 무게경감 +7 19.04.02 3,035 48 13쪽
2 부활 +2 19.04.01 3,391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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