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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님의 서재입니다.

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최근연재일 :
2019.04.26 07: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5,002
추천수 :
937
글자수 :
145,028

작성
19.04.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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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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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0쪽

마족지배

DUMMY

두 군단장의 비명 같은 소리.

그러다 갑자기 자이렌이 고개를 끄떡인다.


“으음······ 일리가 있다.”


응? 일리가 있나?

레곤은 항변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자이렌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묘하게 어린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직이 한숨을 쉬는 그.


“레곤이여. 그런 게 있느니라. 마왕님께서도 마음의 고민이 있으셨느니라.”


어라?

있었어?


“그대도 좀 더 장성하면 알겠지만 부부지간이라는 게 정말 스스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터.”


응?


“솔직히 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노라. 어느날 만취해서 우발적인 일을 벌이셨을 가능성이 아주 제로는 아닐 터······. 아아, 수하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것이 정말로 죽을죄로구나.”


자이렌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있다.

응?

그러자 결국 레곤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마왕님······.”


레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마왕님······. 그런 고민을······.”


돈주머니도 한 마디 했다.


[큭, 치부를······.]


어이어이.

정말 있었던 거냐.


잠시 후, 자이렌이 눈물을 닦으며 묻는다.


“그러나, 네놈 말을 믿는다 해도 왜 네 놈의 그 허름한 주머니에 마왕님의 힘이 깃들어 있는지는 해명이 되지 않는다.”


그거야 그렇지. 나도 모르는데?


“어서 해명해봐라.”


큭, 호구인 줄 알았건만.

이건 좀 머리를 굴려봐야겠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마왕을 ‘우발적이지만’ 죽인 듯한 정황은 확실하다.

잔여물(♡)도 묻어 있고.

하지만 여기에서 그걸 인정하는 건 죽여 달라는 말 밖에 되지 않겠지.

결국 아까처럼 저쪽에서 설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스킬창을 다시 살펴본다.


마왕의 패시브 스킬들.


―――――

*스킬

[불멸]SS, [마족마력방어]SS, [신안]SS, [마족지배]S, [마족창조]S, A, [강건]A, [활기]A, [정력]A ······ 이하 생략

――――


그래 이거다. 영감이 온다.


“마왕은 [불멸]이니까!”

[응?]


뭔가 이상한 말이 따라 붙은 것 같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그는 스스로 죽었지만 죽지 않은 거야!”


이걸로 가자.


“마왕은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여기에 살아 있으니까. 주머니와 함께 살아가!”

[응?!]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상상의 여지로 남겨놓자.

그리고 침묵이 내려앉는다.

레곤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자이렌은 한참을 숙고하고 있다.

그러더니 입을 연다.


“그렇군. 마왕님은 확실히 불멸. 그걸 알고 있는 걸 보면······.”


머리를 검지로 톡톡톡 치는 자이렌.

톡톡톡

톡톡톡

“거기에 계시다는 거지? 즉, 그것은 마왕님이 스스로 자해하신 후, 그 불멸의 일부가 주머니에 묻었다는 것······.”


그래, 그래 생각해라. 나 대신에 생각해줘.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지? 그래······. 근방의 무엇에든 옮겨 붙었을지도 몰라. 불멸의 메카니즘은 아무도 모르니까······.”


그렇지! 잘한다!

그리고 자이렌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압도적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살짝 움찔했다.


“한 가지만 더 묻지. 혹시 그 주머니에 마왕님이 의식이 남아 있나? 그대는 마왕님과 대화가 가능한가?”


“그, 그런데? 아니면 부부관계를 어떻게 알겠어?”

“그러하군. 그렇다면······.”


자이렌이 매섭게 나를 쏘아본다.

뭔가 엄청난 마법이라도 쓸 거 같은 분위기.

나는 언제라도 방어할 수 있도록 주머니를 들어 자세를 취했다.

앞으로 나온 자이렌이 두 손을 아래로 향한다.


움찔!


자이렌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말했다.


“저희들의 마왕이 되어주십시오.”

“······응?”


모두의 반응이 늦어진 3초.


-뭐어어어어!!!!!!!!


마족부하들의 메아리가 산맥에 울려 퍼졌다.

나는 이마를 바닥에 댄 완벽한 도게자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이 할배가 나한테 마왕이 되어달라고 한 거 같은데······.


“자이렌 님!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쳐 죽여도 시원찮을 판국에!”


레곤이 길길이 날뛴다.

아무래도 잘못 들은 건 아닌 거 같다.


“레곤. 냉정해져라. 알퀴세르 마왕님께서는 우리 알타르계 마족에게 전례 없는 전성기를 가져다주신 분이시다. 그런 분이 사라졌다는 걸 마족 국민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건······.”

“더구나 마왕님이 사라졌다는 것을 다른 마왕들이 알게 되면, 눈엣가시인 우리들을 복속시키려 달려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우리들은 그들 마왕들에게 소속될 수밖에 없는 거라네. 그것만이라면 상관없지만······ 기존의 수하들과 동등하게 대우해줄 리 없겠지. 결국 지금의 지위를 박탈하고 2등 종족으로 취급할 터이고, 잘해봐야 소모성 병력으로 쓰일 뿐이겠지.”

“······.”


오 레곤이 잠잠해졌다.

자이렌 굿.

한편으로는 주머니의 마왕님께서 상당히 대단한 녀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들만의 대화라서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생각해봐라. 네 힘으로도 이 자의 마법을 뚫을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해도 마찬가지일 테고······ 스킬이 전수되었다는 것은 [마족지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일 터.”


그리고 나를 흘낏 본다.


“우리들은 마왕님이 힘을 나누어주어 군단장이 된 마족들이다. 어차피 제대로 저항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마왕님의 지혜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 자를 마왕으로 모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본다.”


당연하지만 레곤은 납득할 수 없는 듯 했다.


“그 스킬이라는 건 그냥 주머니에 붙어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그 주머니를 빼앗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음 그건 그렇군.”


고개를 끄떡이던 자이렌이 내게 물었다.


“주머니를 우리가 빼앗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막을 수 있겠는가?”


백문이 불여일견이겠지.

나는 말없이 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레곤에게 손짓을 했다.

레곤은 나를 노려보며 다가와 주머니를 집어들었다.


“큭!”


혹시나 했지만 역시다.

마족의 힘으로도 안 된다.

레곤이 용을 쓰면서 온갖 짓을 다 해도 주머니는 1mm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가 레곤이 지쳐 떨어지자 가서 주머니를 슥 들어올렸다.

오오 하는 탄성이 들려왔다.


“과연.”


자이렌이 고개를 끄떡였다.


“마법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한 수가 있군. 우리가 저 주머니를 빼앗긴 어려울 것 같군. 레곤.”

“그, 그래도 어떻게 인간 따위에게 우리 마족이······.”


레곤은 여전히 반감이 심한 것 같다.

이럴 때는 스킬을 써봐야겠다.

어디보자.

[마족지배]라는 게 있다고 했지?

주머니를 들고 지긋이 응시하자 띠링 하고 해당 항목이 활성화되었다.


“꿇······.”


레곤을 보며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레곤의 무릎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엉거주춤 무릎을 꿇는다.

헉 이 무슨.

되네?

이번엔 다른 걸 해볼까.

나는 주변의 마족들을 보면서 읖조렸다.


“원산폭격.”


그러자 백여 명이 동시에 대가리를 박고 발과 머리만으로 버틴다.


“아아아! 이건 뭐야!”


레곤의 비명이 터진다.

‘오오! 장관이네!’

마족들이니까 이 정도 동작이 별로 힘들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마족 병사들은 하나둘씩 우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몸이 힘들어서는 아니겠지.

그 와중에 자이렌은 몸을 반쯤만 숙이고 있다.

오 저 정도 되는 마족은 저항도 되는구나.

조심해야겠네.


내가 곧 지배를 풀자 마족들은 엉거주춤 일어섰다.

이제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곧 자이렌이 대화를 이끌었다.


“결국 이 분을 마왕님으로 모시긴 그렇더라도 마왕님의 섭정, 그러니까 대리인으로 모시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


다들 아직은 망설이고 있다.


[야, 웃기지 마. 무슨 인간 놈을 대리인으로 세워? 그냥 이놈을 어떻게든 쳐 죽이고 나를 다른 몸으로 옮겨볼 생각을 하라고!]


그렇구나. 쳐 죽이려 들면 안 되지.

결국 나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지금 마왕님하고 대화를 나눠봤는데.”


모두의 눈길이 나에게 쏠렸다.

뭐 일단 이 국면을 모면하려면 할 수 없지.


“나더러 제발 마왕 하라네. 마족들을 부디 잘 부탁한다고 간절하게 부탁했어.”

[야! 자이렌, 레곤! 이놈에게 어떻게 내 딸하고 나머지 군단을 맡기냐. 마왕성에 가서 마검 가지고 공격해봐! 그건 통할지도 몰라!]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마왕성의 마검하고 딸까지 나한테 다 일임한다네!”


결국 마족들은 나에게 무릎을 꿇었다.

레곤마저도.


“섭정님의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야 하지 말라니까!]


“전일.”

“저닐 님이시군요. 앞으로 받들겠습니다.”


마왕성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다른 군단장이 달려왔고 비슷한 절차를 겪었다.

그때마다 자이렌이 중재했고 일일이 주머니를 들어보려 했지만 실패.

다음은 [마족지배]를 사용해서 복속.


[야 토야르, 너 어릴 때부터 내가 키워온 거 잊었냐? 이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려!]

“마왕님께서는 자신이 어릴 때부터 토야르 님을 키워온 것을 잊지 말라고 하시는군요. 그리고 그 힘으로 저를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큭······. 부디 저를 믿어주십시오.”


이런 식이다. 착착 진행된다.

결국 군단장 전부가 나를 마왕의 대리인으로 인정했다.

주머니의 마왕도 끝내 지쳤는지 웬만하면 떠들지 않게 되었다.

하긴 망연자실하겠지.

나도 살아야 하니 봐주세요♡.


남은 것은 군단장이 아니라 가족이다.

역시 언제나 가족이 골치다.

지금 팔짱을 끼고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은 딱 보기에도 반항기가 넘치는 마족 여인.


“우······, 웃기지 마! 너 따위를······! 인정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마왕의 딸 야일이었다.


작가의말

결국 이렇게..

아 내일은 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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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족 여인 샤사룬 +3 19.04.09 1,811 21 12쪽
9 마왕의 딸 +1 19.04.08 1,956 25 14쪽
» 마족지배 +1 19.04.06 2,013 27 10쪽
7 짐은 방패가 아니다 +1 19.04.05 2,223 29 14쪽
6 마왕 알퀴세르 +1 19.04.04 2,520 33 13쪽
5 황금의 산 +4 19.04.03 2,432 36 14쪽
4 데르나의 관점 +3 19.04.03 2,599 40 13쪽
3 무게경감 +7 19.04.02 3,035 48 13쪽
2 부활 +2 19.04.01 3,391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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