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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님의 서재입니다.

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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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최근연재일 :
2019.04.26 07: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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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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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
글자수 :
145,028

작성
19.04.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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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검찾기

DUMMY

마왕성의 창고로 향하는 길.

야일은 함께 하지 않고 휘청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혼자 있게 해줘. 내 방에 아무도 들이지마.”


아무래도 충격이 심했던 모양이다.

왠지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나라고 알고 한 일은 아니었는걸.

그건 그냥 불가항력이었다고.


“그런데 그 귀중한 마검을 창고에 두셨다고요?”


자이렌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샤사룬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했을 뿐이다.


“그치만, 나한텐 필요 없는 물건이었는걸? 알퀴세르가 그 검을 주면서 뭐라더라? 사랑의 증표라나? 자신의 마음이라나? 마검이라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했다고.”

“그, 그렇습니까?”


자이렌은 당황하는 눈치다.


“사랑의 증표면 옷이나 액세서리라도 사주든가. 칙칙하게 시커먼 검을 던져주잖아. 크흠크흠! 하면서 말이야. 이게 뭐냐고 물어봐도 기침만 할 뿐 말을 안 해주더라고.”

[························]

“당사자 앞에서 뭐라 하진 않았는데 그건 좀 그렇잖아? 아, 이 대화도 알퀴세르가 듣고 있을까? 미안.”


그만해. 알퀴세르의 마음은 이미 조각났어!


“나중에 마검이라는 걸 알긴 했는데. 사실 마왕성에 둘 거면 내 방에 두나 창고에 두나 그게 그거잖아? 그래서 그냥 신경 안 쓰고 있었지.”

[여··· 여보.]


어디선가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오직 나한테만 전해지는 서러움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마왕성 지하의 창고에 도착했다.


끼이익


창고 문을 열자 과연 얼마나 오래 열지 않았는지 곰팡이 냄새가 확 퍼진다.

눅눅하다.

이런 곳에 마검을 두다니.

상당히 커다란 창고다. 무슨 학교 대강당만하다.

그리고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럴수가.

거기에 어두침침하기까지!

불을 켜도 바닥 쪽은 여전히 어둡다.

어디쯤에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한 말이 이해가 갈 정도다.


“······할 수 없군요. 일일이 뒤져보는 수밖에요. 병사들을 좀 소집해오겠습니다.”


자이렌이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린다.


“두 분은 여기에서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그 동안에 찾아보셔도 좋고요.”

“응.”


뭐 가만히 있어봐야 쓸데도 없지.

나는 물건을 일일이 옮기면서 찾아보고 샤사룬은 여기저기 훑어보기 시작했다.

뭐, 명색이 마검이라 하면 다른 일반 무기보다 훨씬 멋있고 뭔가 아우라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냥 멋들어진 검을 찾으면 문제해결 아닐까?

팔을 걷어붙이고 잡동사니를 치우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30분후.

숨을 헐떡인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길, 엄청 힘드네.”


하게 되면 뭐든 열심히 하게 되는 이 기질이 문제다.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걸로 허리가 다 나갔었지.

그러니까 가능하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장생하는 길이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 뭔가 하게 되는 게 문제지만.


“이봐 마왕. 마검에서 뭐 그런 기운 같은 거 안 느껴져? 마왕이라면 그런 거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침묵.

돈주머니를 흔들어보지만 반응이 없다.

그때였다.

잠시 밖으로 나갔던 샤사룬이 음료를 가지고 들어왔다.


“단 게 땡겨서 가져왔는데 마실래?”

“아 땡큐!”


어젯밤에 술을 마셔서인지 입이 텁텁했는데 잘 됐지.

[강건] 스킬이 있다 해도 숙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음료잔이 꽤 크기에 나는 일단 주머니를 내려놓고 음료를 손으로 받았다.



응? 뭔가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뭐지?

설마 잔이 금이라도 갔나?

이렇게 보면 잔은 멀쩡해 보이는데.

그때였다.


“아, 찾았다. 여기 있었네.”


마침 샤사룬이 검자루를 발견했다면서 그것을 집어올렸다.

샤사룬이 집어올린 검은 그리 대단해보이진 않았다.

검자루에 보석이 몇 개 박혀 있는 것이 나름 비싸게는 보인다마는 그 외에는 그럭저럭 평범하다.

그런데 다른 검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하나 있었다.


“······되게 짧은데?”


그랬다. 마치 가운데가 뚝 부러진 것처럼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어째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걸로 뭔가를 벨 수 있나?

마검이라 좀 다른 건가?

샤사룬도 의아해하는 눈치다.


“원래 이랬나? 이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흐음. 마검이라서 디자인이 독특한 거라든가?”


둘이서 고개를 갸웃갸웃한다.

그때 자이렌이 돌아왔다. 대략 십여명 정도 되는 병사들과 함께 였다.


“저닐 님. 병사들을 모아왔습······”


그리고 창고로 들어온 자이렌의 입이 떠억 하고 벌어졌다.

자이렌이 손가락으로 마검을 가리켰다.

]

“이 썅 부러졌잖아!”


마검이 부러졌다고?!!

나는 눈동자만 살짝 내려 창고 바닥을 보았다.

거기에는 아까 내려놓은 돈주머니가 있다.

그리고 돈주머니 아래를 보면 빛나는 뭔가가 있다.

보아하니 잘려나간 칼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머··· 부러져 있는 거구나?”


왕후가 배시시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아무래도 왕후는 돈주머니가 마검을 부러뜨렸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럭키!

모두의 시선이 마검의 검자루로 쏠려있는 동안 나는 재빨리 돈주머니를 집어 들고 딴청을 피웠다.

이제 바닥에 있는 것은 부러진 검날 뿐이다.

일단 증거 인멸 성공!

이 뒤는 어떻게든 되겠지!

세상이 무너진 것 마냥 몸을 떠는 자이렌.

그는 검자루를 두 손으로 부둥켜안았다.


“이, 이게 왜··· 이러지···? 마검이 대체 왜 부러져······ 왜··· 왜··· 왜··· 이럴수가······.”


자이렌의 몸이 휘청휘청했다.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가누질 못한다.

나는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서 음료를 기울여 상큼한 음료를 섭취했다.


쪼록

쪼록

쪼-로록


그렇다고 내가 꿀잼이라며 보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표정관리를 해야 했기에 음료를 마신 것 뿐.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멘탈을 추스른 나는 자이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물었다.


“······이봐. 괜찮아?”


완벽하다. 완벽하게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괜찮을 리가 없겠지. 알타르계 마족을 위해서라며 어제부터 그토록 마검을 찾아다니지 않았던가.

마족 국민을 위해 언제나 최선의 길을 생각하는 충신. 자이렌.

이 얼마나 대단한 신하란 말인가. 정말이지 존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사고를 만나서 검이 부러졌단 말인가······.

말해두지만 내 얼굴에 떠오른 괴로워하는 마음은 진짜다.

왜 하늘은 이런 충직한 신하를 괴롭히는 것인지 가슴이 저릴 듯 아프다.


“괘,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희는 어찌해야 할지······ 아······.”


자이렌이 애써 슬픔을 가라앉히고 멋들어진 탄식을 내뱉는다.

더더욱 미안해진다.


“어딘가에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 왜 있잖아. 마검도 결국 검이니까 다시 붙인다거나······. 일단 부러진 다른 쪽도 있는 것 같으니까.”

“이것은 모든 마왕의 시조께서 만든 4개의 마검 중 하나. 단순한 망치질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웬만한 대장장이는 손에 잡는 순간 마성에 지배당하겠지요.”

“그럼 이대로 버릴 거야? 너무 아까운데?”

“부러진 마검은 잘 보관해두겠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만, 과연 고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자이렌이 풀죽은 모습으로 칼날 부분도 챙겨든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절대로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일일이 당부한다.

정말로 고생이 많네.


“그, 그래, 나도 마검을 고칠 방법을 전력으로 알아볼게. 그, 그럼 수고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창고를 나섰다.

그리고 그 때문에 우두커니 서서 검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이렌의 그늘진 얼굴을 주의 깊게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


그날 밤. 야일의 방.

야일은 침대에 누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참이었다.


“대체 뭐야! 그 인간이 오고 나서부터 제대로 되는 게 없잖아!”


짜증이 나서 폭발할 것만 같은 야일이었다.


“어떻게 마마랑, 마마는 또 왜 그딴 놈이랑, 대체 침대에서 무엇을······ 설마······ 아 몰라!”


퍽, 퍽, 퍽.


아무 죄도 없는 박쥐 모양 베개를 두들긴다.

아버지는 너무나 둔감하고 멋대로이며 엄마는 밖으로만 돈다.

딱히 미움받은 적도 없고 오히려 사랑은 받고 자란 편이지만 부모 양쪽 다 자녀 양육에는 이기적인 타입이었다.

그래도 자이렌이 그녀에게는 아버지 대신 부친의 역할을 많이 해준 사람이었다.

그 저닐인가 하는 놈을 그나마 받아들인 것도 자이렌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사실 아버지가 주머니에 붙은 혼령이 되었다는 것에는 의외로 그리 큰 충격이 없는 야일이었다. 마왕인 아버지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배우기도 했고.

‘걱정해봐야 손해다’라는 것이 정확한 말이었지만.

그보다는 오늘 아침의 일이 더 큰 충격인 야일이었다.

그렇게 야일이 한창 씩씩대고 있는 참이었다.


똑~ 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나 좀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

“자이렌 님께서 공주님을 찾으십니다.”

“자이렌이? 왜?”

“저도 모릅니다. 마왕성 꼭대기에 있는 테라스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테라스?”


테라스.

그곳은 왕후 샤사룬을 즐겁게 해주고자 알퀴세르가 만든 공간이었다.

둘 다 한참 신혼이었을 때 일년인가 쓰고는 그대로 방치된 곳이지만.


‘자이렌이 왜 부르는 거지?’


안 그래도 화풀이를 하고 싶었던 야일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이렌이라면 그래도 자신의 짜증을 받아주겠지.


“알겠어. 금방 갈게.”


야일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마왕성 꼭대기로 향했다.

꼭대기에 도착해 문을 연다.

그런데······

어두운 테라스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어떻게 했는지 둥근 빛이 밤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주변은 어둡고 해당 부분만 환한 것이다.

그리고,


띵~ 띠리링~


하프를 튕기는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요리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멍해진 야일을 향해 미소를 보이고 있는 자이렌.

연회 때나 입을 법한 검은 턱시도를 빼 입고 있다.


“야일 공주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이렌. 이게 다 뭐야?”

“공주님을 위해 준비한 자리죠.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죠.”


테라스 중앙에 마련된 둥근 테이블에 앉은 야일.

앉을 때는 자이렌이 의자까지 슬쩍 뒤로 빼준다.

맛있는 냄새의 정체는 야일이 좋아하는 염소의 안심 요리였다.

자이렌이 값비싼 와인을 따라준다. 그런 자이렌에게서 야일이 평소에 좋아하는 향수의 냄새가 풍겼다.


‘자이렌이 왜 이러지?’


자연스러운 호의라기에는 뭔가 너무 딱딱 맞아떨어져서 어색한 느낌.

더구나 자이렌은 오늘 따라 어울리지 않는 느끼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야일이 고기요리에 손을 대는 순간 하프를 디링디링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일.

그대의 아름다움은 그대는 모르지.

어제는 동굴의 박쥐들이 어쩔 줄 몰라.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를 내는 걸 들었네.

그것은 숨죽인 찬탄의 소리.

박쥐는 들쥐들 다음으로 알았다지.

하지만 사실 내가 제일 먼저 알았는 걸?!


······대략 이런 식이었다.


몇 번의 가사가 반복된 뒤에는 ‘결혼해줘 결혼해줘 결혼해줘 결혼해줘’ 이런 류의 가사가 뒤를 이었다.


‘이게 뭐야?’


야일은 고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아니 고기를 집을 수가 없었다.

어쩐 일인지 팔에 소름이 돋아서 마구 문질러야 했기 때문이다.

왜지? 뭐가 자이렌을 이렇게 만든 거지?

야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자이렌이 부드럽게 일어나 야일에게 자신의 턱시도 상의를 벗어주었다.

그리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 추운가요?”


그러더니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잡고 살짝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자이렌의 초록빛 입술이······.


작가의말

조금 늦게 올렸네요. 보아 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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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문답무용의 네클리스 +1 19.04.13 1,628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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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자이렌의 유혹 +1 19.04.11 1,757 19 13쪽
» 마검찾기 +1 19.04.10 1,77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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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왕의 딸 +1 19.04.08 1,953 25 14쪽
8 마족지배 +1 19.04.06 2,011 27 10쪽
7 짐은 방패가 아니다 +1 19.04.05 2,222 29 14쪽
6 마왕 알퀴세르 +1 19.04.04 2,519 33 13쪽
5 황금의 산 +4 19.04.03 2,430 36 14쪽
4 데르나의 관점 +3 19.04.03 2,597 40 13쪽
3 무게경감 +7 19.04.02 3,034 48 13쪽
2 부활 +2 19.04.01 3,390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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