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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님의 서재입니다.

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최근연재일 :
2019.04.26 07: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5,001
추천수 :
937
글자수 :
145,028

작성
19.04.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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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
10쪽

부활

DUMMY

‘여긴 어디지?’

눈을 떠 보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어느 마을 한복판에 서 있었다.

찬찬히 주위를 살핀다.

중세풍의 건물. 돌로 만들어진 길.

내가 아는 복장을 입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걸 봐서는 확실히 다른 세계로 날아온 것 같다.

다행히 사람들은 나를 봐도 그냥 힐끗 지나갈 뿐 별다르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맞다. 내 돈!”


돈주머니는 허리춤에 묶여있었다.

문득 이세계에 맞게 바뀌어있는 내 옷을 내려다봤다.

천 옷에 약간의 가죽이 덧대어 있는 느낌.


“이건 뭐··· ‘양민1’ 같은 느낌이잖아? ······아무려면 상관없나?”


뭐, 사실 중요하지 않다. 옷 정도야 얼마든지 살 수 있으니까.

주머니를 들어 다시 한번 안을 확인한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화들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정화되어 간다.

‘후아아아아아········· ♡’

됐어! 꿈이 이루어졌어!

나는 이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어!

근데 이제부터 뭘 하지?


평소에 이렇게 많은 돈을 가져본 적이 있어야 어디에 쓸 줄도 아는 법.

나는 돈을 쓰는 데는 생초보였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이곳의 물가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이르렀다.

아무 눈에 띄는 노점에나 들어갔다.

이곳은 과자점 쯤 되는지 갖가지 과자들이 있었는데 내가 살던 곳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들 뿐이었다.

아무거나 집어들었다.

주인장에게 가져가 가격을 묻지도 않고 돈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들었다.

‘금화가 실제로 통하는지 확인해봐야 하니까.’

내심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기에서 금화가 안 통한다는 반전 같은 건 없겠지?

있으면 엎어버릴 거다.

헌데 우락부락한 몸집을 한 주인장이 금화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형씨. 미안하지만, 거슬러 줄 돈이 없어. 최소한 은화로 내면 안 될까?”


오 된다!

여기에서 드디어 마음의 스위치가 켜졌다.

열다섯 살 이후로는 꺼놓고 살았던 스위치였다.


“거스름 돈 필요 없습니다.”

“뭐?”


나는 금화를 나무탁자에 탁 소리나게 올려두고 가게를 나섰다.

사탕을 입에 물자 달콤한 맛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으하하하하하 부자다 부자!!!!”


그 후로, 걱정거리가 사라진 나는 금화를 마음껏 써댔다.

그리 큰 마을은 아니었다.

나는 마을에서 가장 좋은 가게에서 새 옷을 사고, 마을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집을 샀다. 말과 마차도 사고, 매일 같이 비싼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가장 비싼 술집에서 밤새 놀았다.

‘이렇게 써도 전혀 줄지를 않으니까.’

금화가 진짜 무지하게 많았기 때문에 인심도 저절로 커진다. 이것이 부자의 맛이었다.


“맛있는 거 사먹으렴.”


지나가던 아이한테 금화를 주기도 하고.


“그 돈 제가 대신 내드리죠.”


지나가는 길에 빚 독촉을 당하는 할머니가 보여서 손안 가득히 금화 한 움큼을 건네고.

빈민가로 보이는 곳에 가서 금화를 뿌리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부자를 두고 나쁘게 말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돈을 벌었을 리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 사람들 본인이 부자가 되었을 때도 부자를 나쁘게 말할까?

아닐 것이다.

내가 바로 그렇다.


“부자여야 기부라도 하는 법! 으하하하······!”


어딜 가나 한 주먹씩 금화를 꺼내줬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자 마을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졌다.

오늘도 식사를 하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콩고물이라도 얻으려는 마을 주민들이 둘러싸고 있다.

무릎 꿇고 모은 양손을 올리고 있는 자세.


-오늘도 금화를 주세요.

-부디 은총을!

-나리. 한 푼만 줍쇼.


음식점까지 쫓아와 저러고 있는 사람들. 처음에는 불편해서 음식이 넘어가질 않았다.

그러나 점점 마비가 되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지금 빚 독촉을 당하던 할머니는 식당 앞에서 다시 빚 독촉을 당하고 있다. 둘이 짜고 치는 느낌이 딱 든다.

안 그러면 내가 가는 데마다 빚 독촉을 당하고 있겠는가?

할머니 연기력이 상당해서 보는 맛이 있긴 하다. 조만간 집까지 따라올 기세다.


“알았어요. 드릴 테니까 받은 사람은 조용히 나가주세요. 그걸 안 지키면 앞으로 안 드릴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떡인다.

나는 주머니를 벌렸다.

그때였다.

몰려든 사람들 틈으로 근육질 몸매를 한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뛰쳐나왔다.

내 돈주머니만을 노려보고 돌진하는 남자.

누가 봐도 그 의도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도둑질.

나는 돈주머니를 지키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녀석이 식탁을 엎어버리는 바람에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젠장!”


하지만 나는 그리 걱정을 하진 않았다.

이 경우는 이미 몇 번인가 당해봤기 때문이다.

나는 넘어진 채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사람들도 숨죽인 채 보고만 있다.

사내는 나의 돈주머니를 손에 낚아채고 바로 도주하려 한다.

과연 그게 목적이었군.

헌데 돈주머니를 쥔 남자가 그 자리를 뜨려는 순간, 남자의 발이 미끄러지듯 넘어지고 말았다.


“응?”


남자가 헐레벌떡 일어나 다시 돈주머니를 잡아당긴다.

그러나 돈주머니는 바닥에 고정되기라도 하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썅! 왜 이렇게 무거워!”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 사람은 아마 신참인 모양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신기한 돈주머니’

나 말고는 들 수 없다. 심지어 나 말고는 돈을 꺼낼 수 없다.

이미 다 시험해본 것이다.

‘신이 걸어준 [무게경감]이 나한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니!’


즉, 다른 사람이 집어 들면 그 무게가 그대로 적용된다.

그냥 무거운 정도가 아니라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금화가 들어있으니 얼마나 무거울까.

신기한 것은 건물 2층에서 내려놓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도 삐꺽거리거나 하지 않는다.

‘혹시 그건 [대지보호] 때문인가?’

대지라고는 하지만 바닥에는 전부 적용되는 모양이다.

신은 서비스를 나름대로 상당히 잘해준 것 같다.

생각에 몰두하는 동안 남자의 몸 개그가 더욱 처절해졌다.

헛웃음이 나온 나는 가게 안에 대고 크게 외쳤다.


“저 남자를 잡는 자에게는 상자 가득 금화를 드리죠!”


그 말에 사람들의 눈이 번뜩였다.

좀비처럼 떼거지로 달려드는 사람들.

우당탕~ 쿵쿵~ 콰과광~

남자를 포획하는 건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우후후. 안전한 돈주머니. 나만의 돈주머니.’

이렇게 되자 돈 쓰는 게 유쾌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보디가드는 필요할 듯해서 이날부터 힘 좀 쓸 법한 사람들을 몇 명 데리고 다녔다.

다들 생업을 포기하고 나를 따라나섰다.


그날 밤.

나는 일주일 내내 찾아가는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역시 하루 일과의 마무리는 여기 술이지.”


돈을 뿌리고 다니는 것도 생각보다 체력을 요구한다.

하여간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니깐?

그때 술집 주인이 꽤 비싸 보이는 술병을 희희낙락 가지고 왔다.


“제가 직접 옆 마을에 달려가서 사온 술입지요. 비싸서 이 마을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물건입니다. 나리를 위한거니 마음껏 즐기십쇼.”


무슨 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모금 마시고 눈이 동그래졌다. 맛있는 건 당연하고 도수가 높아서 취기가 확 올라온 것이다.


“이거 물건인데? 맛있어”

“좋아해주시니 다행입니다. 후후후.”

“주인장. 방금 이 술을 옆 마을에서 사왔다고 했지? 그 마을은 여기보다 큰가?”

“훨씬 크죠. 이곳 로벨 왕국 내에서는 상업의 요충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도시 쯤 되는가보다.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네.’

솔직히 이곳은 작은 마을이다 보니 돈 쓸 곳이 마땅치 않다.

다 거기서 그거다. 식당 메뉴도 한정적이고.

도시쯤 되는 가서 돈을 팍팍 써야지.

주인장한테 이런저런 걸 묻는 동안, 걷기 힘들 정도로 취해버리고 말았다.


“나리. 너무 취하신 거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주인장이 4명으로 보인다. 분신술인가?


“이런 날은 마셔야지! 끅! 이봐 주인장. 난 말이야 세계최고의 부자야. 원한다면 여기 이 나라를 사버릴 수도 있단 말이야!”

“에유, 꿈이 야무지시군요.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진 마세요. 잘못하면 잡혀가십니다.”

“뭐 어때! 잡으러 온 녀석도 사버리면 그만이지!!”


크하하하 웃으며 돈주머니를 양 손으로 잡고 휙휙 휘둘러본다. 골프 치는 흉내다.

휘잉.

그 순간, 돈주머니가 술집 벽에 살짝 닿았다.

그런데,


퍼어어어엉!!!!!


술집 벽면이 통째로 날아갔고, 부서진 나무판자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술집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굳어버린다.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주인장의 얼굴이 창백하다.

나 역시도 살짝 굳었지만 곧 다시 웃었다.

돈이 많은데 뭐 어때 후후후.

어떻게든 무마해보자.


“하하하! 주인장! 술집이 많이 낡았지 않은가? 너무 휑하잖아! 자, 이걸로 더 좋은 술집을 차리지 그래에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금화를 몇 주먹씩 꺼내 주장 앞에 내려놓았다.

한 주먹

두 주먹

세 주먹

······

처음에는 굳어 있던 주인장의 얼굴.

그러나 내가 금화를 한주먹 내놓을 때마다 어두웠던 주인장의 얼굴이 점점 환해졌다.

그러다 열 다섯 주먹쯤 내밀었을 때는 이미 극상의 환희를 느끼는 표정이 되었다.

지금 바로 승천해버릴 것 같다.


“크하하하 나으리! 그냥 아주 철거를 해주셔도 되는데요? 말씀대로 너무 낡고 휑해서 그냥 다시 지어버리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요.”


오케이 문제 해결!

돈이면 역시 다 되는군!

나도 웃고 주인장도 웃고 그렇게 흠뻑 취한 채로 그날 밤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도시로 진출했다.


작가의말

초반에 팍팍 올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꾸준하게.. . 

하루에 하나씩, 월화수목금토 가겠습니다. 

올리는 시간은 일단 오전 7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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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게경감 +7 19.04.02 3,035 48 13쪽
» 부활 +2 19.04.01 3,391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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