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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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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Smith
작품등록일 :
2020.05.16 16:22
최근연재일 :
2022.01.01 22:16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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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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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글자수 :
31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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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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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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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태동하는 어둠 - 5

DUMMY

이튿날 아침.


철기의 도시, 라그바르 남쪽 정문 앞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통행자들로 길이 북적여대고 있었다.


건축에 사용되는 무거운 석재를 싣거나, 못쓰는 고철 등을 모아 어딘가로 바삐 움직이는 수레꾼들,

화물용의 여러 대형 마차를 끌고 들어오는 마부들, 그 중에는 적정한 값을 받고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을 태워주는 운행도 있었다.


모험가나, 단순한 용병이라면 푼돈 정도만 받고, 혹은 아예 받지 않고 대신 호위를 맡기기도 한다.

물론 그냥 말을 타고 가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짐마차 등과 함께 길을 오르기도 했다.


"짚이라도 푹신하게 있어서 그나마 낫겠네."


"말은 다음 도시에 가서 구하도록 하죠. 아는 지인이 있으니 좋은 걸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언제나의 대화를 주고받는 잭과 데언, 그리고 카밀로와 어제 새로 파티에 들어온 에딘까지,


4인조가 된 팀은 현재 어느 농부의 낡은 마차 뒷쪽, 오래된 천으로 지붕을 만든 짐 칸 앞에 서 있었다.


그 중에서 에딘은 어제와 많이 달라진 복장으로, 제대로 된 가죽제 방어구와 한손용의 장검,

버클러 형태의 소형 방패를 허리 춤에 걸고, 등 뒤에는 투박한 쇠몽둥이 같은 메이스를 매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에딘이 혼자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데언이나 잭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조언을 듣고 고른 결과였다.


또한, 그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도 보태어주어-데언은 조금 지나치다고 했지만, 무시하고 잭이 빌려주는 형태로- 이 만큼의 장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제야 모험가 같은 모습이 된 에딘은, 잭 일행과 함께 마차 뒤에서 옆길로 소란스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끄러운 발소리나, 말굽 소리 등에 섞여, 여러 이야기들이 복잡스럽게 들려왔다.


"대체 뭔 생각인지.. 광산의 일손만 자꾸 늘리고, 더 힘들기만 하잖아. 젠장!"


"그래도 일거리는 넘치니까. 뭐.."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내야 할 세는 늘어났지, 뻔질나게 돌아다녀도 요만큼인데, 몸만 힘들 뿐이라고!"


길의 대로 한편에선, 바삐 움직이며 오고 가는 일꾼들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이곳 라그바르의 주요 산업을 차지하고 있는 철광석 광산에서 채광한 광물들을 도시 곳곳으로 운반 시키는 일에 종사하는 자들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철광석들은 장인들에게 보내져, 일련의 공정과 제련 작업을 거친 후, 다른 도시나 마을들로 다시 보내진다.


순도 높은 철강을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있기 때문에, 도시의 상업과 공업은 함께 번창했고 지금도 그랬다.

이곳은 유동 인구가 많을 때 11, 12만 명이 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 그람핀과의 전쟁으로 왕국의 정세는 불안정하게 바뀌고 있었다.


그 굳건하며 성스러운 대성벽의 비호 아래,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던 왕국 내의 균형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다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요."


잭 일행을 마차에 태워주기로 했던, 장년의 사내가 옆에서 말해왔다.


"여왕 폐하의 직할령으로, 원래는 통행세도 없었던 도시였는데, 모두 그 전쟁 때문에 바뀌어서 말이오.."


그러면서 그는, 아주 잠깐이지만 감정을 토로하듯 말했다.


"내 아들 두 놈은 다치긴 했어도, 정말 운 좋게 목숨은 부지해서 돌아왔지만, 그렇지 않은 집들은 많이 힘들어했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활도 어려워지고..."


그는 씁쓸한 얼굴로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들 중에도 그런 슬픔을 안은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기에.


"...그렇군요..."


데언은 조용히 그렇게 답하며, 분주하게 돌아가는 거리를 같이 지켜보았다.


곁에 있던 잭이나 카밀로도 함께.

겉으로 보이는 왕국의 생활은 얼핏 예전과 다를 게 없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작물을 포함한 물가의 상승과 더불어,

계절이 바뀜에 따라 곧 있을 농번 시기의 일손 부족 같은 현상들이 조금씩 잠재해 있었다.


"힘들겠네요..."


카밀로는 슬쩍 에딘의 얼굴을 봤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카밀로는 어제 팀의 모두와 함께 가졌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에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농가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험가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하며,

자신의 고향이나 가족들이 그립다고 했지만, 지금의 그에게선 그런 감정이나 반응이 별로 없는 것 같았기에, 어딘가 조금 위화감이 느껴졌을 뿐이었다.


"뭘.. 괜찮네... 이대로 여왕 폐하께서 나라를 위해만 주신다면 금방 지나갈 일이야.. 그리 큰 고비도 아니라네."


그러면서 그 사내는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자, 어서 올라타게나. 이제 출발해야 하니."



.............................



마차는 도로를 따라 어디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매끄럽게 길을 나아갔다.


왕국의 수 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제대로 된 포장 도로를 가진 곳은 적다고 할 수 있었지만,

라그바르는 그 안에서도 상당히 평탄하며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이었다.


도시 내의 모든 길은 아니었지만, 큰 대로 정도는 모두 제대로 닦여져 있었으며, 다른 도시나 마을들로 연결된 모든 가도에는 마차 같은 탈 것 이외의,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인도도 옆에 마련되어 있었으며, 그 양옆 쪽에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살짝 경사진 배수구도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여왕에게 직접 임명 받은 귀족이 도시의 관리관으로서 시 내외를 모두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도의 주기적인 정비와 치안 역시 모두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때문에 모험가 팀, 케이헤투스의 잭 일행들이 타고 있는 마차 역시, 앞 뒤로 오고 가는 다른 마차들과 함께, 안전히 길을 나아갈 수 있었다.


이윽고, 라그바르에서 저 멀리 떨어져, 성곽이 조그맣게 보일 만큼 거리를 이동했을 때즈음,


풍경이 바뀌어가는 것을 보며, 일행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앞으로 몇 일 동안은 여러 마을과 도시들을 경유해 가야 하는 것이다.


현재는 짐마차에 몸을 기대고 있지만, 그다지 편한 승차감은 아니었고,

딱히 할만한 것 이라고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정도였기에.


"그럼, 데언 씨는 그쪽 지방에선 꽤 유명하셨겠네요."


"아뇨 아뇨, 결국엔 지쳐서 귀향한 아저씨일뿐이었는데요. 뭘..."


반짝이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딘에게, 데언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보다 굉장한 모험가는 얼마든지 있고, 그저 작은 촌락 같은 곳들은 위험에 취약한 부분이 많으니, 의뢰든 아니든 당연히 도움을 줬을 뿐이에요."


"그럼 잭도 그런 경우였나요?"


어제 저녁에 대화를 나누며 들었던 이야기를, 에딘은 슬쩍 장난스런 웃음을 지어 보이며, 농담처럼 말했다.


"하하,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고향으로 돌아가니, 웬 꼬마가 몇 년 동안이나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죠."


그렇게 함께 맞장구 치며 웃는 데언. 그 옆에서는 잭이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시끄러, 누구랑 착각했나본데, 난 어차피 혼자서도 잘 됐을 운명이라고, 될 놈은 된다 이거야. 알아듣겠어?"


"어딘가에서 개죽음 당했을 운명이었겠죠."


카밀로에게서 바로 거침없는 독설이 날아온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둘의 신경전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뭐 임마? 이 히스테리녀가.."


"또 얻어맞고 싶으면 계속 나불대보시죠?"


한 대 쥐어 박아주겠다는 눈빛으로, 웃으며 말해오는 카밀로.


"오냐~ 그 상판 떼기에다가 계속 말해.."


데언은 옆에서 투닥 거리는 둘을 보며, 마차를 타고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시끌벅적한 여행길이 그리 싫지 만도 않았다.


"두 분은 언제 봐도 사이가 좋으시네요."


"뭐?! 제정신이냐! 누가 이런 폭력녀하고!"


"에딘 씨? 제가 이런 버릇없는 꼬맹이와 친하게 지내줄 리가 없잖아요."


데언이 말하기를, 그녀는 원래 마법사 길드 쪽에서 파견직 같은 일을 했었다고 하며,

오래 전 그가 모험가 은퇴를 하기 이전에, 업무와 관련해서 만난 적이 있었고,


그 때의 인연으로 데언에게 권유를 받아-라기보다는 부탁에 가까운 형태로 파티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카밀로는 언제나 잭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꼭 그런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하하.. 그런가요.."


에딘은 머쓱해하며 웃었고, 데언도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둘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개 에딘이 모험가의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데언이 거기에 조언해주는 느낌으로,


"..... 물론, 등급마다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 < 금 > 등급 정도의 클래스가 되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값이 나가는 매직 아이템이나 무구 등에 돈을 쓰지만 않는다면 풍족한 생활은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모험가란 생물은 그러지 않으니까요."


"그거야, 누구든 더욱 위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법이니까, 당연하지. 그런 의미에선 솔직히 나는 아직도 아깝다고 생각한다고."


그 때, 옆에서 슬쩍 끼어든 잭이, 데언을 의식한 듯한 말을 했다.


"글쎄요... 제 재능으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데언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더 이상 거기엔 흥미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저는 금강까지 도달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범부로서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명확했죠.."


그는 자기 자신을 향해, 특출난 것이 없는 범부 쪽의 인간이라 하며 낮추어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것만으로 오를 수 있는 영역이 결코 아니었다.


세상에서 흔히들 말하는 일당백, 일기당천 같은, 무예나 무공이 뛰어난 자들을 그렇게 가리켜,

그 힘을 치켜세우곤 하지만, 그들 -금강- 은 정말 말 그대로 거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전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왕국의 일반적인 민병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들 수천 명 분의 역량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 금강 > 급의 모험가였다.


그러나, 말하고 있는 데언의 쓸쓸한 표정에선, 단순히 재능이나 그런 이유 뿐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의 나머지 세 등급은 격이 다릅니다. 특히나 < 일광 >은 더욱..."


말을 흐리며 끝냈지만, 그 뒤엔 아무도 다른 얘기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


뜻하지 못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마차 안의 공기는 급격히 식어갔다. 먼저 말을 꺼낸 잭도, 드물게 눈치를 조금씩 볼 정도였다.


잠깐 동안의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던 중,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에딘이었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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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태동하는 어둠 - 10 +13 20.06.09 90 13 10쪽
24 태동하는 어둠 - 9 +14 20.06.07 128 18 9쪽
23 태동하는 어둠 - 8 +17 20.06.05 136 16 13쪽
22 태동하는 어둠 - 7 +14 20.06.03 150 15 8쪽
21 태동하는 어둠 - 6 +15 20.06.02 102 19 10쪽
» 태동하는 어둠 - 5 +14 20.06.01 122 15 11쪽
19 태동하는 어둠 - 4 +14 20.05.31 94 16 10쪽
18 태동하는 어둠 - 3 +15 20.05.29 131 18 12쪽
17 태동하는 어둠 - 2 +12 20.05.29 111 14 8쪽
16 태동하는 어둠 - 1 +16 20.05.27 144 18 13쪽
15 종의 전쟁 - 14 +21 20.05.26 166 20 16쪽
14 종의 전쟁 - 13 +23 20.05.24 136 15 13쪽
13 종의 전쟁 - 12 +35 20.05.23 139 19 8쪽
12 종의 전쟁 - 11 +34 20.05.22 150 21 13쪽
11 종의 전쟁 - 10 +35 20.05.21 178 22 10쪽
10 종의 전쟁 - 9 +12 20.05.20 153 12 12쪽
9 종의 전쟁 - 8 +10 20.05.19 173 13 11쪽
8 종의 전쟁 - 7 +3 20.05.19 193 19 11쪽
7 종의 전쟁 - 6 +8 20.05.18 196 13 11쪽
6 종의 전쟁 - 5 +5 20.05.17 249 13 16쪽
5 종의 전쟁 - 4 +6 20.05.17 251 25 13쪽
4 종의 전쟁 - 3 +6 20.05.16 315 22 10쪽
3 종의 전쟁 - 2 +6 20.05.16 423 21 13쪽
2 종의 전쟁 - 1 +10 20.05.16 885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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