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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침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1
최근연재일 :
2023.08.19 19:2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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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3
추천수 :
98
글자수 :
296,827

작성
23.05.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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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1의 죽음

DUMMY

새벽 두시경, 한강 공원 3호 매점 안에서 가쁜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창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어오는 어둠 속이었다. 시열은 셔츠를 찢어 씨원의 배를 동여매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피를 흘린 탓에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씨원이 힘을 잃은 목소리로 말했다.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그도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죽어가는 친구에게 그럴 수가 없었다.


씨원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그러나 비교적 차분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군에서 쫓겨나고 석달쯤 되었을 때쯤 연락이 왔었다. 누군지는 몰라, 중간 알선업자였겠지. 오천 줄테니 누구좀 죽여달라고···... 다음 날 아침 문앞에 선금 삼천이 들어있는 가방이 있었고······ 몇번 하다보니 어느덧 킬러가 되어 있더구만. 최소한 별 하나는 달고 제대할 줄 알았는데, 씨발, 내 인생이 그렇게 됐다. 흐흐흐!”

“그자가 나를 죽이라고 했었던거야?”

“아냐, 그는 알선만 해주는 놈이고, 실수요자는 따로 있지. 그자가 그러더구만. 오월리 근방 93도로에서 기다리라고···. 한시간 쯤 후에 다시 전화가 왔지. 십분 안에 9사단 방향에서 세단 한대가 올 것이니 차안에 있는 총으로 세명을 없애라고···. 난 도로에 삼발이 몇개를 깔아놓고 기다렸었지···. 그 셋 중에 하나가 너인 줄은 몰랐다.”


씨원이 허억!하고 숨을 들이켰다.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 것 같았다.


“됐다. 말하지 마라.”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의식을 잃지 않으려 버텼다. 그래서인지, 그의 호흡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시열아, 그때, 너 나 알아봤지?”

“그래. 야간 작전 때 딱 그 씨원이더라.”

“고맙다. 친구를 알아봐줘서······ 그리고, 미안하다.“

“정광운 목사 건은?”

“마찬가지야. 한가지 조건이 있더군. 오월리에서 사용했던 그 K-5를 사용하라고······ 그게 네 총인 줄 몰랐다. 그거···. 네가 넣어둔 거냐?그 차안에?”

“아니.”

“그럼, 너희 부대의 어떤 놈들이 너를 함정에 몰아넣으려고 작정 했었구만. 쿨럭, 쿨럭!”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허공을 쳐다보는 눈꺼풀은 이미 힘을 잃고 있었다.


“죽는 마당에 고백 하나 해도 되겠냐?”

“말해”

“징계 위원회에 앉아 있는데···.. 정말 억울했다. 왜 나만 당해야 하는지 말야···. 너도 있었는데······ 내가 너처럼 장군의 아들이었어도 저놈들이 저 따위 소리를 할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미안하다, 친구야!”

”......”

“그 목소리 말야···.. 내게 전화해온······ 군대밥 좀 먹은 것 같더라.”

“말 너무 많이 하지 마라. 좀 쉬었다가 병원가자.”

“왜 내가 돈이 필요했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

“자넷 알지? 그때···. 백인 여자애. 나중에 날 찾아왔었지. 고맙다고···.. 귀국하기 전에 몇번 만났고···.. 기다리겠다고 하더라······.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겠냐···..”

“그 자넷이 아직 널 기다리고 있는거야?”

“몰라. 아마, 아니겠지. 시간이 흘렀으니까···. 근데, 나는 가고 싶었어. 자넷이 아니더라도···..그냥···.. 이 빌어먹을 땅을 떠나고 싶었어.”

“기다리고 있을거야. 가서 직접 만나봐.”

“아냐, 됐어. 사실 오늘 내가 경찰에 전화했었다. 한교식 대표 집에 범인이 나타날 거라고···. 그만 끝내고 싶었다. 진범이 네가 아니고 나라는 것도 보여주고···.. 근데, 제기랄! 네가 나타난거야. 흐흐흐! 나는 끝까지 되는 일이 없다.”

“···.”

“그만 가라. 한숨 자야겠다.”


씨원은 눈을 감았다. 정말 자는 것 같았다. 시열은 그의 코 밑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창문 밖에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불빛이 보였다. 내다보니, 경찰견을 앞세운 경찰들이 플래쉬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시열은 즉시 매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점점이 켜져있는 가로등 불빛을 피해 어둠 속으로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백미터도 채 달리지 못했을 때, 뒤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들이 드디어 매점 건물에 당도한 것 같았다.


시열은 방향을 틀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차량들이 뜸해지는 순간을 이용해 올림픽 대로를 횡단하여 사라졌다.


출혈의 흔적이 매점의 문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경찰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급히 뒤돌아 매점건물에서 떨어지기 위해 허둥대며 뛰기 시작했다. 당장 등뒤에서 총알이 날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엄폐물에 몸을 숨긴 경사 한명이 매점 건물을 주시하면서 무전기를 빼들고 말했다.


“도주한 용의자 흔적을 찾았습니다. 한강 반포 공원 제3호 매점, 범인이 건물 안에 은신해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머지않아, 경광등을 번쩍이며 차량들이 도착했고, 무장한 군인들이 군용트럭에서 내려와 현장을 에워싸고 엎드려 총구를 겨누었다.


곧 이어, 원상철 준위와 그의 수사팀이 도착하자, 경찰간부와 중위 계급장을 단 소대장이 그에게 다가왔다.


원준위는 무전으로 최초 보고한 경찰관을 찾았다.


“발견 즉시 보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원준위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보고한 뒤 십오분 쯤 됐군요. 차량 폭발 부터는 오십 분이 넘었고···..”


원준위는 매점 쪽을 보며 뭔가를 계산하는 것 같았고, 영문을 모르는 경찰 간부와 소대장은 그의 계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원준위가 소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정도 출혈로 여기까지 달려왔다면 이미 사망했을 겁니다. 공범이 함께 있었다면 이미 도주했을거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개를 먼저 들여보내고 들어가시죠.”


목줄이 풀린 경찰견이 매점 안으로 달려들어갔고, 잠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목줄을 풀어주었던 경찰의 얼굴에 불안감이 비쳤다. 혹시, 당한건가?


그러나, 경찰견은 꼬리를 흔들며 다시 모습을 나타 냈고, 소대장은 자신의 병력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곧 바로, 총을 겨누며 군인들이 들어갔고, 원준위가 따라 들어갔다.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씨원을 발견했다.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얼굴이 너무 편안해 보여서 원준위는 이 용의자가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 짐작했다. 마치 오래 동안 고통스런 불치병에 시달려 온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뒤따라온 경찰 간부는 씨원을 보자마자, 즉시 무전기를 꺼내들고 경찰 상황실에 보고 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직접 용의자를 때려잡은 듯 ‘발견’이 아니고 ‘검거’라고 경솔하게 말했다.


원준위는 조용히 용의자의 코밑에 손가락을 대보고, 목 옆을 짚어본 후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의 품안에 뭔가가 있음을 발견하고 고무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K-5권총을 꺼내들은 다음 탄창을 제거했다. 탄창은 아직 발사되지 않은 총알들로 채워져 있었다. 원준위는 왼쪽 손바닥을 펴고 탄창을 들고 있는 오른 손 엄지 손가락으로 총알들을 하나씩 밀어 빼내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놓여있는 다섯개의 총알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원준위의 차가 수송동 특별수사본부 서울 분실 정문을 통과하여 들어왔다.


그가 차에서 내려 건물 안쪽으로 걸어갈 때 마침 뒤따라 들어와 차에서 내린 사복 차림의 최교연 중령이 그를 불러세웠다.


“사단장님 보고가는 길이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 있었소?”

“..... 어떤 걸 말씀하시는겁니까?”


최중령은 윤월호 중령의 휴대폰이 있었느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뭐든지···.. 아무 것도 아니요. 들어갑시다.”


최교연 중령은 원준위를 기다리라고 하고, 본부장실이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방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는 비서실장이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늘 누군가가 사단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을 막아서곤 했다. 그것이 원준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시 후 최중령이 나와 원준위에게 들어오라고 말했고, 사복 차림의 사단장이 ,보고해봐!’라고 말하고 나서도 당연하다는 듯 나가지 않고 지켜 서있었다.


“두명의 용의자 중 한명은 도주했고, 다른 한명은 인근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죽은 놈이 그 유시열인가 하는 놈인가?”

“유시열 대위는 아니었습니다. 지문 채취해서 신원 파악 중이니 곧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럼 도주한 놈이 유시열이겠구만. 그밖에 현장에서 발견된 건 없었소?”


최교연 중령도 그렇고 사단장도 똑 같은 질문이다.


“어떤···..?”

“그러니까···.. 범행에 사용된 무기 말야.”

“사망한 용의자가 유시열 대위의 권총을 가지고 있었읍니다.”

“단독 범행이 아니었다는 얘기구만. 역시 내 짐작이 맞았어.”


원준위는 의아해했다. 사단장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그는 어떻게든 유시열 대위를 이 범행들과 연관지으려 하고 있다.


“역시 조직적인 뭔가가 있어. 가볍게 볼 사건이 아니야.”

어쨌거나 복수의 용의자가 발견되었으니 그런 의심은 가능했다. 아직 조직적이라고 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있을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었다.


그래도, 원상철 준위가 갖고 있는 의문들은 해소되지 않았고, 게다가 이제 하나의 의심이 더 추가되었다.


“그런데···.. 탄창에 다섯발의 탄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

“이제까지의 사건 일지를 보면, 오월리 현장부터 유시열 대위는 열세발을 쐈습니다. 윤중령에 두발, 운전병에 두발, 정목사 부부 네발, 한교식 대표 부부에게 네발, 한대표 아파트 안에 있던 경호원에게 한발···.. 모두 열세발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최교연 중령은 원준위의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박소장은 짜증을 내었다.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봐!”

“아시다시피, K-5 권총의 탄창에는 열세발이 들어갑니다. 유대위가 그 모든 범행을 저질렀다면 탄창에는 아무 것도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섯발이 남아있었읍니다.”


박소장이 궁지에 몰린 것 같자 최교연 중령이 끼어들었다.

“유대위가 탄창을 하나 더 갖고 나갔다는 말이 되는군요.”

“오월리 사건 직후에 1대대 총기와 탄약 재고를 체크했었는데, 유시열 대위에게 지급된 것은 분명히 열세발이었읍니다.”

“그거야···.. 실탄 분실에 겁이 난 보급병 녀석이 장부 숫자를 맞춰 놓았겠지. 사실 어느 부대나 가끔 있는 일 아니요.?”

“저희 팀이 재고 실탄을 모두 하나 하나 세어봤는데 장부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최중령이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자, 이번에는 박소장이 짜증을 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놈이 한 짓이 아니라는거야!”


사단장 박병태 소장의 갑작스런 반응은 원준위를 당혹케 했다. 게다가, 그의 말에 동조하는 듯한 최교연 소령의 태도도 그렇고.


그제서야, 그는 이 두 사람이 진실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음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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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시열은 죽었어도 살아날 놈 23.05.24 53 2 11쪽
» C-1의 죽음 23.05.23 55 2 11쪽
26 탈주 23.05.23 50 2 12쪽
25 살인 사건 예고 23.05.21 51 2 12쪽
24 거사 후 계획 23.05.21 50 2 11쪽
23 만취한 시열 23.05.20 53 2 12쪽
22 원상철표 더덕주 23.05.19 45 2 12쪽
21 범인은 영낙없이 유시열 대위 23.05.19 50 2 12쪽
20 미행 23.05.18 52 2 12쪽
19 C-1은 취해 있었다 23.05.18 60 2 12쪽
18 정목사 피살 23.05.17 59 2 10쪽
17 노을이 지는 낚시터 23.05.16 62 2 12쪽
16 스티브 잡스를 찾아라 23.05.16 66 2 11쪽
15 기특한 내 새끼 23.05.15 66 2 13쪽
14 인파 속으로 숨어라 +3 23.05.15 72 2 11쪽
13 칠패산 23.05.14 70 2 11쪽
12 모텔 가자 23.05.14 78 2 11쪽
11 허둥대는 사단 사령부 23.05.13 76 2 12쪽
10 윤중령의 휴대폰 23.05.13 80 2 11쪽
9 대대장 피살 사건 23.05.12 78 2 12쪽
8 비가 내린다 23.05.12 81 2 13쪽
7 랭글리 23.05.11 90 2 13쪽
6 풍운아 박병태 23.05.11 95 2 12쪽
5 다시 쓰이고 있는 쿠데타 23.05.10 96 2 11쪽
4 독을 품은 장미 23.05.10 97 2 13쪽
3 화창한 봄날 23.05.10 117 2 11쪽
2 드디어 바람이 불기 시작하다 23.05.10 178 2 15쪽
1 친서 교환 +4 23.05.10 374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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