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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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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1
최근연재일 :
2023.08.19 19: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846
추천수 :
98
글자수 :
296,827

작성
23.05.14 10:37
조회
77
추천
2
글자
11쪽

모텔 가자

DUMMY

최중령은 사단장 책상에 놓여있는 전화기를 들고 군단장실을 불렀다.


“여기 9사단장실인데, 사단장님께서 군단장님 통화 원하시는데 지금 가능하십니까?”


박소장은 의자에 앉으며 수화기를 건네받았고, 곧 제1군단장 김유창 중장이 나왔다.


“어, 박장군 금방 통화하고 무슨 일이요? 그 사이에 용의자 잡았습니까?”


이죽거리는 말소리를 듣자 박소장은 수화기를 던지고 싶었다.


“다름이 아니고, 제가 직접 수사본부장을 맡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씀입니다.”

“그 정도 사건은 아닌 것 같은데···.. 박장군이 나서준다면 나야 나쁠 건 없지만.”박소장은 진정하느라 잠시 숨을 골랐다.

“용의자가 사단 지역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로 들어갔을 수도 있구요. 따라서, 인근 부대나 서울, 경기 경찰청과 공조가 필요한데, 영관급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지 않겠냐,는 판단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알았소, 그렇게 합시다. 위에는 내가 얘기하지요.”

“그럼 재가하신 것으로 알고,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박소장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최중령에게 말했다.


“육군 소장이 수사본부장을 맡았으니 이제 다른데서 따로 수사본부를 설치하자는 소리는 안나오겠지, 안그런가?”


최중령은 박소장이 자신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말씀을 듣고보니 그렇군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박소장은 기분이 좋아서 호쾌하게 말했다.


“내 이름으로 인근 부대하고 서울, 경기 경찰청에 협조 공문 보내.”

“특별히 넣어야 하는 내용이 있습니까?”

“아무거나 넣어. 여기가 갑이고 너희는 을이다, 그거면 돼. 앞으로 뭐 귀찮은 것 물어오면 군 보안사항이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최중령이 나가려 하자 사단장이 물었다.


“내가 수사본부장을 직접 맡는 이유가 또 있다는 것 알고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사단장이 한걸음 앞으로 다가 서서 나즈막히 말했다.


“그래야, 비서실장인 자네가 수사정보를 빨리 캐취에서 특임조를 움직일 것 아닌가?”

“잘 알겠읍니다.”

“그 휴대폰 빨리 찾아!”




시열은 자신이 병원에 누워있다고 생각했다. 소독약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눈을 뜨고 나서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의 눈에 세영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어젯밤의 장면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갔다.


대대장의 호출, 사단 사령부 방문, 차량 사고, 대대장과 운전병의 죽음,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괴한···.. 그 모든 장면들이 지나가고 있는 눈 앞에 세영의 얼굴이 나타났다.


“괜찮아?”

“미안, 족발 못사왔다.”



시열은 몸을 일으키려다가 가슴에 뻐근한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털썩 누워버렸다.


”눈뜨자마자 한다는 소리가···..내 얼굴이 족발로 보여?”


세영은 거즈에 소독약을 묻혀 티셔츠가 올려져 있는 시열의 가슴이며 여기 저기의 상처들에 바르기 시작했다.


“윽!”


쓰라렸다.


“어떻게 된거야? 이 상처들은 다 뭐고?”

“교통 사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단은 교통사고였으니.


“어떻게? 차에 받힌거야? 병원에는 갔었어? 진작 전화를 했어야지, 이 멍청아!”

“윽!”


세영이 시열의 가슴팍을 찰싹 내려치자, 시열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 미안! 갈비뼈 부러진 거 아냐? 여기야?”

“아프다고!”

“미안! 여기가 아파? 여기야?”

“세영아, 제발 그만!”

“그린 베레가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근데, 정말 아파?”

“에어백이 터졌었거든. 괜찮아.”


시열 셔츠를 내리고 일어서서 주방으로 가며 말했다.


“아침 먹자. 배고프다.”


시열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방의 이것 저것을 꺼내자 세영이 따라 일어섰다.


“에어백이 터졌으면 큰 사고야. 택시였어? 너 혹시 괜찮습니다. 하고 그냥 온거 아냐? 말해봐. 내가 합의금 받아줄께. 기자 친구 좋다는게 뭐냐, 이럴 때 쓰는 거지.”

“커피 끓일테니까, 토스트 좀 구워라. 참, 라면있지?”


시열과 세영은 나란히 서서 라면과 커피를 끓였다. 그리고, 그것들을 먹고 마시면서 시열은 어젯밤에 일어난 일들을 얘기해줬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심각하게 듣고 있던 세영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놓고 천천히 두손을 마주쳤다.


짝,짝,짝!

“대박! 산하일보가 드디어 나 때문에 사는구나.”

“..... 무슨 말이야?”

“특종이라는 말이지. 조회수를 단박에 백만 이상 올릴 수 있는 이세영 기자의 단독 대특종. 어머, 나 가슴 뛰는 것 봐.”


철딱서니없는···. 시열 역시 잔을 내려놓았다.


“세영아,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 무슨 소리야?”

“흉악범. 상관을 살해하고 근무 지역을 이탈, 도주한 대한민국 육군 대위. 잡히면 사형이 확정적인 극악 무도한.”

“......”


현실이었다. 상상도 하지 않았던.

그말을 들은 세영의 안색이 변했다.


“혹시 너, 부대에서 나에 대해 말한 적 있어? 예쁜 여자친구 있다고 자랑했다거나···.?”

“아니, 없어.”


너무 빨리 나온 대답에 세영이 실망감을 드러내며 시열을 쏘아보았다.


“섭섭하네.”


그리고,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옷입어! 나가!”


시열이 당혹해하자 세영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네 통화 기록 조회하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번호가 보일거고,그 번호 조회하면 이세영이라는 이름 나올 것이고, 그 여자의 주소를 알아냈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그제서야, 시열은 식탁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침실로 달려가 옷장을 열고, 그 앞에서 경쟁하듯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시열이 마지막으로 셔츠의 끝자락을 바지춤에 쑤셔넣을 때, 청바지의 단추를 채우던 세영이 옷장 안에서 ‘D’가 새겨져 있는 두산 베어스 야구 모자를 꺼내 시열의 머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벗어놓은 시열의 옷들을 침대 매트리스 밑으로 쑤셔넣었다.


거실로 나온 시열이 탁자위의 소지품을 주머니에 챙겨넣는 동안 세영은 흰 비닐 봉투를 들고 욕실에 들어가 시열이 벗어놓은 젖은 옷가지들을 집어넣고 시열에게 던졌다.


그 봉투를 받은 시열은 문을 열고 밖을 확인했다.

세영이 거실을 둘러보고 나가려다 주방 캐비넷에서 황갈색 설탕 한줌을 꺼내 문 안쪽 바닥에 살살 뿌렸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발자국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시열이 기특하다는 듯 쳐다봤고, 세영이 쌩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영화에서 배운게 많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쓰레기 봉투를 든 반바지의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같은 봉투를 들고 서있는 시열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뒤로 물러서주었다. 시열은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그들 등지고 섰다. 따라 들어온 세영이 이미 불이 들어와있는 1층 밑의 B1, 지하주차장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고 문이 열렸다.


“안내리세요?”


반바지 남자가 시열의 등뒤에 대고 물었다. 그는 시열이 당연히 쓰레기 분리 수거장이 있는 1층에서 내릴 것이라 생각했었다. 시열은, 아, 네···. 하며 옆으로 비켜주었다.


남자는 내리면서 시열에게 물었다.


“그거, 제가 갖다 놓을까요? 의류죠?”

“아뇨···. 세탁소 가는 길입니다.”

“어이구, 미안합니다. 전 쓰레기인 줄 알고.”


그가 내리자 시열이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세영이 재밌다는 듯 살짝 웃어주었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B1 지하 주차장을 가로질러 세영의 엘란트라에 올라탔다. 세영이 곧바로 쇼율더 백에서 키를 꺼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키자 끼이익하는 타이어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렸다. 시열은 쓰레기 봉투를 뒷좌석으로 던져넣고 물었다.


“어디 가는거야?”

“몰라, 일단 여기는 나가야지.”


엘란트라가 지상으로 니와 단지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차가 단지 출구를 통과하기 직전 전방에서 뭔가를 발견한 시열이 갑자기 세영쪽으로 엎드렸다. 그 바람에 시열의 얼굴이 세영의 허벅지위에 놓이게 되었다. 세영이 당황하며 말했다.


“야, 야! 왜 이래! 남사스럽게.””


시열이 나즈막히 말했다.


“마주오는 검은 색 차.”


맞은 편에서 검은 색 SUV가 단지 안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마주 보고 있는 엘란트라와 SUV는가운데에 있는 과속 방지턱을 넘기 위해 속도를 줄인 상태였다. 10미터가 안되는 거리.

세영은 얼른 쇼울더 백을 시열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자연스럽게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SUV 안에 두명의 남자.

벌써 세영의 신원을 알아내고 찾아온 것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일단 그렇다고 생각해야 한다.

맞은 편 운전석의 남자가 세영을 바라보고 있다. 만약 저 남자가 두차가 비껴갈 때까지 쳐다본다면 , 차체가 높은 SUV의 각도를 봤을 때, 그는 내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세영은 긴장했다.


4미터, 3미터···...

운전대를 잡고 있는 세영의 손가락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2미터···.. 그냥 확 엑셀을 밟아버릴까?

1미터···. 그래, 그게 낫겠어. 만약 그냥 지나가던 차라면 아무 일도 없을 거고, 시열을 뒤쫓고 있는 것이었다면 일단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야.

세영이 결심을 굳힌 그때, 다행히 남자는 시선을 거두었다.

단지 출입구의 도로폭은 다른 차의 여자에게 한눈을 팔면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우!


SUV가 완전히 지나가자 세영이 말했다.


“갔어. 일어나.”


몸을 일으킨 시열은 뒤를 바라보았다. SUV는 세영의 아파트가 있는 103동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엘란트라는 단지 앞에서 우회전하여 큰 길로 들어 섰다.


“누구야? 아는 사람들이야?”

“범수대에서 본 것 같아.”

“범수대? 그게 뭔데?”

“육군 범죄수사대.”


그리고, 시열은 뒷좌석에 몸을 털썩 뉘었다.


“이제 실감난다. 내가 쫓기고 있다는 게. 시간이 지나면 현상금도 붙겠지?”


그때, 세영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유시열 대위 여기 있어요. 빨리 잡아 가세요!”


시열이 당황하자, 세영은 한참동안 깔깔대며 웃었다. 세영이 웃음 끝에 말했다.


“그 휴대폰 열어 봐야지. 어디 갈까?”


시열이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자신없게 대답했다.


“글쎄, 구기동?”


가끔 함께 갔던 구기동 양식집 예사랑을 말하는 것이었다. 북한산 입구 근처의 그곳은 주로 데이트하는 젊은 남녀들이 찾는 곳으로 늘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한 편이고, 칸막이가 되어있는 테이블들이 있어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남의 핸드폰을 놓고 수상쩍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썩 적절해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 아침 시간에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세영이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촌스럽기는···.. 모텔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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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침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시열은 죽었어도 살아날 놈 23.05.24 53 2 11쪽
27 C-1의 죽음 23.05.23 54 2 11쪽
26 탈주 23.05.23 50 2 12쪽
25 살인 사건 예고 23.05.21 51 2 12쪽
24 거사 후 계획 23.05.21 50 2 11쪽
23 만취한 시열 23.05.20 52 2 12쪽
22 원상철표 더덕주 23.05.19 45 2 12쪽
21 범인은 영낙없이 유시열 대위 23.05.19 50 2 12쪽
20 미행 23.05.18 52 2 12쪽
19 C-1은 취해 있었다 23.05.18 60 2 12쪽
18 정목사 피살 23.05.17 59 2 10쪽
17 노을이 지는 낚시터 23.05.16 62 2 12쪽
16 스티브 잡스를 찾아라 23.05.16 66 2 11쪽
15 기특한 내 새끼 23.05.15 66 2 13쪽
14 인파 속으로 숨어라 +3 23.05.15 71 2 11쪽
13 칠패산 23.05.14 70 2 11쪽
» 모텔 가자 23.05.14 78 2 11쪽
11 허둥대는 사단 사령부 23.05.13 75 2 12쪽
10 윤중령의 휴대폰 23.05.13 79 2 11쪽
9 대대장 피살 사건 23.05.12 78 2 12쪽
8 비가 내린다 23.05.12 80 2 13쪽
7 랭글리 23.05.11 90 2 13쪽
6 풍운아 박병태 23.05.11 95 2 12쪽
5 다시 쓰이고 있는 쿠데타 23.05.10 96 2 11쪽
4 독을 품은 장미 23.05.10 97 2 13쪽
3 화창한 봄날 23.05.10 117 2 11쪽
2 드디어 바람이 불기 시작하다 23.05.10 178 2 15쪽
1 친서 교환 +4 23.05.10 373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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