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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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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122

작성
11.06.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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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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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글자
7쪽

월야공자 제33화--1

DUMMY

제33화 재회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음모


소년은 두 사람을 허름한 건물로 안내했다.

간판도 없는 다쓰러져 가는 낡은 건물, 어디를 보아도 객점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황도의 화려한 건물들 뒤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듯했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소년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이래도 묵어가겠냐는 뜻이었다.

소년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진조범은 소년의 시선에서 간절함을 느꼈다.

진조범이 허락의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소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소년은 재빨리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 누나, 손님 모셔왔어.”

늦은 밤임을 잊은 듯 소년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소년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한 여인이 재빨리 밖으로 달려 나와 허리를 숙였다.

“ 어서 오세요.”

이제 갓 스무 살은 넘었을까?

여인은 흡사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여인의 안내를 받으면서 두 사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고작 세 개의 탁자만이 비치되어 있었다.

낡고 오래된 건물에 어울리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탁자였다.

하지만 내부는 먼지 하나를 찾기 힘들만큼 깨끗해 보였다.

여인의 깔끔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빈방은 있습니까?”

진조범의 질문에 여인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따르시지요.”

여인은 식당 옆에 붙어있는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방은 작고 아담했다.

식당의 탁자와 마찬가지로 낡은 두 개의 침상이 깨끗하게 정돈된 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다소 횅한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이 방이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인 역시 소년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레 말했다.

“ 식사는...........”

진조범은 차분한 시선으로 방을 살피면서 천천히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 간단한 요깃거리와 술을 부탁드리지요.”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진조범의 눈치를 살폈다.

“ 저.........., 혹시 계산을 먼저 해 주실 수 없으신지요.”

진조범이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공손히 말했다.

“ 동전 두 냥입니다.”

진조범은 수중에서 은자 한 냥을 꺼내 여인에게 건넸다.

“ 거스름돈은 되었습니다.”

여인이 은자와 진조범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은자 한 냥은 동전 열 냥이니 요금의 다섯 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편의상 은자 한 냥을 동전 열 냥으로 하겠습니다.)

잠시 갈등하는 여인을 향해 진조범이 괜찮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로소 여인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진조범은 돌아서는 와중에 악다문 여인의 모습을 확인했다.

단순히 횡재를 했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존심을 내세워 사양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듯했다.

여인이 밖으로 나가자 묵상이 털썩 자리에 앉으면서 방을 두리번거렸다.

방안에 있는 두 개의 침상과 한 개의 탁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지만 언제 부서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낡았다.

다시 진조범을 바라보는 묵상의 시선은 진짜 이곳에서 잘 거냐고 묻고 있었다.

진조범의 가벼운 미소에 묵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나저나 황도에도 이런 곳이 다 있군요.”

진조범 역시 이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누군가가 건물 밖으로 달려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 밖으로 달려 나간 것은 두 사람을 이곳까지 안내한 소년이었다.

은자 한 냥을 손에 꽉 움켜쥔 소년은 어디론 가로 부리나케 달리고 있었다.

소년이 돌아오기까지는 대략 반 시진이 걸렸다.

돌아온 소년의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이제 열다섯은 되었을까?

소년은 외소한 몸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짐을 등에 지고 있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는 지금이라도 당장 숨이 넘어갈 듯했다.

어두운 밤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혼신의 힘으로 내달렸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소년은 얼굴에 더 없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소년의 짐은 모두 식재료였다.

소년에게서 짐을 받아든 여인은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이미 요리를 위해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고, 요리기구들을 달궈둔 상태였다.

여인은 요리를 하는 와중에도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객실 방향을 살폈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늦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시각 묵상은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바탕 몸을 푼 뒤였기에 매우 시장한 상태였다.

낡은 방도 낡은 방이지만 음식이 늦어지자 더욱더 기분이 언짢은 상태였다.

몇 차례 음식을 독촉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진조범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를 제지했다.

그렇게 다시 이각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여인과 소년이 술과 음식을 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간단한 야채가 어우러진, 가끔 고기가 헤엄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세 가지 요리와 싸구려 죽엽청이었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너무나 조촐한 음식이었다.

탁자 위에 음식을 내려놓는 여인과 소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묵상의 얼굴에 드러난 불만이 두 사람을 더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다.

음식이 늦어졌다는 것을, 은자 한 냥이라는 거금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기어이 묵상이 불만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토해냈다.

“ 겨우 이따위를 만든다고 그토록 시간을 허비하다니..........”

묵상의 투덜거림에 진조범이 재빨리 그의 잔에 술을 채웠다.

닥치고 술이나 마시라는 뜻이었다.

묵상이 술잔을 손에 쥐자 여인과 소년이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음식은 간이고 손맛이라고 했던가?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담백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 묵상마저도 다소 흡족한 표정이었다.

홀로 음식을 준비해 먹어야만 했던 묵상에게는 다소 생소한 맛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애정을 담은, 그만큼 만든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가정의 맛이라고 밖에는 표현 할 수 없는 맛이었다.

진조범에게도 이런 맛이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조범은 찬찬히 음식 맛을 음미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잠시 후 밖에서 누군가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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