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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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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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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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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월야공자 제27화--2

DUMMY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마다 태어나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에 따른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세상은 이런 사람들의 각기 다른 생각이 무수히 혼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인간사는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는 없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닥치는 문제에 대해서 제각기 해답을 얻고자 하지만 정확한 해답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인간사는 너무나 복잡해 정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인간의 생각을 자신의 틀에서 정리하고 마치 이것이 정답인양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말처럼 그럴듯하게 꾸며낸 가설일 뿐 그것이 결코 현실은 될 수는 없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간이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지만 그 성사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이 말은 바로 이런 내용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때로는 정답에 가까운 소위 말하는 해결책이라는 것이 우연히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문제의 경우에는 묵상이 그 해결책을 내놓고 있었다.

불현듯 묵상은 진조범에게 객점을 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것이 결코 진조범이 고민하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아니었다.

묵상은 단지 자신이 직접 객점을 한 번 열어보고 싶었다.

묵상은 오랜 세월 산에서 아버지와 단둘이서 생활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칠절과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가 좋았다.

그리고 장사라는 것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장가계에 정착한 이래로 자신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장가계 일대는 냉염의 영역, 감히 진조범을 노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호위로써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가 없었으며 공으로 밥을 얻어먹기가 미안했던 것이다. 원중도가 가진 돈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묵상은 알지 못했고, 묵상 나름대로 일행의 생계를 영위하는 방법으로 또한 객점을 생각했던 것이다.

묵상은 어린 시절 병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오랜 세월 아버지와 단둘이서 살아오면서 산에서 나는 재료들로 묵상이 직접 요리를 해왔기 때문에 요리에 익숙했다. 그리고 묵상이 강호에 출두한 이래로 지금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대로 된 음식을 접하지 못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보다 맛있는 음식이 없었다는 사실이 묵상이 과감하게 객점을 해보자는 제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다소 뜬금없는 묵상의 제안에 진조범이 살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진조범은 이런 묵상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런 진조범의 결정에 원중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 위에 객점이라는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의 허락이 떨어지자 묵상은 객점을 열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이렇게 장가계에 10여년 만에 객점이라는 것이 문을 열었다.

객점이 열리자 가장 먼저 냉염이 수하들을 이끌고 객점을 방문했다.

진조범은 이런 냉염에게 객점에 물건을 댈 상인들의 안전한 출입을 요청했다. 여기서부터 세상과의 소통을 기대했던 것이다.

진조범은 요청이었지만 냉염은 이를 명령으로 받아들였고, 비단 객점과 관련된 상인들의 안전한 출입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객점의 영업을 위해서 객점으로 통하는 길까지도 세상에 개방했다.

이렇게 객점 하나의 등장과 함께 장가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것은 진조범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변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냉염의 이름으로 장가계로 통하는 길이 개방되었음에도 처음에는 이 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쉽게 냉염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오로지 산적들만이 객점을 이용했다.

이런 산적들만으로도 객점은 호황이었다.

덕분에 지속적인 식재료의 공급이 필요했고, 몇 차례 원중도가 근처의 상인을 직접 호위해 객점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이후 상인들과의 지속적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며 이런 상인들이 장가계를 통행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길을 이용하기 시작하자 진조범은 냉염에게 일정한 통행료를 걷기를 권고했다. 산적들이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를 위해서 냉염에게 원중도와 상의할 것을 권했다.

냉염은 이 권고라는 것을 역시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원중도의 지시에 따라 즉시 일정액의 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에게는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았으며, 상단의 크기에 따라서 그 통행료에 차등을 두었다.

처음에는 그 수입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소문이 퍼지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지막까지 안전성을 의심했던 거대 상단들까지 이 길을 이용하게 됨으로써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기 시작했다.

냉염은 수입의 많고, 작음과 상관없이 이 수입 모두를 진조범에게 바쳤다.

진조범은 이를 사양하지 않고 모두 받아 이 금액의 운용을 원중도에게 맡겼다.

과거 검마맹이라는 조직의 중추인물이었던 원중도라면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원중도는 이런 진조범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원중도는 우선 이 통행료의 일부를 냉염의 이름으로 우링산맥 일대의 관리들에게 세금의 명목으로 바쳤다. 물론 부패한 관리들은 그 세금의 일부를 자신들이 착복했다. 하지만 그 일부를 역시 상부에 바쳤고 그렇게 토벌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또한 남는 금액을 고르게 나눠 산적들에게 분배했다.

이 남는 금액만으로도 지금까지 산적들이 벌어들이던 수입을 상회하고 있었다.

때문에 굳이 더 이상 산적 질을 할 필요성이 사라지고 말았다.

원중도는 이런 이유로 냉염에게 우링산맥 전역의 개방을 권했고, 냉염 역시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용병을 모아 산적을 토벌하려던 상인들의 움직임이 또한 사라졌다.

우선 용병을 모으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관부가 손을 뗀 이상 독자적으로 이를 수행해야 했음으로 그 성공가능성 역시도 그리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일정액의 통행료를 지불하기만 한다면 통행에 큰 지장이 없어졌기에 굳이 그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냉염의 조치를 가장 환영한 것이 상인들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상인들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해 우링 산맥을 우회해야만 했다.

그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자면 다소 과하다고 생각되는 이곳의 통행료는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우링 산맥을 우회한다고 할지라도 다른 산적을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할지라도 현재 호남성 산적들 중에서 최강의 세력은 혈랑도 냉염이 이끄는 혈랑단, 그런 혈랑단이 안전을 보장해 준다면 그야말로 안전한 것이 현실이었다.

시간의 절약과 안전한 물품의 운반, 이것은 곧 고객들에게 신용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었고, 상인들에게 이런 신용은 억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비싼 통행료를 징수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우링산맥 일대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일이란 하나가 풀리면 이상하리만치 다른 일들을 덩달아 풀리는 법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유일한 객점인 진조범의 객점은 개점 초부터 항상 자리가 부족했다.

완벽한 독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호황은 세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방장의 독특한 음식 맛 때문이었다. 진조범은 사람이 얼마나 다른지를 묵상의 독특한 입맛을 통해서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묵상의 음식을 모두가 맛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묵상은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더구나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묵상은 실제로 자신이 만든 음식을 세상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이제 진조범과 원중도에게 이것은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되고 말았다. 묵상이 만든 음식을 먹다가는 정말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비단 진조범과 원중도만의 생각도 아니었다.

묵상의 음식을 입에 댄 사람들은 예외 없이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진조범이나 원중도가 요리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곧 죽어도 자신이 주방장을 하겠다는 묵상의 강력한 반발도 문제였다.

이것이 또 하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를 빌미로 진조범은 냉염에게 다른 객점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냉염은 진조범의 객점을 위해서 다른 객점은 물론 어떠한 시설도 들어서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하지만 진조범의 요청에 의해 즉각적으로 이를 추진했다. 물론 이것을 진조범의 명령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이런 상황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냉염 역시 개점 초 객점의 음식을 맛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진조범의 의견에 또한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장가계 일대에 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우선 진조범은 산적들 중에서 장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자리를 제공했다. 떨어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을 데려와 함께 사는 것도 허락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자리들은 자릿세를 받으며 상점이 들어서는 것을 허락했다.

이 모든 것이 진조범의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묵상의 맛없는 음식이 또한 장가계로 통하는 길 위에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장 좋은 위치인 진조범의 객점 십리 안으로는 어떠한 음식점도 들어서지 못했다. 이것만은 냉염이 극구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우링산맥의 산적들은 굳이 산적 질을 하지 않아도 이전보다 풍요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오랜 세월 냉염이 철저하게 산적 질을 해왔고, 우링산맥 일대의 주인이 혈랑도 냉염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장가계 일대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진조범은 원중도로 하여금 냉염을 도와 혈랑단을 훈련시킬 것을 지시했다. 지금은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었고, 이런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또한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진조범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진조범의 또 하나의 날개이며, 훗날 중원을 종횡할 혈랑대가 탄생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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