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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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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5.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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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월야공자 제28화--2

DUMMY

묵상은 냉염과 원중도 역시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은 묵상과는 전혀 생각이 달랐다.

다른 두 사람은 진조범을 진심으로 그들의 주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묵상에게 진조범은 어디까지나 조건부 주군에 불과했다.

때문에 빠르게 발전하는 진조범의 모습이 묵상에게는 더 없는 부담이었고, 오히려 이런 부담이 묵상에게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 어쩌면 평생 그를 따라잡지 못할지도...........’

묵상은 이런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오늘따라 더더욱 진조범의 모습이 평소보다 더욱 빛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묵상은 이렇게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단순한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묵상의 이런 생각 때문에 일어난 착시 현상이 아니었다.

지금 진조범의 몸은 마치 거울이 빛을 반사하듯 은은한 월광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순간 진조범은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이를 확인한 묵상이 언뜻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조범에게 패해 진조범의 일행이 된 이후로 벌써 3년을 훌쩍 넘었다.

그 기간 동안 묵상은 항상 진조범이 월광심법을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러나 월광심법을 운용하는 이 시간에 진조범이 검을 뽑는 모습은 이런 묵상으로서도 처음 대하는 것이었다.

진조범의 손에 들린 월광검이 이내 그 검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순간 묵상의 눈에는 마치 월광검이 허물을 벗는 듯 은빛 가루 같은 것이 그 검신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묵상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동시에 진조범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점차 진조범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월영보.’

묵상은 한눈에 진조범이 월영보를 펼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묵상에게도 월영보는 어느 정도 익숙한 보법이었다.

월영보는 기본적으로 8가지 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이 단순해 보이는 8가지 변화를 적절히 운용함으로써 최대 64가지의 변형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특유의 속도감과 월광심법의 조화로 상대를 현혹시켰다. 이것이 묵상이 파악한 월영보의 실체였다.

하지만 지금 진조범이 펼치는 월영보는 뭐라고 정확하게 그 차이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묵상이 보아왔던 월영보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 설마 또 다시...........’

묵상은 지금 진조범이 또 다른 경지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묵상의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진조범의 월광심법은 또 다른 경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월광심법이 최소한 10년을 수련해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했던가?

오늘은 진조범이 월광검보를 얻고 꾸준히 수련한지 10년하고도 7개월째가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진조범의 월광심법이 9성의 경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진조범은 월광심법이 9성의 경지에 접어들자 돌연 묘한 흥분에 사로잡혔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진조범의 오른 손이 검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월광검을 손에 쥐는 순간 검이 이런 진조범의 흥분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진조범은 자연스레 공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진조범이 공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검이 또한 이에 화답하며 그 허물을 벗기 시작했다.

이내 월광을 머금은 월광검은 달빛 속에 아련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진조범은 누군가가 달빛 속에서 월영보를 펼치는 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펼친 월영보와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월영보, 진조범은 검을 손에 쥔 채로 천천히 그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변화는 언제나 작은 점에서 시작되는 법이었다.

작은 점에서 시작한 미묘한 변화가 때론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법이었다.

달빛 속에서 움직이는 환영은 바로 이 작은 깨달음을 의미했다.

월광심법이 9성의 경지에 오르면서 진조범은 지금까지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미세한 변화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깨달은 월영보의 미묘한 변화는 자연스레 월영보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월광검법의 진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금 진조범이 펼치는 월광검법은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을 펼치는 진조범은 이런 자신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묵상이 몸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점과 같이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물은 점차 그 구멍을 크게 만들고 있었고, 급기야 댐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렇게 지금 진조범은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하나의 깨달음에서 시작된 새로운 변화, 이내 진조범의 몸은 쉽게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현란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묵상만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선조로부터 말로만 전해 들었던 월야검객 이도립의 월광검법이 마침내 3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진조범에 의해서 제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었다.

묵상의 7대조 할아버지인 묵천을 매료시켰던 그 월광검법, 그의 가문이 지난 300년 동안 뛰어넘고자 했던 월야검객 이도립의 바로 그 무공이 비로소 세상에 제대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들었던 것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급기야는 소리도 그 형체조차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단지 번뜩이는 검이 내뿜는 하얀 달빛만이 묵상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불과 반 시진 진조범이 만들어내는 환상에서 묵상은 도저히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빛 속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진조범을 묵상이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쉬웠다. 너무나 아쉬웠다.

조금만 더 진조범이 펼치는 월광검법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의 수련이 끝났다는 사실을 묵상은 잘 알고 있었다.

어째서 그의 선조 묵천이 그토록 월광검법에 도전하고 싶어 했는지를 묵상은 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묵상의 앞에 선 진조범이 묵상을 향해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묵상은 그런 진조범을 두 주먹을 움켜쥔 채로 노려보고 있었다.

움켜쥔 그의 두 주먹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땀으로 흔건하게 젖어있었다.

묵상은 진조범을 향해 지그시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제가 야식을 준비하도록 하지요.”

이것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그리고 자신에 그 경지를 눈으로 확인시켜준 진조범에게 묵상이 보내는 최고의 찬사였다.

하지만 이 묵상의 한마디에 진조범의 상쾌했던 기분이 확 날아가 버렸다.

묵상은 이런 진조범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 조금 수고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제 자그마한 보답이니 부디 사양치 말아 주십시오.”

진조범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 제발 그런 수고 따위는 필요 없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조범은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지금까지 묵상이 지금처럼 정중하게 자신을 대한 적은 없었다.

묵상은 어디까지나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자신의 수하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묵상의 행동에는 이런 가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그것이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묵상은 처음으로 진조범에게 진심어린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이다.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인상을 찌푸리는 진조범을 모습을 원중도가 지상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모든 일을 끝내고 돌아온 원중도, 그 역시도 조금 전 진조범의 변화를 전부는 아니었지만 일부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드디어 때가 왔는가?’

원중도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흐뭇한 미소로, 그리고 조금은 흥분된 표정으로 지붕에 서 있는 진조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원중도는 오늘따라 하늘에서 진조범을 비추는 달빛이 더더욱 밝게 그의 앞날을 축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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