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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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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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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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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32화--1

DUMMY

제32화 우연한 인연


부딪히는 것은 모두 부셔버린다.

묵상의 도세는 복면인들에게 이렇게 말하는듯했다.

그만큼 그 위력이 심상치 않았다.

복면인들은 애써 포위망을 좁히며 묵상을 압박하려했다.

그러나 포위망을 좁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묵상이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자 포위망이 좁혀지기는커녕 점차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묵상의 움직임은 빠르고 간결했다.

하지만 그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 속에서 발출되는 도세는 복면인들이 쉽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묵상의 도와 복면인들의 무기가 부딪히는 순간 복면인들은 이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로 밀려날 수밖에는 없었다.

힘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묵상을 에워싼 포위망은 쉽게 뚫리지 않았다.

이렇게 그나마 복면인들이 포위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적절한 협력 때문이었다.

묵상의 도세에 휘말려 균형을 잃는 동료를 위해서 다른 복면인들이 적절하게 묵상의 움직임을 방해함으로써 묵상의 공격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묵상을 상대하는 복면인들이 눈빛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 어디서 이런 괴물이............’

이 사이 다른 두 사람을 쫓아왔던 복면인들도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십여 명의 동료가 묵상을 상대로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자신들만의 힘으로 원래 목표였던 두 사람을 제압해야한다는 생각을 굳힌 듯 복면인들은 결연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쫓겨 온 두 사람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하긴 호락호락한 인물들이었다면 굳이 이런 함정이 필요할 까닭이 없었다.

결국 공터에서의 승패는 묵상을 상대하는 복면인들이 오래 버티는지, 아니면 다른 두 사람이 복면인들을 상대로 오래 버티는 지로 귀결되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조범의 앞을 막아선 네 사람의 복면인들의 마음은 다급해질 수밖에는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진조범과 청년을 제거하고 동료들을 도와야했기 때문이었다.

네 사람을 서둘러 진조범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이들 중 누구도 자신들의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공터의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네 사람의 움직임에 대응해 진조범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움직였다 싶은 순간 진조범의 모습이 복면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묵상의 뇌음사흑강을 바탕으로 한 일견사흑도결은 확실히 패도무학의 최고봉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무공이었다. 그렇다면 진조범의 월광검법은 자객무공의 최고봉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무공이었다.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월영보는 바람만 남길 뿐 어디에도 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적어도 네 사람의 복면인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십여 명의 복면인들을 홀로 상대하는 묵상, 그런 묵상마저도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하물며 네 사람의 복면인들이 이런 진조범의 움직임을 제대로 간파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한 복면인이 자신의 배후를 위협하는 위험한 느낌을 감지하고 화들짝 놀라면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복면인이 두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그의 눈앞까지 월광검이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짧은 순간 복면인은 월광검이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전하는 월광검은 그의 이마에 부딪히는 순간 그 회전을 멈췄다.

차가운 시선으로 복면인을 바라보는 진조범, 이 진조범의 눈동자가 복면인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대하는 광경이었다.

월광검은 아직 그 검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검집 안에 숨어있었다.

아직 진조범이 검조차 뽑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내 월광검에 적중된 복면인은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검이 뽑혔더라면 검은 필시 복면인의 이마를 꿰뚫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이 뽑히지 않은 지금도 죽음이라는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기 이전에 이미 복면인은 절명한 상태였다.

의아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는 그의 동공은 그가 고통조차 느끼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월광검법의 첫 번째 초식인 회륜지검(回輪之劍), 혹자는 이를 탈명검(奪命劍)이라 칭했다.

검에 적중되는 순간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또 하나의 명칭이었다.

우선 놀란 것은 진조범이었다.

진조범 역시도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진조범은 뇌에 충격을 주어 복면인을 제압하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월광검의 위력은 단순히 뇌에 충격을 가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뇌를 그대로 파괴해 복면인의 목숨을 빼앗았다. 겉으로 보기에 복면인은 이렇다 할 외상이 없었으나 한순간 뇌가 파괴됨으로써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살인, 이것은 또한 진조범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한 최초의 살인이기도 했다.

이내 진조범의 검 끝이 미묘하게 떨렸다.

월광검법의 위력이 상상이상으로 대단하다는 사실도 또한 깨닫고 있었다.

월광심법이 구성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이런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월광심법이 구성의 경지를 넘어선 지금은 그 사정이 달랐다.

월야검객 이도립은 월야사신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자객이었다.

자객의 검은 필연적으로 살검(殺劍)일 수밖에는 없었다. 살인을 위한 검, 때문에 월광검법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그 의미는 바로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월광검법의 첫 번째 초식인 회륜지검은 회전력을 이용해 그 힘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한순간에 벌어지는 짧은 회전으로 힘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흔히들 검보다는 창이나 봉을 이용하는 무인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로 손잡이가 있는 검보다는 창이나 봉이 회전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효율적인 살인을 위해서 이도립은 이 원리를 검에 도입했다.

그리고 이 회륜지검을 월광검법의 첫 번째 초식으로 둔 것은 이것이 다른 모든 초식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비단 검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검초뿐만 아니라 기공인 월광심법은 물론 보법인 월영보까지도 이 원리를 담고 있었다.

월광심법이 구성의 경지에 접어들면 공력을 운용하는 와중에 내공자체가 체내에서 소용돌이치며 이런 회전력을 형성해 검에 주입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일단 월광검이 치명적인 위치에 적중되면 상대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월야사신 이도립은 상대의 외부에 그다지 많은 상흔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검이 상대의 체내에 진입하면 검에 주입된 내공이 한 순간 상대방의 내부를 휘저으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월광검법의 첫 번째 초식인 회륜지검이 단순히 찌르는 동작이지만 물리적인 회전력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기공의 회전력으로 그 단순한 움직임만큼이나 월광검법중에서 가장 파괴적인 초식이 되는 것이다.

회륜지검은 상대방의 몸에 적중되는 순간 그 회전을 멈춘다.

자연히 상흔은 검 하나가 파고든 흔적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도립에 의해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시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이도립이 지나치게 깔끔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적중되는 순간 회전을 멈추지만 검에 주입된 힘은 그대로 검에 남아 있었다.

검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은 그 회전력을 그대로 상대의 체내에 주입하기 위한 것, 외부로의 힘의 분산을 막기 위함이었다. 외상을 남기기보다는 한 올의 힘까지도 모두 상대의 체내에 투입함으로써 완벽한 살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월광심법의 공능으로 인해 월광검법의 다른 여섯 개의 초식 역시도 자연 그 위력이 배가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월영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묵상이 경험했듯이 월영보는 상대의 공격까지도 이용하면서 그 속도를 가일층 높이고 있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 역시도 근본적으로 월광심법이 회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채찍으로 팽이를 돌리듯 상대방의 힘을 흡수해 가일층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상대방의 주변을 맴도는 월영보의 회전력과 월광심법의 회전력이 더해지면서 월광검법은 가일층 그 위력이 강해지는 것이며 또한 능히 패도무학의 결정체인 일견사흑도결과도 힘으로 자웅을 결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월광검법은 오로지 효율적인 살인을 생각했던 이도립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최고의 살인무학이었다.

이렇듯 월광심법이 구성의 경지에 다다른다는 것은 단순히 묵상의 눈을 매료시켰던 현란한 움직임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오히려 이런 보이지 않는 변화야말로 월광심법의 진정한 공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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