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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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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122

작성
11.06.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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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31화--4

DUMMY

네 사람은 모두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청년이 더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막가파의 조직원들은 복면 따위는 착용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 복면인들의 움직임은 조직원들의 움직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빨랐다. 청년이 아는 한 막가파의 조직원 중에 누구도 결코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었다.

순간 진조범의 눈빛이 번뜩였다.

진조범은 당황하는 청년의 모습에서 복면인이 청년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 대체 뭐하는 놈들이냐?”

진조범이 복면인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한 복면인이 먼저 진조범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진조범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복면인이 진조범을 향해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 운이 없는 놈들이로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복면인들이 살기를 번뜩였다.

그리고 다짜고짜 검을 뽑아들고 진조범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조범의 옆에 서있던 청년이 화들짝 놀라면서 진조범의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요란한 뇌음이 사람들의 귓전을 울렸다.

강렬한 검은 기운이 진조범을 향해 달려드는 복면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이 급작스런 기운에 놀란 복면인들이 재빨리 이에 대응해 검을 휘둘렀다.

검기와 도기가 교차하며 요란한 굉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 콰콰콰쾅.”

굉음이후 기세 좋게 돌진했던 네 명의 복면인들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네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 고수!”

복면사이로 보이는 이들의 눈빛이 미묘하게 일렁였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비로소 감지한 것이다.

이들의 모습에 화답하듯 진조범의 앞을 막아선 묵상이 손에 쥔 사흑도를 비스듬히 내렸다. 계속해서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는 묵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방금 충돌의 여파로 등에 지고 있던 짐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특히 그 짐들 가운데 오늘 저녁 묵상이 직접 요리하기 위해 사온 닭 한 마리가 푸드득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순간 묵상이 사흑도를 살짝 비틀었다.

사흑도가 번뜩이는가 싶더니 이내 날아오르던 닭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빌어먹을,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거늘.”

묵상의 중얼거림에 두 사람을 안내했던 청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작은 움직임으로 도기를 일으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어수룩해 보였던 묵상이 지금 내뿜는 기도는 실로 대단했다.

묵상은 청년이 단 한 번도 대하지 못한 엄청난 위압감을 밖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묵상을 대신해서 진조범이 복면인을 향해 말했다.

“ 복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다지 좋은 의도로 숨어있었던 것은 아니로군. 더구나 무작정 살수를 펼치는 것을 보면..........”

진조범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왼쪽 길에서 공터로 달려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하게 달려오는 두 사람, 계속해서 이 두 사람의 뒤를 일단의 복면인들이 달려오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련의 일들로 미루어 보건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복면인들의 목표는 진조범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이곳으로 달려오는 두 사람이 저들의 목표였다.

공터에는 지금 진조범을 막아선 네 사람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공터 주변에 숨어있다는 것을 진조범 역시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결국 지금 이곳으로 달려오는 두 사람을 의도적으로 이곳으로 몰아넣고 이곳에 함정을 준비해 두었다는 뜻이었다.

그 함정에 우연히 진조범이 걸려든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지금 이 공터가 외진 장소라는 뜻이기도 했다.

앞을 막아선 복면인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듯 그 기도를 한껏 뽐내는 묵상, 이렇게 묵상의 기도가 심상치 않자 한 복면인이 다급한 음성으로 진조범을 향해 말했다.

“ 괜한 일에 참견하지 말고 그대로 돌아가시오.”

이에 진조범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복면을 착용하고 있다는 자체는 신분을 숨기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신분을 숨긴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지금 이곳으로 달려오는 사람은 고작 두 명이었다.

반면 이 두 사람을 추적하는 복면인의 숫자만도 십여 명을 훌쩍 넘었다.

거기에 이곳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숫자까지 합친다면 도합 서른 명에 가까운 숫자였다.

이렇게 다수로 소수를 암습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진조범은 다른 무엇보다도 아무런 상관없는 자신을 향해 서슴없이 살수를 펼쳤던 복면인의 행동이 탐탁지 않았다.

진조범이 천천히 자신의 뒤에 서있는 청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

“ 사해가 모두 형제라고 했던가?”

진조범의 말과 동시에 묵상이 더더욱 강렬한 기도를 내뿜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진조범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었다.

다른 복면인들에게 쫓겨 이곳으로 달려오던 두 사람이 발걸음을 멈췄다.

진조범의 앞을 막아선 복면인들을 확인하고 이곳에 매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멈춰 서자 지금까지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다른 복면인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매복이 발각된 이상 숨어있을 이유가 없었다.

다수의 복면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쫓기던 두 사람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묵상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일선보, 직선상의 가장 빠른 보법중의 하나였다.

일선보를 펼침과 동시에 강렬한 뇌음이 지축을 울렸고, 묵상은 앞에 서있는 네 사람의 복면인을 향해 도를 움직이며 그대로 돌진했다. 묵상의 도에서 뿜어 나오는 강렬한 도세에 네 사람은 감히 이를 정면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몸을 피했다.

묵상은 이들 네 사람 사이를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을 에워싸려는 십여 명의 복면인들의 배후로 돌진했다.

묵상의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당황한 복면인들이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묵상은 무모하다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십여 명의 복면인들 사이로 뛰어들어 연이어 도를 움직였다. 열 차례의 뇌음과 함께 열 개의 도기가 동시에 십여 명의 복면인들을 위협했다. 일견사흑도결의 하나인 십방살음이었다.

복면인들은 민첩한 동작으로 검을 휘둘러 묵상의 십방살음에 대항했다.

연이은 굉음, 우뚝 선 묵상의 몸 주변으로 강렬한 검은 기운이 일렁였다.

하지만 복면인들은 이전에 사천성의 성도에서 묵상을 공격했던 조무진의 수하들과는 달랐다. 복면인들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묵상의 도기를 막아낸 복면인들은 재빨리 포위망을 넓히면서 묵상은 물론 본래의 목표였던 두 사람까지 동시에 포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추격해온 복면인들 십여 명이 이들에 합류함으로써 앞뒤로 넓은 포위망이 형성되었다.

복면인들의 신속한 대응에도 묵상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 제법!”

이렇게 말함과 동시에 묵상의 몸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더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묵상의 주변을 에워싼 복면인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반면 묵상은 마치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 계속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지난 3년, 묵상은 비록 비무라고는 하지만 진조범에게 계속되는 패배의 굴욕을 당해왔다.

점차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조무겸과의 대결에서의 승리를 시작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복면인을 상대하면서 묵상은 확신하고 있었다.

결코 자신이 약해서 진조범에게 패한 것이 아니라고, 월야사신의 후예답게 진조범이 강한 것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일견사흑도결에 당황하는 복면인들의 모습은 묵상의 잃어버린 자신감을 더더욱 회복시켜주고 있었다.

뇌음사흑강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죽음의 기운을 사방으로 마음껏 방출하면서 묵상은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묵상은 복면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바로 천하의 사흑성의 후예라고 말이다.

묵상의 이런 압도적인 기세 때문에 복면인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묵상과 함께 포위망에 갇힌 두 사람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복면인들이 노리는 것이 그들 자신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묵상이 무슨 이유에서 복면인들과 대치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그리고 묵상에 대한 경계 또한 늦추지 않고 있었다.

복면인들이 움직이지 않자 묵상이 천천히 도를 움직였다.

“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갈 수밖에.”

묵상의 말과 동시에 한 복면인이 외쳤다.

“ 어차피 증거를 남길 수는 없는 일, 모조리 죽여라.”

복면인의 외침과 함께 다른 복면인들 역시 내력을 끌어올리며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초 진조범의 앞을 막아섰던 네 명의 복면인들 역시 진조범을 향해 살기를 번뜩이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순간 묵상의 몸이 움직였다.

뇌음사흑강을 한껏 끌어올린 묵상의 몸 주변을 에워싼 검은 기운이 더더욱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묵상의 신형까지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짙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드디어 묵상의 뇌음사흑강이 9성의 경지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자신감을 되찾은 묵상은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리는 와중에 상쾌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자신의 도가 이에 반응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은 짧지만 경쾌한 뇌음이 복면인들의 귓전을 울렸다.

비로소 진정한 일견사흑도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묵풍(墨風), 검은 바람이 그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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