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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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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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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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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1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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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魔宗)

DUMMY

사람들은 칸이 13번째 공작으로 머물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강했고 아란트만으로는 부족했다. 그에게는 삼십만 이라는 대군이 있었으며, 다른 공작들과 다르게 순수한 전사들이었고, 오만이상이 상전사로 이루어진 군대는 칸 뿐이 없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았다. 가이아는 신전을 통해 성전을 선포했다. 그녀가 오래전에 버려둔 땅을 되찾아 올 것을 명령한 것이다.


처절한 대지, 모르페아와 이피와띠 사이의 넓은 땅은 두 여신의 증오로 황폐해져 아무것도 자라지 않은 불모의 땅이 되었다. 가이아는 그 땅을 찾기 원했다. 그것은 두 여신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신명은 칸에게 떨어졌다. ‘준왕’이라는 새로운 지위와 함께.


준왕이라는 지위는 작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왕에 버금가는 군대를 이끌 수 있는 권리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준왕이 어떤 뜻인지 알고 있었다. 3명의 왕들도 역시 준왕이라는 지위를 넘어서 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준왕이란 가이아가 주는 시험이었다. 시험을 통과한자만이 왕이 되었다. 시험을 통과한 자는 왕이 되었고 오케아스처럼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자는 공작으로 남았다. 그리고 칸은 가이아가 준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너무 어려워 보였다.


"곧 여울 도시입니다."


삼십만을 이끄는 칸은 여울 도시로 진군했다. 뒤에는 삼십만 이라는 거대한 숫자를 상징하는 먼지 구름이 하늘을 어둡게 만들 정도였다. 대부분 검은색의 갑옷을 입어 거대한 곤충이 움직이는 모습이었지만, 한 줄을 차지하는 붉은 물결 때문에 거대한 생명체는 더욱 역동적으로 보였다.


칸 좌우에는 제홉크와 쟈론이 있었고, 뒤에는 붉은 기사단의 단장, 파할이 부단장들을 이끌고 있었다. 라피타를 위시한 참모들도 있었지만 필캬스나 룽카는 자신들의 영지에 남았고 아리 아리에나 아리엘 레아 등의 여성들도 성에 남았다. 칸이 원하지 않았다.


"대형을 유지하라. 정찰대가 돌아올 때까지 평보로 움직인다."


지금까지 속보로 진군하던 칸 군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엄청난 체력이었다. 며칠을 속보로 움직인 전사들은 한줌의 피곤함도 보이지 않았다.


적들은 칼 일시마 왕이 이끄는 삼십만의 군대였다. 하지만 누구도 패할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가이아의 땅에서 가이아의 전사들이 같은 수로 진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사령관은 가이아 최강의 전사로 이름 높은 아란트 성주, 칸 공작이었다.


칸 군으로 정찰대가 돌아온 것은 삼십분이 지나서였다. 하늘에서 적을 살피고 돌아온 첫 번째 정찰병에 이어 질주자들과 탐색자들이 돌아오면서 많은 양의 정보를 쏟아냈다.


"적들은 여울 도시 북쪽 외곽 숲에 성을 쌓고 방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치상으로는 좌측에 카쿠타 강을 끼고 있어 포위하기 어렵고 강을 통해 물자의 공급이 있어 장기전으로 고사시키기도 어렵습니다. 성 또한 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힘듭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협곡으로 이루어졌고 성 근처에 전사들을 주둔시킬 장소가 없습니다. 대부분 습지와 늪지로 이루어졌습니다."


일시마 왕은 여울 도시를 점령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몇 배 좋은 지역에 성을 만들었다.


"우리는 처절한 대지로 진군한다."


칸은 일시마 군대를 무시하고 카쿠타 강을 건널 생각이다.


"공작님 강 건너에는 일시마의 2군, 십일만이 지키고 있습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그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뒤를 무시하고 강을 건너다가는 일시마 본대에게 뒤를 주게 됩니다. 강에서 포위되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붉은 기사단 단장, 파할은 다급한 표정으로 칸을 말렸다. 하지만 칸의 명령은 벌써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홉크와 쟈론은 전사들에게 명령해 전력으로 여울 도시를 지나쳐 카쿠타 강으로 갈 것을 재촉했다.


파할을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는 아직 칸에 대해 몰랐고 그의 군대에 대해서도 몰랐다. 칸은 명령하기 전에는 토론과 생각을 허용했지만 한 번 명령하면 바꾸지 않았다. 칸 군은 전력으로 처절한 대지로 향해야 했다.


…………………………………….



고요히 흐르는 카쿠타 강의 본류는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강이었다. 카쿠타 강은 고대에 사라진 떠도는 영혼들 때문에 배를 띄울 수 없다. 유일하게 여울 도시에 가까운 여울목(커서 여울목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부른다.)만이 고대 영혼들이 머물지 못해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흐르는 속도가 빨라 물길 잇는 자가 없으면 건너지 못한다.


칸 군은 거세게 밀려오는 강물을 앞에 두고 멈춰 있었다. 가이아 전사는 다른 어떤 신의 전사들보다 강했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대지의 권속이라 물보다 무거워 헤엄을 칠 수 없었다.


"물길을 잇는 자들을 불러라!"


제홉크의 명령에 테헤라 전사들이 움직인다. 물길을 잇는 자, 그들은 테헤라 상급 사제를 이르는 다른 말이었다. 테헤라는 생명과 죽음 그리고 풍요의 여신, 그녀를 상징하는 것은 물이었다.


물길을 잇는 자들, 오십 명의 테헤라 사제들은 카쿠타 강변에 나와 무릎 꿇고 품에서 주먹만 한 수정을 꺼낸다. 테헤라를 상징하는 물빛 수정은 사제의 믿음에 따라 다른 밝기와 색을 가지고 있다. 가이아 전사들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테헤라 사제들이 가지고 있는 수정은 사제들 중에서도 고위를 의미하는 밝기였다.


"테헤라의 종으로 감히 명하나니 길을 열어라!"


사제들 중에 가장 밝은 수정을 가진 사제가 기도를 완성했다. 그리고 수정들이 빛을 뿜으며 물 위에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정에서 나온 빛이 머무는 물은 흐름을 잊고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얼음처럼 굳어진 물길이 이루어졌다.


"30인 1조로 건넌다."


명령에 전사들은 망설임 없이 나선다. 선두에 나섰던 30명 중에 한명이 주춤하자 조에 속한 상전사가 가볍게 질책과 격려의 몸짓을 보낸다. 아직 어린 전사는 그의 가르치는 자의 눈길 속에 용기를 내 어깨를 피고 동료들과 발걸음을 함께 한다. 상전사, 가르치는 자는 미소로 그의 용기를 칭찬한다.


가이아 전사들이 강을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강하지만 헤엄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전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발밑에서 출렁거리는 강을 느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다음 조도 마찬가지였다. 상전사가 나서면 전사들은 그를 따랐다. 파할은 칸 군에 있는 다른 권속, 특히 물에 강한 테헤라 전사들이 먼저 건너기를 바랐고, 제홉크나 쟈론 등도 원했지만 칸은 전사들을 믿었다.


칸은 전사들을 가르치고 상전사로 키웠다. 그들 중에 남을 가르칠 만한 이들은 칸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들은 가르치는 자가 되어 평전사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칸의 가르침을 다시 가르쳤다.


과거 대륜권의 대종사로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쳤고, 제국의 대장군으로 수백만의 대군을 이끌었던 칸은 군대를 이끌고 가르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락에서도 통했다. 철저한 신뢰, 강한 자에 따라 약속이 변하는 나락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믿음 위에서 이루어진 체제는 강한 결속을 만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싸우며 서로 대화하는 체제와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체제는 칸이 제자들을 이끄는 방법이며, 군대를 통솔하던 방법이다. 효과는 강력한 가문제도조차 붕괴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칸 군에서는 더 이상 가모가 힘을 쓸 수 없었다.


긴 행군이 강 위를 걷는다. 강 건너에는 적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확실하고 뒤에서는 먼지 구름과 함께 일시마의 군대가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할을 초조했다. 강을 건너기 전에 적들과 만난다면 아무리 강한 가이아 전사들이라도 전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에서 가이아 전사들이 싸운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파할은 붉은 기사단을 이끌고 뒤를 경계했다. 그는 이십만 칸 군이 건넌 후에도 물길을 건널지 주저했다. 아침에 시작된 도강은 정오를 훨씬 지났다. 지금이 아니라면 물길 위에서 칼리를 맞이하게 된다. 테헤라 사제들도 한 명 두 명 건너고 붉은 기사단만이 남았다. 그리고 일시마의 군대는 점차 다가 왔다.


"단장님?"


부단장이 파할의 결정을 재촉한다. 차라리 일시마의 군대와 싸우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삼십 만이지만 붉은 기사단이라면, 이길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치전사였다. 가이아의 충실한 종이었다.


"뒤를 따른다."


가이아가 공작을 따르라 했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시마 왕은 어처구니없는 칸 군의 행동을 바라보기만 했다. 강 건너에는 후작이 이끄는 2군이 진을 치고 있었고, 2군은 강에서 강한 수군이었다. 물빛 금속광택의 피부를 가진 이피와띠 전사들은 가이아 전사들보다 더 단단한 피부와 뼈를 가지고 있지만, 물에 가라앉지 않았다. 테헤라 전사들을 제외하고는 물에서 그들을 이길 권속들은 없었다.


일시마 왕은 강 건너에서 승전보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아직까지 물길은 흔들림 없이 강을 가로 질러 있었다. 하지만 뒤를 쫓지 않았다. 물길은 30만의 대군을 견뎌 냈다. 하지만 일시마에게는 위태롭게만 보였다.


파할은 가이아에게 기도하며 물길을 건넜다. 강이 주는 두려움과 건너편에 기다리는 적들에 대한 공포가 철저한 전사인 파할을 신에게 의지하게 만들었다. 무모한 칸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


기나긴 물길을 건너 맞은편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에서부터 진한 피냄새가 바람을 타고 왔고,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전투의 함성도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강 건너는 침묵으로 무거워 보였다.


파할은 기도를 멈췄다. 그리고 붉은 기사단이 한명씩 강가에 다다랐다. 그러나 그들을 막는 적들은 없었다. 파할은 강가를 칠하고 있는 붉은 핏자국만을 보았다. 그리고 칸 공작이 있을 것 같은 언덕을 향해 가면서 질질 끌려가는 이피와띠 전사들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파할이 언덕 위에 올라 본 것은 정리된 전장이었다. 막강한 수군을 자랑하던 일시마의 2군이 머물던 요새는 철저하게 무너져 있었다. 마치 거족 무리가 밟고 지난 간 뒤처럼 평평한 땅에는 타오르는 연기만이 요새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명령을 받은 파할을 의문이 많았지만 기사단에게 야영준비를 명령했다. 칼리가 떠오를 시간이 가까워 졌지 때문이었다.


파할과 붉은 기사단이 토굴을 파고 있을 때, 칸은 전장을 정리한 부커를 맞이했다.


"수고 했다."


짧지만 칸의 칭찬은 부커를 기쁘게 했다.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겸손함을 보이는 부커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있었다.


"피해는?"

"사상자 3,764명, 전투 불가능 부상자 6,234명입니다. 장비는 마화포 5대, 폭렬포 3대, 투석기 7대가 소실되었고, 갑충 1마리와 거족 2마리가 전투 불능 상태이나 사제들이 치료하고 있어 열흘 안으로는 치료가 가능합니다."


낮잠 산맥의 무역로를 통해 대부분의 대형무기를 가지고 부커의 5만 공병부대는 처절한 대지를 우회했다. 칸 군이 요란하게 진군해 이피와띠 전사들의 시선을 돌렸지만, 부커 부대가 대형무기를 가지고도 들키지 않은 것은 부커의 능력이었다.


운도 많이 작용했고, 상단들의 도움이 컸다. 모르페아 군을 압박하던 이피와띠의 칼 베일리 왕이 총공세로 모르페아 신역을 넘어가 무역로를 신경 쓰지 못했고, 가이아 신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상단들이 공병부대를 도왔기 때문이다. 상단들은 이지미 상단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준 칸 공작(대부분 아리가 주도 했다)에게 도움을 주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부커가 이끄는 공병부대가 가진 엄청난 능력 때문이었다. 그들은 낮잠산맥 등선을 따라 거족과 거대한 공성무기를 이동 시킬 길을 석 달 만에 완성 시키고 일시마 2군의 뒤를 칠 수 있었다.


일시마 2군은 강 건너만을 바라보며 뒤를 걱정하지 않았다. 뒤에는 적이 없었다. 백이 십만의 베일라 군이 모르페아를 공격하고 있었고, 처절한 대지는 빈 황무지뿐이었다. 하지만 뒤를 경계하지 않고 방심한 대가는 컸다.


일시마 2군이 칸 군을 상대하기 위해 강가로 몰려 나왔을 때, 부커 부대는 언덕 위에서 강가에 몰려 있는 일시마 2군을 상대로 학살을 벌렸다. 수는 두 배가 넘었지만, 화력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부커가 이끄는 공병 부대는 칸이 주논의 살육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기에 군비의 반을 가져가며 사실상 공병과 전차, 포병을 합친 부대가 된지 오래었다.


아침이 되어 파할을 부커 부대의 위용을 알게 되었다. 칸 군을 수만 믿고 전투 거족 한 마리도 없는 군대라고 생각했다. 모든 전사들이 갑옷을 입을 만큼 경제력은 있어 보였지만, 거족이나 갑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이하지만 괴수나 병기가 아닌 순수한 전사들의 힘만을 추종하는 귀족들도 있기에 그런 부류인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칸 군은 그런 군대가 아니었다. 도리어 어느 군대도 가지지 못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파할의 시야에만 전투 거족이 50마리, 전투 갑충이 30마리가 보였으며, 일반 거족이지만 마화포를 짊어진(과거 전투에서 칸은 그 효용성을 발견했다.) 거족들이 100마리 이상이 보였다. 그리고 거대한 투석기와 거대 인형들이 수를 세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하늘 위에 떠있는 천공괴였다. 7기 천공괴가 유유히 하늘에 떠서 전사들을 옮기고 있었다. 한 개의 천공괴가 거족 4마리를 실을 수 있기에 천공괴의 크기는 거대해 해그머를 가릴 정도였다.


파할이 보고 있는 부커 부대의 화력이 전부는 아니었다. 소우가 끌고 있는 폭렬포는 폭발하는 씨앗을 날리는 무기로 장거리에서 마화포를 능가하는 살상력을 가졌으며, 저격자들이 사용하는 독폭시를 분당 50개씩 날리는 다연발포가 73기가 있었다. 그 외에도 땅 속에 숨어 있는 전투 갑충들은 파할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은밀했다.


왕조차 엄두 낼 수 없는 화력은 아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가 아란트 지역과 무역로를 관리해 엄청난 이익을 얻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화력이며 병력이었다.



"파멸 성으로 직진하는 경우, 이피와띠 신역인 알키마 평원을 가로 질러야 합니다."


파멸 성은 처절한 대지의 심장부에 위치한 성이다. 본래 이름은 파멸 성이 아니었지만 모르페아와 이피와띠가 전쟁을 벌이면서 부서진 성, 파괴 성, 폐허 성으로 불리다 현재는 파멸 성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한 전쟁의 중심지였다. 처절한 대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필코 수복해야 하는 성이었다.


"문제는 알키마 평원에 있는 두 개의 성입니다. 위치가 교묘해 우회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두 성 모두가 수천 년간 전투를 치러온 성이라 견고하기가 말할 수 없이 강해 점령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알키마 평원을 피해 우회한다면, 보급이 어렵습니다. 우회로에는 자잘한 요새들이 54개나 위치해 있어 본대는 무시하고 지난다 해도 보급대는 습격 받기 쉽습니다. 천공괴를 이용한 보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레힐리나 자작의 보고를 라피타가 정리에 설명했다.


"부커"

"네 공작님"

"레힐리나와 함께 공성을 준비 하라."

"네 알겠습니다."


부커는 라피타의 설명을 들었지만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의 부대는 공성전에서 최강을 자랑했다.


"시간은 얼마나 있나?"

"상단들이 알려온 소식에 따른다면, 백이십만 베일라 군이 회군하는데 석 달은 소요될 것 같습니다. 베일라 군은 모르페아 신역 깊숙이 진군한 상태입니다."


칸 군이 베일라 군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베일라 군이 회군하기 전에 파멸 성을 장악하고 베일라 군의 보급로를 끊는 방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베일라 군은 적지에 떨어지게 되어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알려진 데로 모르페아 여신의 힘은 약해 졌습니다. 그리고 이피와띠 전사를 공포에 떨게 했던 몽중살왕이 몇 년 전부터 보이지 않게 되면서 사실상 이 오래된 전쟁은 이피와띠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려 했지만 라피타의 말을 떨렸다. 어쩔 수 없이 모르페아 권속인 라피타는 고향이 적에게 침략당하는 것에 예민해져있다.


"자비로운 가이아께서 모르페아 여신을 살리고 싶은가 보지."


쟈론이 농담처럼 말했지만, 아무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천 년을 이어오던 전쟁이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고, 때맞춰 가이아가 군대를 보내 버려뒀던 땅을 찾는다는 이유로 전쟁을 막고 있는 것이다.


"흐음 아무튼 베일라 군이 회군하기 전에 파멸 성을 장악해야 합니다. 최소 석 달 안에 끝내야 합니다."


라피타는 이일에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향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칸 군뿐이었다.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군은 30만, 아니 지금은 35만이지만, 적어도 이곳에 10만을 남겨야 합니다. 그리고 25만으로 베일라 군 120만을 막기에는 부족합니다."


파할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35만을 이끌고 처절한 대지를 되찾는 다는 것도 무리였지만, 강 건너 일시마 군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만이 필요했다.


"내일 우리는 모두 진군한다."


하지만 칸은 파할의 뜻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책이 있습니까?"


파할을 어리석지 않았다. 칸이 대책 없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에도 대책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붉은 기사단을 이끄는 자로서 칸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네, 있습니다."


대답은 라피타가 대신했다. 도전적인 파할의 눈빛에 칸은 담담했다.


"부커 대장님이 만드신 길을 따라 15만 명의 전사들이 오고 있습니다."

"누구들이가?"

"고통을 모르는 전사들입니다."

"모르페아 전사들이? 그들은 베일라 군에게 쫓기고 있을 텐데?"

"모르페아 신역은 넓습니다. 쫓기는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라피타는 후계옹립파와 연결하여 전사들을 모았다. 베일라 군이 모르페아 신역을 침입하고, 모르페아 여신의 힘이 약해지자 후계옹립파의 세력은 커졌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신역을 살리기 위해 칸 군을 돕기로 했다.


다음날 알키마 평원의 쌍둥이 성을 향해 칸 군이 떠날 때, 모르페아 전사들이 모습을 보였다. 장비도 무기도 변변하지 않았지만 강을 건너는 적들을 막기에는 충분한 전사들이었다. 라피타는 고통을 모르는 전사들을 이끄는 공작과 잠시 대화하고 칸 군을 따라 나섰다. 그들에게는 공병대가 만든 30대의 투석기기 주어졌다. 투석기는 강을 건너는 일시마에게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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