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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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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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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1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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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마공(魔公)

DUMMY

전투는 승리했다. 3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완벽한 승리였다. 검은 눈 군단은 송곳니 왕이 잡혔을 때 전멸을 각오하고 싸웠다. 하지만 기세가 꺾인 그들에게 당할 칸의 전사들이 아니었다. 검은 눈 군단은 일만 오천의 사망자와 오천의 포로를 남기고 칸 군에 패배했다.


부활과 치료는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칸 군은 천천히 아무런 문제없이 일을 처리해 갔다. 대장들은 의기소침해져 일들을 처리했고 전사들은 말없이 따랐다. 대장들과 전사들 사이에 틈이 생겼지만 다툼은 없었다. 전사들은 대장들을 단순히 칸의 명령을 전하는 존재정도로 생각했고 대장들도 더 이상 전사들의 상급자가 아닌 전달자로 움직였다.


송곳니 왕은 금방 풀려 났다. 칸은 전투가 끝 난지 하루 만에 은밀히 찾아온 밀사에게 칸의 침실을 가득 채울 금을 받고 아무 말 없이 송곳니 왕을 넘겼다. 송곳니 왕은 허탈했지만 칸의 무심한 눈과 칸의 뒤에 서 있는 아리에나가 보내는 무언의 눈빛에 말도 못하고 무거운 걸음으로 자신의 성으로 돌아갔다.


검은 눈 군단도 같은 방법으로 풀어주고 영혼석을 돌려주었다. 한달 간의 짧은 협상으로 그들을 모두 돌려보냈을 때, 성의 재산은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어쩔 생각이지요?"


아리에나는 칸의 품속에서 물었다. 칸의 침실에는 아리에나 뿐이었다. 다른 여성들은 그의 침실을 찾은 것을 어려워했다. 아리엘은 목표와 계획을 찾는 것에 바빴고, 레아는 침묵하고 있었다. 레아조차 칸의 힘과 칸의 전사들을 오판했다. 티아가 만든 모든 끈이 사라지고 티아는 실망에 빠져 레아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


"약속의 시간이 다 됐다."

"네?"


칸의 엉뚱한 말에 아리에나는 되물었다.


"3년이 다 됐다."

"아!"


아리에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칸은 판에서 머물기로 한 3년을 채운 것이다. 왜 몰랐을까? 아리에나조차 3년이 다가 온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나락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을 정도로 판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칸은 잊지 않았다. 그는 약속했으며, 약속에 따라 나락으로 돌아갈 것이다.


…………………………………………………………………


"나는 엘프를 찾아야 한다."


쇠독은 엘프를 찾지 못했다. 지하광장에는 엘프가 없었다. 비야마가 토굴을 폭발시키기 전에 그의 부하 한명이 엘프를 빼돌렸기 때문이었다. 쿠보라 불리는 자가 엘프를 훔쳐 달아난 것을 비야마가 말해 주었다.


"위험하다."


쇠독에게 판은 위험한 곳이다. 그는 말할 줄 몰랐고 들을 줄 몰랐으며, 판에 대해 어두웠다. 칸은 그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자신의 세상을 위하여 목숨과 명예와 가족을 버리고 죽음을 찾아온 전사를 칸은 너무나 아꼈다.


"안다 하지만 가야 한다."


칸은 쇠독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꺾였다면 무심한 칸이 안타까워할 이유가 없었다.


"좋다. 무운을 빌어주겠다. 라피타."

"네 백작님."

"모든 도움을 줘라."

"네, 알겠습니다."

"고맙다. 위대한 마계의 주인이여 그대의 호의를 받아들이겠다. 나 쇠독은 내 주인이신 징가 황제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그대에게 경의를 보낸다."


칸은 흡족한 마음으로 쇠독의 경의를 받아들였다. 자부심 가득하고 강하며 용기 있는 전사는 분명히 엘프를 찾아 다시 돌아갈 것이다. 칸은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


"호호호"


칼리가 구름에 가려 어두운 나락의 밤하늘로 날카로운 여성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이녀~언!"


화려한 비야마의 내성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아틸렌의 침실에서 아틸렌은 소리쳤다.


"호호호 맛이 어떠냐?"


주술사는 추억한 얼굴을 들이대며 아틸렌을 비웃었다. 하지만 아틸렌은 그 비웃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팔다리가 모두 잘려 피를 흘리기 때문이었다.


"네가 나를 배신하다니."


아틸렌을 치를 떨었다. 주술사가 그녀를 배신한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믿지 못했다. 주술사는 절대 그녀를 배신 할 수 없었다. 그녀를 믿지 않기에 몇 겹의 안전장치를 쳤었다. 하지만 한 개의 안전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종속의 인도 소용이 없었다.


"배신은 네가 먼저 했지."


주술사 아니 하린은 아틸렌을 비웃었다.


"너는?"

"호호호 역시 몰라보는 군, 양심에 가책도 없었나? 나는 하린이다."


하린의 말에 아틸렌의 창백한 얼굴은 더욱 질렸다. 하지만 그녀의 독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배신의 대가를 받을 것이다."

"대가? 무슨 대가? 네가 감춰둔 다른 힘이라도 있나? 아니면 성을 떠난 머저리 남작을 생각하나? 하지만 보라고 이 아이들이 있는 한 누구도 나를 건들일 수 없어."


아틸렌은 이를 갈았지만 사실이었다. 자신의 호위병을 생체 해부하는 25명의 요정들은 그녀가 처음 보는 살인자였다. 그녀들은 루드히의 공주들이었다.


루드히의 진체를 이은자들과 그녀들은 달랐다. 완벽하게 루드히의 유전자를 얻은 그들은 요정의 가루를 흘리는 요정의 암살자였다. 루드히는 요정이었고 요정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었다. 나락에 떨어진 후에 그는 요정의 힘을 잃었지만 그의 유전자를 온전히 받은 공주들은 요정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잠깐! 그는 건들이지 마라."


하린은 한 명의 호위병만은 살려두었다. 그녀의 잔인해진 복수심에서도 애절한 마음을 남기는 자는 토바리어스의 부활자였다.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아틸렌의 꼭두각시가 되어 그녀를 호위하는 자가 되었지만 하린의 남편이었던 토바리어스였다.


"너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아틸렌은 최후의 발악을 했다.


"그래 나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 하지만 이 아이들만으로 충분해. 그리고 네 모든 것을 얻을 사람은 따로 있지, 이제 그만 들어와라."


하린은 문 밖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문 밖에서는 피에 절은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이 이키니."


아틸렌은 절망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뺏을 수 있었다. 명목상이지만 그녀는 아틸렌의 후계자였다.


"어떻게?"

"아 종속의 인 말이지? 쉽지는 않았어. 하지만 큰손 족 주술사들은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 너는 너무 큰손 족을 우습게 봤어."


종속의 인처럼 부자연스러운 힘을 제거하는 것은 큰손 족 주술사들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틸렌은 다시 이를 갈았다.


"소가모들을 말하는 것이라면, 포기하라고 너는 그들을 한 번 속였어. 우리들은 그것을 약속했지, 네가 배신한 약속을 말이야."


아틸렌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녀는 잊고 있었지만 그녀는 한번 소가모들과 약속을 깼다. 가해자는 쉽게 잊지 만 피해자는 쉽게 못 잊었다. 소가모들은 배신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너도 심했어, 반란이 성공했을 때, 소가모들에게 땅을 분할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엄청난 땅덩어리를 소유하게 됐으면서도 조금만 영지를 분할해주지 않다니 욕심이 지나쳤어."


하린의 말처럼 비야마 영지를 얻기 위해 아틸렌은 소가모들에게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약속을 지켜야 했을 때 그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될 정도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소가모들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할 정도로 강하지 못했다.


"아 그리고 너는 쉽게 죽지 않을 거야. 이키니가 너를 필요로 하거든."


이키니는 두려운 듯, 양심의 가책을 받는 듯 어정쩡한 걸음으로 아틸렌의 앞에 다가와, 그녀의 귀에 얼굴을 가져갔다.


"가모님 당신의 아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망가진 내 몸 대신에 아이의 몸은 내가 가질게요."


아틸렌의 변태적인 취향과 배신에 대가로 철저하게 망가진 이키니는 너무나 하얗게 아틸렌에게 속삭였다.


"까아악"


아틸렌의 비명은 너무나 처절했다. 이키니가 그녀의 볼록 나온 배를 쓰다듬을 때마다. 비명은 점점 더 커지고 처절해졌다.


"호호호"


하린은 아틸렌의 비명을 너무나 즐겁게 듣고 있었다. 이 세상 무슨 소리보다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소리였다. 하린에게는 아틸렌의 비명이 사랑하는 임의 속삭임보다 감미로웠다. 하린의 웃음소리에 깨어난 악령들이 비야마 성을 새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


낮은 언덕 성의 주 수입원은 광산과 제련소였다. 광산에서 캐진 광물은 소우에 실려 제련소로 간다. 광물이 넘쳐흐른다고 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소우들은 광물을 제련소로 날랐다. 그리고 검은 연기를 내뿜는 제련소는 마정석으로 가동되는 거대한 용광로로 금속괴를 만들었다.


만들어진 금속괴는 나락으로 보내져 2차 3차 가공을 거쳐 최종적으로 상품이 된다. 금속괴는 벌레 먹은 구멍을 통해 나락으로 이동된다. 벌레 먹은 구멍은 성의 중심에 열려 있어 출렁거리고 일렁거리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는 고위 사제들이 하루에 4번, 1시간 동안만 구멍을 넓히기 때문에 구멍이 열렸을 때에는 금속괴를 옮기고 나락에서 물건을 받기 위해 거리는 소란이 일었다.


"매우 활발한 거리입니다. 앞으로 성장이 기대됩니다."


돌지게 상단의 단장은 칸의 집무실에 있었다.


"매우 솔직하군요. 얼마를 내실 생각입니까?"


칸을 대신해 아리가 교섭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교섭을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은 표정에 잘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더 이상 칸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아시다시피 이런 거래는 우리 돌지게 상단의 긴 역사 속에서도 드뭅니다. 함부로 금액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단순하게 상품만의 가치로 정한다면 쉽지만, 정치적인, 군사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상단주는 말없이 앉아 있는 칸에게 말을 건넸다. 일부러 아리를 무시하고 직접 칸과 대화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칸은 아리에게 일을 맡겼고, 맡겼다면 모든 책임과 권리도 함께 준다. 그는 다만 결과를 판단 할뿐이었다.


"정치나 군사를 끄집어낸다면, 더욱 가치가 오르지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아리는 상단주의 함정에 넘어가지 않았다. 담담하게 교섭하는 아리를 보며 상단주는 만만하지 않다고 느꼈다. 차라리 전사가 나았다. 전사들은 화끈하다는 것이 무슨 명예처럼 생각해 밀고 당기는 교섭에 쉽게 넘어왔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서 전사들을 화내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좋은 거래가 된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성은 여러 곳에서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지킬 힘이없기에 성 자체는 다른 곳에 팔아야 합니다. 그들이 사줄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미움을 받는 것은 성이 아니라 백작님입니다. 백작님이 떠나 준다면 웃돈을 주더라도 살 사람들은 많습니다. 밖에도 몇 분 있습니다."


아리의 말처럼 협상을 하러 온 사람은 돌지게 상단뿐이 아니었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귀족들이 거금을 제시하며 협상을 원했다. 그들이 누구의 세력을 대표하는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하하, 맞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성을 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상단과 협상하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계속 판에 계실 것이 아니고, 나락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면 우리들과의 신뢰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격만 맞는다면 맞는 말입니다."


칸은 다른 세력이 아니라 돌지게 상단과 교섭하기를 원했다. 가격을 더 받거나, 나락에 돌아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성의 대부분은 돌지게 상단이 장악하고 있어 다른 세력에게 판다면 많은 주민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는 성주였기에 주민들까지 생각해야 했다.


같은 이유로 돌지게 상단주도 교섭에 성공해야 했다. 지금까지 성에 들인 공이 만만하지 않았다. 충분한 이익을 얻었지만, 그것은 외부적인 모습이고 남들 모르게 성에 투자한 것은 몇 배가 넘었다. 돌지게 상단은 낮은 언덕 성을 판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만들고 있었다.


돌지게 상단은 칸이 책임을 다하는 군주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리는 돌지게 상단이 성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상단과의 교섭은 아리의 승리가 분명했다. 하지만 나락으로 돌아간 후를 생각해야 하기에 많은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



낮은 언덕 성을 파는 일은 미친 짓이었다. 한꺼번에 거금을 얻을 수 있지만 낮은 언덕 성의 가치는 지하광물에 끝나지 않았다. 낮은 언덕 성이 과거미끼라고 불렸지만 어쩔 수 없이 살육자들이 공격했듯이 성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 이곳을 지배하는 자는 명예와 권력을 가진다. 과거와 달리 난공불락의 성으로 탈바꿈한 낮은 언덕 성을 가진 자는 판에서 새로운 권력자로 떠오를 것이다.


"돌지게 상단도 한꺼번에 금액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도 금만이 아니기에 값을 치루는 것은 차후에 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주로 전사들이 독립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협상해 나갈 생각입니다."


아리의 설명에 칸은 고개를 끄떡였다. 아리는 협상을 잘했다. 칸은 만족했다.


"하지만 꼭……"


아리는 칸의 손짓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낮은 언덕 성을 팔고 나락에 돌아가서는 안됐다. 이곳에서 칸은 더욱 클 수 있었다. 나락에서 10년이 걸리는 일이 이곳에서는 1년이면 됐다. 위험은 더 크지만, 칸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약속이다."


칸은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욕심 때문에 약속을 어기는 자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아리는 물러선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조금은 쳐진 아리의 어깨가 가엽게 보였다. 하지만 칸은 위로 하지 않았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홀로 걷는 길이었다. 스스로 깨달아야 했다. 칸은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도리어 안타까워했다.



"약속은 지켰어."


문득, 필캬스는 과거에 한 약속이 생각났다. 칸은 그들이 충성을 맹세한다면, 최고의 군대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칸은 약속을 지켰다.


"1중대 뒤로 빠지고 5중대 돌아!"

"빌어먹을 놈들아 발 안 맞춰!"

"앞으로!"


스스로 훈련하는 대대를 보며, 필캬스는 생각에 잠겼다. 최고의 군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을 알고 있었다. 아마 판 최고 아니 나락까지 합쳐 최고의 군대가 바로 앞에 있었다.


그들의 무장은 다른 전사들 보다 나았지만, 왕들이 자랑하는 부대나 주논의 살육자들보다 못했다. 심지어 개인적인 무력을 금지했기에 식귀도 없었다. 무장으로는 최고라고 말할 수 없었고, 개인의 무력도 최고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칸의 전사들은 최고였다. 명령이 떨어지면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싸운다. 한명 한명이 전사며 지휘관이었지만 한 몸처럼 움직였다. 대대장들끼리의 알력이나 분열과 상관없이 이들은 하나가 되고, 소가모와 칼, 선임자와 후임자의 갈등조차 잊어버리고 서로를 돕는다. 전투에 나서면 적들은 거대한 한 마리의 괴수를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장교들의 권위는 사라졌다. 명령과 지휘가 필요 없는 군대에는 장교들도 필요가 없었다.


"필캬스 자작님 훈련이 끝났습니다."


부하가 보고를 올린다. 필캬스는 칸에게 자작 위를 받았다. 칸은 필캬스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필캬스는 칸 군에서 2인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의미는 없었다. 칸과 전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자들은 전달자일 뿐이었다.


"알았다. 모두 정리하고 휴식하라고 전해라. 경계는 확실히 하고 지난번처럼 성 내에서 난동 부리지 말라고 주의를 줘라."

"하지만 지난번에 그들은 백작님을 모욕했습니다."


부관은 난동을 피운 자들을 옹호한다. 그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서 상관이라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또 싸울 것이다. 전사들에게는 그것이 자존심이고 충성이었다.


"알아, 조용히 처리하라는 이야기다."


필캬스는 변명하듯 말하고 나서, 자신의 권위가 사라졌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네 알겠습니다."


부관은 순순히 물러났지만, 전사들에게 주의를 주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그런 놈이 있다면 철저하게 밟아버리라고 말할 것이다.


부관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필캬스는 술 생각이 났다. 판을 떠나기 전에 선홍주를 마음껏 마실 생각이었다. 나락으로 간다면 선홍주를 선물로 보낼 자들은 없을 것이다. 자작이 됐지만, 권력은 없었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전사들이 없는 귀족이란 허울뿐이었다.


"어쨌든 원하는 것은 얻었어."


자조하자면, 그는 자작이 되었다. 그가 판에 오면서 결심했던 일은 넘게 달성되었다. 권력은 없지만 그것은 칸 군에 한했다. 누구도 그를 비웃지 못할 것이다. 칸 군의 2인자를 비웃을 자는 없었다. 왕이라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키키키 잔인해."


룽카의 웃음은 메말라 있었다.


"껍데기만 남기고 모두 빼앗아 갔어, 아니 껍데기도 안 남겼나? "


룽카는 자신을 조롱했다. 하지만 부커는 달랐다.


"빌어먹을 모두 뺏겼어, 아무도 안 남았어."


부커는 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가 들을 가봐 욕설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는 선홍주를 거푸 마실 뿐이었다. 주점은 대장들 때문에 싸늘했다. 눈치를 보는 상인들이나 전사들은 조용히 술을 마셨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일까?"


필캬스는 조용히 물었다.


"라피타나 아리겠지."

"그들도 손해를 볼 텐데."

"손해를 보겠지, 하지만 우리들과 똑 같다.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제홉크와 필캬스는 조용히 대화했다.


"그럼 아마 아리보다는 라피타의 머리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겠어, 라피타는 우리들과 달리 모르페아 전사들이 있으니까."

"아마도."


필캬스의 추측을 제홉크가 인정했다. 하지만 라피타가 세운 계획이 아니었다. 굳이 따진다면 아리가 계획을 짰지만, 계획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얼마나 제대 했나?"


제홉크는 이제 군을 총괄하는 필캬스에게 물었다. 그는 필캬스에게 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 필캬스가 하는 일은 달랐다.


"일만 오천 정도, 하지만 반 이상은다시 돌아 올 거야. 1년 안에 언제든지 재계약을 맺는다고 약속했으니까."


칸은 성을 정리하면서 군대도 정리했다.


"대단하군. 35,000명이나 독립을 포기하고 남겠다고 하다니."

"대단할 것은 없지 내가 전사라도 남는다. 이만한 곳은 나락이든, 판이든 없어. 누가 성을 정리해서 전사들에게 나눠주겠나?"

"그런 미친 영주는 아무도 없겠지, 하지만 때문에 모든 가문은 박살났어."

"가문만이 아니잖아?"


가문만이 아니었다. 칸이 개인에게 독립할 충분한 돈을 주고해체를 명령했을 때, 모든 세력은 사라졌다. 해체된 군대와 함께 모든 세력은 공중 분해돼 버렸다. 그리고 다시 재계약을 맺으므로 세력은 하나만 존재하게 되었다. 칸 군이라는 세력만이 있었다.


"그래, 나를 따르던 자들은 여전하지만 그들은 이제 나에게 기댈 필요가 없지, 그들은 각자 백작과 계약을 맺었으니까. 사람은 그대로지만 세력은 사라졌지."


칸은 가문이 아닌 개인에게 보상을 해줬다. 그리고 나락으로 함께 돌아갈 전사들과 재계약 할 때도 개인으로 계약했다. 칸은 당연하게 그렇게 했지만 파장은 엄청났다. 가문들이 분해돼 버리고, 대장들의 세력은 사라졌다.


전사들은 이제 가문이나 세력에 기댈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세력이 만들어 지겠지만, 과거의 세력과는 다를 것이다. 그들은 칸과 직접 개인자격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키키키."


의외로 충격이 가장 큰 자는 룽카였다. 부커는 슬슬 포기를 배우고 있지만, 룽카는 절망하고 있었다. 그가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룽카는 나락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아틸렌의 최후를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어쩔 수가 없었다. 부하가 없이는 독립은 불가능하다. 룽카가 아무리 나락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홀로 남아 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약하다면 작위는 도리어 먹음직스러운 먹이에 불과했다.



"잔인하군요."


아리에나는 칸에게 말했다.


"그들에게 날개를 주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을 때 날개를 잘라버렸어요."


아리에나는 화가 나있었다. 대장들처럼 아리도 의기소침했다. 아리에나는 아리의 그런 모습이 싫었다. 아리 역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녀를 받쳐주던 소가모들은 힘을 잃어, 그녀는 그저 참모장에 불과했다.


칸은 투정부리는 아리에나를 바라봤다. 여리지만 누구보다 강한 아리에나를 칸은 아꼈다. 가부장적인 의식을 가진 칸에게 아리에나는 현숙한 아내였다. 편애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들의 날개는 잘리지 않았다."

"네?"


칸은 설명을 위해서 길게 말해야 했다.


"그들이 잘렸다고 믿는 것은 그저 끈일 뿐이다. 그들은 끈에 이끌려 하늘을 매달려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들이 충분히 자랐을 때 끈을 잘랐다. 그들은 이제 끈이 아니라 자신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


아리에나는 칸의 말을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씩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스스로 날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요?"

"떨어진다."


칸은 무심했다.


"잔인해요."


아리에나는 여렸다.


"그것이 자연이 하는 일이다."


자연은 잔인했다. 스스로 날지 못하는 새는 떨어져 죽는다.


"우리는 사람이에요."


아리에나의 마음은 부드러웠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을 바꿀 수도 있어요."


아리에나는 용기도 있었다.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다."


칸은 알고 있었다. 자연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 자연은 스스로 바꿀 뿐이었다.


"아아……"


아리에나는 지혜롭고 용기를 가졌지만, 스스로 일어나 홀로 서 있지 못했다.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남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칸이 보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먼저 떠난 일만 오천 명을 제외하고 삼만 오천 명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은 장관이었다. 사제들은 삼만 오천 명이 지나갈 벌레 먹은 구멍을 열고 유지하기 위해 고생을 해야 했다. 특히 거족들과 전투 갑충을 위해서 구멍은 평소보다 몇 배는 넓게 열어야 했다. 하지만 불평 한마디 못했다. 칸의 전사들 앞에서 불평할 겁 없는 사제는 없었다. 그들은 판에서 전설을 남긴 최강의 전사들이었다.


전사들의 앞에서 칸은 돌아보았다. 짧지 않은 3년 동안 공들이 성이었다. 미련이 남았다. 하지만 칸은 미련에 억매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벌레 먹은 구멍의 어두운 길을 바라보았다.


"가자!"


칸의 명령과 함께 군대는 이동한다. 판 최강의 군대가 사라지고 있었다. 훔쳐보는 많은 시선들이 칸이 구멍 안으로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짧은 시간에 판에 너무 큰 폭풍을 몰고 왔다. 그가 떠나서 안도하는 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성에 미련을 가지 사람은 칸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더 큰 미련을 가지고 있었고 칸만큼 미련을 다룰 줄 몰랐다. 그들은 자꾸 뒤돌아보느라 전사들에게 밀리고 자리를 이탈했지만, 자꾸 고개가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구멍이 그들을 삼키기 전까지, 아쉬움에 가득한 눈길은 낮은 언덕 성에 깊은 회한을 남겼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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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마종(魔宗) +269 06.10.22 19,392 113 19쪽
131 마종(魔宗) +40 06.10.20 9,644 48 16쪽
130 마종(魔宗) +45 06.10.19 8,655 47 17쪽
129 마종(魔宗) +68 06.10.11 9,485 52 17쪽
128 마종(魔宗) +11 06.10.11 8,101 54 19쪽
127 마종(魔宗) +15 06.10.11 8,015 51 14쪽
126 마공(魔公) +19 06.10.11 7,981 51 19쪽
125 마공(魔公) +9 06.10.11 7,910 57 18쪽
124 마공(魔公) +9 06.10.11 7,740 50 16쪽
123 마공(魔公) +9 06.10.11 7,748 53 18쪽
122 마공(魔公) +9 06.10.11 8,006 58 20쪽
» 마공(魔公) +10 06.10.11 8,174 63 24쪽
120 마왕(魔王) +20 06.10.10 8,025 51 27쪽
119 마왕(魔王) +8 06.10.10 7,445 51 18쪽
118 마왕(魔王) +8 06.10.10 7,280 48 17쪽
117 마왕(魔王) +7 06.10.10 7,420 51 17쪽
116 마왕(魔王) +7 06.10.10 7,416 48 16쪽
115 마왕(魔王) +19 06.10.10 7,497 53 14쪽
114 마왕(魔王) +12 06.10.10 7,586 63 19쪽
113 마왕(魔王) +9 06.10.10 7,714 55 18쪽
112 마왕(魔王) +6 06.10.10 7,331 54 12쪽
111 마왕(魔王) +9 06.10.10 7,447 54 20쪽
110 마왕(魔王) +6 06.10.10 7,585 53 17쪽
109 마왕(魔王) +10 06.10.10 7,621 52 16쪽
108 마왕(魔王) +9 06.10.10 7,871 59 15쪽
107 가해자와 피해자 +9 06.10.10 7,406 53 16쪽
106 가해자와 피해자 +9 06.10.10 7,085 59 13쪽
105 가해자와 피해자 +8 06.10.10 7,228 47 16쪽
104 가해자와 피해자 +13 06.10.10 7,280 54 15쪽
103 가해자와 피해자 +9 06.10.10 7,444 4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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