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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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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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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1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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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마왕(魔王)

DUMMY

손짓과 손짓으로 신호가 오갔다. 비행선이 다가 선다. 그리고 비행선이 그들이 5일을 꼬박 엮은 그물 안으로 들어온다. 전투 갑충의 투명한 그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그긍!


비행선이 괴성을 지르며 공중에서 멈춘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버둥거린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어렵게 구한 거미형 전투 갑충이 친 가느다란 거미줄은 비행선이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두의 비행선이 잡히자 비행선들은 당황한다. 좁은 바위 길을 열던 선탐선이 잡히자 갑자기 비행선 간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서로를 위협할 정도로 가까워진다. 계속된 빛이 반짝이면서 비행선들은 통신을 보내고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냥 내버려 둔다면 충분히 벗어 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온 나락 전사들은 비행선이 흩어지도록 기다리지 않았다.


"공격!"


필캬스의 명령과 함께 공중에 멈춰버린 비행선을 향해 전사들이 뛰어내린다. 마친 자살하는 광신도들처럼 하늘에서 떨어진다. 전사들은 비행선에 닿기도 전에 땅으로 떨어질 것 같아 보였다. 이 때 전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팔과 다리사이로 거대한 피막이 펼쳐진다.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워하더니 곳 바람에 적응해 활공을 시작한다.


"으악!"


하지만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다. 실패한 전사는 하늘에서 돌멩이처럼 수직으로 땅에 떨어진다. 한줌의 피떡이 되어 대지를 물들인다. 그런 동료들을 애써 무시하면서 전사들은 비행선의 위 부분에 하나 둘 안착한다. 비행선은 외부는 하얀 가죽으로 만들어져 푹신한 느낌이었다.


"각 부대는 비행선을 점거하고 추진부를 폭파시킨다."


명령에 따라 바람 씨앗을 넣은 빠르핀의 영향으로 생긴 피막을 억지로 접고 전사들은 움직인다. 비행선을 폭파시켜야 했다. 그것도 빠르핀의 약효가 떨어지는 1시간 안에 끝내야 했다. 다른 마법시료와 섞인 빠르핀의 약효는 지속시간이 1/3 밖에 안됐다.


전사들은 비행선을 점거했고, 폭발 씨앗을 심는 것은 어렵지 않아보였다. 1시간이 아니라 몇 분 안에 끝날 작업같이 보였다. 하지만 전사들은 긴장하고 있었고 폭발 씨앗을 추진부에 심기 시작했을 때, 두려워하던 상대를 만났다.


먼저 날개 달린 살육자와 야수의 날개를 달은 학살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살육자들이 달은 진홍의 날개는 가짜 날개로 망토가 변한 마법 장비에 불과하지만 학살자들의 야수 날개는 진짜였고 바람을 부르고 하늘을 가르는 힘을 가졌다. 서너 개 혹은 열 개까지 날개를 펄럭이는 학살자들의 모습은 숨겨둔 야성이 나와, 얼굴은 짐승이 되었다.


"씨앗을 심어!"

"막아라."


각기 다른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학살자의 외침은 전사들의 심장을 뚫는 살기를 가져, 상전사가 아닌 자들은 몸이 굳었다.


"빌어먹을 빨리 안 움직여!"


전사들이 움직이지 못한 것은 짧았다. 빠르핀의 영향과 전쟁의 광기가 공포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짧은 순간은 적들에게 이로운 순간이었다. 씨앗이 심어지기 전에 전사의 목은 학살자의 칼날에 잘려 나갔다.


씨앗을 심어야 하는 전사들과 살육자들의 싸움은 혼전이 되었다. 날 수 있는 살육자들은 적어 전사들이 압도적인 숫자였지만 학살자들이 끼어들자 전사들은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비행선 위에서 피를 흘리며 떨어졌다.


"으악"

"꽝"


비명 소리 사이에서 굉음이 들렸다. 고막을 찢을 듯 했다. 폭발음에 전사들과 살육자들은 본능처럼 돌아봤다. 거대한 비행선이 낙하하고 있었다. 폭발 씨앗이 터지면서 추진부가 부서진 비행선은 비행선 내부의 가스를 내뿜으며 주위의 바위들을 들이 박아 부시며 떨어져 있다. 구멍 뚫린 풍선이 된 비행선의 낙하 속도는 벼락같았고, 곧 땅에 들이 박으며 거대한 폭발을 냈다.


한 순간에 떨어진 비행선은 전차 군단 중심에서 폭발했다. 전차 군단이 빠른 기동으로 피했지만 밀집된 전차 군단에 혼돈만 초래했을 뿐이었다. 전차 군단의 물결에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부서진 전차들의 잔해가 폭발 연기와 함께 치솟아 올랐다. 비명 소리는 폭발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오싹한 두려움이 살육자들을 덮쳤다.


비행선을 폭파시킨 전사들은 하늘에서 피막을 펼치고 유유히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는 살육자들은 공포를 느꼈고 전사들은 환희를 느꼈다.


번쩍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유유히 나르던 전사들을 갈랐다. 비명 소리는 없었다. 한 순간 숯덩이가 된 전사들은 돌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번개는 자연에서 오지 않았다. 번개를 일으킨 푸른 창은 번개의 여파로 치지직 거렸다. 3쌍의 백색 날개를 퍼덕이는 능천사였다. 그의 창은 번개를 부르고 폭풍을 일으켰다.


24대의 비행선 중에 파괴된 비행선은 겨우 한 대 나머지 비행선에서는 혈전이 벌어지며 살육자들이 전사들을 막고 있었고, 상황은 전사들에게 더 안 좋게 되었다. 땅에서 비행선에서 천사들이 날아올라, 번개를 부르고 칼날의 바람으로 전사들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용기를 부르는 광휘를 살육자들에게 부여해 살육자들은 몇 배의 힘을 내며 전사들을 쓰러뜨렸다.


역천사의 가공할 힘은 그 자신의 힘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살육자들에게 힘을 부여하는데 있었고 능천사의 힘은 바람을 부르고 번개를 치는 것에만 있지 않고 살육자들의 신성력을 끌어 올려 더 빠르고 더 높게 날게 했다. 그리고 주천사 사부리엘이 모든 살육자들을 한 몸처럼 움직이게 만들고 지천사 무리마엘은 하늘 위에서 전장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아 명령을 내렸다.


전사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하지만 한 대의 비행선은 희생될 운명이었다. 바위 위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린 거대한 그림자는 허공에 걸쳐져 있는 투명한 거미줄을 타고 한 대의 비행선을 잡았고 비행선은 거칠게 흔들리며 그림자를 떨치려 했다. 하지만 비행선은 그림자로부터 떨어질 수 없었다. 거미형 전투 갑충은 잡은 먹이를 놓칠 만큼 배부르지 않았다.


칸이 그 동안 모은 광석을 팔아 구한 전투 갑충은 한 마리에 불과했다. 그것도 가장 선호되는 비행형도 육지형도 아닌 덫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형이었다. 전투 갑충은 구하기도 어려웠고 값도 비싸 겨우 구한 전투 갑충이었다. 하지만 거미형 전투 갑충은 전사들의 생각을 자극해 거미형이기에 가능한 작전이 만들어 졌고, 성과를 보였다.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놓치는 거미형 전투 갑충은 없었다. 비록 자신보다 10배는 큰 비행선이지만 전투 갑충의 날카로운 턱은 룬으로 방어되는 비행선의 외곽을 찢었다.


비행선의 외곽이 찢어지고 터지면서 가스가 분출하자 전투 갑충은 유유히 몸을 뒤집어 거미줄을 타고 다음 먹이를 향해 움직였다. 비행선들은 재빨리 기동하여 갑충을 피하려 했지만 거미줄 안에서 갑충을 피할 수 있는 먹이는 없었다. 갑충은 움찔했을 뿐이었다. 거미형 전투 갑충의 갑질이 육지형보다 얇다고 하지만 전차에 정면으로 부딪혀도 끄떡없는 갑질에는 희미한 상처만 남길 뿐이었다.


10미터가 넘는 본체로 현신한 역천사도 갑충에 다가서지 못했다. 힘으로 갑충을 당해낼 수 없어 다가가 싸우다가는 갑충의 먹이가 될 뿐이었다. 학살자들이 야성의 힘을 불러 접근하지만 갑충이 뿜어내는 거미줄은 피할 뿐이었다.


"쏴라!"


지천사 무리마엘은 명령을 내렸다. 잠시 망설이던 주천사 사부리엘이 마음으로 모든 비행선을 향해 뜻을 전했다. 비행선들은 사부리엘의 명령에 주저할 수 없었다. 조금씩 방향을 틀은 비행선들은 갑충과 비행선을 향해 성화포를 발사했다.


갑충이 위험을 느끼고 찢고 있던 비행선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순간이었지만 성화포가 먼저 갑충의 갑질을 녹였다.


"으악"


갑충의 갑질 사이에 교묘히 숨어있던 운전자가 먼저 비명을 지르며 타 들어 갔고, 갑충도 거대한 괴성을 울리며 익어갔다. 비행선에서 발사되는 성화포는 폭발하지 않지만 그 열기는 바위를 녹일 힘을 가지 열선이었다. 그러나 성화포는 갑충만 아니라 갑충의 먹이로 선택된 비행선에도 마찬가지의 힘을 보여줬다. 성화포의 열선에 맞은 비행선은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지천사 무리마엘의 얼굴은 굳어졌다. 한 마리의 갑충에게 두 대의 비행선을 잃은 것은 엄청난 손해였다. 비행선 한대는 갑충 10마리와 비견되었다. 그의 입맛은 썼다. 잠시 망설이던 무리마엘의 의지는 땅에서 신속하게 피하고 있는 전차 군단을 향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지원 받은 전차 부대지만 절대 사용하지 않으리라 맹세 했던 부대를 부른 것이다.


칸은 하늘을 달렸다. 검은 까마귀의 날개가 활짝 펴졌지만 퍼덕이지 않고 하늘에 몸을 고정시킬 뿐이었다. 바위와 바위를 뛰어 넘으며 비행선을 향해 달렸다. 그의 옆으로 쟈론의 부대가 지나갔고 룽카 부대가 다가왔다. 제홉크의 부대를 제외하고 모든 부대는 바위 위에 있었다. 그들은 빠르핀을 복용해 생긴 피막을 펴고 박쥐처럼 바위와 바위를 넘어 폭발하는 곳을 향해 활강했다.



.................................................................................



주논의 적자, 태양신 폴론의 태양 전차단 2,000기는 명령을 받자 바퀴를 불태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주논의 정통 후계자, 폴론의 전차단은 소수지만 그의 신성력을 받아 하늘을 불태우는 힘이 있었다.


다시 굉음과 함께 겨우 도착한 레힐리나의 정찰대가 필캬스의 부대와 합작으로 비행선 한대를 더 폭파시켜다. 하지만 공중으로 활강하던 승리자들은 환호 할 수 없었다. 2,000대의 태양 전차단은 복수하듯이 그들의 사이를 누볐고, 전사들은 전차의 칼날에 찢기고 바퀴에 스쳐 피막이 타버렸다. 피막이 타버리자 결과는 추락밖에 없었다. 긴 비명과 함께 전사들은 대지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전차는 질주만이 아니라 날창을 날리고 석궁을 발사해 전사들을 죽음으로 몰았다. 사방으로 흩어진 전차는 학살자보다도 더 빠르게 전사들을 학살해갔다. 필캬스는 고함을 지르며 학살자와 싸우고 있었고 레힐리나는 다음 목표를 찾지 못하고 전차에 쫓겨 다녀야 했다.


무리마엘은 태양 전차단의 성과에 씁쓸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폴론의 입지를 강화시킨 결과를 만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새로운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는 치천사 가비리엘이라도 그를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복잡한 생각에 잠겨있던 무리마엘은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살기에 화급히 몸을 바꿨다. 살기가 얼마나 강렬하고 날카로웠는지 지천사인 무리마엘의 9쌍 날개가 파르르 공포에 떨었다.


무리마엘의 눈에 검은 날개가 보였을 때 그는 그의 주 주논의 가호를 청했다. 본능적으로 간절한 마음과 함께한 기도는 기적이 되어 부술 수 없는 절대의 방어막이 되어 그를 보호했다.


칸의 살기는 의도된 것이었다. 적들의 중심을 마비시키기 위해 나락에서 하듯이 죽음의 의지를 보내 무리마엘의 힘을 꺾은 것이다. 하지만 천사는 달랐다. 죽음에 가까운 나락 전사들은 살기에 무력하지만 천사는 죽음에 저항한다. 칸의 살기는 도리어 무리마엘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칸은 그의 앞을 막아선 거대한 방벽을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벽은 칸의 침입을 막는 절대적인 의지였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물러서지 않는 방어막, 그것은 ‘안 돼’라고 외치는 신의 외침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칸 앞에 막아선 방벽은 문이 본래 없었다는 듯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 칸을 부정했다. 칸의 주작 검은 검 끝에 맺힌 살기를 토하지 못해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칸을 주작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지금 휘두른다면 칼만이 부러질 것이다.


지천사는 말하지 못했다. 그의 모든 정신력은 칸을 막는데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마음은 주천사 사부리엘에게 전해졌고 그는 지체 없이 검은 날개를 가진 마왕을 향해 공격을 명령했다.


명령은 너무나 단순했지만 모든 살육자와 천사들에게 지체하지 말 것을 전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살육자들은 자신 앞에 적을 놔두고 하늘에 떠 있는 마왕을 향해 무기를 고쳐 잡았다.


한 점을 향해 모든 살육자와 천사들의 눈이 모아지고 살기가 집중된다. 칸의 주위에는 집중된 살기가 구름이 되어 칸을 옭아맨다. 살기의 구름은 존재하는 유리가루처럼 날카로워 칸을 찌르고 살갗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농밀했다.


칸은 태산에 갇힌 원숭이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거인의 거대한 손아귀에 잡힌 것처럼 눌렸다. 앞은 절대의 방어막이 길을 막았고 사방은 살기로 눌렸다.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잡힌 칸을 향해 불타는 바퀴가 하늘을 가로 질러 돌진했다.


쉬익!


날카로운 소리가 전차가 구르는 굉음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강렬한 폭발 하얀 광채가 전차 사이에서 태양빛을 무색하게 만들며 터졌다.


"으악"


태양 전차단 중심에서 비명과 함께 무수한 파편이 사방으로 날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폭발의 중심에서 폭발의 시작으로 눈이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 본 곳에는 바위 위에 오연히 서있는 둘이 하나 된 자들이 있었다. 비열의 불꽃 마녀들, 불의 마법사들도 불가능한 백색 불꽃을 피워 올리는 유일한 마녀, 백색 불꽃 마녀 시누와 백색 불꽃 검사 티아였다.


시누의 몸 주위에는 마력의 집합체인 마력의 날개가 공작새의 날개처럼 화려하게 펴져 백색의 불꽃으로 타올랐고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은 허공으로 떠올라 사자의 날개처럼 펼쳐졌다. 티아의 두 손은 검과 하나가 되어 날카로운 칼날을 백색 불꽃으로 태웠다.


찰나라 할 정도로 짧은 순간이었다. 무리마엘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잠깐 시누와 티아를 보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짧은 방심은 방어막에 작은 틈을 만들었고 칸에게는 그것으로 족했다. 주작의 깃털은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헉!"


방어막의 상처는 무리마엘의 상처 가된다. 심장을 찔러 들어오는 바늘처럼 고통이 그의 입에서 피를 토하게 만들었다. 방어막은 더 이상 절대가 아니었다.


"막아!"


무리마엘의 상태는 사부리엘에게 가장 먼저 알려졌고 그는 소리쳐 명령했다. 학살자들은 방어막을 부수고 전진하는 칸을 막았다. 칸의 칼은 무리마엘의 피를 원했지만 문을 막고 있는 학살자들은 강했다.


야수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살기가 하늘을 메운다. 오직 뜨거운 땀방울이 피를 그리는 야수의 본능을 자극했다. 칸은 치천사의 피를 원하지만 야수의 본능을 지나칠 수 없었다. 숨겨졌던 야수가 깨어난다. 날개는 더욱 커지고 무디던 이빨은 날카로워 진다. 검은 살 속으로 숨어 손톱이 되고 발톱이 된다. 머리에 뿔은 당당하게 솟아오르고 몸집은 학살자들을 능가한다. 여신의 유일한 살육자, 아니 학살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크앙!"


말은 짐승의 언어가 되어 공격을 명령하고 학살자들은 한 명의 다른 오라를 가진 학살자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것은 미친 야수들의 싸움이었다. 아니 우두머리를 정하기 위한 짐승들의 쟁탈전이었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의 싸움이었다.


"어서"


사부리엘은 주위의 천사들에게 무리마엘을 보호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천사들은 무리마엘을 향해 몰려들어 장막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들은 당황 때문에 몰랐다. 그들 사이에 이질적인 달빛 천사가 함께 있었다.


"컥"


답답한 비명소리가 무리마엘에게서 들렸을 때, 사부리엘은 달빛으로 물든 날개를 가진 천사가 하얀 미소를 머금으며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무리마엘님!"


무리마엘의 등과 가슴에는 검이 뚫고 지나간 흔적이 보였고 피가 치솟아 올랐다. 지치사의 약해진 방어막을 무시하고 지나간 달빛 검은 소멸의 흔적을 남겼고, 천사들의 부활을 일으키는 기적의 치료에도 저항하며 지치사의 몸을 좀먹었다.


무리마엘의 쓰러진 몸을 받아든 사부리엘은 그제야 느꼈다. 비행선은 한 대도 남김 없어 불타며 떨어졌고 하늘 위에서는 살육자들이 아귀처럼 달라붙은 나락 전사들에게 뜯어 먹히고 있었다. 그것은 전장을 지배하는 힘이 천사들에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부리엘은 돌아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멀리 광휘를 흘리는 천사 아니 치사를 보았다. 자신과 무리마엘을 능가하는 심지어 치천사 가비라엘에게도 발견할 수없는 신성력을 가진 치사였다.


가이아의 가장 사랑하는 딸, 그녀의 유일한 후계자, 치치사 아리미에는 아리티나가 지키는 마법의 은막 속에서 현신하여 모든 가이아 전사들의 힘이 되었다. 전쟁에는 처음 나서기에 그녀의 슬프고 간절한 기도는 가이아의 신성력을 모두 받아 전사들의 가슴에서 어머니의 힘을 이끌어 냈고, 천사들의 힘을 받지 못하는 살육자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나 둘 비행선은 투지로 불타는 전사들에 의해 불 질러졌고 파괴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더 이상 살육자도 학살자도 천사도 두렵지 않았다. 가슴에서 치솟아 오르는 신성력은 그들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싸워서 이겨라 그리고 승리를 나에게 받쳐라’


전사들은 그들의 어머니, 가이아를 위해 그녀에게 승리를 받치기 위해 살육자들에게 덤비고 그들의 질긴 살을 씹었다.


"후퇴 후퇴한다!"


사부리엘의 명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들의 군대가 더 강하고 더 많았지만 비행선은 갇혀 하나 둘 떨어졌고, 전차 군단은 땅에서 멀뚱히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짧은 시간이었다. 전투는 1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피막이 사라지지 않은 전사들은 후퇴하는 살육자들을 뒤쫓았고, 살육자와 천사들은 땅으로, 전차 군단을 향해 도망쳤다.


혼란의 와중에도 가장 화려한 불꽃을 태우는 전투는 시누와 티아가 있는 바위를 중심으로 벌어진 태양 전차단과의 싸움이었다. 백색 불꽃은 작아졌지만 멀리 있는 태양의 전차를 불태워 버렸고, 10미터가 넘게 늘어난 티아의 불칼은 전차들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티아의 비웃음과 함께 시누의 백색 불덩어리는 땅으로 떨어져 전차 군단을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녀들은 개미를 짓밟은 아이들처럼 전차들을 불장난으로 태우고 있었다.


후퇴를 명령한 사부리엘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명령에 따르는 살육자들과 천사들은 정예군의 이름답게 대오를 흩이지 않고 전차 군단과 합류했고 전차 군단도 대오를 맞춰 빠르게 후퇴했다. 그 때 사부리엘은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꼈다. 그들이 없었다. 군단의 핵심이며, 무력을 상징하는 전쟁광 중에 전쟁광, 그는 하늘을 보았다.


마왕은 하늘 위에서 수백의 학살자들을 학살했다. 날개를 찢고, 야수의 목을 부러뜨리고, 심장을 꺼냈다. 번개를 부르고 죽음을 불렀다. 질긴 목을 돌려 머리를 뽑아버리고 다리를 잡아 찢어 버렸다. 마왕의 학살은 하늘을 붉게 만들었고 학살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아무도 학살의 축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 명 만이 남는 것, 그것은 학살자의 숙명이었다. 신이 금지하기에 봉인되었던 본능이 죽음을 넘어서는 투기 앞에 깨어나며 학살의 축제를 벌였다.


후드득 비처럼 떨어지는 학살자의 살점과 피보라는 괴기했지만 비명 한마디 없는 싸움을 신전의 그림처럼 비현실적으로 만들었다. 사부리엘은 마왕이 기뻐 하얗게 웃었다고 생각했다. 빠르고 멀리 떨어져 볼 수 없었지만 그렇게 느꼈다.


"후…후퇴한다."


사부리엘은 그 웃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머리를 하얗게 채우는 마왕의 웃음을 지우고 싶었다.


"후퇴하라!"


6만의 전차군단은 겁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마왕의 이미지가 깊게 박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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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가해자와 피해자 +8 06.10.10 7,228 47 16쪽
104 가해자와 피해자 +13 06.10.10 7,280 54 15쪽
103 가해자와 피해자 +9 06.10.10 7,444 4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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