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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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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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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1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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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마왕(魔王)

DUMMY

등장인물 남자편


칸 : 다들 아시듯이 주인공입니다.


제홉크 : 파흐냐 가문의 칼로 남작이 됩니다.


필캬스 : 로티나 가문의 칼로 준남작이 됩니다.


룽카 : 아틸렌 가문의 칼로 남작이 됩니다.


부커 : 가족을 이끌던 칼로 남작이 됩니다.


부리 : 가족을 이끌던 칼로, 테헤라 권속이며, 레키의 아버지입니다. 테헤라 권속들을 이끌고 테헤라의 수도로 떠났다가 비야마로 돌아와 있습니다.


쟈론 : 가족을 이끌던 칼로 준남작이 됩니다.


에드워드 : 우루스 용병대의 대장으로 칸에게 잡혀 그의 전사가 됩니다.


라피타 : 모르페아의 권속으로 가이아에 노예로 잡혀와 살다가 칸에게 등용되어 참모로 활동합니다.


쇠독 : 다른 차원에서 온 전사이나, 조상은 우루스 권속입니다. 고대에 문이 열렸을 때, 조상들이 다른 차원으로 가서 정착한 종족의 후속입니다.


비야마 : 과거 비야마를 다스리던 남작이었으나 아틸렌들에게 쫓겨나 판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마르킨 : 비야마와 조이나 치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아틸렌 음모의 희생자입니다. 샤리와 좋아하는 사이입니다.


오케아스 : 가이아의 12명의 공작 중에 첫번째 공작으로 아란트 성에서 음모가 발각되어 판으로 쫓겨납니다. 왕들에게 비견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본거지를 잃어 송곳니 왕을 돕고 있습니다.


라혼다 : 모르페아의 공작이며, 후계옹립파의 수뇌다. 하지만 영구집권파에 밀려 판으로 추방되었다. 용서 받지 못하는 자로 힘을 숨기고 있다.


알푸레도 : 미친 현자, 나락 최고의 현자이며 마법사, 테헤라 신역과 관련되어 죽음을 당했으나 시충과 한 몸이 되어 살아났다.




……………………………………………………………………..



낮은 언덕 성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그리고 발전의 결과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은 내성이었다. 내성은 과거의 폐허를 벗어 던지고 화려하게 변했다. 그리고 칸의 침실은 가장 화려했다. 칸은 원하지 않았지만 여성들이 꾸미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힘을 얻게 되면 타락하기 쉬워, 힘에 취해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칸의 침실에서 아리에나는 아리엘에게 충고했다.


"벼락부자들이 쉽게 망하는 이유는 그들이 돈을 써본 적이 없어 함부로 써버리기 때문이야. 마찬가지야 너도 힘을 얻었지만, 힘을 써본 적이 없기에 함부로 사용해 문제가 생긴 거야."


아리엘은 진지하게 아리에나의 말을 들었다.


"너만이 아니야, 성 안에 모든 사람들이 크거나 작거나 힘을 얻었어, 그리고 모두들 정신을 못차리고 있지, 심지어……"


아리에나는 아리조차 힘에 휘둘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리는 지치사였기에 힘에 익숙했지만 오래 동안 힘을 잃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다 더 탐욕스러워 졌다. 그리고 아리는 아리에나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다른 세력을 끌어들이기도 하지, 더 많은 힘을 얻기 위해서,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게 돼, 욕망에 끝없이 끌려 다니는 거야."


아리에나는 변하는 성의 모습에 안타까웠다. 하지만 손댈 수 없었다. 성의 주인은 그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칸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칸은 중심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과 있었다. 사람들은 성의 중심이었고 힘이었다. 그들은 한시도 여기가 어디고 누가 주인인지 잊지 않았다. 그들은 칸을 보고 그것들을 확인했다. 칸이 수뇌들과 싸우고 있었다면 오래 전에 성은 공중으로 분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과 전사들은 동요하지 않았고, 수뇌들의 싸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리에나가 안타까운 것은 힘에 빠져 칸을 잊은 수뇌들 때문이었다. 아리에나는 아리에게 계속 칸에 대해 말했지만, 아리조차 칸을 잊었다. 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위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칸은 위가 아니라 아래에 있었다. 아리가 아래를 보지 않고 계속 위만을 본다면 칸을 절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수뇌들도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죠?"


아리엘이 물었다.


"먼저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그것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야, 함부로 힘을 쓰지 않고 올바르게 힘을 사용할 수 있어."

"목표와 계획이요?"


아리에나의 말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기에 잊기 쉬운 충고였다.


"그래 목표와 계획, 그것이 없다면 네 힘은 쓸데없이 낭비되고 남에게 이용 당하다 자신을 타락시켜 버릴 거야."


아리에나의 충고는 아리엘을 깊은 생각에 빠뜨렸다.


‘방향 없는 힘은 주인을 타락시키지.’


아리에나는 생각에 빠져 있는 아리엘을 두고 방을 빠져 나갔다.


‘칸은 그들을 어떻게 할 생각일까?’


아리에나는 아리를 걱정했다. 하지만 칸이 아리를 어떻게 할까 걱정하지는 않았다. 아리는 칸의 여성이었다. 그녀가 떠나지 않는 한 아리는 칸에게 보호 받을 것이다. 아리가 비록 칸을 잊어버렸다고 해도, 칸은 자신의 책임을 잊을 사람이 아니었다.


………………………………………………………………….



송곳니 왕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킹 후크에게는 신용을 잃었고, 다른 왕들에게는 조소를 얻었으며, 부하들에게는 신망을 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낮은 언덕 성을 지상에서 지우기로 결정했다.


송곳니 왕이 소환진이라는 도박에 참여한 이유는 한가지였다. 소환진이 완성된다면 소환진을 통해 이계로 갈 수 있었다. 소환진이 없이는 신만이 가능하지만 소환진을 가진 자는 갈 수 있었다. 그는 이계에서 힘을 얻을 생각이었다. 그의 야망은 상왕이 되는 것이었다.


땅을 울리는 질주가 지진처럼 떠다니는 바위들을 흔들었다. 거대한 물결, 송곳니 왕의 최정예, 검은 눈 군단이었다. 그들이 하찮은 성 하나를 부수기 위해 전군이 동원된 것이다. 이유는 그들이 가장 빠르다는 것뿐이었다. 움직이는데도, 적을 전멸시키는데도.


검은 눈 군단의 이름은 송곳니 왕의 진체들이 가지는 눈썹 때문이었다. 마치 검은 눈처럼 보이는 검고 둥근 눈썹은 예민한 감각기관으로 어둠 속에서도 움직이는 존재를 찾아낸다. 송곳니 왕의 별명처럼 30센티가 넘는 송곳니가 더 특별했지만 송곳니 왕의 이름을 함부로 쓰기 어려웠고, 몸을 감고 있는 줄무늬는 얼룩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가 죽음을 당하기 쉬워 함부로 부르지 못했다.


질주하는 먼지를 헤치는 검은 눈 군단의 전사들은 살기로 넘쳤다.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속에 얼굴들은 맹수의 얼굴이었다. 단단히 물려진 입술을 비집고 나온 날카로운 송곳니와 눈과 같이 반짝이는 검은 눈썹, 흉터처럼 얼굴을 가로지르는 줄무늬는 사나운 맹수였다.


그들의 양손에는 날카로운 비수를 박은 장갑이 끼여 있었다. 괴수를 타고 있는 기사로 너무 짧은 무기지만 그것은 그들이 타고 있는 괴수 때문이었다. 꼬리를 빼고 5미터가 넘는 괴수는 이마에 거대한 뿔을 날카로운 창처럼 반짝이며 달렸다.


괴수는 사실 괴물이 아니었다. 그들은 요지나의 흉포한 자식들이었다. 요지나는 여신이 된지 겨우 몇 천 년 밖에 되지 않았고 상왕 루드히의 도움으로 신이 되었기에 신력이 불안정했다. 따라서 그녀의 쓸모없어진 본성 중에 흉포함이 자식들에게 전해져 괴수와 같은 힘을 얻게 되었다.


요지나의 흉포한 자식들은 평소에 사람의 모습을 하지만 빠르핀을 복용하면 거대한 괴수가 된다. 다른 나락 전사들과 다른 점은 그 모습이 본성이기에 한 달 이상을 변신한 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은 눈 군단의 2만 병력은 2만 명이 아니라 4만 명이었다.


자르르 비늘을 물결치며 흉포한 자식들이 검은 눈의 전사들을 업고 달린다. 창과 같이 거대한 뿔은 몇 번을 부러져도 하루면 다시 자라지만 결코 약하지 않았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은 어떤 괴수에 비하여 약하지 않았다. 꼬리의 독침조차 가이아의 전사들을 중독 시킬 만큼 강했다.


이들이 바로 판에서 나락 최강이라 불리는 3개의 군단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소리를 듣는 검은 눈 군단이었다. 2만의 전사들로 이루어져 10만의 살육자들과 비견되는 군단이었다.


………………………………………………………………….


언덕 위에서 칸은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은 너무 짧았다. 언덕이 무너지고 반쪽 태양이 석양으로 넘어가기 전에 검은 눈 군단은 들이 닥쳤다. 위험을 느낀 용서 받지 못한 자가 비야마를 무시하고 먼저 연락했기에 이들은 성 가까이 있었다. 하지만 레힐리나는 이들에 대해 칸에게 보고 하지 않았다.


"수성을…."


라피타는 칸의 손짓에 입을 다물었다.


"고작 2만 명이다."


모든 수뇌들은 말이 막혔다.


"친다."


짧은 말과 함께 칸은 등 뒤에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전사들을 돌아보았다.


"누가 선두에 서겠느냐?"


칸은 전사들에게 물었다.


수뇌들은 그의 황당한 물음에 얼굴색이 변할 정도였다. 누가 저들을 향해 먼저 달려가겠는가? 바위에 계란을 치는 일이었다. 지난 전투는 철저한 계획과 엄청난 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면으로 검은 눈 군단을 상대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제가 서겠습니다."

"제가 서겠습니다."

"제가."

"제가."


하지만 수뇌들은 듣지 못하리라는 말을 전사들에게 들었다. 한두 명도 아니었다. 수백 명이, 수천 명이 외치는 소리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미쳤나?’


수뇌들은 전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훈련시키고 그들이 키우고 그들과 같이 싸웠지만 지금은 전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자."


칸은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달렸다.


"간다."

"우아 아아"


함성이 울리고 전사들이 달렸다. 대장도 없이 칸의 명령 한 마디에 달렸다. 전술도 전략도 없는 돌진은 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보였다. 대장들은 주춤하며 돌진할 때를 놓쳤다. 제홉크만이 죽음을 향해 달리듯이 돌진했고, 다른 대장들은 전사들의 물결 사이에 부유하는 섬처럼 떠있었다.


5만 전사가 언덕을 박차고 달렸다. 반대에는 2만 군단이 달렸다. 힘과 힘이 만나는 중간지점은 하얗게 질려 돌풍으로 얼굴을 가렸다. 대장들은 박살나는 전사들을 상상했고, 달려드는 전사들을 향해 큰소리로 비웃는 검은 눈 군단도 그렇게 생각했다.


"돌격 모두 밟아버려라!"


군단에 명령이 전달됐다. 흉포한 자식들은 뜨거운 콧김을 뿜으며 더욱 속도를 냈고, 송곳니 전사들은 긴 머리카락을 망토처럼 휘날리며 고함을 지른다. 땅이 몸살을 앓으며 흔들리고 먼지는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검은 눈 군단과 칸 군이 만나기 전, 지척에서 한 명의 전사가 소리쳤다.


"거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알아듣지 못한 전사는 없었다. 아니 듣지 못했지만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명령이 없어도 그들을 긴 창을 바닥에 꽂았다.


"대 전차 대형으로!"

"삼인 일조!"

"전지선 밀집!"

"좌익 누가 맡고 있나?"

"우익은 우리 기병이 맞는다!"

"중갑대!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터져 나오는 소리는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화였다. 전사들은 대화하고 있었다. 대장들 없이 스스로 대화하며 자리를 잡고 최적의 위치를 찾고, 최적의 작전을 짰다.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전사들은 하나의 뇌세포가 되어 수많은 경우들을 합산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충돌했다.


"으악"

"어머니!"

"신이시여!"


비명이 먼저 들렸다.


"중갑대 힘을 내라!"

"왼쪽이 무너졌다!"

"아니 아직 우리는 버틸 만하다 우익을 쳐라!"

"괴수의 발목을 잘라!"


그리고 다시 소리쳐 들리는 대화들, 그들은 검은 눈 군단의 최초 돌격을 막았다.


"돌격 돌격하라!"


검은 눈 군단의 군단장은 최초, 군단의 쇄기형 돌격진이 막히자 놀랐다. 성벽도 뚫는다는 그들의 돌격이 한낱 가이아의 보병들이 막은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가장 놀란 것은 막혔다는 것이 아니라 돌격하는 군단 앞에 서 있는 전사들의 눈이었다. 누구를 망론하고 모두, 자신들의 돌진 앞에서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하지만 칸의 전사들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너무나 놀랐고 이상했다.


"1 대대 좌우로 신속 이동 2 대대 돌격!"


한 번의 돌격이 끝났지만 끝이 아니었다. 검은 눈 군단의 돌격은 계속 되었다.


"발을 묻어!"

"좌우익 봉쇄하라!"

"뛰어 들어 혼전이다!"

"삼일 일조다 흩어져라!"


가이아 전사들은 누구 보다 힘이 세고 강하고 단단하다. 그들이 사람의 장벽을 만든다면 성벽보다 튼튼하다. 하지만 누가 성벽이 되어 적의 창 앞에 서겠는가? 아무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두려움조차 없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두려움은 전사들을 움츠리게 하고 장벽을 흔들리게 한다. 강한 힘을 가진 적이라면 부술 수 있었다.


하지만 칸 군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미친 것도 아니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칸을 믿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적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누구의 돌격도 막을 수 있었다. 그것은 전사들에게 당연한 생각이었다. 당연한 일에는 누구도 놀라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사들의 눈에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제기랄 1대대 빨리 빠져라!"


2대대의 돌격은 막혔다. 칸 군의 전사들이 아닌 1대대에 막혀서 돌격하지 못했다. 전사들은 끈질겼다. 1대대를 끈질기게 붙잡아 빠지지 못하게 했고 결국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혼전이 벌어졌다.



.......................................................................................................................



송곳니 전사의 클러(장갑에 비수를 장착한 무기)가 허공을 훑고 흉포한 자식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거대한 발의 발톱으로 적을 찍었다. 꼬리의 독침은 칸 군의 전사들을 향해 꽂혔다. 하지만 쉽게 먹이가 되는 전사들은 없었다.


‘제기랄 뭐야 모두 상전사란 말이야?’


칸의 전사들은 방패로 막고 창으로 찌르며 칼로 베었다. 움직임은 빨랐고 기술을 정교했다. 도저히 평전사들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상전사들 중에서도 강자들만이 보이는 기술과 힘을 보여주었다.


그랬다. 칸 군의 전사들은 한 명 한 명이 상전사에 비견되는 힘과 기술을 가졌다. 그들은 신전에서 전사의 집에서 인정받지 않았지만 모두 칼이었고, 모두 상전사였다. 3년 동안 칸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누구에게 인정받고, 주어지 힘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것처럼 본연의 힘으로 한계를 뛰어넘게 했다.


검은 눈 군단은 5만 명의 상전사들을 상대해고 있는 것이다.


"으악!"

"죽어라"


비명이 더욱 커지며 혼란이 벌어진다. 검은 눈 군단은 돌격 대형을 버리고 철저하게 독자 전투를 했다. 그것은 그들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 군단 안으로 깊숙이 침투한 칸 군이 송곳니 전사들을 쪼개고 떨어뜨린 것이다.


"각 분대로 대형을 유지하라!"


군단장의 명령은 대대장들과 소대장들에게 전달되었지만 명령은 실행되지 못했다. 검은 눈 군단은 혼전에 익숙하지 못했고, 칸 군은 너무나 익숙했다. 그들은 자신들 보다 몇 배는 강한 살육자와 학살자를 상대하기 위해 훈련 받은 전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령의 체계가 달랐다. 혼전에서 지휘관은 모두를 살피고 모든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큰 흐름을 선택해 명령을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칸 군은 달랐다. 칸 군의 전사들은 한 명이 전사이며 지휘관이었다. 그들은 명령 없이 자신이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혼전에서 그것은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이야아"

"와아아"


함성이 울리고 기합이 터졌다. 칼이 살을 자르고 창이 배를 뚫고 내장을 훑는다. 비명이 터져 나오고 피가 솟아오르다. 흉포한 자식에게 밟혀 내장이 터지고, 흉포한 자식은 발목이 잘려 바닥으로 메다 꽂힌다. 송곳니 전사의 클러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가이아 전사의 창에 심장이 뚫린다. 피가 흐르고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지고 뇌수가 세어 나온다. 전투는 가혹하게 서로를 죽이게 만든다.


"삼인 일조를 지켜라 모자란 조는 합쳐라!"

"이 쪽이다. 우리 쪽에 한 명 부족하다."

"야 너 혼자서 뭐해 이쪽으로 들어와!"

"삼인 일조를 지켜! 남으면 사인 일조로 오인 일조로 하더라도 기본은 삼인 일조다."


검은 눈 군단에게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은 무너지고 있었다. 칸 군은 혼전 중에도 혼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3명이 한 명처럼 움직였고 한 명이 두 명을 도왔고 두 명이 한 명을 구했다. 송곳니 군단은 언제나 3명 이상의 적들을 맞이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칸 군이 살육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전법이었다.


자신감, 자만심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 가도 아는 자신감을 가진 칸 군은 자만심에 빠져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하고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검은 눈 군단을 이겨갔다.


검은 눈 군단은 몰랐다. 그들은 철저한 기병이었고 빠른 기동성과 돌격력을 가진 군단으로 항상 뒤를 받쳐주는 보병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끝낸 뒤처리만 하던 보병이 이 순간 가장 그리웠다. 보병들만 주위에서 막아준다면 그들은 다시 대형을 유지할 수 있었고 다시 아니 더 강한 돌격으로 적들을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칸 군의 그물에 걸린 군단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힘을 쓰다 한 명씩 죽음을 당했다.



칸은 선을 그으며 검은 눈 군단을 가로 지른다. 그의 칼은 반짝이지도 불을 뿜지도 않고 송곳니 전사들의 목을 베고 흉포한 자식들의 힘줄을 끊었다. 그는 최고 지휘관이지만, 명령을 내릴 필요도, 전장을 바라볼 필요도 없이 앞에 선 적들의 목숨을 거둘 뿐이었다. 전사들은 잘하고 있었다. 전사들은 칸이 원하는 데로 싸우고 있었다. 그것이 칸이 원하던 자신의 전사들이 갖춰야할 모습이었다.


그러나 싸움은 빨리 끝낼 필요는 있었다. 싸움이 길어지면 희생자도 많아지고 자신의 전사들도 희생되기 마련이다. 칸은 검은 눈 군단의 지휘자를 찾아 깊숙이 적진으로 달려갔다.


검은 눈 군단의 군단장은 땀을 흘리며 자주 뒤를 바라본다. 그는 결정할 수 없었다. 후퇴해야 만 했다. 하지만 검은 눈 군단에게 후퇴란 없었다. 그것이 수백 년 전에 송곳니 왕이 군단을 창설하여 지금까지 지켜온 군기였다. 전멸할지라도 후퇴는 없었다. 하지만 후퇴해야만 했다. 그의 뒤에는 송곳니 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송곳니 왕의 눈은 깊게 가라앉았다. 화가 지나쳐 차가워진 그는 냉정을 유지했다. 그는 왕이었다. 개인의 힘으로는 신을 능가하는 전투력을 가진 나락의 왕, 마왕이었다. 그가 본신의 힘을 다한다면 5만의 상전사들이라 할지라도 전멸시킬 수 있었다. 그 혼자의 힘이 검은 눈 군단보다 강했다.


하지만 그도 상처 입게 될 것이다. 육체의 상처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힘도 상처입고, 그의 명예도 상처 입을 것이다. 그가 약해지면, 때를 기다리던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논의 살육자들부터 같은 왕들까지 그의 약점을 노리는 자들은 너무나 많았다.


그는 다섯 개의 탑 성에 있어야 했다. 학살을 즐기기 위해 날아와서는 안됐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그가 다섯 개의 탑 성에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결정한 말을 번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후퇴 시켜라."


송곳니 왕의 말은 목구멍을 억지로 비집고 나왔다.


"네 알겠습니다. 후… 컥"


군단장은 송곳니 왕의 명령은 전사들에게 전하지 못했다. 하얀 날을 가진 칼날이 그의 목을 쑤셨기 때문이었다.


칸은 수많은 적들을 헤치고 적의 지휘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를 발견했을 때, 전투를 멈추고 전투와 하나가 되어 피어오르는 열기의 흐름을 따라 문을 열었다. 군단장은 강한 자였다 하지만 그의 무너진 자부심은 쉽게 칸에게 문을 열어 줬고 칸의 칼은 군단장의 목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네가 아니군."


발밑에 쓰러지는 군단장을 보고 칸은 독백했다. 검은 눈 군단은 군단장이 쓰러질 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칸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찾았다. 그리고 송곳니 왕을 찾았다.


송곳니 왕은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전사의 눈에 소름이 돋았다. 두려움과 흥분, 열기 그것은 적수를 만난 전사의 마음이었다. 그도 전사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냈다. 강한 자다 하지만 자신의 적수는 아니라는 명백한 웃음이었다.


칸은 공간을 접어 송곳니 왕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송곳니 왕은 몸을 감싼 로브를 벗어 던지고 날카로운 클러를 들어 칼을 맞이했다. 중간에 가볍게 무기들은 접촉하고 빠르게 방향을 바꾼다. 가벼운 접촉들이 서로의 능력을 탐색하고 치명적인 허점을 찾아 촉수를 뻗는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송곳니 왕에게는 문이 아예 없었다는 듯이 단단한 벽만이 느껴졌다. 하지만 칸의 칼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상대의 벽 안에 넘쳐흐르는 힘을 보았다. 그 힘이 열리기 전에 그를 멈추게 해야 했다.


칸은 평범한 무사가 아니었다. 무사라면 결투를 즐기지만 이곳은 비무장이 아니었고 적도 무사가 아니었다. 지금 그의 적은 전투 그 자체였다. 칸이 해야 할 일은 전투를 죽이고 전투를 멈추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앞에 있는 적은 그 목적에 필요한 자였다. 칸의 칼은 살기를 머금고 집요하게 송곳니 왕을 공격했다. 그의 칼은 독기를 한껏 머금은 독사의 혀처럼 날름 거렸다.


즐기는 것은 도리어 송곳니 왕이었다. 그는 오랜만에 직접 무기를 맞대고 싸움을 벌였다. 왕이 된 후에 적의 피를 자신의 무기에 묻힌 적은 드물었다. 주위에는 언제나 강한 부하들이 있었고 그들은 자신의 명령 한마디에 목숨을 내놓았다. 왕은 전투에 나서지 않는다. 그가 앞에 나선다면 부하들은 불안해하고 치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송곳니 왕은 그렇게 생각했다.


칸 군은 칸이 앞에 나서더라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가 직접 적의 목을 베더라도 치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칸은 전사였다. 그들과 함께하는 자였다. 전사들은 그런 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처럼 강해지려 노력했다.


송곳니 왕의 클러는 빨랐다. 한 순간에 수천 개의 선을 그으며 칸을 압박했다. 칸의 칼은 독날 했다. 치명적인 독을 뿜었다. 둘의 싸움은 화려하지 않았다. 철저한 실전에 바탕을 둔 전투였다. 수백 수천의 전투를 거친 자들만이 깨닫는 전투술의 극치였다. 동작 하나 하나가 적을 속이는 기만술이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치명적이 살수였다. 한 순간의 실수가 목숨을 빼앗는 전투였다.


송곳니 왕은 외줄을 타는 듯, 전투의 열기에 취했다. 그는 태생이 맹수였다. 그의 종족은 밀림에서 사냥하는 위대한 짐승이었다. 전투는 그의 삶이고 그의 생이었다. 그는 왕이 되길 원했고 상왕이 되길 원했지만 전투의 본능을 버릴 수는 없었다.


"으악!"


하지만, 전투를 계속 즐길 수는 없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전사가 아니었다. 그는 왕이었다. 수십만의 전사들을 책임지는 왕이기에 본능을 누를 힘이 있었다.


"후퇴하라!"


송곳니 왕은 아까운 먹이를 내버리고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명령은 평원을 가로 질러 군단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뒤로 물러선 왕은 입맛을 다시며 칸을 보았지만 애써 외면했다. 그를 죽일 수 있지만 그러자면 자신의 힘을 사용해야 하고 그러면 자신의 신분이 밝혀진다. 신분이 밝혀진다면 모두 죽일 수밖에 없었다.


칸은 갈등 한다. 그는 갈등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를 놓아주고 전투를 끝내기를 지휘자의 책임이 말하고 그를 쓰러뜨리라고 무사의 본능이 말했다. 책임과 패기가 부딪쳤다. 그는 칼을 놓으며 생각했다.



‘나는 칸이다.’


붉은 산의 주인, 그 이름이 가진 뜻대로 그는 칸이었다. 칼을 놓은 손이 천천히, 게으르게 움직였다.


송곳니 왕은 무엇이 자신의 목을 움켜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칸의 손은 왕의 목덜미를 누르고 있었다.


칼은 문을 열어야 적의 목숨을 거둔다. 하지만 손은 너무나 게으르기에 문을 열기조차 귀찮아했다. 손은 그저 적의 목덜미를 움켜쥘 뿐이었다.


"컥!"


송곳니 왕은 답답한 신음을 냈다. 목줄기를 파고 든 손은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고, 살과 근육과 뼈를 움켜잡는다.


왕은 위험을 느꼈다. 왕이 된 후에 처음으로 죽음의 압박을 받았다. 그는 뇌가 잡히기 전에 그가 가진 힘이 잡히기 전에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와르릉


전투의 중심에서 폭풍이 일었다. 거대한 힘의 폭풍은 태풍처럼 일어나 주위를 쓸었다. 그리고 전사들은 보았다. 먼지 가득한 폭풍 속에서 거대한 존재가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모든 전사들을 창백하게 만드는 힘의 본체였다. 전사들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힘을 잃었다.


그러나 폭풍에 쌓인 그림자는 오래 있지 못했다. 막강한 힘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힘의 발산으로 일어났던 폭풍만이 먼지를 일으켜 검은 눈 군단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칸 군은 먼지 폭풍 속에서 싸우는 것이 특기였다.


송곳니 왕은 역류하는 자신의 힘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모든 힘을 개방했을 때, 손에서 벗어나는 것을 자신했지만, 손은 떨어지지 않았고 자신의 거대한 힘조차 눌러 역주하게 만들었다.


송곳니 왕은 알지 못했다. 칸의 손은 용의 뿔을 움켜잡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손이었다. 하늘이라도 땅이라도 그 손에 잡히면 빠져 나갈 수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잡는 손, 무를 잡는 손, 공을 잡는 손, 깨달음을 잡는 손에서 빠져나가기에 송곳니 왕은 아직 어리석었다.


칸은 자신의 손아래에 잡혀 괴로워하는 왕의 목줄기를 잡고 폭풍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느린 여운 속에서 시간과 공간과 전투를 흘렸다. 시간을 흐르지 않았고 공간은 확장되지 않았으며 전투는 발생하지 않았다. 게으름은 중심이 없었다. 단지 존재 그 자체뿐이었다.


대장들은 회군 하는 전사들 앞에 초라했다. 그들은 그들의 부하들이 전사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몰랐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몰랐었다. 욕심에 어두워 자신의 힘조차 모르고 이익에 눈멀어 있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자 중에 유일하게 흥분에 들떠 있었던 자는 쇠독이었다. 그는 마왕의 전사들이 마수와 괴수들과 싸우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완벽한 전사들이었다. 자신이라도 그들 3명을 이기기 어려웠다. 위대한 마왕과 강력한 전사들, 그는 마계의 주인이 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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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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