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등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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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등학교 졸업식.
“그래? 그럼 이거 시켜줄게.”
어제 밤에 신나게 달린 강래원은 삼선짬뽕과 꼬마를 위해 짜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식탁 위 덩그러니 놓인 계란 두 알을 냉장고에 넣으려던 강래원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너 진짜 계란 프라이할 줄 알아?”
“네. 그럼요. 당연히 할 줄 알죠~”
7살이면 원래 계란 프라이 정도는 할 줄 아나? 키가 인덕션에 닿지도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한다는 거지? 뭐 주변에 이렇게 어린 꼬맹이가 있어 봤어야지 알지.
“그래? 진짜? 그럼 어디 한번 해봐.”
어린아이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강래원은 대수롭지 않게 7살 꼬마에게 주방을 내준다.
별거 아니라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7살 꼬마는 식탁 의자를 질질 끌어서 보란 듯이 인덕션 앞에 놓고 올라선다.
“아빠. 프라이팬 어디 있어요?”
“어?”
그냥 멀찍이서 꼬마를 지켜만 보던 강래원도 덩달아 주방에 등판한다.
“여기.”
아까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꼬마가 프라이팬을 찾는 소리였다.
강래원이 프라이팬을 인덕션 위에 놔주자, 꼬마는 아주 당당하게 말한다.
“아빠. 불은 위험하니까 어린이는 켜면 안 돼요. 아빠가 켜주세요.”
“어?? 어. 알았어.”
똘똘한 꼬마의 말에 강래원은 인덕션도 켜준다.
인던션에 불이 켜지자 꼬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더를 내린다.
“아빠. 식용유 어디 있어요? 여기다 식용유 뿌려주세요.”
“어???? 어... 그래.”
대답과 함께 일사분란하게 강래원은 식용유를 꺼내 프라이팬에 둘러준다.
뭐지? 이건...? 왜 내가 계란 프라이를 하고 있지?? 나 지금 이 꼬마의 아바타가 된 거냐?
프라이팬에 열기가 좀 오르자 꼬마는 프라이팬에 계란을 톡 깨서 넣는다.
“아빠. 이거 계란 껍질은 어디다 버려요?”
“어? 그거는....”
아주 자연스럽게 꼬마는 계란 껍질을 강래원에게 준다. 꼬마는 의자 위에서 오더만 내릴 뿐, 강래원은 바쁘게 움직인다.
“근데 너 계란에 소금은 안 넣니?”
“아! 맞다! 아빠 여기 소금 좀 넣어주세요.”
소금을 깜빡 잊고 있었던 꼬마는 자연스럽게 강래원에게 소금을 주문한다.
“아빠! 이거 계란 뭐로 뒤집어요?”
계란에 소금을 뿌리자마자 꼬마가 묻는다.
“안 그래도 여기 뒤집개 준비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강래원은 계란 프라이를 완성하고 인덕션을 껐다.
“이거 보세요! 아빠. 제가 만든 계란 프라이에요! 제가 할 수 있다 그랬죠? 저 계란 프라이 잘 하죠?”
완성된 계란 프라이를 들고 당당하게 말하는 꼬마 녀석.
강래원은 어이가 없다.
“어. 그래. 너 계란 프라이 참 잘한다. 인정. 짜장면 오기 전에 이거나 먼저 먹자.”
일단 배가 고픈 둘은 계란 프라이를 에피타이저로 순삭한다.
그리고 시간을 맞춘 듯 배달음식도 바로 도착한다.
꼬마는 정말 배가 고팠는지 짜장면을 쉬지 않고 맛있게 흡입한다.
“맛있어?”
어쨌거나 귀여운 7살 꼬마의 먹방에 강래원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네. 아빠. 정말 맛있어요. 저 정말 배고팠거든요.”
말끝마다 아빠, 아빠하는 것이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나를 아빠라고 생각하는 녀석에서 아빠라고 하지 말랠 수도 없고... 좋아 이제 짬뽕도 다 먹었으니, 이제 슬슬 심문을 시작해볼까?
“근데 꼬마야. 나 아직 니 이름도 모른다. 너 이름이 뭐니?”
양 볼 가득 짜장면을 머금은 꼬마가 대답한다.
“강훈이요. 서강훈.”
“서강훈?? 너 서씨야??”
“네.”
너가 ‘서’씨라면....
강래원의 머릿속 기억의 바퀴가 빠르게 회전한다.
!!!!! 서우...? 나의 첫사랑이자 나의 동정을 바친 서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으로 강래원은 물어본다.
“혹...시... 너네 엄마 이름이 서.... 우.... 니??!”
“어!!! 네!!! 맞아요!”
강래원이 엄마 이름을 맞추자 서강훈은 짜장면 잔뜩 뭍은 얼굴로 신나게 대답한다.
“엄마가 제 이름을 아빠 성인 ‘강’자에 훈훈하게 자라라고 ‘훈’자를 붙여서 강훈이라고 지었댔어요.”
대답하면서도 완전 신난 서강훈은 어깨춤을 추는 듯이 짜장면을 먹는다.
진짜... 서우가??? 에이... 설마... 처음... 에이... 딱 한 번...?? 에이...
아무리 그래도 생각하면 할수록 강래원은 이건 아닌 것 같다.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에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강래원은 자기도 모르게 의심의 눈빛을 발사한다.
“왜요? 아빠??”
예민한 7살 꼬마는 강래원의 심상치 않은 눈빛을 느꼈다.
“어. 아니야. 먹어~ 짜장면. 맛있게 먹어.”
그렇다고 다짜고짜 7살 꼬마에게 사실관계를 따져 물을 수도 없다.
이 꼬마가 서우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강래원은 더 미치고 팔짝뛰겠다.
그래... 진정하자. 강래원. 일단, 서우... 그래... 서우를 만나자! 서우를 만나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진짜 이 애가 내 애가 맞는지 확인을 해보자.
서강훈은 자꾸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강래원을 향해 짜장면을 가득품은 입으로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억지로 화답하며 웃어 보이는 강래원.
어쨌거나 당장 서우를 만나야 한다!
***
[ 8년 전 강래원과 서우의 고등학교 졸업식 ]
“서우야! 졸업 축하한다!”
강래원은 큼지막한 꽃다발을 들고 서우 앞에 섰다.
“크흠~”
“래원아!”
서우 옆에 서있는 서우 아버지는 강래원을 보고 심기가 불편하다. 아버지의 눈치가 보여도 서우는 강래원을 보고 세상 환한 표정이다.
“크흐~ 역시 이거 봐~ 너를 이길 꽃은 없을 것 같아서 양으로 승부했는데~ 이 큰 꽃다발도 너 앞에서는 안 되네~ 역시 우리 서우가 제일 예쁘다!”
떡잎부터 능글거렸던 강래원이 날리는 뻐꾸기에 서우 아버지는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낸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는 녀석이 저렇게 말만 뻔지르르해가지고 어이구... 어디다 쓰나... 쯧쯔쯔...”
“아이~ 아빠는... 쫌...”
서우는 대놓고 싫은 티를 내는 아버지가 민망하다.
“그래도. 제가 아버님 말씀대로 서우 공부만 하게 둬서 이렇게 떡하니 원하는 대학교도 입학했지 않습니까?”
선천적으로 밝은 강래원은 심기 불편해하는 서우 아버지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넉살 좋게 대꾸한다.
서우 아버지가 옆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어도 서우와 강래원은 둘 만의 핑크빛 세상에 빠져들어 간다.
“서우야. 이제 졸업식도 끝났으니 어서 집에 가자.”
그런 분위기가 못마땅한 서우 아버지는 강래원을 경계하며 연신 서우를 잡아끈다.
“아빠. 나 오늘 경미랑 세정이랑 졸업 기념으로 밥 먹고 놀기로 했다 그랬잖아요~”
“아... 그랬지? 그럼 경미랑 세정이는 어디 있냐? 너 걔네랑 있는 거 보고 내 가마!”
서우 아버지는 어떻게 해서든 서우를 강래원과 한시라도 빨리 떨어뜨려놓고 싶다.
“아빠~ 경미랑 세정이도 부모님이랑 인사하고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아빠 먼저 일하러 가셔도 되요.”
서우의 말에도 서우 아버지는 서우 앞에서 빙글거리고 웃고 있는 강래원이 못내 불안하다.
“아버님! 걱정 마십시오. 저도 지금 부모님이 차에서 기다리고 계셔서 서우한테 인사만 하고 가봐야합니다.”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강래원의 말에도 서우 아버지는 찝찝하다.
“크흠. 그래. 알았다. 서우야. 너무 늦지 말고. 이따가 집에서 보자.”
회사로 복귀해야하는 서우 아버지도 더 이상 졸업식장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네. 아빠 이따가 집에서 봬요.”
“아버님.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깍듯이 인사하는 강래원을 본척만척 서우 아버지는 서우의 목도리를 다시 한 번 만져주고 졸업식 장을 떠난다.
서우는 아버지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다 아버지가 사라지자 강래원을 돌아보며 도도한 표정으로 말한다.
“너 군대 간다고 해서 내가 아빠한테 거짓말 한번 한 거다.”
그런 서우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강래원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알았어. 고마워. 내가 오늘 아주 그냥 풀코스로 쫙 준비 해뒀어. 가자가자~”
강래원이 내민 손을 서우가 꼭 잡는다.
“아~ 손잡으면 꼭 껴안고 싶고~ 꼭 껴안으면 뽀뽀하고 싶고~ 뽀뽀하면~”
능청스러운 강래원의 말에 서우는 단호하게 철벽을 치며 잡은 손을 놓는다.
“야! 오버하지마! 그건 안 돼! 꿈도 꾸지마!!”
“아~ 왜~ 너도 나 사랑하고, 나도 너 사랑하고, 우리 둘 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애처럼 징얼대는 강래원에게 서우는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말한다.
“안 돼! 그러다가 만약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거야!”
서우의 말에 강래원은 너가 뭘 모른다는 식으로 훈계하듯 말한다.
“야~ 그게 말이 되냐? 너도 처음이고, 나도 처음인데! 어떻게 임신이 한 번에 되냐?”
“어~ 어!! 한 번에 될 수도 있지! 너 수업 시간에 못 들었냐?”
“야! 만약에~ 진짜 만약에~ 한 번해서 임신이 되면, 우린 바로 천생연분인거지! 그럼 난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똑똑하고 착한 서우 남편이 되는 거니까 완전 땡 잡은 거고!!”
“아이고... 진짜 우리 래원이는 말은 참~ 잘해. 야! 말이 그렇지, 만약에 임신하게 되면 넌 군대 가있고 난 대학교 1학년인데 애는 누가 키우니??”
“오우~ 우리 서우 우쭈쭈~ 벌써 그런 걱정까지 다 하고 있었쪄요? 말이 그렇지, 만약 너가 애 낳으면 너도 알잖아! 우리 아빠가 서울 은행장인거! 우리 아빠가 시간만 없지 돈은 많거든! 내가 군대 있을 때 동안 너 하나 건사 못하겠냐! 오히려 대학 등록금 걱정 없이! 우리 엄마아빠가 애도 딱! 봐주고 우리 서우는 앞으로 쫙~!!! 완전 꽃길만 걷는 거지!”
“아이구~ 야~ 그런 소리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에이~ 우리 서우 걱정 그만하고 오늘 이 오빠만 믿고 따라와~”
강래원과 서우는 이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것 같이 행복하게 학교를 빠져나간다.
***
잠시 문제의 그날을 떠올린 강래원은 찬찬히 눈앞에 서강훈을 뜯어본다.
아... 보면 볼수록 우리 형을... 우리 아빠도... 에이씨... 나를 닮은 거 같기도 한데...
마침 카톡으로 엄마 김옥분 여사가 보내준 강래원의 7살 꼬꼬마시절 사진이 도착했다.
무심코 사진을 확인한 강래원은 너무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김옥분 여사가 보낸 사진 속 7살 강래원도 얼굴에 잔뜩 짜장 소스를 묻히고 웃고 있다!!!
그리고!! 이 각도!! 이 각도는!!!
옷과 배경만 달랐지 지금 2021년에 도플갱어를 만났다고 해도 믿을 만큼 또... 똑... 똑같... 존 똑이다;;;;
아까 경비 아저씨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의심할 여지없는 빼박 내 아들인 것인가....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래선 안 돼!!! 나 아직 27살 밖에 안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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