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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생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미딛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5
최근연재일 :
2021.08.23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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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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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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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7. 나만 잘하면 1

DUMMY

77. 나만 잘하면_1


***


쓰레기를 버리고 엘리베이터에 탄 서우는 닫힘 버튼을 누른다.


“어... 잠깐만요!!”


가까스로 엘리베이터에 탄 강호원은 층수를 누르려다 멈칫한다.


어??


한 층에 한 세대씩만 거주하는 이곳에 엘리베이터에 탄 처음 보는 여자가 강래원네 집 층수를 눌러놨다.


순간 강호원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여자는 누구지...?


엘리베이터에 뛰어 탄 낯선 남자가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고 서있다.


서우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심장이 쿵쾅거린다.


서우의 경계하는 시선을 느낀 강호원은 일단 강래원네 위층 버튼을 누른다.


“아... 아랫집에 새로 이사 오셨나봐요?”


강호원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띠며 긴장감을 풀기 위해 말을 건다.


“네.”


서우는 혹시나 이 낯선 남자가 강래원의 형일까 싶어 곁눈질로 자세히 살펴본다.


전혀 닮은 구석도 하나 없고, 형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매우 많아 보인다.


서우는 잔뜩 전투모드를 발동하고 여차하면 한 방 날려버릴 준비를 한다.


강호원도 나름 곁눈질로 서우를 관찰한다.


서우가 신고 있는 강래원의 슬리퍼를 확인한 강호원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 진짜 이 녀석을... 저번주 만해도 그렇게 서우를 못 잊겠다고 울고불고 하던 녀석이... 이제 좀 변하나 했더니... 그세 또 새로운 여자를... 집까지... 아... 그래서 집에 오지 말라고 프라이버시 어쩌구저쩌구... 이 녀석을 대체...


생각을 할수록 강호원은 동생에 대해 실망을 넘어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 자식이... 나중에 강훈이 볼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놔...


강래원네 층에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서우는 재빨리 내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하... 진짜... 저 여자가 래원이네 집으로... 하...


집으로 뛰어 들어온 서우는 인터폰으로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윗 층에 서는 것을 확인한다.


어휴...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네...


마음을 진정시킨 서우는 여전히 욕실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두 남자에게 소리친다.


“뭐야~ 아직도 안 나왔어?? 언제 나올 거야??”


***


강호원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다시 도착한다.


매번 통화 할 때 마다 동생이 뭐 여자 많다, 집에 여자가 있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해대던 지난 날 들이 떠오른다.


이 자식... 그게 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어??


대학 새내기 때 만난 김하영과 긴 연애 끝에 결혼까지 한 강호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여자문제다.


강래원!! 너 임마!!! 강훈이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나... 애라도 없으면 또 그래... 혼자 사는 문란한 동생 녀석이라고 그냥 넘길... 아니다... 그래도 이건 도저히...


이제까지 연애뿐만 아니라 인생을 통틀어 한 번도 선을 넘어본 적이 없는 강호원은 이 일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심판자의 분노가 차오른 강호원은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


띵동!!!!!!


강래원의 집을 관통하는 짧고 굵은 초인종이 울렸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서우는 다급히 욕실 문을 두드린다.


욕실에서 서강훈과 아직도 물놀이를 하던 강래원도 화들짝 놀란다.


띵동띵동!!!


텀을 두고 울린 두 번째 초인종 소리는 강래원을 더욱 재촉한다.


과격한 거품놀이로 인해 윗도리가 심하게 젖어버린 강래원은 욕실 안에서 우왕좌왕한다.


“야... 강래원... 빨리 나와... 뭐하는 거야...”


혹시나 밖에까지 들릴까봐 큰 소리도 못내는 서우는 문을 두드리며 애타게 소리친다.


벌컥 문을 연 강래원은 상의는 탈의한 채 바지만 입고 있다.


“깜짝이야!! 야... 너 옷은 어딨어??”


욕실 문에 붙어있던 서우는 눈앞에 등장한 강래원의 맨살에 깜놀한다.


“야... 지금 옷이 중요하냐!! 일단 난 나간다. 넌...”


“반찬통 꺼내놨어. 난 강훈이 마무리 시킬 테니까. 빨리 나가!”


위급한 상황, 손발이 척척 맞는 둘은 재빨리 움직인다.


“엄마!! 집에 누구 왔어요??”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아빠가 나가고 엄마가 들어오자 서강훈도 동요를 한다.


“어~ 아니~ 뭐 아빠 누구 왔나봐~ 뭐야~ 서강훈! 너 아직까지 하나도 안 씻었어??”


“아니요! 아빠랑 거품놀이 하고 있었는데요~”


“아... 그러니까 안 씻고 놀고 있었던 거잖아. 야~ 그리고 이게 모야~ 사방팔방 다 거품... 아... 서강훈~”


“이히힛~”


그저 7살 꼬마는 욕실에 거품이 있고,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가며 놀아줘서 행복할 뿐이다.


띵동띵동띵동!!!


또 다시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강래원은 소리친다.


“어!! 형! 나 지금 나가!! 잠깐만!!!”


강래원은 한 걸음에 반찬통을 집고, 현관문을 벌컥 열어젖힌다.


“형! 아~ 밑에서 전화”


분노에 찬 표정의 강호원은 강래원이 문을 열자마자 뒷덜미를 잡고 집 밖으로 끌어낸다.


“아~ 형... 왜이래...?”


눈앞의 헐벗은 강래원을 보고 더 할 말을 잃은 강호원.


“너...”


“아~ 형!! 내가 전화 좀 못 받았다고~ 뭐 이렇게 화를...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아~ 내가 보니까 저기 무음으로 해 놨더라고~ 아~ 우리 형~”


상황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는 강래원은 넉살좋게 형에게 앵긴다.


“야... 이 새X야. 너 정신 아직도 못 차렸냐??”


“형... 왜...? 왜 이래??”


‘이C’가 형이 할 수 있는 최대 욕이라고 알고 있던 강래원은 충격을 먹는다.


“야... 이 개새야. 너 언제까지 이렇게 살 꺼야!! 어!! 이 자식이 진짜 한 번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눈이 뒤집혀 질 정도로 화가 난 형의 얼굴을 처음 본 강래원은 기겁을 한다.


“형.... 형이 이런 말도...”


“이 새X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야!!! 너 저번 주에 강훈이 떠났다고 울고불고 그랬던 녀석이 그 새 집에 여자를 들여?? 야... 너 그렇게 아무 여자나 만나고 다니다가...”


정말 한 대 칠 것처럼 손을 쳐든 강호원을 보고 강래원은 뭔가 단단히 정말 됐음을 직감한다.


“형!! 형!! 형!!! 아 형!! 진짜 진정해!! 무슨 말이야?? 진짜 나 형한테 다 진실만을 말할 테니까... 제발 진정해. 일단 이거 받고!! 아 무거워!!”


강래원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서 들고 있던 반찬통을 형에게 넘긴다.


반찬통에 붙어있는 김옥분 여사의 글씨를 보고 강호원은 한 숨을 쉰다.


“야... 너 지금 집에 혼자 있어??”


뭐든 진실만을 말한 다고 방금 전에 약속했던 강래원은 침을 꼴깍 삼킨다.


“형... 혹시 엄마한테 들었어??”


“듣긴 뭘 들어!!”


“아... 형...”


***


샤워를 마치고 서우와 서강훈은 거실로 나왔다.


“아~빠~ 우리 나왔어요~ 어디 있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어? 아빠 나갔나본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서우도 어리둥절하는 사이


띠로리~


현관이 열리며 강래원이 쭈굴 모드로 들어온다.


“저기... 서우야... 잠깐... 형 좀 들어오라고 해도 돼??”


서우는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 큰아빠 오셨어요??”


이래저래 서강훈만 신났다.


강호원이 현관으로 들어섰다.


현관에 들어선 강호원을 보자마자 엘리베이터 그 아저씨임을 확인한 서우는 속으로 아뿔사를 외쳤다.


“우와!! 큰아빠!!!”


서강훈은 강호원을 보자마자 허물없이 그대로 달려가 안긴다.


“어이구~ 우리 강훈이!!! 큰아빠도 강훈이 많이 보고 싶었어~”


“큰아빠!! 짜잔!! 우리 엄마예요!!!”


서강훈은 자랑스럽게 두 팔 벌려 서우를 소개한다.


“하하... 아까는 제가 너무 놀라서 그만...”


“아뇨... 뭐 저도...”


이미 엘리베이터에서 서로대해 경계심을 가득 가졌던 서우와 강호원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강래원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다.


“서우야. 난 형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올라올 테니까... 강훈이랑 먼저 저녁 먹어.”


“어?? 큰아빠 벌써 가요??”


얼굴 가득 아쉬움을 드러내는 서강훈을 보며 강호원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하하... 아쉬워?? 오늘은 잠깐 인사만 하고 가고, 다음에 만나면 우리 또 저번처럼 신나게 축구하면서 놀자!”


“네!! 좋아요!!”


“그래. 강훈이 저녁 잘 먹고~ 다음에 또 보자!”


강호원은 서우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집을 나간다.


“엄마. 아빠는 언제 오는 거예요??”


한껏 업 됐던 서강훈은 시무룩해진다.


“글쎄... 뭐 오래 안 걸리시겠지. 일단 우리 먼저 먹자. 어머... 벌써 시간이 너무 늦었다.”


어느새 시간이 서강훈을 먹이고 재울 시간도 빠듯해져버렸다.


***


잠자리에 누운 김옥분 여사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손주 생각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아... 가만... 7살이면 뭘 좋아하더라...


아들 둘을 키웠지만 그때는 그저 애들 걷어 먹이기에 급급했던 김옥분 여사는 7살 꼬마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머리맡에 놓인 안경을 쓰고 스마트 폰을 더듬어 검색창을 연다.


노안에다가 타자도 느리지만 김옥분 여사는 연신 얼굴을 찡그려가며 한자 한자 써 나간다.


[ 7살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것 ]


검색을 하자마자 무수한 정보들이 인터넷에 검색된다.


안경을 고쳐 쓰고 보던 김옥분 여사는 옆에 누운 강신묵이 뒤척이자 아예 침대에서 빠져나와 거실로 나온다.


아이 장난감이며 블로거들이 아이를 위해 만든 아기자기한 캐릭터 음식들까지 클릭해서 볼 것이 너무 많다.


“옴마야... 이게 뭐야...”


역시 김옥분 여사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먹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캐릭터 반찬들이다.


어묵으로 만든 병아리, 게맛살로 만든 하트, 밥으로 만든 짱구, 밥과 계란으로 만든 미니언즈들...


그저 70평생 맛으로만 승부해온 김옥분 여사에게 캐릭터 음식들은 그야말로 신세계다.


유투비 비디오를 몇 개 눌러본 김옥분 여사는 슬슬 학구열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


진작 서강훈을 먹이고 재웠는데도 강래원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야기가 길어지나... 아... 나도 배고픈데...


강래원이 금방 돌아올 줄 알았던 서우는 아까 서강훈만 밥을 챙겨 먹였다.


아... 이제까지 기다렸는데... 뭐야... 먼저 먹어??


어질러진 식탁을 보고 잠시 고민하던 서우는 몸을 일으킨다.


서강훈이 먹은 접시는 치우고, 반찬들도 다시 새롭게 세팅을 하기 시작한다.


띠로리~


다시 밥상이 차려질 무렵 강래원이 들어왔다.


“왔어?? 배고프지??”


서우는 왜인지 강래원이 아까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보다 지금이 더 안쓰러워졌다.


“어? 아직 안 잤어?? 강훈이는??”


너무 늦어 당연히 거실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강래원은 서우를 보고 감동한다.


“강훈이는 아까 벌써 잠들었지.”


“어?? 서우... 너... 나 기다린 거야??”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온 강래원은 급 능글 모드를 발동한다.


“왜이래?? 오해하지마. 사람이 나갔으니까 당연히 들어오는 건 봐야지. 뭐래. 야. 나도 배고파. 빨리 밥이나 먹자.”


“어??? 서우야... 너... 나랑 먹으려고 이제까지 밥도 안 먹은 거야....?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못 꺼내겠다. 나 먼저 먹는다.“


뭔 말만하면 엮으려는 강래원을 보고 서우는 그냥 자리에 앉아 먼저 밥을 뜬다.


”크흐... 이게 바로 서우의 매력이지. 같이 먹자! 서우야!“


강래원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앉아 같이 숟가락을 든다.


”서우야. 너 아까 우리 형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었다며?? 아... 진짜 형이 자꾸 내 말을 안 믿어서 하는 수 없이 내가... 아...“


”됐어... 뭐... 내가 괜히 쓰레기 버리러 가서 에잇...“


서우는 이제까지 아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본인 탓을 하고 있었다.


”뭐... 형은 뭐...“


실은 이제까지 강래원은 강호원에게 가장으로서 어떻게 가족을 이끌어야하는지 정신교육을 받고 왔다. 듣다 못한 강래원이 본인도 미래를 위해 오늘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하자, 또 경제 파트로 주제가 넘어가 이제까지 형의 긴 조언을 들었다.


평생 한 여자와 연애하고 결혼에 성공한 강호원은 강래원에게 이제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려서 강훈이를 위해서라도 서우와 잘해보라고 당부의 당부를... 마치 렉이 걸린 것처럼 무한 반복해서 듣고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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