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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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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미딛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5
최근연재일 :
2021.08.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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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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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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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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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5. 다시 사랑 1

DUMMY

75. 다시 사랑 _1


여전히 패닉 상태인 정인웅은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인웅아. 괜찮아??”


서강훈이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강훈아... 나 어떻게 해... 나 이제 지수랑 맨날 우리 엄마, 아빠처럼 싸우는 거야???”


“동생아... 그게 무슨 소리니??”


짧디 짧은 7년의 인생동안 정인웅에게 각인된 엄마, 아빠의 모습은 늘 전투모드였다.


“형이 엄마랑 아빠랑 사랑한 대매... 근데 엄마랑 아빠는 맨날 싸우잖아... 난 싸우는 거 정말 싫은데... 형... 혹시 이것도 집집마다 달라?? 강훈아!! 강훈아!! 너네 엄마, 아빠도 맨날 싸워??”


서강훈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한다.


“음... 우리 엄마, 아빠는 맨날은 아니지만... 저번에 크게 한번 싸우셨어...”


“너네 엄마, 아빠도 역시... 사랑하면 싸우는 게 확실하구나...”


머리를 감싸 쥔 정인웅은 괴로워한다.


“동생아. 동생아. 사랑하는 동생아~”


형 정인혁이 정인웅의 어깨를 토닥인다.


“인웅아. 괜찮아...”


“형... 난 정말 싸우기 싫어...”


“인웅아. 너가 지수랑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 그럼 안심해.”


“응??”


정인혁의 말에 정인웅은 희망의 눈빛을 갖는다.

“인웅아. 이 형도 잘 이해는 안 되지만, 보통 어른들은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그 다음에 같이 살면서부터 싸우기 시작하는 거니까... 넌 안심하도록 해.”


“형... 그럼 우리 엄마, 아빠도 안 싸웠을 때가 있었다고???”


형의 말에 정인웅을 갈수록 미궁 속에 빠진다.


“뭐... 우리 엄마, 아빠의 관계는... 음... 이 형도 풀 수 없는 미스테리 중에 하나지... 암튼!! 강훈아!! 일단... 너희 엄마와 아빠는 대충 사이즈가 나온다.”


정인혁은 안경을 올려 쓰며 서강훈에게 진지하게 말한다.


“강훈아. 너의 모험으로 너가 바라던 대로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한 건 성공했어. 그치?”


서강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때? 강훈아. 아빠를 만나보니, 아빠가 엄마랑 같이 살아도 괜찮은 사람이야??”


“제가 보기에는 아빠가 백수긴 하지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아빠랑 놀면 재밌고... 아빠는 자연을 사랑하고, 제가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하러 와주고...”


“아... 맞아... 강훈아! 니네 아빠는 백수신데 어떻게 그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시다니??”


“물어보니까 할아버지가 돈이 많아서 걱정이 없대요.”


“아하! 할아버지가 돈이 많으면 뭐... 그럴 수 있지. 강훈이 넌 아빠가 좋구나??”


“아직은 아빠보다는 엄마가 좋긴 한데, 아빠랑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까지 아빠 강래원을 겪으면서 서강훈은 엄마 혼자 있는 것보다 아빠와 엄마가 같이 있는게 훨씬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넌 확실히 마음을 굳힌 거구나.”


“네! 형.”


“그럼 좋아... 너가 정말 엄마와 아빠랑 같이 사는 걸 원한다면... 형이 또 준비한 몇 가지 팁을 알려주지...”


서강훈은 눈을 빛내며 정인혁의 말을 경청한다.


***


서우는 퇴근하고 서강훈을 데리러 조아라의 집을 찾았다.


“언니!!! 이거요~”


“아휴~ 그냥 빈손으로 오지~ 뭘 이런 걸 다~”


조아라는 서우가 사온 치킨을 받아든다.


거실에서 서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방에 있던 병아리들과 정인혁이 튀어나온다.


“엄뫄~~~~~”


그대로 서우에게 달려들어 안기는 서강훈. 그런 아들을 보며 서우는 입이 귀에 걸린다.


“우와!! 치킨!!! 아줌마!! 잘 먹겠습니다!!”


정인웅과 정인혁은 치킨을 영접한다.


“강훈 엄마!! 그냥 가지 말고 같이 먹고 가~ 나 자기한테 궁금한 거 엄청 많아~”


오늘 유치원에서 강래원을 마주친 조아라는 서우에게 묻고 싶은 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제까지 서우는 미혼모로 살면서 많은 수군거림에 초연해졌다. 자신이 왜 미혼모가 됐는지, 강훈이 아빠는 누군지 처음 보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이제는 강훈 아빠가 등판했으니... 또 다시 겪게 되는 통과의례다.


“하하... 언니~ 오늘 말고 나중에~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아휴~ 강훈 엄마~ 얼굴 좋아진 거 봐~ 알았어! 강훈 아빠 때문에 얼른 집에 들어가 봐야하는 구나? 좋을 때다! 어여~ 강훈이 데리고 가~”


“네... 언니 오늘 강훈이 봐줘서 고마웠어요~”


“봐주긴... 아주 유치원 끝나자마자 인혁이 방에 들어가서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이제 나온 거야~ 우껴~ 이 꼬맹이들!”


조아라의 장난스런 타박에 병아리들은 멋쩍은 웃음을 날린다.


“강훈아! 엄마랑 집에 조심히 잘 가고~ 다음에 또 놀러와라~”


“네. 아주머니. 오늘 잘 놀았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웅아. 인혁이 형아~ 빠이~”


서강훈은 엄마 손을 꼭 잡고 인웅 형제에게 인사를 한다.


“강훈아~ 내일 유치원에서 봐~”


“또 놀러 와라. 강훈아!”


서우와 서강훈이 나가자, 인웅 형제는 치킨을 들고 잽싸게 방으로 들어간다.


“야!! 꼬맹이들!! 거실에서 엄마랑 같이 먹어!!!”


조아라는 벌써 방으로 쌩하니 사라져버린 인웅 형제에게 소리친다.


***


7살 꼬마는 아빠 집에 들어간 이후로 이렇게 엄마와 단둘이 걷는 시간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서강훈은 엄마와 잡은 손을 앞뒤로 신나게 흔들며 길을 걷는다.


예전에는 늘 당연한 일상이었지만, 그 때 이후, 아들과 이렇게 매일 하루를 같이 보내는 게 서우는 너무 감사하다.


“엄마는 강훈이랑 이렇게 손잡고 길을 걷는 게 너무 좋다!”


“나두 엄마랑 너무 좋아.”


“그치? 엄마도 너무 좋아~”


서우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다.


“엄마! 근데 엄마는 아빠 사랑해요?”


갑자기 훅 들어온 서강훈의 질문에도 서우는 당황하지 않는다.


“아빠? 음... 강훈이는 어때?? 강훈이는 아빠 사랑해??”


“음... 나는 아빠가 그냥 아빠라서 좋아. 엄마는??”


“음... 엄마는... 강훈이가 좀 더 크면 말해줄게~”


이건 곤란한 질문에 대처하는 노련한 엄마 서우는 늘 그렇듯 레파토리 답변을 내 놓는다.


“엄마... 나도 이제 클 만큼 다 컸어. 나도 다 알아! 아빠는 확실히 엄마를 사랑하고 있어!!”


명탐정 코난 같은 너무 비장하고도 단호한 서강훈의 말에 서우는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뭐?? 하하... 강훈아.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마 몰랐어?? 아빠가 저번에 사랑하는 사람 의자 빼주는 거라면서 엄마 의자도 빼줬잖아. 그리고 아빠는 엄마가 나랑 같이 아빠 집에 계속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나한테 엄청 말했어!”


“그으래애~ 강훈아! 아까 인웅이네 집에서는 뭐하고 놀았어??”


대화의 주제를 바꾸고 싶은 서우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냥 놀았어. 근데 엄마는 아빠 안 사랑해??”


“강훈아. 그건 말이지. 진짜 강훈이가 좀 더 크면 엄마가 꼭!!! 말해줄게.”


서우는 강력하고도 스무스하게 대답을 거부한다.


“역시... 확실해... 엄마는 모르고 있어...”


서강훈은 혼자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사뭇 진지한 서강훈의 표정에 서우는 또 실소가 터진다.


“뭘~ 또 엄마가 몰라~”


“내가 보기엔 엄마도 아빠를 사랑하고 있어!!”


이번에도 서강훈은 확신에 차서 당당하게 말한다.


“놉! 아니야. 강훈아. 그건 아니야. 서강훈. 그런 말은 장난으로 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서우는 정색을 하며 서강훈을 훈육한다.


“엄뫄! 나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닌데? 진짜야!! 봐봐. 전에는 엄마는 집에서 나하고 있을 때만 웃었는데, 아빠 만나고 나서는 많이 웃잖아!”


“뭐야~ 야! 엄마가 얼마나 웃상인데! 엄마 원래 잘 웃어~ 아까 인웅이네 아줌마 만나서도 인사하면서 웃었잖아~”


“아니아니아니... 엄마... 내가 엄마랑 이제까지 산 세월이 몇 년인데... 엄마 생각해봐! 엄마 할아버지랑 같이 있을 때 안 웃잖아!”


“아~ 그건~”


그건 서우도 알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서우는 집에서 늘 표정이 없었다. 그건 서기봉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기대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우는 서기봉과 함께 있으면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근데 엄마가 아빠랑 같이 사니까 막 많이 웃잖아!”


그건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강래원과 함께 있으면 어이가 없어서 웃던, 기가 막혀서 웃던, 정말 웃겨서 웃던 서우는 늘 웃고 있었다.


“암튼... 서강훈!! 엄마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엄마는 원래 웃상이야!! 아빠랑...”


상관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지만, 7살 꼬마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강훈아... 지금 엄마랑 아빠의 관계를 강훈이한테 설명하기 좀 어려워. 그러니까 강훈이가 궁금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면... 엄마가 때가 되면 강훈이한테 설명해줄게. 알았지??”


서우는 무릎을 꿇고 서강훈과 눈을 맞추고 진지하게 말한다.


“알았어요. 아~ 나 빨리 크던지 해야지 이거 참...”


“뭐???”


예상치 못한 서강훈의 대답에 서우는 어이가 없다.


***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손자를 만나고 본가로 돌아간 김옥분 여사는 말 그대로 상사병에 빠졌다.


75세가 될 때까지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는 강신묵이 설거지를 말끔하게 해놨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이고... 주머니에 쏙 넣어갖고 왔으면 얼마나 좋아... 여기는 마당도 있어서 뛰어놀기도 좋고... 공기도 좋고... 아이고... 아이고...


마당을 봐도 손자생각, 푸른 하늘만 봐도 손자생각,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도 손자생각.


김옥분 여사는 몸은 본가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 서울에 있다.


이걸... 말해... 말아...


눈앞에서 신문을 펼쳐들고 앉아있는 강신묵을 보며 김옥분 여사는 고민한다.


강신묵과 강래원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옥분 여사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띠리리리리리~


“어~ 호원아!”


역시 장남 강호원은 자주 안부전화를 한다.


_어머니! 주말에 서울은 잘 다녀가셨어요??


“응! 그럼~ 예진이가 운전을 기가 막히게 해서 아~주 편하게 다녀왔다.”


_어머니도 오랜만에 친구 분들 만나셔서 반가우셨겠어요~


“어~ 언제 봐도 다들 여전~~~하더라.”


_하하하하. 아버지는 또 설거지 거리 그냥 쌓아두셨어요??


“아... 야~ 느니 아버지도 많이 변했다! 글쎄 내가 와서 보니까 설거지 싹 다 해놓으셨더라~”


“크험....”


맞은편에 앉은 강신묵은 괜한 헛기침을 한다.


_하하하. 아버지가 설거지를 요??? 이야... 어머니 소원 푸셨네요.


그 소원보다 더 큰 소원이 풀린 김옥분 여사는 입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아... 그건 그렇고...”


다른 일 같았으면 강호원에게 속 시원하게 터놓고 동생 좀 챙겨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원하지만 이제까지 소식이 없는 맏이에게 차마 차남의 사고 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_네. 어머니 말씀하세요.


“아니... 아니다. 암튼...”


_어머니. 저희 주신다는 반찬을 래원이네 있는 거죠??


“어!! 그래!! 래원이가 연락 안하디??”


_네. 아직 래원이랑 연락 못 해봤어요.


생각해보니 래원이 혼자 있을 줄 알고 했던 반찬들이라 그 집에 서우와 서강훈까지 있다면 그 반찬 금방 동날게 뻔하다.


“아...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저기... 호원아. 이번에 내가 반찬을 많이 안 해가지고서는... 그거 그냥 래원이 먹게 두고, 어차피 니네는 이번 주말에 내려온다 그랬으니까~ 이번에 내려오면 싸줄게!!”


_네. 알았어요. 어머니. 아버지도 옆에 계시면 전화 좀 바꿔주세요.


늘 그렇듯 신문을 넘기며 기다리던 강신묵에게 전화가 넘어간다.


“어. 그래. 들어가 봐라.”


그나마 사이가 좋다는 강신묵과 강호원도 통화는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김옥분 여사는 역시 지금은 강래원의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뭐... 일단 애 엄마랑 래원이가 어떻게 할지 정리 된 다음에 그때 이야기하자... 지금 괜히 입방정 떨었다간 초친다. 초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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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노인의 지혜 3 +4 21.08.19 1,107 43 12쪽
85 85. 노인의 지혜_2 +4 21.08.18 1,067 45 12쪽
84 84. 노인의 지혜 1 +10 21.08.17 1,082 48 11쪽
83 83. 프러포즈 2 +10 21.08.15 1,162 48 13쪽
82 82. 프러포즈 1 +4 21.08.14 1,122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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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진로 찾기 2 +6 21.08.11 1,126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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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나만 잘하면 1 +4 21.08.07 1,297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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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 다시 사랑 1 +7 21.08.04 1,480 40 12쪽
74 74.아직도 잘 모르겠어 2 +8 21.08.03 1,415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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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나에게 달렸어 1 +8 21.07.29 1,736 41 15쪽
70 70. 믿는 도끼에 발등 2 +6 21.07.28 1,745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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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 나를 찾아서 1 +6 21.07.21 1,843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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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다시 만난 세계 1 +4 21.07.18 2,199 39 12쪽
62 62. 공든 탑 2 +2 21.07.17 2,039 30 14쪽
61 61. 공든 탑 1 +6 21.07.15 2,160 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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