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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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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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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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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DUMMY

"처음은 여기로 시작합시다."


나까지 다섯명이 둘러선 탁자를 탁, 내리치며 펼친 지도.


피곤에 찌든 표정이 하나, 무관심한 표정이 하나, 씨익 웃으며 기대하는 표정이 둘.


"수정 동굴. 모든 용병들의 시작짐이자, 대부분의 용병들의 종착점이자 머무르는 곳."


수정 동굴. 저번과 똑같다. 가장 기초적인 던전. 물론 기초라기엔 허들이 약간 높긴 하지만, 어차피 여기보다 더 답파하기 쉬운 던전은 존재하질 않는다.


말 그대로 '자질'을 판가름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거지.


"자. 돌입하기 전에 던전에 대해 설명을 드릴 텐데. 아직은 통신 장비가 없기에 흘려들으면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계속하시죠."

"음! 듣고 있다!"

"계속하라고."


그래도 저번과 다르게 맞장구치는 놈이 셋이나 있다는 건 고무적인가? 오히려 이렇게 목소리 내는 놈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데.


아. 가라해. 늬들이 죽지 내가 죽냐. 아직 그정도까지 쫄 정도로 돈이 없진 않아.


"던전의 루트 생성은 무작위이기 때문에 출구의 위치를 특정해드릴 수는 없지만-..."


설명은 똑같다. 이러이러 저러저러 박쥐가 어쩌고 거미가 어쩌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 설명 그대로 이었고, 관심이 있건 없건 이해를 했건 안했건 따라붙는 질문은 없기에 설명을 이어나갔다.


"근거리에서도 강한 거미, 원거리에서도 강한 박쥐. 이정도만 설명드려도 이해하실 수 있겠죠?"

"예시는 없나?"


저번과 다르게 질문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아종에 대해 설명할 때. 지금까지 입다물고 시선만 내리깔고있던 싸가지 없는 새끼, 발크란이 나를 쳐다보며 중저음으로 묻는다.


예시가 있긴 하지. 여기 답사서의 절반이 아종에 대한 서술인데. 근데 니가 알려줘봤자 외울 수 있겠냐? 엘리트인 나도 다 외우는 데에 몇개월이 꼬박 걸린 내용을?


"루트 생성과 같이 아종의 특성도 완벽한 무작위입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2971종의 아종 전부를 알려드릴 필요도, 적재적소에 꺼낼 수도 없겠죠?"

"..."


물론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 아종에 한해서는 '완전 랜덤'이 아닐지도 모른다. 겹치는 특성이 꽤 있으니까.


다만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대처를 잘못하면, 헛똑똑이를 잃는 거니까. 괜히 '이 아종이다' 하면서 달려들었다가 뒤져버리면 그만한 개죽음이 없겠지.


물론 그냥 뒤져도 개죽음이고. 던전에서 뒤지는 것 자체가 개죽음이지만. 이건 괜히 말할 필요 없겠지.


아무튼 내 말에 흥미가 식었다는 듯 그대로 시선을 돌리는 놈에게 2초 정도 시선을 두고, 다시금 설명을 이어나간다. 사실 설명은 이게 끝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연유로 아종을 만나면 특성을 기록만 하시고, 전투를 피하십시오. 아. 퇴각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죽거나 이겨라. 혹은 어떻게든 답파해 돌아와라. 저번엔 암시하는 식으로 남겼다면, 이번엔 개성있는 놈들이 더 많은 만큼 조금 확실히 말했다.


'퇴각하라는 말은 없었다'라고 말하는 대가리 꽃밭인 놈이 나에게 따지고 드는 것만큼 골치아픈 일은 없으니까.


다행히 다들 자신감에 차있는지, 혹은 '퇴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최하급 용병의 아주 기초적인 마인드를 새기고는 있는지. 왜 그래야만 하느냐 따위의 말이 날아들지는 않았고.


나도 덕분에 탁, 작게 탁상을 내리치며 그렇게 설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상! 기초적인 건 여기서 끝입니다. 자세한 건 나아가면서 알아가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엔 넌 왜 안 가냐 같은 쓸데없는 질문은 없었기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그럼 간다. 탐사가 끝나면 여기로 오면 되겠지?"

"네, 맞습니다. 참고로 전속 치료소도 계약했으니, 부상 걱정하지 말고 싸우시기들~"

"아하하! 준비성이 좋군. 좋다, 다녀오마!"


이번엔 박수를 짝 쳐서 나가라는 의사를 전달할 필요도 없이. 호쾌하게 웃은 돌란을 필두로 전원이 이 방을 나선다.


좋아. 그러면 저번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부턴 그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겠지.


이번에도 내 안목이 일부 정도는 맞았다고 답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만은. 다들 개성이 넘쳐서 그런가. 왜 이리 느낌이 안 좋냐...


아니. 오히려 반대인가? 개성이 넘치는 쪽이 더 기량이 좋으려나?


아... 모르겠다. 어차피 최하급 용병 뽑기는 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내가 걱정해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고.


그러니 일단 커피나 마시면서 가계부 정리나 해야지...









그 4명이 목표했던 던전 입구에 도착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수정 동굴'은 유일무이의 초대형 던전이라는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도시 외곽으로 나가자마자 수 개의 입구가 보이는 것이었다.


던전 특성상, '이미 들어간 입구'는 인원들이 탈출하거나 전멸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 현상에 기가 찰 것이었으나.


4명의 용사들을 각자의 목적. 던전 답사 및 용병으로써 성공할 이유가. 용병에서 나아가 용사가 될 강력한 동기가 있었기에.


자기소개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태우는 대신, 자신들의 스카우터가 알려준 내용을 머릿속에 때려박으며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이윽고 그들이 들어간 동굴의 입구가 굉음을 내며 하강하고, 그들은, 던전 내부에 들어선다...





동굴 내부는 축축하고 음산했다.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보이는 것은 연갈색 돌덩이들 뿐이었고, 들리는 것은 음산한 바람소리 뿐이었다.


그저 집중해야만 간간히 들리는 괴수의 울음소리, 죽음의 냄새만이 이곳이 평범한 곳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그 평범함마저도 이 파티에게는 익숙하다는 듯, 망설이거나 크게 경계하는 구석 없이 인원들은 전선을 짜 당차게도 전진하고 있었다.


최전열에는 양손도끼를 든 돌란 마셰트가 당당하게 전진하고 있었고. 대각선 두발자국 떨어진 후방에선 곧바로 창을 등에 맨 채 브리엔 칼로스트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약간 절뚝이며 뒤따르고 있었다.


네발자국 떨어진 곳엔 시미터와 머스킷 권총을 든 발크란 리네스가 공허한 눈동자로 전방을 바라보며 전진하고 있었고, 그 두발자국 뒤에는 아르날 라켈이 태평하게 동전을 엄지로 퉁기면서 따라붙고 있었다.


이번 파티에는 후방 대기 인원은 없었다. 으레 파티가 쓰던 전열과 중열, 후열의 기준을 따지자면 전열과 중열밖에 없었고. 그나마 후열에 선 아르난 라켈도 최전열인 돌란 마셰트와 열 발자국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음! 아직까진 아무도 없군. 본래라면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헤, 그 목소리에 이끌려서 바로 나오는 거 아냐?"

"하하, 내 목소리가 좀 크긴 하지!"


이번 파티의 분위기는 상당히 풀어져있었다. 최전열에 선 둘도, 중열에 선 둘도. 경계에 열을 올리진 않는 모양이었다. 돌란은 그저 앞으로 걸어가며 자기 감상만을 말했고, 아르난도 태평히 그 농담을 받아칠 뿐이었다.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제지도 하지 않았고. 그런 시시콜콜한 대화가 다섯 문장 정도 더 이어질 무렵. 그 대화를 깬 것은 브리엔이었다.


"잠깐 정지... 하시죠."


그렇게 말하며 브리엔은 벽에 기대어 섰고, 브리엔을 따라가던 발크란과 아르난은 당연히, 앞서가던 돌란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춘 뒤 몸을 돌렸다.


브리엔은 모두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을 확인한 뒤, 제 철제 투구를 고쳐쓰곤, 모두를 한번씩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왜. 뭐라도 봤어?"

"그건 아닙니다만... 아직 서로의 이름을 몰라서 그러는데... 잠시라도 이름 정도는 교환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필요성이 있는가?"

"명령 내릴때 확실히 지칭할 필요성이 있어서요..."

"그렇군. 이해했다."


순간 정색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브리엔에게 따지고 드는 발크란에게, 브리엔은 그 특유의 피곤한 표정에 웃음을 띄워보이며 답했고. 납득했는지 발크란도 표정을 풀곤, 팔짱을 낄 뿐이었다.


더이상의 불만 제기가 없자, 브리엔은 '누가 할 거냐'라는 듯 모두를 쫙 둘러보았고.


"음! 자기소개인가! 하하! 앞으로 이 사투를 같이 헤쳐나갈 자들인데 미리 해두는 것도 좋겠지!"


거기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박수를 두어번 치며 모두가 잘 볼 수 있게 통로의 중앙으로 나서며.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치며 먼저 호탕하게 나서는 건 돌란이었다.


"정식으로 이 몸을 소가하지! 돌란 마셰트다! "

"오~ 돌란도 마셰트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이름 특이하다는 소리 안 들어?"

"음. 남부에서는 평범한 이름이었다. 하기사 남부의 전사는 남부에서 죽는 것이 일단은 보편적이었으니."

"그런 기조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뒷골목엔 남부 출신이 별로 없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름 특이하네~"

"하하하! 칭찬으로 듣지!"


그런 당찬 돌란의 소개에 아르난이 꽤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고. 그 관심에 기분이 좋아진 돌란은 아까와 비슷하게 호쾌하게 웃어보였다.


그 웃음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으론 곧바로 아르난이 나서, 손에서 동전을 퉁기는 묘기를 보여주며 요란스레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러면 내 차례인가? 이 몸의 이름은 아르난 라켈이다. 뒷골목의 보스나 다름없는 놈이니까 기대 잔뜩 하라고."

"뒷골목의 보스는... 용병같은 건 안 하지요?"

"그래서 다름없는 놈이라고 했잖아."

"오우... 이런 결례를."

"뭐 농담이야. 아무튼 이름 잘 외워두라고."


물론, 그 요란스러움이 같잖게 들렸는지. 브리엔은 넌저시 농담 섞인 지적을 던졌고, 살짝 성질이 난 아르난은 돌란처럼 유쾌하게 소개를 마치는 대신 어물쩡 자신의 이야기를 멈춰버렸다.


다음은, 발언하지 않은 발크란을 바라보다가. 그가 결국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쓰게 웃고 만 브리엔의 차례였다. 그는 투구를 고쳐쓰곤, 다리를 약간 절뚝이며 그들 앞으로 나선다.


"아. 그러면 제 차례인 것 같군요... 브리엔 칼로스트입니다."

"아까부터 보니까 다리를 절던데. 문제는 없는 거 맞지?"

"그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겁니다. ... 아마도."

"잡지 마. 아마도라고 하지 말라고."

"확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괜한 기대를 심어드리고 싶진 않군요."


아르난이 아까의 말에 악감정이 생긴 듯, 팀을 걱정하는 척 대놓고 시비조로 물었으나. 브리엔은 그 특유의 피곤에 찌든 미소만을 보이며 답했고.


그렇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소개가 끝나고, 이들의 시선이 마지막인 발크란에게로 넘어가자. 그는 깊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연다.


"발크란 리네스."

"... 음. 그게 끝인가? 어디서 왔다거나, 그런 건 없나?"

"후열 대처 가능."

"핵심만 짚어서 말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더 말하기 싫은 것 같으니 자기소개는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요..."


그렇게 자기소개라기엔 조촐하지만, 신상 교환에는 딱 맞는 대화가 끝난 이후. 브리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돌란이 다시금 앞장서는 것으로. 대열의 전진이 시작된다.


"음! 하하, 개성있는 동료들이라. 원정이 기대되는군!"


돌란의 허무맹랑하고 현실감없는 울림이 나아가는 동굴 통로 저 안쪽으로 잠시 퍼져나가곤, 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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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 용병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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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4.24 8 0 12쪽
11 2회차 스카우트 24.03.22 10 0 11쪽
10 1회차 원정 후 정비 24.03.22 10 0 15쪽
9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E) 24.03.22 15 0 10쪽
8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5) 24.03.22 9 0 12쪽
7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4) 24.03.22 10 0 11쪽
6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3) 24.03.22 11 0 12쪽
5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24.03.22 11 0 10쪽
4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1) 24.03.21 12 0 14쪽
3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3.21 13 0 12쪽
2 1회차 스카우트 24.03.21 16 0 8쪽
1 스카우터 졸업식 24.03.21 2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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