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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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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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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DUMMY

"처음은 여기로 시작합시다."


나까지 다섯명이 둘러선 탁자를 탁, 내리치며 펼친 지도.


무심한 표정이 하나, 심드렁한 표정이 하나, 눈을 빛내며 기뻐하는 표정이 둘.


"수정 동굴. 모든 용병들의 시작짐이자, 대부분의 용병들의 종착점이자 머무르는 곳."


수정 동굴.


아주 기초적인 던전. 초대형 던전이기도 하며, 때문에 초소형 던전이기도 한 바로 그 던전.


정상적인 파티라고 가정했을 때, 이 동굴을 답파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용병의 자격을 판가름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할 것이고.


물론 죽으면 쪽박이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많을 뿐더러 세상은 나의 편이다. 전멸이 닥쳐온다 해도, 용병 탓을 하고 더 나은 용병을 데려오면 된다. 부품 하나 정도야 갈아끼우면 그만이니까.


"자. 돌입하기 전에 던전에 대해 설명을 드릴 텐데. 아직은 통신 장비가 없기에 흘려들으면 안됩니다."

"알겠다."


비알데가르타. 참, 이름도 길다. 사무적인 인상을 하고 안경까지 쓴 남성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말을 더 꺼내는 사람도 없기에, 나도 추가로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


"던전의 루트 생성은 무작위이기 때문에 출구의 위치를 특정해드릴 수는 없지만, 이정표가 될만한 내용을 우선 알려드리겠습니다."


던전을 대표하는 단어라 함은, 역시 '위험'도 있겠지만. '무작위' 역시 존재한다. 적 랜덤, 지형 랜덤, 위험도 랜덤. 말 그대로 미지의 영역.


그렇기에 사실 이렇게 사전에 알려주는 내용도 '지금까지의 정보만 따지면 이러하더라' 정도 외에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러하더라' 류의 정보라도 없느니보다는 낫기에. 공통된 다수의 증언이라 함은 적어도 흘려듣는 것보단 낫기에.


이들이 특정할 수 없음에도 떠드는 것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몰라도 난 어떤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 생각이다.


이렇게 설명해야지 나중에 누군가 다른 이의 죽음에 책임을 물어도 난 내 소명을 다 했다며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을 수 있기도 하고.


"또한. 주요 몬스터로는 '박쥐'와 '거미'가 나올 겁니다. 일단 용병 집합소에 들어가셨다는 건 나라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셨다는 뜻이겠고. 그런 여러분들한텐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 다음은, 수정 동굴의 '가장 기본적인 몬스터'를 설명한다. 아종이 나온다 해도 기본종을 토대로 나오기 때문에 이 정보만큼은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우선 박쥐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박쥐의 10배정도 크기입니다. 대형견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괜히 깔보고 들어가진 마십시오.

꽤나 날래지만, 근접해야만 공격이 가능합니다. 단 한번 근접해 공격당했다면 출혈을 일으키기에 상당히 위험합니다. 거리를 두는 것이 핵삼입니다."


박쥐. 수정 동굴의 70%를 차지하는 적으로써, 대부분의 모험가들은 이 박쥐에게 목숨을 잃는다. 정확히는, 그 이빨이 아니라 이빨이 찢어낸 상처에 의해.


처음 던전에 들어가는 호기로운 놈들은 출혈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그 때문에 한번 당하면 겉잡을 수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이들이 죽는다면 호기롭게 죽기보단 실력적으로 죽기를 바라기에 성심성의껏 내용들을 알려주는 것이고.


"다음은 거미입니다. 땅을 디딜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기동성이 낮아 상대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근접할 경우에만.

반대로 근접하지 않으면, 그 굼뜬 몸에서부터 산성 독액이나 거미줄을 뽑아 당신을 공격할 겁니다. 때문에, 거리를 두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빠르게 접근해 해치우십시오."


거미. 대포랑 어찌 보면 비슷한 놈들. 근접해서는 금방 부숴지지만, 오래 방치한다면 천천히 파티를 좀먹는 놈들.


독액도 거미줄도 전부 귀찮다. 독액은 갑옷은 기본. 사람의 살갗은 물론 뼈까지 녹여버리기에 거슬리며, 거미줄은 다리나 팔, 머리에 직격하면 그대로 움직임이 봉쇄되므로 껄끄럽다.


"던전에는 '아종'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아종은 특성을 정의내리기가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기본종보다는 월등하게 강하다는 것이 특성입니다."


지금까지와는 가위바위보와 같다. 박쥐는 원거리, 거미는 근거리. 그러면 던전, 그냥 개허접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나름 대비책을 단단히 강구해 투입된 용병의 수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적지 않은 수의 9할은, 이 '아종'한테 뒤져나갔다.


"근거리에서도 강한 거미, 원거리에서도 강한 박쥐. 이정도만 설명드려도 이해하실 수 있겠죠?"


무작위라는 특성은 아종에게서도 빗겨나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달리 복기해줄 내용도 없었고, 아종에 대한 설명은 거기서 마치기로 하였다.


마주치면 뒤지거나 알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까.


"그러니 아종을 만나면 특성을 기록만 하시고, 전투를 피하십시오."


조금 인심 좋은 스카우터라면 퇴각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 같은 얼빠진 소리를 지껄였겠지만. 난 다르다. 거기서 도망쳐서 살 놈은 어차피 오래 못산다. 죽거나 이겨라. 혹은 어떻게든 답파해 돌아와라.


"이상! 기초적인 건 여기서 끝입니다. 자세한 건 나아가면서 알아가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탁, 작게 탁상을 내리친다. 그러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입을 열었던 비알데가르타가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동행하지는 않는 건가?"

"네. 동행하진 않습니다."


괜히 빨려들어갔다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나는 너희같은 무뢰한과는 달라서 내 몸 하나 지킬 힘이 없거든.


"왜냥?"


이 내용은 마찬가지로 궁금했는지 바넬이 제 고양이귀를 쫑긋거리며 묻지만, 정직하게 말해줄 생각은 없다. 정직하게 말해도 용병과 스카우터라는 계약관계상 내가 손해볼 일은 없다만.


그냥. 내 정보를 말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스카우터 1원칙이라서요."

"흠. 그렇냥? 알겠다냥."


거 냥체 거슬리네. 라는 말을 말할 필요도 없겠지.


"자! 설명은 여기까지! 여러분도 빨리 공적을 쌓아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잖아요?"


박수를 짝 치고, 그들에게 빨리 가라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손을 흔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앞장서 나가는 비알데가르타를 뒤따라 나머지 세명 역시 이 방을 나선다.


여기서부턴 그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겠지.


여기서 곧바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진 않겠다만은, 적어도 내 안목이 하나 정도는 맞았다고 답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그 4명이 목표했던 던전 입구에 도착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수정 동굴'은 유일무이의 초대형 던전이라는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도시 외곽으로 나가자마자 수 개의 입구가 보이는 것이었다.


던전 특성상, '이미 들어간 입구'는 인원들이 탈출하거나 전멸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 현상에 기가 찰 것이었으나.


4명의 용사들을 각자의 목적. 던전 답사 및 용병으로써 성공할 이유가. 용병에서 나아가 용사가 될 강력한 동기가 있었기에.


자기소개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태우는 대신, 자신들의 스카우터가 알려준 내용을 머릿속에 때려박으며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이윽고 그들이 들어간 동굴의 입구가 굉음을 내며 하강하고, 그들은, 던전 내부에 들어선다...





동굴 내부는 축축하고 음산했다.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보이는 것은 연갈색 돌덩이들 뿐이었고, 들리는 것은 음산한 바람소리 뿐이었다.


그저 집중해야만 간간히 들리는 괴수의 울음소리, 죽음의 냄새만이 이곳이 평범한 곳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코가 민감한 듯 연신 코를 씰룩이는 바넬 레나 매니쉬가 단검을 든 채 전열에서 앞장서고 있었고, 그 뒤를 곧바로 머리 크기의 가죽 방패를 든 플랑베르 갈리가 뒤따르고 있었고.


약간 거리가 떨어진 채, 안경을 고쳐쓰며. 자신의 활을 든 채 경계하며 걸어가는 비알데가르타 아델이 중열. 그리고 일행의 최후열엔 그 짧은 새에 하품을 두번이나 한 아델가르트 크하쉬카가 있었다.


"전열. 기척에 특이점은 있나?"

"아직까지는 없다냥."


리더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발언 빈도가 외모, 사무적인 태도와는 상반되게도 가장 높은 비알데가르타가 맡았다.


나머지 3명이 발언 빈도와는 상관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도 분명 있었으리라.


그나마 바넬이 '냥'이라는 특이한 어미를 붙이며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너 냥체 너무 경박해보여서- 싫어-."

"알빠냥?"

"오-."


딱히 아군들에게 호감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리더를 맡기엔 부적합했다.


약 2분 정도를 걸었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이 어색한 침묵이 팀의 분위기엔 해가 된다고 판단했는지.


침묵을 깬 것은 '일단은' 리더를 자처한 비알데가르타.


"그리고보니 아직 자기소개조차 안했군."

"그거 꼭 필요하냥?"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니. 급박한 순간에 '거기' '너'같은 두루뭉술한 지칭은..."

"으악, 내가 졌다냥~ 알겠다냥~"


비알데가르타는 농담삼아 따지고 드는 바넬에게 자기소개의 필요성을 설파했고, 바넬은 과장되게 귀를 막으면서도 동의의 뜻을 표했다.


그 자기소개를 위해 잠시 멈춰선 비알데가르타. 곧바로 '으익'하며 멈춰선 비알데가르타의 등에 부딪힌 아델가르드를 중심으로, 바넬과 플랑베르 역시 무리를 이루고 섰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당연하게도 비알데가르타.


"비알데가르타 아넬이다. 보다시피 일단은 궁수. 근거리 대응책은 부족하다. 이상."

"으잉~ 이름 너무 길다냥. 비알로 부르겠다냥."

"내가 특정되는 단어라면 무엇으로 부르던 상관없다."

"재미없다냥~"


그 사무적인 태도가 어울리게도 비알데가르타는 안경을 고쳐쓰며 용건만 짚어 말했고, 여전히 너스레를 떨며 치고들어오는 바넬도 질렸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고 말 뿐이었다.


그렇게 비알데가르타의 짧은 소개가 끝나고 다음으로 나선 것은, 제 특이한 동물귀를 쫑긋거리며. 한껏 가슴을 펴고 입을 연 바넬.


"그럼! 다음은 나다냥!! 클래스는 도적, 전중후열 다 대처는 가능하다냥! 그러면... 가장 중요한 이 몸의 이름은! 바넬 레니 매니쉬! 선조의 선조의 선조의 선조가 고귀한 핏줄이니 극존칭을 써도 좋다냥!"

"바넬."

"극존칭을 써도 좋다냥!"

"바넬."

"극존칭을... 아, 됐다냥."


바넬은 뇨호호호 웃으며 세명을 번갈아 내려다보았지만. 비알데가르타의 티키타카 아닌 티키타카를 이기지 못하고 또 손을 휘적거리고 말 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둘. '누가 말할래'라는 질문을 건네듯 비알데가르타가 두명을 훑었고. 그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경직된 자세의 플랑베르였다.


"프, 플랑베르 갈리입니다! 도시로 상경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저희 부모님께서는 좋은 분으로써 저를..."

"클래스만 말해라."

"크, 클래스는 전사입니다! 원거리 대처는 힘듭니다!"

"좋다."

"감사합니다!"


플랑베르의 딱딱함은 긴장감에서 온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가족내력을 하나하나 읊어내려간 플랑베르. 그리고 비알데가르타는 리더의 자질을 발휘하듯 말을 순식간에 끊어버렸고. 대화는 더 길어지지 않았다.


남은 것은 아델가르트. 아델가르트는 세명의 시선에 한숨을 푹 쉬고는, 특유의 느릿한 목소리로 적당히 소개를 마치는 것이었다.


"아델가르트- 크하쉬카-. 마법사-. 전열 대처 불가-."

"훌륭하다. 필요시에는 빠르게 말해주겠지?"

"상황 봐서-."

"훌륭하다."


그렇게 자기소개라기엔 조촐하지만, 신상 교환에는 딱 맞는 대화가 끝난 이후. 비알데가르타의 손짓을 기점으로, 전원은 다시금 아까의 열대로 돌아왔고.


"좋다. 전진하지."


그들은 천천히, 던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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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 용병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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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4.24 7 0 12쪽
11 2회차 스카우트 24.03.22 9 0 11쪽
10 1회차 원정 후 정비 24.03.22 10 0 15쪽
9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E) 24.03.22 14 0 10쪽
8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5) 24.03.22 9 0 12쪽
7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4) 24.03.22 10 0 11쪽
6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3) 24.03.22 10 0 12쪽
5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24.03.22 11 0 10쪽
4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1) 24.03.21 12 0 14쪽
»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3.21 13 0 12쪽
2 1회차 스카우트 24.03.21 15 0 8쪽
1 스카우터 졸업식 24.03.21 24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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