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7
추천수 :
0
글자수 :
60,636

작성
24.03.22 00:02
조회
10
추천
0
글자
12쪽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3)

DUMMY

바넬은 품에서 보물상자에서 얻은 단검을 역수로 쥐곤, 천천히 뒷걸음질쳐 일행에게로 복귀한다.


그리곤 대답을 요구하듯 침묵하며 그녀를 바라보는 두 명을 번갈아 쳐다보며. 무거운 입을 뗀다.


"저 앞에 아종이 있다."

"뭐?"

"두번 말 안해."

"씹..."


재수 옴붙었다, 라는 생각을 한 것은 미완성의 욕설을 내뱉은 비알데가르타 뿐이 아니었을 것이었다. 다들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뿐.


"통로의 너비는?"

"가로 5m. 발각되지 않고 넘어가기는 불가능. 도망이 가능한지의 여부 또한 몰라."

"젠장..."


싸우지 않고 넘어가려는 비알데가르타의 목적을 미연에 차단하듯, 사견까지 붙이며 그의 기대를 산산히 부숴버리는 바넬.


당연하게도 어줍잖은 희망론은 전멸로 인도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기에 비알데가르타도 '왜 맥을 끊냐'는 투의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결국 싸우는 수밖에 없는 건가?"

"멈춰. 어줍잖게 타격했다가는 화만 돋구고 말 뿐이야."


대신 활시위에 화살을 바로 걸었다가, 바넬의 말에 잠시 행동을 멈췄을 뿐. 그녀의 얼굴은 대놓고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그는 성급히 나서기보단 되물어 답을 기다린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위력으로 기습하는 수밖엔."

"네가 하는 건가?"

"아니."


바넬의 답은 간단했다. 어설픈 화살이나 암기를 쓰기보다는 '최대의 위력'을 사용하자는 것. 비알데가르타 역시 그에 동의했다. 자신의 화살의 위력은 자신이 알고 있었고. 바넬의 위력 역시 그녀가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누가? 에 대한 답은 곧바로 나왔다. 정확히는, 비알데가르타가 신용할 수 없는 상태로.


"얘가 한다."


바넬은 그렇게 말하며, 엄지로 이제껏 겁에 질린 표정만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델가르트를 가리킨다.


그 손짓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듯. 지목당한 아델가르트는 물론, 비알데가르타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먼저 따지고 든 것은, 역시 비알데가르타였지만.


"뭐? 박쥐 하나도 못 맞춘 이 놈의 마법을 신용-"

"명중률과 위력은 별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기댈 수 있는 수단은 마법 외엔 없어! 너도 마법의 위력을 알고 있을 텐데?"

"..."


반박한다고 하여도 달리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리대포'라고 불리는 마법사의 순수 위력 또한 절륜한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기에. 비알데가르타는 침묵하고는 만다.


무언의 동의를 얻은 바넬은 옅은 한숨을 쉬곤, 스태프를 양손으로 꼭 쥔 채 벌벌 떨고있는 아델가르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히익'하는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바넬의 의지는 멈추지 않는다.


"여기서부턴 네가 해야만 해. 자신있어?"

"자, 자신 없-"

"아니. 자신있어야만 해."

"으, 으윽..."


가련하게도 떨리는 몸은 바넬의 손아귀에 의해 강제로 멈추고. 하지 않으면 플랑베르처럼 갈가리 찢겨 죽는다는 것을 머리로, 눈으로. 가슴으로 이해해버린 아델가르트였기에.


애써 눈가를 슥슥 닦아내곤. 스태프의 푸른 수정을 저 너머로 겨눈다.


"해, 해볼게..."

"하아... 그래. 아까 말했듯, '최대한의 위력'으로 발사해. 알겠지?"


스태프가 겨뤄지는 방향을 조정해준 바넬의 말에 조심히 고개를 끄덕인 아델가르트는, 조용히. 나지막히, 그러나 확실하게 주문을 외워가기 시작하고.


아까와 같이, 냉기가. 얼음 조각이. 수정의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단순한 바람과 조각은 덩어리가 되고, 덩어리는 곧 거대한 창날의 형태가 된다.


"이거라면... 확실히."


비알데가르타의 중얼거림도 잠시. 주문을 마친 아델가르트는 바넬을 바라보고. 바넬은 마지막으로 지팡이의 위치를 조정한 뒤, 고개를 끄덕인다.


"성공 실패와 관계없이, 전투태세는 유지한다. 적은 아종 포함 총 세 개체. 이해했지?"

"확인했다."


바넬의 마지막 당부를 끝으로. 아델가르트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어둠을 응시하며. 자신의 스태프를 꼭 잡으며.


"... 꿰뚫어라, 빙창!"


주문의 마지막 언어를 외웠고.


그 순간. 굉음. 유리가 깨지는 듯한 파열음이 일어나며.


스태프의 수정 쪽에 떠오른 얼음 창날이, 쐐액 소리를 내며. 어둠 너머로 쏘아내진다.


"성공했나?!"


그것은.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기세였을 뿐더러. 어둠 너머에서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아닌, 살이 찢기는 소리. '키에엑' 하는 울음소리가 났기에.


순간 집중이 흐트러진 비알데가르타가 '혹시나' 하는 감정에 그렇게 외치는 것도 당연하였으나.


이내. 저 어둠을 뚫고, 한쪽 날개가 거의 부러져 덜렁거림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돌진해오는 붉고 거대한 박쥐의 모습에. 순간 질려버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씨발! 산개해, 전투 준비!"


당황한 둘 대신 외치고, 용맹히 전열로 돌진한 것은 바넬. 그녀는 단검을 단단히 고쳐쥐며, 아종에게로 달려든다.


"아델가르트, 다음 마법을 장전해라! 비알데가르타, 남은 두 박쥐를 처치해라!"


그렇게 말하며, 아종에게 암기를 던지며 천장에 붙은 바넬. 암기는 당연하겠지만 질긴 가죽을 찢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으나, 분노에 찬 박쥐의 시선을 끌기는 충분했고.


바넬이 통로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난 뒤, 뒤늦게 날아오는 박쥐 두 개체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비알데가르타는. 활시위에 걸어두었던 화살을 당겨. 빠르게 쏘아내고.


생존의 위기에 닥친 탓인지, 아니면 단순히 요령이 늘었기 때문인지. 박쥐 하나의 머리를 정확히 쏘아 떨어트리곤.


이후에 쇄도하는 박쥐의 물기 공격도 몸을 비틀어 치명상을 피해낼 수 있었다. 툭 튀어나온 이빨에 팔의 살점이 떨어져나갔지만, 이는 치명상에 비해선 굉장히 양호한 결과였기에.


그는 '큭' 하는 침음만을 잠시 남기곤. 다시 화살을 활시위에 끼운 뒤 박쥐를 마주한다.





두개로 나뉜 전장, 비알데가르타와 일반 박쥐. 바넬과 아종 박쥐. 그리고, 아델가르트.


아델가르트는 또다시 일어난 전투에. 자신의 상상과는 다른 바깥 생활에. 처참히 찢겨나간 플랑베르의 오버랩에 현기증을 느꼈지만.


아까처럼 가만히 있으면 시체가 늘어나리란 것은 확실히 깨달았기에. 불평불만을 하거나 벌벌 떨며 주저앉는 대신.


저 박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지 않음을 기도하며. 아까처럼 착실히 주문을 외울 뿐이었다. 그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바램대로 최대한 아종의 시선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천장에 붙고, 벽으로 뛰어들었다 바닥을 박차고 아종 박쥐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는 등.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을 전부 행하는 바넬.


그녀는 직감했다. 속도로도 따돌릴 수 없고, 피해를 입힐 수도 없다. 보물 상자에서 얻은 단검을 복부 쪽에 꽂아보았지만, 돌덩이를 타격하는 듯한 느낌만 받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속도로 저 멀리까지 따돌리기에는, 핏발 선 눈에서 휘날리는 아지랑이조차 따돌리지 못했기에. 아니, 오히려 '변칙 기동'으로써 회피만 하고 있을 뿐. 속도가 느려 피해다니는 것은 바넬 자신의 입장이었기에.


그녀 역시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고. 죽음의 공포가 머릿속을 잠시 스쳐갈 때. 그 스쳐간 감정이 그녀의 착지를 무디게 만들었을 때.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아종 박쥐가 쇄도하여. 그녀의 복부를 찢어놓는다.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장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면한 그녀였지만, 그저 그 뿐.


길게 찢겨버린 바넬의 복부에서, 다량의 선혈이 피어오르고. 내장까지 타격을 받은 그녀는, 울컥, 피를 토하고야 만다.


"큭- 커억!"

"뭐냐- 컥!"


바넬이 죽는다는 것은 전멸을 의미했기에. 순간 당황하며 돌아본 비알데가르타 역시 중상을 면치 못했다. 박쥐의 발톱이 정확히 그의 어깨에 찔린 것.


다행스럽게도 깊게 박히지는 않아, 몸을 비틀어 빼는 것으로 어깨 째로 잘려나가는 것은 막은 비알데가르타였지만. 회피와 공격. 두 가지 모두를 성사시키는 것은 너무나도 그에겐 어려웠기에.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 활시위에 화살을 거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기에. 아델가르트를 보호하기 위해선, 지금처럼 소모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방금처럼 어깨건 목이건 잘려나갈 수 있는 공격에 맞서기보단 피할 수밖에 없었고.


"젠장, 아직이냐!! 아델가르트!!"


그렇게 처절하게 외치는 것 외엔. 저항 수단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바넬 또한 마찬가지.


한번 흐트러진 자세는 돌아오지 않는다.


"컥- 케엑, 끅...!"


흐트러진 자세의 그녀를 위에서부터 덮쳐 넘어트린 박쥐는, 발톱으로 그녀의 목을 잡고 고정시킨 뒤. 머리를 뜯어먹으려는 듯 이빨을 들이민다.


그 밑에 깔린 바넬은 겁에 질려 떨기보단, 아니. 실제로 떨고 있는 것은 맞았지만.


바넬은 떨면서 죽기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했기에. 여기서 죽을 이유는 없었기에. 자신도 몸이 갈가리 찢겨 죽는 고통은 싫었기에.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박쥐의 눈에 그대로 던진다. 눈 부분이 노리기 어렵다고 한들, 물어뜯기 위해 한없이 가까워진 머리를 노리는 것은 그닥 어려운 것은 아니었고.


눈마저 딱딱하지는 못한지, 단검은 정확히 박쥐의 왼쪽 눈에 박히고. 붉은 몸뚱이의 박쥐는, '키에엑'하는. 귀가 찢어져라 울리는 고성의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 어쩌면 '유일한' 틈을. 박쥐와 바넬의 거리가 난 틈을.


아델가르트는 놓치지 않았다.


"-꿰뚫어라, 빙창!!"


이제껏 쓰던 가라앉은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어찌 보면 악을 쓰는 것처럼 외쳐지는 주문의 종결어.


그 목소리의 기세만큼, 빙창은 더 빠르게. 아까보다 더욱 거세게 아종 박쥐에게로 향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성과는 기세만큼 따라오지는 않았다.


난동부리는 놈의 몸통에 정확히 직격하기는 하였으나, 그 뿐.


박쥐는 고통스러워하며 이리저리 비행하다가, 이내 가슴에 꽂힌 빙창이 새하얀 마나 입자가 되어 사라지자.


분노에 찬 눈으로, 빙창이 날아온 너머. 아델가르트를, 정확히 바라보고. 그 핏발 선 눈에서 흰색 아지랑이를 흩뿌리며, '캬아악'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든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그 욕설이 향한 것은 아델가르트인지, 아종 박쥐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바넬이 아델가르트에게 달려드는 아종 박쥐의 경로 한가운데로 끼어들었다는 것.


그것은 누가 보면 자살 행위였고. 누가 보면 전략적 행동이었다. 두가지 모두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였고, 오답은 없었다.


달려드는 박쥐의 무게가 육중하고, 또한 거대했기에. 바넬은 박쥐를 멈추지는 못하고 오히려 자신 쪽이 나동그라졌지만, '시선을 돌린다'의 목표만큼은 성공하였다.


아델가르트를 향한 시선은 다시금 바넬을 향했고, 침까지 흘리며 '캬아악'하는 울음소리를 낸 박쥐는 다시금 바넬에게로 쇄도한다.


이제까지의 상황 자체만 본다면 아까와 다르지 않았으나, 세세한 것들은 달랐다. 박쥐는 부상에도 쌩쌩했지만, 바넬의 움직임은 수도 없이 입은 찰과상과 상처로 인해 꽤 둔해진 상태였고.


어찌어찌 회피하던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긁히고, 스치고 베일 수밖에 없었다. 박쥐의 이빨과 발톱이 쇄도할 때마다, 바넬은 '큭' 같은 힘없는 소리를 내며 피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쓰러지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로.


그렇다고 하면, 비알데가르타가 지원을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의 기량은 냉정하게 좋지 않은 편이었고, 때문에 반격을 전혀 꿈꾸지도 못한 채 박쥐 한 마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기에.


심지어 그 사투를 뚫어낸다고 해도, 이미 누적된 부상 때문에. 누적되어가는 상처 때문에, 지원을 올 수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플랑베르가 죽어갈 때와 비슷한 끔찍한 난장판이었고.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들어가며 다시금 빙창의 주문을. 자신이 쏠 수 있는 가장 강한 마법의 주문을 외우고 있는 아델가르트의 마음 속에.


다시금,


공포가 깃들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탐사 용병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2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4.24 7 0 12쪽
11 2회차 스카우트 24.03.22 10 0 11쪽
10 1회차 원정 후 정비 24.03.22 10 0 15쪽
9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E) 24.03.22 14 0 10쪽
8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5) 24.03.22 9 0 12쪽
7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4) 24.03.22 10 0 11쪽
»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3) 24.03.22 11 0 12쪽
5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24.03.22 11 0 10쪽
4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1) 24.03.21 12 0 14쪽
3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3.21 13 0 12쪽
2 1회차 스카우트 24.03.21 16 0 8쪽
1 스카우터 졸업식 24.03.21 25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