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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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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636

작성
24.03.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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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E)

DUMMY

그들이 통로를 걸은 지 수십분 정도가 흘렀다. 고작 수 시간일 뿐임에도, 그 사이에 일어난 총 세번의 전투와 세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에.


너 나. 남성과 여성, 궁수와 마법사. 할 것 없이, 그들 모두의 표정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끄... 끝이 안 보여."

"그럼에도 나가야만 한다. 시간이 끌리면 던전이 어떤 변형을 거칠지 몰라..."

"윽..."


아델가르트는 치료되었다고는 하지만 녹아내린 다리가 불편했는지 잠시 벽을 짚어서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지만. 여전히 기절한 채 있는 바넬을 업고서도 먼저 나아가는 비알데가르타를 보곤.


그런 맥빠진 소리를 내며 아델가르트는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쉰다고 해서, 몸 상태가 더 나아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그들은 헉헉대면서도. 말을 나눌 여력조차 없기에 그저 뚜벅이는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끊임없이 옮겼고.


그 걸음이 어딘가에 다다른 순간.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듯, 저 너머에서 빛줄기가 비쳐왔다.


"젠장. 또 보물 방이야...?"


아델가르트가 박쥐나 거미 따위를 상상하며 이를 악물었지만, 비알데가르타는 달랐다. 아델가르트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 앞장선 채. 그저 멍하니 있다가.


"출구... 출구다!"


드물게 격앙된 듯, 목소리를 높이며. 이미 녹초가 되었음에도, 젖먹던 힘까지 쓰는 듯 그 쪽으로 달려나가는 비알데가르타.


출구라는 꿀같은 단어에, 비알데가르타의 뒤를 따른 아델가르트는. 곧, 그가 말한 '출구'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동굴의 입구와 비슷한 출구. 그러나, 아직은 돌문으로 굳게 닫혀있는 출구.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돌덩이. 보물 상자가 올려져있던 돌덩이와 비슷하지만, 이번에 거기에 올려져있는 것은 달랐다.


손에 잡힐 크기의 아담한. 그러나 그 본연의 색채만은 낸 채 은은하게 빛나는 '새까만 수정' 3개.


아델가르트는 이 수정에 대해 몰랐지만. 비알데가르타가 알 것이라는 생각 하에 섣불리 다가가는 대신 그에게 먼저 물었고.


"비알 아저씨. 이게 뭐야?"

"달칸 수정. 던전을 답파하는 데에 성공한 자들에게 던전이 주는 징표같은 거다."


비알데가르타는 지친 목소리로 대답하며, 먼저 멈춘 아델가르트를 지나쳐 수정 두개를 집는다. 하나는 여전히 그의 등에 업혀있는 바넬의 것이었다.


먼저 두개를 집은 뒤, 어서 오라는 양 아델가르트 쪽으로 고개를 돌린 비알데가르타.


"생존한 모든 용병들이 이 수정을 손에 들면, 저 닫힌 출구가 열린다."

"나만 들면 되는 거야?"

"바넬 건 내가 챙겼으니. 너만 챙기면 출구가 열릴 거다."


그렇게 말하는 비알데가르타의 말에 끄덕이며, 돌덩이로 다가간 뒤 그 검은 수정을 집어드는 아델가르트.


그녀는 이 자그마하지만 따듯한, 어둡지만 영롱한 수정을 잠시 살펴보려고 했지만. 이윽고 일어나는 현상에, 우선순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돌문으로 닫혀있던 출구 쪽에서, 굉음이 나기 시작하며. 그 굳게 닫힌 돌문이 아래로 꺼짐과 동시에.


그 너머에 있는, 새하얀 빛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저 빛 너머로 나가면 이 던전을 나갈 수 있다. 자, 빨리 나가자!"


그 말을 남김과 동시에, 거의 뛰쳐나가듯 먼저 던전을 나간 비알데가르타. 그가 빛 너머로 몸을 던지자마자, 그의 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본 아델가르트.


그녀 역시도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힘이 풀리려는 다리에 다시 힘을 주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빛의 너머로 나간다.


아델가르트가 일행 중 마지막으로 빛에 몸을 맡김과 동시에.





처음의 풍경이 펼쳐진다.


아까 던전 내부로 들어갔던 그 위치. 출구가 솟아올랐던 그 위치에. 정확히 돌아온 것이다.


아델가르트가 나오는 방향 쪽으로 정확히 몸을 돌린 채 기다리고 있던 비알데가르타는. 그녀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매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거진 쓰러지듯 무릎을 꿇는다.


"괜찮아?!"

"지친... 것 뿐이다. 몇 분 쉬면 나아질 거야..."


부축해 일으키려는 아델가르트에게 거부 의사를 비친 비알데가르타는, 바넬을 자신의 옆에 조심히 눕히곤. 자신 역시 흙바닥에 드러누워버린다.


비알데가르타가 올려다본 하늘의 태양은 어느새 중간점을 벗어난 지 한참이었다. 해가 똑바로 떠올랐을 때 던전에 들어갔으니, 3~4시간 정도가 지났으리라. 비알데가르타는 잠시 생각하고는.


뚱하니 선 채 누운 둘을 바라보는 아델가르트를 올려다보며 손짓한다.


"너도 좀 쉬어라. 여긴 안전하니까."

"안전하다기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걱정하지 마라. 외곽이라곤 하지만 그런 자들은 전혀 없어."

"어째서 단언하는데?"

"우리같은 '정식 고용 용병'을 보호하는 외곽 관리직이 따로 있으니까."


아델가르트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자신들을 습격할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비알데가르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다시금 손짓했다.


실제로 비알데가르타의 말이 맞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외곽을 감시하는 관리원이 나타나 위험분자를 처리할 것이었고.


그걸 모르는 바보들은 죽거나 잡혀간지 오래였기 때문에, 모든 용병들은 녹초가 되었음에도 걱정 없이 던전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아, 반갑습니다! 용사 분들! 용사 분들을 대상으로 매각, 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상인입니다!"


물론 여기서 비알데가르타의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었지만. 잡상인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횡설수설하며 다가왔기에 말을 더 잇지 않았다.


아델가르트는 여전히 켕기는 구석이 있는지 앉지 않았고, 그 손님을 마주한 비알데가르타가 오히려 상체를 일으켜 잡상인을 바라본다.


잡상인은 제 몸과 거의 비슷한 가방을 덜컥이며 멈추곤, 무릎에 한 번 손을 짚은 뒤, 해맑은 표정으로 두명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그, 혹시 죄송하지만요! 달칸 수정을 매각하실 생각이 있으실까요?"


아델가르트도, 비알데가르타도 그렇게 해맑은 얼굴로 붙임성있게 다가오는 잡상인에게 대답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잡상인은 굴하지 않고 목을 큼큼 가다듬더니.


"15만델! 15만델로 매입할게요! 원가보다 훨씬 비싸죠?"


하면서 왼손의 손가락을 다섯개 펴보였지만. 비알데가르타는 매몰차게 거절해버린다.


"거절한다. 매각할 생각은 없다."

"으윽... 그, 그러면 20만-"

"거절한다."

"아...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용사 분들!"


이어지는 흥정에 답은 더 짧아졌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잡상인은 아델가르트의 눈치를 보다가. 대답이 결국 돌아오지 않자.


"허탕이네..."


뒤돌아선 채로 그런 말을 하며 입맛을 다신 채, 침울하게 돌아서는 잡상인. 두명은 굳이 그를 배웅해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큰 가방을 맨 잡상인이 멀어지고 난 이후. 아델가르트가 그래도 역시 궁금했다는 듯 볼을 긁적이곤 비알데가르타를 바라본다.


"너무 매몰찬 거 아냐? 원가랑 얼마나 차이나는데. 훨씬 비싸면 팔만한 거 아니야?"

"고작 1.5배. 20만델이라 해도 2배다. 공식 던전 관리국에 매각하면 10만델이야."

"으윽. 그래놓고 훨씬 비싸다는 건 좀 그렇네."


물론 그 의문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아델가르트 자신의 이마를 짚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이건 엄연히 우리가 던전을 답파하는데 성공했다는 징표다. 이게 없으면 던전을 성공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아... 그래서 사고 다니는 거구나."

"그래. 안전하게 도망치고도 성공의 명예는 누리고 싶은 자들에게 인기가 많으니까."


실제로 잡상인들이 달칸 수정을 관리국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달칸 수정은 수요가 상당히 있었으니까.


수정 동굴은 모든 용병들의 '자질'을 검사하는 가장 최하위의 던전. 그런 던전에서 실패하고 돌아온다는 것은, '나는 용병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 외엔 되지 않았다.


또한 이제야 겨우 정식으로 돈을 벌어먹을 방법이 생긴. 그것도 무척이나 어렵고 어떤 원정에도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용병이 되었다는 것은. 다른 살아날 길이 없이 이곳에 올인이라는 뜻 외엔 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용병의 자격을 잃는다면. 길거리 부랑자가 되거나, 도둑으로 살다가 저잣거리에서 죽는 길 외엔 없었기에.


'실패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었다.


"되사려면 15만델론 택도 없겠지만."


물론, 그 부르는 값을 지불할 수 있었다면 용병같은 것이 되지도 않았겠지만. 비알데가르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코웃음치곤 말 뿐이었다.


거기까지 말하곤, 비알데가르타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바넬을 조심히 없고는. 아델가르트에게 고갯짓한다.


"자. 사무소로 돌아가자. 걸을 수 있겠지?"


아델가르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비알데가르타는 그 동의의 뜻을 안고는 그대로 앞장서서 자신들이 속해있는 용병 사무소. 위다네스트 1번지 402호의 견습A03 사무소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태양의 빛이, 그들의 뒷모습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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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4.24 7 0 12쪽
11 2회차 스카우트 24.03.22 10 0 11쪽
10 1회차 원정 후 정비 24.03.22 10 0 15쪽
»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E) 24.03.22 15 0 10쪽
8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5) 24.03.22 9 0 12쪽
7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4) 24.03.22 10 0 11쪽
6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3) 24.03.22 11 0 12쪽
5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24.03.22 11 0 10쪽
4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1) 24.03.21 12 0 14쪽
3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3.21 13 0 12쪽
2 1회차 스카우트 24.03.21 16 0 8쪽
1 스카우터 졸업식 24.03.21 2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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