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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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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60,636

작성
24.03.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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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터 졸업식

DUMMY


4년을 보낸 후 맞이한 졸업식.


광활하게 펼쳐진 운동장 안에 다닥다닥 배치된 고급스러운 의자.


단상에 올라 선 배가 나왔지만, 웃는 상으로 게으르다기보단 인자하다는 느낌을 주는 교장.


"여러분은, 자랑스러운 세비어즈 스카우터 아카데미의 초대 졸업자입니다. 자신을 명예롭게 여겨도 좋습니다."


마법을 걸어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


성대에 기름이 좔좔 흐를 것 같은 느끼하고 엄숙한 목소리는 왜 저 자가 저 자리에서 저 연설을 하는지에 대한 증명이겠지.


그러나 실로 따분하다. 지금 듣는 연설은 내년에 들을 내 후배들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들을 것이며.


"여러분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로써, 인류는 구원을 받을 것이며."


결국은 명성이고, 돈이 전부 아닌가. 저들이 아카데미를 세우고, 우리같은 부자를 가르치겠다고 받아준 것도 결국 돈 때문인 주제에.


지루한 사명 따위는 없다. 희생정신 따위도 없다.


이래서 내가 용병을 하지 않았다. 용병은 실패하면 죽지만 스카우터는 용병을 다시 뽑으면 되니까.


대충 눈이나 감고 멍때리다보니, 어느새 지루한 연설 시간은 끝났고. 마치려는 듯 양 팔을 넓게 벌리는 교장.


"... 이만 마치겠습니다. 세비어즈 스카우터 아카데미의 졸업자 여러분! 부디, 세상을 향해 날개를 마음껏 펼처주시길!"


오케이. 날개 좋지. 펼칠 거니까 걱정 마.


일단 오늘은 술집에서 보내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얻어맞지는 않았지만, 얻어맞은 듯 아프다. 어디 머리에서 피라도 나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단순 두통이라기에는 누군가 머릿속에 손을 집어넣고 헤집는 듯한 고통이었기에.


내 몸에서 나가, 숙취귀신!


마음같아선 좀 나아질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고 싶지만, 이미 졸업식에서부터 하루가 흐른 상태.


어제는 나같이 4년이란 세월을 보낸 데에 대한 보상심리로 술집 등 제각각 여가를 보낸 이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오늘은 아닐 것이다. 나름 직업이라고 대부분의 스카우터가 있는 용병 없는 용병 다 끌어다가 용병단을 꾸릴 것이며.


결국 경쟁에서 뒤쳐진 나는 어중이떠중이 용병들로만 용병단을 꾸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용병이 죽어나가겠고, 또 어중간한 용병들을 고용하고. 또 죽고, 명성은 떨어지고. 돈은 거덜나고, 더이상 스카우터 일을 할 수 없겠지.


비약이라고 느끼는 자들은 오늘을 흘려보내겠지만, 적어도 난 그럴 생각이 없다. 조금이라도 빠른 자가 느린 자보다는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 평균이기에.





그 전에.


용병이란 무엇인가?


일단 사전적으로는... 용병은 보통 '던전'을 답파하는 사람을 칭하는 단어. 그 뿐.


용병이란 직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오래전 일은 아니다. 당연할 법도 한게, 엄연한 정규군이 있는 나라에서. 창검 들고 다니는 무뢰배들을 인정할 리가 있나?


당장 혼란스러운 정세에서 용병을 인정해버렸다간 가뜩이나 줄어있던 모집률에 좋은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 뻔하지 않은가. 혼란스럽긴 하지만 전시 상황도 아닌지라 소집할 명분도 없고.


지금에서야 눈에 띄는 실적이 있다는 가정 하에 지원금도 나오고, 나라에서 공식으로 자격증을 발급하는 등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오긴 했지만.


그 때는 던전의 위험도도 농기구를 든 농민을 대거 투입해서 어찌어찌 닫아낼 정도로 높지도 많지도 않았기에. 용병은 직업이 아닌 골칫덩이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웬만큼 강하지 않은 용병이라면 던전을 홀로 답파하기는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주민들의 시선이 좋았냐, 하면 또 그도 아니었다. 말대로 던전의 위험도도 높지 않았고, 주민들에게 피해도 거의 없던 시기였기에.


주만들은 창검을 들고 다니는 그들을 두려워했고, 또 두려워했기에 그들을 마을에 들이지 않았다. 용병 딱지를 단 자들은 아군도, 쉴 곳도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해야만 했다. 이미 길거리로 던져진 이상 벌어먹을 장소가 그것밖에 없었으니.


그때도 마찬가지고, 지금 역시도 용병이 될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배 따숩고 등 따수운데 뭣하러 시궁창으로 기어들어가는가. 시궁창에서 빠져나와 영광의 길을 걷는 자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을 텐데.


첫 스카우터 아카데미가 설립된지는 이제 막 4년. 용병이라는 존재가 부각된 것은 약 십여년 전이니, 그보다는 역사가 훨씬 짧은 상태.


그러나 그렇기에, 이제껏 제 재정 관리 하나 하지 못해 빌빌대던 용병들이 증명도 되지 않은 직업인 '용병 스카우터'에게 눈을 까뒤집고 달려드는 거겠지.


물론, 국가가 앞으로 '스카우터한테 등록해야 던전 답사할 수 있습니다'라고 못을 박아놨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니면 말고.





머리 씨발같이 아프네. 아, 이건 너무 어조가 센가. 머리 좆같이 아프네.


하지만 일을 해야 먹고 산다. 머리는 아프고 몸은 무겁지만, 어쨌든 몸을 씻고. 향수를 뿌리고, 정장을 입고. 옅은 화장을 하고,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


아카데미가 나름 구석탱이에 마련해준 '위다네스트 1번지 402호'로 향한다. 이곳이 내 사무실.


기본적으로 책상 하나 있고, 책장 세개 있고. 책상 마주보는 소파 하나 있고, 왼쪽 방에는 의자 네개와 책상이 있고. 딱 보니 접객실과 브리핑룸이군.


책상에 용병 계약서 있고, 책장엔 던전 답사서 있고. 소파, 푹신하고. 브리핑룸의 책상은 지도 한두개 펼쳐도 충분할 정도로 넓고.


오케이. 용병만 물어오면 바로 탐사 가능.


좋아. BACK TO WORK.


이제 그러면 내가 할 일은, 내 호구... 아니. 내 고객... 고객? 수단이라고 하자.


아무튼 던전 답파해서 돈벌이 수단이 되어줄 용병을 낚아채오는 일.


스카우터 시설 설립 이후, 모든 미등록 용병들은 국가에서 지정한 용병 대기소에서 스카우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니 용병 대기소에 가서 쓸만한 도구를 낚아채오는 것이 급선무.


국가에서 마련한 기초 지원 자금도 있고, 술파티를 벌이는 도중이라도 나름 스카우터 자격증도 챙겼고. 외모? 아름답고.


좋아. 준비 끝.


스카우트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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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4.24 7 0 12쪽
11 2회차 스카우트 24.03.22 9 0 11쪽
10 1회차 원정 후 정비 24.03.22 10 0 15쪽
9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E) 24.03.22 14 0 10쪽
8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5) 24.03.22 9 0 12쪽
7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4) 24.03.22 10 0 11쪽
6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3) 24.03.22 10 0 12쪽
5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24.03.22 11 0 10쪽
4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1) 24.03.21 12 0 14쪽
3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3.21 13 0 12쪽
2 1회차 스카우트 24.03.21 16 0 8쪽
» 스카우터 졸업식 24.03.21 2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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