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6
추천수 :
0
글자수 :
60,636

작성
24.03.22 00:03
조회
9
추천
0
글자
11쪽

2회차 스카우트

DUMMY

스카우터 자격증. 오케이. 힐. 오케이. 외모 단정. 오케이. 얼굴. 아름다움. 나. 유능함.


준비 완료. 다시 내 안목을, 운을 믿으며 스카우트하러 갈 시간이다.





오, 예스. 이 전장의 땀냄새. 코가 썩어 죽을 것 같군.


저번 스카우트를 경험삼아 향수를 좀 세게 뿌리고 왔는데도 여전히 코를 찌르는 죽음의 냄새는 지워지질 않는다. 제발 이 시설에서 나가, 냄새귀신!


하지만 난 프로이자 엘리트, 훗날 세계의 지배자가 될 몸. 저번처럼 정중히 노크한 뒤, 메인 로비로 들어간다.


저번과 같은 직원. 전장에서 꽤 굴러먹던 50대 남성 직원이 있었고.


나를 무미건조하게 살핀 직원은, 저번처럼 스카우터 자격증을 확인하는 대신.


"환영합니다, 스카우터님. 용병 대기실은 이쪽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왼쪽의 문으로 팔을 뻗은 뒤 앞장서 걸어간다. 절차 하나가 생략되니 편하군. 나 역시 그를 따라 저번처럼 복도를 걷는다.


땀냄새 자욱하게 다닥다닥 대기중일 대기실을 지나쳐, 책장과 서류뭉치 가득한 정보실로 향했고.


비록 그제, 오늘. 두번 오긴 했지만, 익숙하게 서류뭉치를 요구했고. 직원은 익숙하게 다시금 내게 그 서류뭉치를 건넨다.


"저번의 4명은 어떠셨습니까."


다만 저번과 같은 '여기, 용사들의 정보입니다'와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길래 잠시 고개를 돌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직원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어떤 대답을 바라는 걸까. 물론, 고객과 직원 사이에 어떤 대답을 한다 하더라도 트러블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의중도 모르는 질문에 대답하라고 하면 찝찝한 것이 당연하지.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넷 중에 하나가 죽긴 했지만 그래도 세명은 돌아와서 회복중이니까.


"그렇습니까."


내 말이 정답이었는지, 오답이었는지. 표정은 물론 말에서조차 드러내지 않은 직원은 가만히 내가 서류뭉치를 살피기를 기다리는 듯 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말 외의 행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도 서류를 들춰서 다시 볼 수 있었고. 젠장, 미지가 인간에게는 가장 두려운 거라는데. 그런 우락부락한 몸 하고 그런 미지스러운 질문 던지지 말라고.


사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던전 경험이 없는 초보들의 내용을 한없이 뚫어져라 바라봐도 상세 기량은 모른다. 그냥 인생으로 쓴 이야기 하나 읽고 마는 느낌이겠지.


그러니까 결국 마음이 가는 대로 고를 뿐이라는 거다. 저번처럼.


그래서 마찬가지로, 적당히 읽는 척 보는 척 하다가. 한 수십장을 넘긴 뒤, 흥미가 돋는 척 한 문서 앞에서 멈춘다.


이름, 브리엔 칼로스트. 성별, 남성. 나이, 20대 후반. 클래스, 전사.


젠장. 똑같은 전사였던 플랑베르만 죽어서 돌아온 걸 보면 조금 신뢰는 안가지만. 그래도 나름 퇴역군인이고, 전열이 필요하기는 하니까.


어쩔 수 없나. 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 좋아, 내 운을 믿어보자고!


"이 사람으로 하겠습니다."


그 문서를 서류뭉치에서 빼서 직원에게 내밀고. 직원은 벽에서 등을 뗀 뒤,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상담실로 안내한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금방 데리고 오겠습니다."


직원은 굵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곤, 빠르게 사라진다. 상담실 의자의 푹신함은 여전했다.









"반갑습니다... 스카우터님."


으. 목소리에 힘 없는거 봐. 나도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네.


키는 170정도. 강철 투구와 북방의 갑옷이 특징. 아델가르트와 결은 비슷한 피곤해보이는 인상이지만, 이쪽은 조금 더 '찌든'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나름 전장에서는 구른 모양인지, 왼쪽 눈을 길게 찢어 난 상처와 볼에 새겨진 십자 칼자국이 조금 마음에 들어. 서류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으나.


... 아. 이런. 다리에 부상이 있잖아? 어쩐지 아무리 힘겹고 짠 북방이라곤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20대에 포기했는지 알겠다.


아. 이거 취소해야 하나? 하지만 경험이라는 건 중요한데. 그렇다고 몸이 성하지도 않은 놈을 뽑고 싶진 않고. 계약비도 은근 나가서 손해보고 싶진 않은데...


그런 내 고민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아니면 그냥 사람 보는 눈이 꽤 있는 건지. 제 손을 담배피는 것마냥 한 채 입에 올렸던 브리엔은, 피곤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고민하시는 거라면... 이건 어떻습니까. 던전의 답사에 성공할 경우에... 계약금을 받도록 하죠. 이거라면 어떻습니까."


오...


"... 어차피 돈이 있어도 쓸 곳도 없으니."


마음에 드네. 죽을 각오가 될 놈들은 본래 기량보다 곱절의 힘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니.


물론 선약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크지만. 백만델은 어디서 솟는 줄 아냐!


"서류에 적힌 것 외의 던전에 지장이 가는 병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좋습니다. 싸인하죠. 여기에 이름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느리나, 확실하게. 확고하게 답한 브리엔은 대답 없이 긍정하며 '선약금 조항'을 지운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고.


"탐사 최소 인원인 4명을 모으면 저희 사무소로 바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밖에서 기다리죠."

"좋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달리 질문이 없다고 하니. 나도 더 붙잡지는 않았고. 꾸벅, 느리고 옅게 인사하곤 브리엔은 먼저 밖으로 나간다.


그러면 남은 건 3명. 브리엔이 나간 뒤 다시금 들어온 직원에게 다시금 부탁해서, 대충 서류 3장을 뽑아든다. 물론 '부상 없는' 멀쩡한 인원으로.


체킹하기도 귀찮아하면 방금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젠장. 조심해야겠군...









"하하하! 반갑다, 스카우터! 남부에서 온 돌란 마셰트라고 한다!"

"네, 네. 알아요. 앉아요."

"음!"


이름. 돌란 마셰트. 클래스, 전사. 검이랑 방패 좀 쓴다고 나와있고. 여성. 나이 20대 중반. 가족력 없음.


남부의 특징인 탄 피부를 하고 있으며, 저 복부와 팔의 근육 다 드러낸 훤한 가죽 복장. 붉은 묶은 적발에, 붉은 눈동자. 대놓고 싸움꾼이라는 느낌이구만.


확실히 남부나 북부가 동서부나 중부보단 믿고 스카우트하긴 편하지. 거긴 야생동물이나 일반 몬스터들이 득시글하니까.


물론 성격은 좀... 과하게 활동적이라 귀찮긴 하다. 으.


"던전에 지장이 가는 병 있나요?"

"물론, 없지!"

"좋습니다. 싸인하죠. 질문 있으십니까?"

"없다. 하하하! 너는 시원시원해서 좋군!"


으... 넌 시끄러워서 싫다.


"탐사 최소 인원인 4명을 모으면 저희 사무소로 바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알겠다! 바깥에서 기다리면 되겠군."


싸인을 투박하게 꼬부랑글씨로 써서 낸 돌란은 호탕하게 웃곤, 상담실을 나서버린다.


후우. 오늘은 그제보다 더 이상한 애들만 오네. 아델가르트나 비알데가르타는 양반이었지...


아무튼. 이제 두명.









"싸울 수 있다면... 어디든 좋다. 싸인하겠다."

"좋습니다. 탐사 최소 인원인 4명을 모으면 저희 사무소로 바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


말하는데 쳐 나가네. 미친 놈이...


배 위에서 해적과 싸운 경력이 꽤 있다길래. 클래스에 X라고 써져있음에도 받아줬더니만 저런 싸가지가.


그래도 기량 자체는 좀 있겠지. 싸가지가 없어봐라. 니 돈 주는 사람 누구인지. 언젠가 갑과 을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게 될 거다.


아무튼 됐다. 이제 한명.









"음... 뒷골목에서 생활하셨네요?"

"아, 그거야 뭐 자랑스럽게 말한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알잖아? 스카우터씨. 뒷골목 좆되게 험한거."


니 입만큼 험할까.


"무엇보다~ 역시 용병이란 건 뒷배경보단 기량이 중요한 거잖아? 나 믿어. 내가 뒷골목에서 멱 딴 사람만 몇인데? 이거 썰 들려주면 재밌어서 날 새는 줄도 모를걸."


니 썰이 아무리 재밌어봐야 던전에서 구르다 온 주니어 용병 썰에 비비지도 못한단다...


에휴. 오늘따라 물이 영 안좋다. 그나마 멀쩡한게 시끄러운 남부 출신. 삶 포기자에, 싸가지 없는 새끼에, 뒷골목 도둑놈에... 그냥 오늘 푹 쉬고 내일 올 걸 싶었지만.


그래도 바넬의 경우도 있으니. 이 도적보다는 도둑놈에 가까운 자를 한번 믿어보도록 할까. 냥체 쓰고 일찍 뒤질 줄 알았는데 살아온 걸 봐선 얘도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


"그래요... 좋습니다. 싸인하죠."

"하! 당연하지. 후회 없게 해주지."

"탐사 최소 인원인 4명을 모으면 저희 사무소로 바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래, 그래. 천천히 하라고. 나가서 기다린다~"


후... 끝났다. 이제 돌아가자.









"오늘도, 스카우팅에 감사드립니다. 건승을 빌도록 하죠."

"네, 수고하시길~"


손을 흔들곤, 마찬가지로 스카우터 시설을 나선다. 향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내 사무소.


거기서 정식 계약서를 쓰고, 저번과 마찬가지로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게 한 다음에.


바로 다음날에 던전에 투입해서, 기량을 본다. 플랜 자체는 역시 완벽.


살아남으면 개중에서 뛰어난 놈이나 저열한 놈을 빼서, 저 파티에 붙이거나. 전원 생존이면 이놈들 자체로 한 파티를 꾸려서 차근차근 성장시키고.


죽으면 바로 다음 놈. 한명은 죽었다지만, 실패한 것도 아니고. 덕분에 이 네명이 다 죽어도 아직까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마찬가지로 사무소로 가는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고, 선약금을 받지 않겠다던 브리엔을 제외한 모든 용병들은 '최소 계약 조건'에 계약하는 데에 성공했다.


저번과는 다르게 그 도적놈. 아르난 라켈 그 놈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파토낼까도 생각했지만...


파토의 기미가 보이자 바로 꼬리를 내린 놈 덕분에. 어쨌든 성공 자체는 했으니.


좋아, 이걸로. 견습A03 사무소의 용병 4명. 계약 완료. 마찬가지로 할 것은, 내일을 기약하기.


"좋습니다. 오늘은 다들 이만 해산! 내일 10시까지 다시 사무소로 오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용병들을 돌려보내고, 다시금 저번처럼 책장에 꽂아진 답사서를 펼쳐 확인한다.


당연하게도 이번에 보낼 던전 역시 수정 동굴이다. 나는 처음 용병질을 하는 놈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고, 저들 역시 마찬가지다.


저들이 다른 던전을 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이 던전에서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정 동굴 외의 선택지는 준비하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은 간단하다. 보내고, 살아돌아오면 다시 보내고. 죽으면... 다시 뽑고.


저번과 다르게, 약 2시간정도 답사서를 읽은 뒤. 다시 덮어놓고 책장에 꽂아넣는다. 그 뒤, 나 역시도 이만 휴식을 취하기 위해 돌아간다.


아쉽게도 그 3명중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수정 동굴 답파담 등에 대해 알 수는 없었지만. 애초에 그런 기초 정보들같은 건 답사서에서 써져있으니.


내일 잘 설명하면 될 것이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되리라 믿으며. 나는 이만 자러 가야겠다.


과연 내일 얼마나, 용병들이 살아남을까. 궁금해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탐사 용병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2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4.24 7 0 12쪽
» 2회차 스카우트 24.03.22 10 0 11쪽
10 1회차 원정 후 정비 24.03.22 10 0 15쪽
9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E) 24.03.22 14 0 10쪽
8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5) 24.03.22 9 0 12쪽
7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4) 24.03.22 10 0 11쪽
6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3) 24.03.22 10 0 12쪽
5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24.03.22 11 0 10쪽
4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1) 24.03.21 12 0 14쪽
3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3.21 13 0 12쪽
2 1회차 스카우트 24.03.21 16 0 8쪽
1 스카우터 졸업식 24.03.21 25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