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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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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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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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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5)

DUMMY

"보물이 나오는 건 좋지만. 계속 소모전인데. 혹시 던전이 언제 끝나는지는 알아? 끝에 가면 수정이 있을 거라는 것만 들었지, 분명."

"종료 시점은 보통 적의 무리 수로 판별한다. 최소 두 무리, 최대 다섯 무리."

"그러면 최소 종료 조건은 갖췄네?"

"그렇지. 하지만 적어도 이번엔 종료가 아니다. 보물 방이 있다는 건, 다음에도 적이 있단 소리니까."

"아... 최소 한 번은 더 싸워야 한다는 거야? 아종 나오면..."

"죽겠지."


그런 간단한 대화들을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는 둘. 어떻게 들으면 살벌한 대화를 나누던 둘이었으나.


마침, 비알데가르타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두 명은 빠르게 벽에 기대어 몸을 숨긴다.


정확히는, 바넬은 자신의 위치에서 50m 떨어진 곳에, 신경쓰지 않으면 보지 못하게 눕힌 뒤. 아델가르트와 비알데가르타만 전진한다.


"내가 정찰하지."


그 말을 먼저 남기곤, 정찰을 위해 잠시 앞장서 나선 비알데가르타가 저 너머에서 이번에 본 것은.


'거미'였다.


총 네 개체. 색은 전부 녹색. 박쥐와 비슷하게, 인간과 비슷한 크기. 총 8개의 다리, 4개 혹은 그보다 더 많은 눈. 척 보기에도 독인 것처럼 입에서 흘러내리는 녹색 액체.


자신의 스카우터에게서 들은 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파악한 비알데가르타는 아종이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최악을 피했을 뿐. 전투는 이제 시작이란 것을 알았기에.


보물상자에서 얻은 활을 등에서 꺼낸 뒤, 화살을 걸며 아델가르트에게 말한다.


"총 넷. 아종은 아닐 거다. 외견상의 특이점은 없어."

"그건 다행이네."


비알데가르타의 전투 태세를 확인한 아델가르트 역시, 얼음 화살을 쏘아보내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이내, 내밀어진 스태프의 수정 바로 앞에 날카로운 화살촉이 만들어진다.


"조준, 제대로 했어?"

"너야말로."


티격태격처럼 보일 수 있으나, 거기서 더 대화가 이어지진 않았고. 그것은 하나, 둘, 셋 대신 쓰는 신호였음은 자명했다.


"간다!"


비알데가르타가 작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 신호를 필두로, 비알데가르타와 아델가르트의 화살이 동시에 쏘아진다.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 날아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어둠 너머로 '키익' 하는 소리가 어지럽게 울리고. 아직 살아있는 개체의 발걸음 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다시금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미리 주문의 일부를 외워두는 등 공격 태세를 갖춘 둘은. 간단한 눈빛 교환 이후.


"전투 준비. 절반씩 맡는다!"

"알겠어."


그런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발소리가 어느 정도까지 가까워지자, 동시에, 벽 양 끝으로 거리를 벌리고. '근접'에 취약하다는 거미의 약점을 노려 쇄도하기 시작했으나.


순간. 아직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어둠 너머에서 날아오는 '무언가'에, 둘 모두 제동을 건다.


"뭣!?"


그것은, 독액이었다.


스쳐 지나갔기에 독액 방울만이 아델가르트의 뺨에, 비알데가르타의 팔뚝에 닿았지만. 단순히 방울이 스치고 지나간 것만으로도 부위에 상처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찢겨나갔다'보다는, '녹아내렸다'는 쪽이 적당했다. 아델가르트의 볼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렸고, 비알데가르타의 팔뚝 부분의 옷이 붉은 색으로 적셔진다.


그것 말고도 당황할 요소는, 방금 독액이 날아간 방향이 바넬이 누워있는 쪽이라는 것 하나가 있었고. 아델가르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넬 쪽엔 여파가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기에.


아델가르트는 다시금 몸을 돌리고, 스태프를 정면으로 든 뒤, 거미에게 돌진한다. 비알데가르타는 그 뒤를 따른다.


수 초를 뜀박질해 어둠을 걷어내고, 마주한 거미 무리. 생존한 두 거미는 비알데가르타와 아델가르트처럼 산개하여 각 벽에 붙어있었지만, 죽은 두 거미는 배를 하늘에 내놓은 채 다리를 웅크려 말 뿐이었다.


한 쪽은 비알데가르타의 화살이 머리에, 한 쪽은 머리 쪽에 새하얀 마나 입자가 피어올랐기에. 또한, 둘의 상처 부위에서 청록색 액체가 찐득하게 흘러내렸기에. 그들의 죽음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았다.


차라리 1대1이라면 상황이 훨씬 좋았다. 서로 이야기한대로, 아델가르트가 오른쪽 벽의 거미를. 비알데가르타가 왼쪽 벽의 거미를 노리며 쇄도하고.


거미 역시 약점을 방어하려는 듯 벽에서 떨어지며 후방에 거미줄을 뿜어, 뒷편의 벽에 붙인 뒤. 날렵하게 뒤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젠장, 꼬리잡기군!"


비알데가르타가 사거리에서 멀어지기 전에 빠르게 정조준 사격을 하였으나, 거미의 회피기동이 빨랐기에 화살은 허공을 갈랐고.


아직 주문이 완료되지 않은 아델가르트가 비알데가르타를 앞서 정면으로 쇄도할 때에. 그녀를 노린 거미줄 두 줄이, 그녀의 팔과 다리를 동시에 노리며 발사된다.


"큭, 내 쪽인 것 같은데!"


땅을 박차고, 거진 공중에서 눕다시피 몸을 틀어 거미줄을 피한 뒤 주문의 마지막 단어를 외우는 아델가르트는.


"쏘아라, 빙궁!"


스태프를 정면으로 겨눠, 정확히 화살을 발사하고. 그 화살은 회피기동을 이제 막 마쳐, 벽에 고정된 거미 한 개체의 머리에 정확히 적중한다.


'키엑' 하는 비명소리를 낸 거미가 벽에서 떨어져, 아까 마주했던 시체처럼 몸을 뒤집고 다리를 모은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아델가르트는 이 기세를 더 살리고 싶었으나, 남은 한 마리의 거미는 이미 독액의 발사 준비를 마친 듯 몸을 잔뜩 웅크리고, 머리를 뒤로 뺐기에.


아델가르트 역시 섣불리 공격 주문을 외우기보단, 우선 방어 마법을 펼쳐 막은 뒤 공격하기로 했다. 공격을 완벽히 막으면 좋고, 완벽힌 막지 못하더라도 치명상만 아니면 쪽수가 많은 이쪽이 우위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막아라!"


그녀가 쇄도에 제동을 걸며 단 세글자로 이루어진 단순한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스태프 수정 한가운데로 빠르게 마나 입자가 모여들고.


모인 입자들은, 순식간에 전신을 가리는 훌륭한 얼음 방패가 된다. 심장과 몸통 쪽이 더 두껍지만, 다른 곳도 그렇다고 약하지 않은.


타이밍 좋게 거미 역시 발사의 준비를 완료했고. 이내 머리를 앞으로 뻗으며, 독액을 발사한다.


쏘아진 독액 다발은 일점을 노리는 것이 아닌 넓게 퍼져나갔고. 그 넓게 퍼진 독액은 방패의 전체를 타격한다.


그리고 그 독액은, 아델가르트의 실력을 반증하기라도 하는 듯 대부분 방패를 절반 녹이고 말 뿐. 그 자리에 맥없이 흘러내린다.



그렇다, '대부분'만.


"큭-!? 맺어라- 힐!! 윽, 아아악...!!"


심장과 머리 쪽에 집중시킨 얼음 방패는 본연의 목적은 성공했지만, 그 이외의 부분까지 확실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방패의 약한 부분이 뚫려 부숴지고, 그 부숴진 부분의 뒷편에 독액이 정확히 부딪힌다. 정확히는, 아델가르트의 왼쪽 정강이.


독액이 묻은 부분이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그나마 아델가르트였기에 독침을 빼고, 힐 마법으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비알데가르타나 바넬이었으면 대처가 어려웠을 것은 자명했다.


물론 진정이라고 해도 완전히 녹아 다리가 떨어져나간 것을 막았을 뿐.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내며 아델가르트가 한쪽 무릎을 꿇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내가 시선을 끌겠다!"


거기서 그 상태로 무릎을 꿇고만 있었으면 당연히 후속타에 죽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아델가르트가 공격을 받아내는 동안, 느리게나마 전력으로 달려온 뒤 빠르게 정조준 자세를 취하는 비알데가르타.


그런 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아까처럼 뒤로 거미줄을 발사하는 거미. 그 거미를 쏘아 떨어트리기 위해 비알데가르타가 노리는 것은 놈의 머리가 아닌, 저 너머로 날아가는 거미줄.


보물상자에서 얻은 이 활이라면 충분히 거미줄을 끊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을 내린 비알데가르타는. 아무런 고민 없이, 활시위에서 화살을 쏘아보내고.


화살은, 정확히 거미줄에 명중해. 그 질긴 하얀색 섬유를 끊어버린다.


동력원을 잃은 거미는 '키익!?' 하는 소리를 내며 땅으로 꼴사납게 추락하고. 그 기회를 포착한 아델가르트는 다리를 부여잡고 아파하기보단 곧바로 일어나 주문을 외우는 것을 택했다.


"쏘아라, 빙궁!"


시전하면 할수록 빨라지는 주문 속도. 고작 3초에 시간에 짧지 않은 빙궁의 마법 주문을 다 외우곤, 마무리 단어를 외친 아델가르트의 스태프 수정에서.


아까와 같은 얼음 화살이 너머로 쏘아져 나가고.


이제 겨우 균형을 잡고 일어난 거미의 머리통에 정확히, 적중한다.


'키엑' 하는 소리와 함께. 청록색 액체를 머리에서 흘리며 배를 뒤집은 거미. 방금 쓰러트린 거미는 물론, 다른 거미들에게서 더이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상황이 정리된 것을 파악한 뒤에서야, 아델가르트는 신음소리를 내며 주저앉을 수 있었다.





"큭, 으으윽...!"

"기다려라, 붕대를 감아주겠다."


그런 그녀에게 허리춤에 찬 도구 주머니에서 약과 붕대를 꺼내 다가간 뒤, 한쪽 무릎을 끓어 상처 부위를 확인하는 비알데가르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빌어먹을, 뼈가 보이는군..."


힐로 맺었음에도. 비알데가르타 자신과 바넬의 출혈 부위는 피가 흐르지 않게 확실하게 맺을 수 있던 그 힐로 맺었음에도 앙상한 흰색 뼈가 제 모습을 드러내보일 정도로. 독액의 강도는 엄청났다.


붕대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파악한 비알데가르타는. 다른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지식을 더듬기 시작한다.


"야, 약만, 윽, 조금 뿌려... 그거라면 힐이랑 시너지가 좀 날 거야..."


다행스레, 아델가르트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녀는 고통스럽다는 듯 한쪽 눈을 찡그린 상태에서도, 비알데가르타의 손에 들린 약병을 정확히 가리켰고.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건 던전 밖에서 대부분의 용병이 사용하던 '만능약'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임없이 다리 위에 그 액체를 붓는다.


"아아악!!"

"괜찮은가?!"

"으윽...! 됐어, 이 정도면 걸을 수는 있겠어..."


무언가 타는 듯한 '치이익' 하는 소리가 나고. 끔찍한 고통을 겪는 듯 상처나지 않은 상처 주위 부위를 강하게 움켜쥐는 아델가르트의 모습에. 무언가 잘못되었나 잠시 걱정하던 비알데가르타였지만.


이내 그 연기가 피어오른 곳에, 하얀 입자가 맴돌더니. 뼈가 드러나보이던 다리를, 근육과 살로 채웠고.


아델가르트는 비틀거리며나마 일어났기에. 비알데가르타는 '자신이 속진 않았다'는 감상 하나와 함께 만능약과 붕대를 집어넣을 뿐이었다.


"젠장, 너도 나도 만신창이가 되어가는군. 다음에 적을 만나면 진짜 죽겠는데."

"안 만나면... 그만이지. 비알 아저씨, 나 조금 아파서 그런데. 그 고양이 좀 데려올 수 있어?"

"알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벽을 짚은 채 휘청거리는 아델가르트는 그렇게 말했고. 비알데가르타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지나온 길로 다시금 걸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스럽게도 전투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채.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는 바넬을 발견한 비알데가르타였고.


아까 독액이 닿은 팔뚝이 저리긴 했지만, 한없이 가벼운 그녀를 업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기에. 그녀를 안은 채, 통로 너머로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독액이 땅도 녹여버린 모양이더군. 독액이 묻은 땅은 까맣게 부식됐어."

"여기, 초보자 전용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데..."

"나도 그 부분은 의문이지만. 여기보다 수준 낮은 던전이 없는 거겠지."

"용병에서 용사가 되기 위해 여기서 죽어나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만이 아니면 된다."


다시금 합류한 둘은, 셋 모두가 일단은 무사한 것을 다시금 확인한 후. 그런 대화를 나누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동굴의 저편으로, 끝없이 걸음을 옮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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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P) 24.03.2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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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카우터 졸업식 24.03.21 2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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