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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류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탐사 용병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레트류
작품등록일 :
2024.03.21 23:54
최근연재일 :
2024.04.24 00:18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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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36

작성
24.03.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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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DUMMY

비알데가르타는, 말없이 가방에 챙겨온 붕대를 꺼내 어깨에 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바넬은 그를 돕는 대신, 말없이 빗나간 화살을, 박쥐의 몸통 혹은 머리에 꿰뚫린 화살을 뽑거나 주워서.


이제 막 응급처치를 끝낸 비알데가르타의 화살통에 넣어주곤, '인간이었다'는 흔적만이 남은 플랑베르에게 다가가. 그의 눈이 있었던 위치에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덮어준다.


"수고했..."


비알데가르타는, 잡아 찢은 붕대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고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절반을 해치운 표면상으로나마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바넬을 올려다보았으나.


잔뜩 분노한, 전투 전까지의 '냥체'까지 써가면서 보였던 유쾌함은 간데없이 눈에 깃든 살의를 보고. 인사를 마치는 대신, 급박하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일어날 때는 이미 늦었다.


여전히,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아델가르트에게 다가간 바넬은. 눈물 범벅이 된, 초점조차 없는 가련한 얼굴에도 아무런 감상조차 없이.


그대로, 따귀를 때린다.


짝. 하는. 동굴 전체를 울리는, '각성' 용으로 쓰는 것이 아닌. 순수히 '분노'에 싸여 때리는 소리.


아델가르트는 힘없이 자리에 엎어지듯 넘어지지만.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 바넬은 다시금 아델가르트의 멱살을 잡는다.


"네놈이 우리랑 같은 용병이냐?"

"바넬."


이대로 두면, 바넬이 아델가르트를 패서 죽여버릴 것만 같았기에. 팔을 다시 뻗는 바넬에게 다급히 달려간 비알데가르타는 그녀의 팔목을 잡는다.


"무슨 힘이...!"


물론, 쇳덩이를 잡는. 잡아끌 수도 없는 힘에 순간 당황한 비알데가르타였지만.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저항하는 힘이 느껴지자 바넬은 뺨을 때리는 대신, 그저 멱살을 잡은 손을 벽으로 밀어붙이고 말 뿐이다.


"윽, 흐윽, 그게, 윽..."

"말하지 마. 변명하는 순간... 내가 너도 죽여버릴 것 같으니까."


정신을 차린 건지, 아니면 여전히 횡설수설하는 건지. 울먹이면서 그제야 제대로 된 말을 하려는 아델가르트였으나. 바넬은 살의로 가득한 눈을 번뜩이며, 그녀를 노려본다.


아델가르트는 훌쩍이면서도 떼려던 입을 닫았고. 아랫입술을 깨문 채 침묵하던 바넬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곤. 긴장과 분노가 여전히 남아있는 얼굴로 비알데가르타를 돌아본다.


"어쩔 거야. 비알데가르타."

"..."

"너는 부상. 이 놈은 전의상실. 이게 일반적인 적의 수인지, 아니면 우리가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알 수 없어."


고양이인지 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머리 위에 솟아있는 동물 귀는 잔뜩 뒤로 넘어가있었고. 눈빛은 아군임을 아는 비알데가르타마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살의를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바넬이 바라는 답을 알고 있었다. '퇴각하자'. 여기선 가망이 없으니 돌아가자. 그런 대답을 바라고 있었고. 자신도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선 그를 당장 외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아가야만 한다."

"어째서지?"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바넬의 저 분노한 눈동자를 마주하고서도 말할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 자신이 등을 돌려버리면, '용병'으로써 더이상 살아갈 수 없었다.


가장 기초적인 수정 던전에서조차 도망나온 용병을, 누가 믿고 써주겠는가. 실패자라는 딱지가 붙은 자들이 살아갈 방식이 존재할 리 있겠는가.


그것을 뼈저리게 아는 비알데가르타는, 굳이 자신의 그 판단을 납득시키기 위해 변명을 곁들이지는 않았고.


"우리에게. 아직 경력조차 없는 우리에게 실패는 용납되지 않아."


그저 표정만에 살의를 띄웠던 바넬은. 그녀 역시도 비알데가르타가 말한 현실을 뼈저리게 자각한다는 듯. 칫, 하는 소리만을 흘리며.


"그래. 그게 우리 세계였지."


반쯤 분노하며. 반쯤 체념하며. 중얼거리듯 내뱉으며, 아델가르트의 멱살을 놓는다.


목을 짓누르던 이물감이 사라짐에. 바닥에 떨어져 주저앉은 아델가르트는 목을 감싸쥐며 콜록, 콜록 기침하지만. 동정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 바넬의 살의 담긴 눈동자는 그저 무감정하게 훑고 지나갈 뿐이다.


"제대로 싸워. 싸우지 않으면 네년을 고기방패로 쓸 거니까."

"히, 히익...!"


잔뜩 겁먹은 아델가르트는, 그제야 눈물을 억지로나마 닦으며.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론 한번 깨진 정신에, 울음은 멎어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것이 그녀로써도 한계였을 뿐이었기에.


바넬도 비알데가르타도 더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앞장서 이동한다.


전신이 처참하게 뜯겨 '인간'이라는 것조차 눈치채기 힘든 플랑베르의 시체를 넘어. 그저 바넬만이 시선을 한 번 주고 말 뿐인 시체를 넘어.


그들은, 끝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동굴의 너머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나아간다.









"동굴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최전열에 바넬, 그 바로 뒤에 비알데가르타. 약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아델가르트. 그 일행에게서 머물던 수 분간의 침묵을 깬 것은 바넬의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답한 것은 비알데가르타.


"랜덤이다."

"특징조차 아예 없는?"


여전히 걷고는 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한지 귀만은 뒤로 쫑긋 세운 바넬. 그런 그녀에게 비알데가르타는 잠시 생각하듯 침음을 내곤, 천천히 답한다.


"고정된 특징이라면 존재한다. 가령 한 던전이 생성되면 최소 한 번의 전투를 거쳐야 한다거나."

"다른 특징이 있어?"

"물론이다. 다만 출구, 입구를 빼면 그나마 하나겠군."


바넬은 굳이 되묻지 않았고, 비알데가르타는 그녀의 뒤에서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곤 숨을 들이마신 뒤. 말을 이어나간다.


"보물 방."

"보물 방?"

"그래. 말 그대로 보물이 존재하는 곳이다."


비알데가르타의 보물이라는 말에 처음으로 바넬의 목소리가 풀어진다. 이제껏 평소와는 낮게 내려앉아 으레 위협감을 느낄만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냥'을 붙이던 때와 아주 약간은 비슷한 목소리.


그리고 그 긴장감을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는 듯, 통로의 약간 가파른 경사를 넘자.


단상같이 짧게 솟아오른 돌덩이에, 천장에서 빛이 들어와 마치 무대 조명처럼 비춘다.


"마침... 저기에 표본이 나오는군."


신기한 듯 눈을 크게 뜬 바넬이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천천히. 하던 것처럼 조심스레 접근했지만.


"저 빛기둥은 '안전하다'는 보증 수표이니 굳이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보물 방의 인근 250m까진 적이 접근하지 않기도 하고."


비알데가르타의 보증 한 마디에 풀어져선. 가장 먼저 그 돌덩이에 달려들어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한다.


그런 바넬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돌덩이 위의 상자. 딱 봐도 묵직해보일 것만 같은. 어렸을 적 동경했던 모험담에서 나올 법한 갈색 보물상자.


"마치 고전동화 속 보물상자 같은데."

"왜 보물 방이겠나. 실제로 보물상자거든. 거창한 것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바넬은 약간은 들뜬 기분이 되어 돌덩이 위에 폴짝 올라 비알데가르타를 바라보며 말했고. 비알데가르타도 약간은 긴장을 풀고, 어깨를 풀며 답한다.


"뭐가 나오는데?"

"해당 던전의 생존자를 강화시켜주는 보물. 무기 같은 거. 마법이 부여된 무기, 알지?"

"응."

"비슷한 거다. 인위적으로 부여한 건 아니라 몸이 조금 강해지는 정도가 대부분이겠지만."

"되게 비싸겠네."


대화를 하면서도 쭈뼛쭈뼛 다가오는 아델가르트를 잠시 노려본 바넬이었지만, 대화의 끝에 만족감이 들었는지. 플랑베르가 죽은 뒤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짓고는.


"연다?"

"그래."


그렇게 묻고는, 보물상자를 연다.


세상에 자신의 안을 내보이지 않던 상자의 안에 있던 내용물이 드러난다.


그 안에 있던 것은. 손잡이의 끝에 붉은 보석이 장식된 단검. 검신이 새하얀, 아름다운 자태의 단검.


"단검인데?"

"축하한다. 이번에 던전의 간택을 받은 건 너인 것 같은데."


단검을 잡아들곤, 빛기둥에 이리저리 비춰보는 바넬에게 비알데가르타는 팔짱을 끼며 말한다.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것에 약간의 불만이 새어나간 것은 순간이었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설명을 요구하며 고개를 돌린 바넬에게, 비알데가르타는 목을 큼큼 풀며 설명을 이어나간다.


"아까 말했듯, 모든 보물은 해당 던전의 생존자를 강화시켜주는 보물. 하지만 한 보물상자에 존재하는 건 단 하나의 무기. 그리고 그 무기는 생존자 중 랜덤이다."

"아하. 거기서 내가 걸린 거고?"

"그래."

"운도 좋네. 그럼 내가 가진다?"

"내가 가져도 쓸 곳이 없다."

"팔아야지."

"네가 죽거나 너한테서 떨어지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아깝네."


그런 실없는 대화가 약간이나마 풀린 일행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휴식이라고도, 보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돌덩이에서 폴짝 뛰어내려 단검을 휘두르는 바넬의 표정이 풀린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잠시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끼곤, 다시 집중을 위해 표정을 굳히곤 단검을 집어넣은 뒤 다시 전열에 선다. 비알데가르타와 아델가르트는 그 뒤를 따른다.


빛기둥을 등지고, 다시금 걸어나간다.









그러나 그 평화가 깨어지는 것은 오래 지난 뒤의 일이 아니었다. 빛기둥을 등지고 나온 지 수 분. 250m는 까마득히 멀어져, 다시금 던전의 위협 한복판에 떨어진 일행의 너머에.


아까처럼, 적이 보인다. 정확히는, 감각이 좋은 바넬이 가장 먼저 눈치챈다.


아까 박쥐 여섯을 마주쳤을 때와 같이 주먹을 들어 정지 명령을 내린 바넬은, 천천히 몸을 숙이고. 적의 형체와 수를 측정하기 위해 벽에 기대어 다가갔으나.


"아, 지랄 진짜..."


바넬은 문득. 으득, 이를 갈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그야. 그녀가 가장 처음. 감각이 뛰어난 그녀가 누구보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새까만 몸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일반 박쥐가 아니라.


붉은 몸에, 눈에서 새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종'.


아종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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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차 던전 탐사: 수정 동굴(2) 24.03.22 1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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