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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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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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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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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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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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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44화

DUMMY

철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쉽지 않네 이거.”



느와르의 명령, 탑을 부숴라. 어라? 때마침 나도 그거랑 비슷한 목적이 있었는데? 흠~! 이를 어쩐다~! 정도의 마음이었던 녀석이.


으음, 누나가 있구나, 조금 더 대화하고 난 뒤에 결정하고 싶은데, 이를 어쩌지. 정도의 마음이 되었다!


파괴 행위를 일으키면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서 자칫 파괴 욕구를 불러올까 1층에 내려오고 난 뒤로도 최대한 사람을 피하고 마주쳐도 싸움은 피해 가며 버티고 있었다.


살금살금, 참기 어렵게 살살 간지럽히듯이 그를 간지럽히는 느와르의 명령. 만약 이런 것을 다른 누군가가 당했더라면 정말 꼼짝없이 느와르의 명령에 당해야 했을 것이다.


쿵! 쾅!


산이 녹아내리고 땅이 뒤집히고, 하늘이 깨지고 피의 비가 내리다 얼어붙고, 갑자기 허공에 반투명한 무기들이 나타나고, 개판이다.


나도 저런 걸 하고 싶다. 철수에게는 그런 욕구가 있었다. 0층에서 끝도 없이 긴 시간을 계속해서 뭔가를 배우고 익히는 것에 쓴 철수라.


하지만 이 탑에서 저런 게 가능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한다. 배울 수 있겠지만 그것도 시스템의 안에 있을 때의 이야기.


즉, 철수는 이 탑의 어떠한 것도 제대로 손에 넣을 수가 없다. 분명 이곳에 있는데도 외부인 취급을 받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그 기분을 누가 알까.



“아닌가? 할 수 있나?”



퉁. 하고, 너무나도 가벼운 소리만을 남긴 채 하늘 높이 뛰어오른 철수, 그의 눈에 지금 떨어지려는 번개의 기둥이 들어온다. 저걸 잡아서 집어 던지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0층에서 쌓아온 다양한 지식과 경험들로 방법을 찾아보고.


꽉!


번개를 잡았다. 설마 정말로 될 줄은 몰랐던 일이라 조금 놀라는 철수.



“잡았다. 되네 이게.”

“저건 또 뭐야!”

“적이다!”

“아차차.”



만약 인수가 없었다면 정말 탑을 샅샅이 해체 분석했을 것이 분명한 철수가 번개를 창 돌리듯이 돌려 주변에 만들어지던 수많은 번개를 하나로 합친 뒤에 하늘로 냅다 던진다.


천장에 닿지 않을까 싶어 던졌던 것인데 딱히 천장에 닿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끝이 없는 걸까.


팡!


철수를 보고 냅다 공격하려는 사람들을 피해 빠르게 땅으로 내려와 눈을 피해 가며 도망친다.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지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오랜만에 쫓기는 듯한 이 감각. 잡히면 (너희들이)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여전히 살살 본능을 긁어대는 느와르의 명령까지.


지금 1층에 모인 이들이 그저 어중이떠중이였다면 그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을 텐데.



“흥! 나를 상대로 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호오.”



철수를 따라잡을 정도의 기술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하나하나가 괴물들. 부족한 피지컬을 기술로 메꾸는 괴물들!


철수의 눈이 빛난다. 싸우고 싶다는 그 마음이 터져 오른다. 그런데 참아야 하네? 심장이 아려오는 이 아찔한 느낌은 대체 얼마 만일까.


본능이 자꾸자꾸 이성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나, 나 궁금한 게 너무 많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크르르륵! 참을 수 없어!!!’ 라고 외쳐대고 있다.


그 순간 철수의 감각에 자신을 향해, 정확히는 자신을 쫓아오는 누군가를 향해 날아오는 무언가를 느낀다.


쾅!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커다란 충격에 돌마저 녹이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주먹을 가진 여자. 파펀이 등장했다.



“오랜만이네요! 철수 씨!”

“타이밍이 좋네. 맡길게.”

“예?! 어! 자, 잠깐만요! 난 같이 싸우려고! 어어!! 어이!”

“저 여자가 여기에 있다는 건 누나도 이 근처에 있다는 건가?”



뛰어다니는 것도 귀찮아져서 한 번 힘을 꽉 주며 뛰어오르면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휙휙 바뀌고 순식간에 최선을 다해 수성중인 마을이 보인다.


순간 부수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 바로 옆의 나무를 뽑아 던져버릴 뻔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작게 숨을 뱉어낸 뒤 짧게 심호흡하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뭐야 저 새끼!”

“시이이발!! 표식 없잖아! 쏴!!”

“표식이 필요하구나. 작아 구분하려면 필요하긴 하지.”



너도나도 잔뜩 흥분해서 광기에 물들어 있는 그 광기의 전장 한 가운데에서 천천히, 설렁설렁 걸으며 날아오는 공격은 피하며 나아간다.


혹시라도 맞으면 그게 트리거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최대한 조심하면서 나아가고 이윽고.



“그만 쏴. 적 아니야.”

“미, 미미친 뭐야···!”

“누나 어디 있으려나. 한 번 물어보고 올 걸 그랬네. 누나~”



폭발이 일어나고 온갖 마법이 떨어지고 비명과 고함이 세상을 가득 채우거나 말거나. 그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남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괜히 관여했다가는 사달이 날 수도 있으니, 냉큼 허은이나 찾을 생각이다.



“철수야!”

“아, 누나.”

“여기 들어와.”



그가 찾는 것보다 한 박자 더 빠르게 허은이 그를 찾아냈고, 텅 빈 카페 안으로 그를 부른다.


그녀가 임시로 쓰기 위해 개조한 카페의 안에는 온갖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기계들이 즐비하고 구석에서는 실시간으로 안드로이드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분명히 이곳도 전장의 한 가운데. 저 바깥의 뜨거운 열기가 이곳에도 있는 듯했다.



“그런데, 이젠 철수가 아니라 빈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부르면 너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하긴. 빈보다는 철수가 더 익숙하긴 하지. 서글픈 일이야. 이 탑에 불려 들어온 내가, 이상한 곳에 떨어져서 이름을 잃게 되다니.”

“잃지 않았어. 내가 기억하고 있잖아.”

“허금, 내 형도.”

“오빠야 내 알 바 아니고.”

“사이가 안 좋아?”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차 마실래?”

“커피로. 최근 제대로 마시질 못한 것 같아. 오랜만에, 향이 좋은 녀석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여기 카페잖아. 커피 많아.”



그런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이어지는 평화로운 대화는 분명히 이질적이지만, 이곳에 그것을 두고 뭐라 한마디 할 사람이 없다.


창밖으로는 낮과 밤이 몇 번이나 바뀌고, 폭발의 여파로 땅이 흔들려 천장에서는 먼지가 떨어지고, 마을을 뚫고 들어온 어느 한 탑험가가 길들인 모험가가 뛰어다녀도.



“으음~향 좋다.”

“너 원래 커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아 그래? 난 내가 찾아 마셨다는 기억이 있는데.”

“시간이 기니까, 뭐든 바뀔 수 있지. 지금 당장도 그래. 내가 알던 빈이가 아니라 그냥 김철수를 마주한 것 같아.”

“나도 비슷한 기분이야.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가족이라고 외치는 기분이라. 드라마에 나오는 ‘내가 네 친아빠다.’ 를 진짜 내가 당할 줄은 몰랐어.”

“드라마도 봐?”

“심심해서. 카나가 몇 개 추천해줬어. 재미있더라.”

“카나랑 사이가 괜찮은가 봐?”

“나쁘지 않아. 좋은 사람 같아. 심심해서 돌아다니던 중에 구해준 인연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네.”

“···너 걔한테 관심 있어?”

“···없다고 하긴 어렵지.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네.”

“오오~”



일상적인 대화. 너무 평화롭다. 동생이 관심이 생긴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즐거운 누나와 본인에게 이런 감정도 있었구나! 놀라는 동생.


편안함을 느낀다. 냐루냥의 방송이 이상할 정도로 그에게 알맞았던 이유가 분명히 이 편안함과 익숙함 덕분일 것이다.


철수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영원의 시간을 넘어 다시 만난 것인데도 마치 어제 잠깐 헤어졌다가 만난 것처럼 익숙하다.



“얘, 그런데 너 괜찮은 거 맞니? 느와르에게 당하긴 당한 거잖아. 아, 그리고 느와르는? 제대로 처리한 거니?”

“응. 제대로 처리했어.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괜찮은가 아닌가만 말하자면, 별로 안 괜찮아. 느와르 그거에게 왜 그렇게 큰 힘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는데. 0층과는 어떻게 연결된 건지도 궁금했고.”

“아, 0층.”

“상황이 상황이라 더 캐묻지 못했어. 이제 0층을 오고 가기는 힘들 것 같아. 탑에서는 0층을 조금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느낌도 있고.”

“특별한 공간이라. 인수 걔가 0층 괴물의 힘을 빌려 썼다는 말을 들었는데, 0층이 그런, 우리에게 힘을 빌려줄 정도의 괴물들이 드글드글한 공간이 될 거라는 의미야?”

“아마. 이배수는 강하지만, 전에 0층에 갔을 때는 이배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근처 급은 되는 괴물들도 여럿 있는 걸 봤어. 곧, 그것들의 영향력이 이곳에 뻗쳐 올 거야. 어쩌면 나처럼 0층에 끌려가는 녀석이 나타날지도 모르지.”

“그건, 끔찍하네.”

“맞아. 끔찍한 일, 이야.”



순간, 순간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자신과 같은 처지인 인간이 또다시 나타난다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하다. 그들 모두가 자신처럼 살아남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니 더더욱 그러하고, 이젠 0층이 그가 처음 떨어졌던 그때보다도 더 위험한 공간이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탑이고 0층이고 뭐고, 그 경계를 부숴서 전부 하나의 세계로 합치면 차라리 견제하기 쉽지 않을까?


당장은 탑험가라고 불리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힘을 가져 저들을 견제하기 어렵지만,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수처럼 어디선가 압도적인 재능을, 잠재력을 가진 인간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위험을 딛고 일어난 이들은 분명히 한 단계 더 발전할 테니,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위험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느와르의 명령에 힘을 실어주고, 그의 이성을 찰나지만 마비시켰다.



“···시간을, 끌면 안 되겠어. 대화마저도 위험해. 그래, 그러니까 누나.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해줘. 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거야.”

“그래, 물어봐.”

“누나는, 내가 이 탑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난 이 탑을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 이 탑을 부수는 것도, 이 탑을 유지하는 것도, 모두 내 손바닥 위의 일, 이라는 자신감.


그것은 절대로 오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세계에서 그 누구도 감히 철수에게 덤빌 수 없을 테니, 그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경험과 사실에 근거한 자신감이다.


그런 그가 허은에게 생각을 묻는 것은, 애정이다. 네가 싫다고 한다면 하지 않겠다. 네가 그러라고 한다면 반드시 그리하겠다.


당장의 태도만 봐서는 도무지 아닐 것 같지만, 철수에게 허은이란 존재는, 아니 허은을 포함해 허금이라는 존재는 그런 그들의 의지가 그의 의지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질 정도로 중요했다.


이름도 없어, 과거도 없어, 탑의 안에서는 있을 곳도 없고, 이 탑을 자유롭게 빠져나갈 수도 없다. 사실상 텅 빈 존재. 세상에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존재.


그런 존재에게 과거를 만들어주고, 믿을 수 없었던 이름을 긍정해주고 있을 곳이 되어주는 허은과 허금, 가족이라는 그 두 존재는 사실상 철수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철수야, 아니 빈아. 나는 있지, 이 탑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지만, 나의 일상이 무너졌으니까.”

“음.”

“이렇게 힘이 생긴 지금은, 나도 놀랐는데, 힘에 대한 집착이 생기더라고. 이 힘을 잃고 싶지 않다는, 그런 집착이.”

“가진 걸 내려놓는 건 어려운 일이지.”

“맞아. 게다가 당장 내게서 힘이 사라진다면, 너무 많은 것이 위험해지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그 위험은 탑이란 게 존재해서 생긴 거야. 탑이 없었다면 애초에 없었을 일들이 너무나도 많아.”

“······너무 그렇게 빌드업하지 말아줘. 감정이 온탕 냉탕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으니까.”

“아, 미안. 그럼, 짧게, 결론만 말할게, 빈아, 나 있지.”



쾅!



“끄아아! 철수야아아악!!!”

“아저씨 아저씨! 지금 밖에 대박이야! 설이 이런 거 10년 동안 처음 봤어! 완전 대박!”

“1층인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여···.”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

“헉! 다, 다들 피해요! 피해피해! 으아아아!!”



인수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우당탕쿵쾅 하며 난장판이 되어가는 카페.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다.


아, 우리의 훼방꾼. 이때마저 훼방을 놓는 것인가. 경이롭구나 경이로워. 이제 철수는 허은의 대답은 듣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가 결국 반복되는 자극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느와르의 뜻대로 움직이고 말겠지.



“난 탑이 이대로 계속되었으면 좋겠어. 느와르의 뜻대로 되는 것도 싫고. 이곳에서, 정말 멋진 추억과 친구들을 만들었는걸.”

“알았어.”



···아니네? 그렇다면 이제 맨정신의 철수가 탑의 혼란을 멈추는 위대한 여정이!


쾅!!



“으아아아! 모, 몬스터들이!”

“뭐야! 저, 저것들이 왜 1층에 있어!”

“여기 1층이잖아! 왜, 왜 20층에 나오는 놈들이!”

“철수야아아아!! 우리 조졌어!!!!”

“···허허, 참···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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