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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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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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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780

작성
24.07.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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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9화

DUMMY

“덤벼.”



피식 웃으며 인수에게 손짓하는 철수.


뭔가 ‘얘들아! 친구들끼리 싸우면 안 돼!’ 라는 말이 나와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지만 딱히 말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인수는 철수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수 없을 테고, 철수가 인수를 죽이려고 들지는 않을 테니까.


인수도 물론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감이 뿜뿜 넘쳐흐르는 상태라 시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인 것이지 정말 ‘나! 철수 이길 수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인수는 지금 철수와의 일전을 앞으로 있을 느와르 따위의 강자들과의 싸움의 예습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이렇게나 강해진 자신이지만, 허금에게는 한 번에 쓰러지고 만다. 나는 지금 얼마나 강한 걸까? 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기도 했고,



“이 주사기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알아야겠어!”

“주사기? 검 이름이야?”

“그래!”

“별론데.”

“엣.”

“강하다고 느껴지지 않잖아. 흠, 좀 더, 강한 느낌이거나, 특별한 느낌이면 좋을 것 같아. 게다가 형. 그 검은 검‘에’ 주입하는 물건이지 검‘이’ 주입하는 역할을 하진 않잖아. 그 검은 일종의 병이라고, 물병.”

“그럼 빈소드라고 할까?”

“그건 또 뭐야?”

“빈이 네가 만든 검이잖아.”

“아 진짜.”

“아 뭐~! 맞잖아! 아님 네가 이름 지어주던가!”

“그것도 맞는 말 같네. 흐음. 일단 하던 거 마저 하고 하자.”



그것도 맞는 말이라며 검을 고쳐 잡는 인수.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무게까지 검을 무겁게 만든 뒤 깊은숨을 내쉰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시야는 오히려 좁아져 철수에게 집중된다. 철수와 싸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버티기 힘들 정도로 긴장되었다.


다시 한번 숨을 길게 내쉬며 검을 괜히 한 번 더 고쳐잡고.


팡!


발아래에 폭발을 일으켜 순간적으로 이동. 분명 어마어마한 속도일 텐데, 이상할 정도로 느리게 느껴지고, 이상할 정도로 철수와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움직임이 너무 직선이야. 형과 비슷한 상대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상대라면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되지.”

“!!”



온몸을 비틀어 회전력을 더해 휘두른 대검을 철수가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낸다. 조금도 통하지 않는다.


왜일까? 돌진하는 방식이 틀렸던 걸까? 아니, 지금은 이런 것을 생각할 순간이 아닐 것이다.


파킹!!


철수에게 붙잡혀 있던 대검을 그대로 비트는 것으로 대검을 박살 낸다.


펑!!


대검이 부서짐과 동시에 안에 쌓여 있던 피가 터져 나오며 그것을 추진력 삼아 몇 번이나 철수에게 휘두른다.



“빠른 공격은 좋지만, 그 속도를 본인이 다 이겨내지 못하고 있잖아. 역시, 아직 육체가 완성되지 않았어.”



텅!


피가 거의 다 빠져나간 대검의 마지막 일격을 철수는 피하거나 쳐내지도 않고 그냥 맞아준다. 오히려 해보라는 듯 고개를 꺾어 목을 드러낼 정도.



“그 검의 장점은 피를 넣을수록 밀도가 높아져 파괴력도 함께 높아지는 거잖아. 피를 추진체 삼아 속도를 올리는 건 좋았지만, 적당히 하다가 멈췄어야지. 이러면 그냥 플라스틱 통이나 마찬가지잖아.”

“으윽!”

“장비 좋은 거 맞춰왔는데도 이러면 좀 곤란한데.”



퉁!


가볍게 어깨를 툭 튕기는 것으로 대검을 튕겨내고, 곧장 인수가 잘 보이게 주먹을 쥔다. ‘이제부터 너 때릴 거야. 알아서 해?’ 라는 의도가 다분한 참 친절한 공격.


물론 겨우 그 정도의 공격에도 인수의 버니타임이 발동될 정도의 위력이 있었지만, 이런 와중에 인수는.



‘좋은 장비? 좋은 장비! 좋은 생각!’



철수의 주먹은 전혀 보이지도 않는 듯, 좋은 생각이 든 것에 신이 나서 곧바로 시험한다.


지금 그가 팔다리에 찬 장비는 퀘베 드래곤의 비늘과 가죽, 힘줄 따위를 가공하여 만든 것들이다. 사실상 드래곤의 육체의 일부라고 해도 되는 물건들이다.


그렇다면, 그런 장비라면! 그 장비에 피를 주입하면! 대검 주사기처럼 더 좋아지지 않을까?!


토시에 피를 흘려 넣는다. 일반적인 피는 안 될 것이다. 전에 따라 할 기회가 있었던 허은의, 진짜 설인의 피를 따라 해 주입하자.


피를 집어넣는다. 뭔가 부풀어 오를 것 같은 행위인데도 딱히 외형에 변화는 없다. 다만, 그저.


쾅!



“막았다!”

“또. 시간과 시간 사이에 틈을 만들어서 움직인 듯한 이상한 움직이었어. 좋은 능력을 손에 넣었구나, 형. 말 안 해준 건 조금 섭섭해.”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지!”

“난 만능이 아니야. 독심술은 쓰는 법도 모르고. 연습할 방법도 없었거든.”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피해내야 했던 철수의 주먹을 막아냈다. 언제나 툭 하면 부서지기만 하던 그 팔로!


퍽!


이어지는 발차기는 전혀 보지 못해 막아내지 못했지만, 뭐 그건 아쉬운 거지.


꽉!



“크악! 하! 하아아!! 하! 어떠냐! 튕겨 나갔던 대검을 다시 손에 넣었다! 다 내 계획대로라고!”

“그래.”

“야! 좀 어울려 줘라!”

“? 그게 형의 계획이라면 나름 치밀했어. 형은 혈종술로 어느 정도의 회복이 가능하니까 대미지를 감수하는 건 괜찮은 판단이지만, 만약 내가 형을 쳐내려는 게 아니라 죽이려고 했다면 방금 그걸로 상반신 터져서 죽었어.”

“아니, 그, 그건 네 기준이잖아.”

“나한테 싸움 걸었잖아. 그럼 내 기준으로 말해야지 누구 기준으로 말해줘?”

“음······맞는 말이야.”



눈앞에 철수를 두고 다른 상대를 염두에 둔다. 철수 입장에서는 가당치 않은 소리였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게 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더욱, 더더욱,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았다.


터져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터져라. 그런 생각으로 대검, 토시와 각반에 피를 집어넣는다.


토시는 힘을 더 강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더 강한 힘은 더 무거운 대검을 휘두를 수 있게 해주겠지.


각반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피를 넣으면 더 무거워지지 않겠느냐고? 그렇지만 무거운 다리는 인수가 바라던 다리가 아닌데?


가볍지만 강한 다리를 만들려면, 압축이다. 압축. 이때까지 인수가 하고 싶어도 절대 할 수 없었던 압축을 해야 한다! 양이 아닌 질! 퀄리티를 높여라!



“간다!!”



할 수 없던 일. 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 이라는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게 최고다! 라는 생각만이 머리에 남아 있고, 인수는 실제로 해내고 있었다.


피가 과도하게 주입된 토시와 각반에서 차가운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과도하게 무거워진 대검은 마치 이쑤시개라도 되는 듯 가볍게 다룬다.



“진짜 정신 나간 재능이야.”



이미 레벨은 훨씬 뛰어넘은 힘 ‘이거 좀 아니지 않나? 밸런스 패치 좀;;’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기괴할 정도로 유용한 재능.


앞에서 바라보던 철수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정말 한참을 잠들어 있던 호승심을 불태우게 할 정도의 잠재성.



“초승달 하루. 장막!”

“······아, 그런 것도 있었지.”



텅!


순식간에 주변을 어둡게 만들어버릴 정도의 어둠을 흩뿌린 뒤 곧바로 그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철수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몇 번이나 검을 휘둘러도 그 검이 철수에게 제대로 닿는 일은 없었지만, 점점 날카롭고, 점점 묵직하고,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게다가 철수가 반격을 하려 들면 바로 어둠에 녹아들어 공격을 피해내니, 언제나 상대가 나빴을 뿐, 인수는 분명히 상대하기 번거롭고 이기기도 어려운 존재였다.



“어둠을 만들고, 어둠에 숨을 수 있다면 평소에도 잘 사용해. 그리고 굳이 형이 만든 어둠이 아니어도 숨을 수 있는 거라면, 주변 사물의 그림자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 그거, 작은 그림자에도 숨을 수 있는 거야?”

“가능! 은! 한데! 한계가 있어!”

“아쉬워라. 그래서? 다음은?”



물론, 인수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철수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다음. 다음 수를 보여라. 설마 이것이 끝은 아닐 것이다. 다음, 다음이다. 더 위로, 더더 위로. 계단을 올라라, 그래서 저 계단 위의 경치를 목도하라.



“그래, 그래!! 지금이라면! 초승달 사흘! 필사!”

“흠.”



꽉!


인수가 뭔가 하려는 순간, 너무나도 대놓고 드러나는 빈틈을 비집고 팔을 뻗은 철수가 인수의 목을 붙잡고 번쩍 들어 올린다.


순간적으로 찾아온 공포에 의한 사고의 정지, 꿈이 멈추는 바로 그 순간, 인수가 만들어온 것들이 모두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피를 너무 많이 주입한 토시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인수의 두 팔을 부수었고, 마찬가지로 피를 너무 많이 주입한 각반은 지독하게 무거워 무릎을 탈골 시켜버린다.



“너무 임기응변이야.”

“!!!!”

“표현이 부족했나? 심각할 정도로, 위험할 정도로, 무서울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임기응변이야. 모든 게 즉석이라서 고정이 안 되어 있어. 하늘에 떠 있는 수증기를 무기로 쓰는 것 같은 위험성이야. 형의 강함은 분명 자유로움이지만, 어느 정도의 고정은 필요하겠어.”



풍덩!


어느 사이엔가, 인수의 아래에는 작은 생명수로 가득 찬 작은 풀장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빠른 속도로 회복은 되지만, 고통은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신 못 차리는 인수에게 두 설이가 나란히 달려와 쓰러져 있던 그를 일으켜 세운다. 인수를 너무 크게 다치게 했다며, 철수를 나무라지는 못했다.



“형이 피의 광전사, 그 재능을 처음 얻었을 때는 어떻게든 냉정함을 유지하려 했는데, 이젠 그게 안 되는 느낌이네.”

“하아······! 하아······!”

“일찍 죽기 싫으면 기술을 다듬어. 기초공사가 튼튼한 집이 더 오래가는 법이야.”

“······그거, 꼭, 이렇게······아프게, 알려줬어야 했니?”

“응.”

“······그렇구나······.”

“그리고 형. 이배수의 힘을 빌리는 그건 왜 안 썼어?”

“······아.”

“드래곤이랑 싸울 때도 안 썼지? 그거면 드래곤도 한 방이었을 텐데.”

“······.”

“내가, 기술을 다듬으라고 하는 이유. 알겠어?”

“······응.”



짧은 싸움이었고, 인수는 분명히 전에 볼 수 없었던 강함을 보여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실속은 없었다.


폭혈을 미리 준비해두었다면 한 번의 큰 공격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배수의 힘을 빌려왔다면 순간적인 파워로 저 철수마저도 제대로 방어를 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토끼들을 꺼내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로, 아까운 선택이었다. 충분히 더 괜찮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좁아진 시야로는 그럴 수 없었다.



“······네 말대로, 다시 냉정함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아니. 누가 냉정해지라고 했어? 그게 아니라, 기술을 다듬으라고.”

“아······.”

“미친놈 마냥 날뛰어. 대신, 더 노련하고, 섬세하게 날뛰어. 거 뭐냐, 전투의 천재가 된 것처럼.”

“······전투의 천재. 전투의 천재. 전투의, 천재······아.”

“왜.”

“철수야. 탑, 올라가자.”

“왜?”



대답하면서도 이미 철수는 웃고 있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마음껏 날뛰어봐라.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미소는 분명 그런 뜻이었고, 오늘의 싸움이 충분히 합격점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 인수의 머리에 떠오르는 계획은 분명, 제정신은 아닐 테니 충분히 철수도 만족할 이야기가 될 것이다.



“어차피 우리 느와르 때문에 시간 없잖아. 빠르게 강해질 방법을 찾자고. 미리 말하는데! 계단을 점프하는 게 아니야! 이게 내가 한 계단 올라가는 방법이라 이거야!”

“아직 제대로 된 계획을 안 들어서 뭐라 할 말이 없는데.”

“올라가자, 30층!”



레벨 10. 추천 레벨링 층은 7~9층 사이. 추천 파티 인원은 4~6명 내외.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솔로잉은 지양하자.



“그래. 가자.”

“야호!”



30층. 진입 가능 레벨 최소 35. 기이하게도 더 높은 다른 층에 비해서 압도적인 위험도의 층. 가장 좁은 층. 단 하나의 적. 추천 파티 인원 30명. 파티 평균 레벨 32 권장.


권장 공략. 가능한 전투를 피할 것. 지금껏 단 한 번의 토벌도 기록되지 않은 적이 상시 대기 중. 위의 권장 사항은, 죽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니 착각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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