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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꾸는 꿈

신화의 땅-한마루편.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고명윤
작품등록일 :
2012.11.21 09:27
최근연재일 :
2013.10.11 13:39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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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76
추천수 :
16,711
글자수 :
989,237

작성
13.07.29 12:10
조회
4,707
추천
80
글자
11쪽

화해의 요령 제팔장 진정한 용기~2.

DUMMY

양진과 윤원 등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처한 상황이 참담하여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어하라는 그런 사람들 앞에서 협박과 회유를 일삼으며 협상을 시도했다. 협상이라기보다는 어하라가 계획에 동참하라는 협박에 가까웠다.

양씨와 윤씨는 물론 혈우회와 말갈, 등 중소가문의 지휘를 받아야하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발을 뺄 명분이 없었다. 벌써 몇 번의 도움을 받았고, 목숨까지 빚진 상황이니 하라면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물론 어하라가 내놓은 조건이 나쁘지는 않았다. 마중의 등과 상의하여 양씨와 윤씨의 선조들이 남긴 유산을 분배하는 일과 고씨와의 협력, 영고탑 당골과의 연계 등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한마루의 관심사는 어하라와 달랐다. 그는 양씨와 윤씨가 어떤 결정을 하던 관심 없었다. 대신 현무문의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이청도 있었다.

“부끄럽네. 그리고 고맙네.”

이청은 고밀사의 매복에 걸려 동료들을 잃고 붙잡힌 사정을 들려주며 이번에 새로 붙잡힌 현무문 제자들을 소개시켜주었다. 한마루는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물었다.

“진대극선비님께서 봉변을 당하셨다던데, 괜찮으십니까?”

이청이 소개한 최신(崔信)이란 삼십 중반의 사내가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홍문의 초무열이 앞장서고, 소림사 견자배 승려들이 뒤를 받쳐준 전력은 정말 대단하구려. 우리 제자들은 미처 손을 써볼 겨를도 없이 붙잡혔고, 어르신께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요. 연오랑, 연형제가 달려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르신마저도 붙잡히고 말았을 것이오. 포위를 뚫고 도주하는 것은 보았지만, 초무열의 악착같은 추적을 무사히 벗어나셨는지…….”

진대극까지 붙잡혔다면 현무문은 실로 커다란 타격을 받았으리라. 최신이 갑자기 부드득, 이를 갈았다.

“어떤 놈들이 앞잡이가 되어 우릴 팔았던 것이 분명하오! 개 같은 놈들, 내가 직접 확인하고 말겠다.”

한마루가 물었다.

“팔다니? 또 누가 앞잡이가 되었단 말입니까?”

최신이 고개를 내두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확실한 것이 아니기에 미리 말할 수 없소. 하지만 확인하지 못하면 분명 또 당하고 말거요. 서둘러야합니다.”

고밀사의 후원을 받는 초무열과 소림사 승려들만도 벅찬 지경인데, 배신자까지 끼었다면 연오랑과 진대극은 위험을 벗어나기 어렵다. 속이 탄 한마루는 당장에 최신을 앞세워 연오랑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어하라가 말렸다.

“우리가 직접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네.”

검가가 그렇고, 현무문이 그랬다. 중소가문에 속한 어하라는 오부 등의 대가문들을 직접 상대하기 벅찬 입장이다. 더욱이 현무문은 그 입장이 독특하다.

현무문은 개인의 조직이 아니다. 국가공인의 공공조직인 것이다. 진대극이 비록 우두머리로 있지만, 현무문의 조직을 재량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상당부분 비밀리에 감춰져 있다. 진대극은 겉으로 드러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며, 연오랑을 도와 제가회의를 주창하는 것도 사견에 속한다. 많은 제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조직 모두를 장악하진 못했다.

연오랑과 진대극이 손에 쥔 명분은 흩어진 제가의 규합이다. 그런 크고 뚜렷한 명분이 있기에 고구려인이라면 드러내놓고 적의를 드러내지 못한다. 연가를 향한 원한을 빌미로 연오랑을 쫓고 있을 뿐이다.

혈우회와 말갈은 일단 제가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 제가회의는 오부의 독점권에 속하는 것이다.

어하라는 물론 그들만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고구려의 오부는 이미 모래알처럼 흩어졌고, 서로를 원수 보듯 미워하고 질투한다. 뭉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제가회의가 지닌 상징성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의 커다란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제가회의의 역할은 지대하다. 왕이나 특정인의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지극히 독특한 기구이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비상시기다. 제가를 말살하고 권력을 독점했던 연개소문의 폐해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만의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고 질투한다면 제가회의는 영영 개최되지 못한다.

지금은 무조건적으로 연오랑의 의지를 지지해야할 때임을 어하라는 잘 알고 있었다. 선후를 정하는 것은 물론 그 후가 될 것이다. 앞줄에 설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도 있다.

“연오랑을 추격하는 초무열을 지원하는 고밀사를 쳐야하네. 지원을 먼저 끊어놓아야 마음대로 날뛰지 못해.”

한마루가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앞잡이가 숨어있다지 않습니까! 그놈이 다시 수작을 부린다면…….”

“연오랑과 진선비님은 만만한 사람이 아닐세.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거야. 우리가 고밀사를 쳐서 시간을 벌어준다면 누가 앞잡이가 되었는지, 능히 가려낼 수 있으리라 여기네.”

“그럼 빨리 고밀사를 치러 가요.”

어하라가 고개를 저으며 최신과 이청을 바라보았다.

“걱정되실 테니 앞서 가시지요. 연락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고맙소, 동지들.”

최신과 이청이 동료들과 함께 바삐 가버렸다.

어하라가 양진과 윤원을 바라보았다.

“두 분이 앞서주신다면 우리는 힘껏 따르겠습니다.”

말이 좋아 양보지, 앞세워 부려먹으려는 짓임을 양진과 윤원이 모를 리 없다.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는 물론 강상화가 내놓았다.

“모두 평양에 몰려있기에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일행 전체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들이쳐 깨부순 후에는 적은 인원으로 흩어져 접선장소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어하라는 즉시 작전을 지시하고 인원을 편성했다.


제가회의를 박멸하기 위해 출동한 고밀사 오품관원은 총 다섯이다. 그중 둘이 한마루일행에 의해 살해되었고, 한 명은 현무문 제자들에게 죽었다. 나머지 둘은 평양에 들어와 있다.

모든 관공서와 당에 투항한 자들이 그들의 지휘를 받고 있으며, 홍문과 소림사 같은 강호의 대소문파들도 협조하고 있다. 하물며 군대마저도 동원되는 판이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치안대원들이 순찰을 강화하였다. 의심스런 자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잡아 세워 검문하였고, 조금이라도 불복하면 몽둥이찜질이 가해졌다. 심지어는 골목마다 집뒤짐을 하여 수상한 자를 색출했다. 살벌한 분위기를 느낀 여염집은 아예 문을 닫아걸고 외출을 삼갔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어하라가 노린 곳은 관청이었다. 관청을 파괴하면 문서전달이 어려워지고, 명령이 전달되지 못하면 고밀사의 기동력이 줄어든다.

양진과 윤원은 그동안 당한 분풀이를 마음껏 해댔다. 한마루일행으로 분장하여 벌이는 일인 만큼 알아보는 자가 없도록 얼굴만 가리면 충분했다. 식솔들을 거느린 그들은 각기 맡은 곳을 마음껏 때려 부수고 불태웠다. 성내 곳곳에서 불길이 오르고, 비명이 솟구쳤다. 하루 종일 계속된 분탕질이 도를 지나치자 평양성 외곽에 주둔한 군대가 성안으로 진입하여 치안을 대신 맡았다.

한바탕 분탕질을 일삼고 안가로 돌아온 한마루는 찌푸린 표정의 어하라를 보고 물었다.

“잘 안됐나요?”

어하라가 고개를 저었다.

“해씨는 결국 만나지 못했네. 진대극선비님을 만나 회합을 주선했지만, 해씨는 결국 나오지 않았네.”

거듭 실패하고 좌절한 해씨는 결국 사람들 앞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불행한 일이지만, 고구려 최고의 가문이었던 해씨는 그렇게 뒤안길로 스러지고 마는 것이다.

“해가 솟고 지는 것이야 하늘이 정한 이치인데, 해씨의 운명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설마 그들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는 건 아니겠지요?”

어하라가 한숨을 쉬었다.

“내일 회합에 연오랑은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네.”

“연오랑이 빠져요? 제가회의 때문에 이루어지는 회합인데, 주최자인 그가 빠지면 어쩝니까? 무슨 급한 일이 있답니까?”

어하라가 고개를 저었다.

“고밀사와 초무열이 눈을 벌겋게 뜨고 감시하는 와중에 회합을 치른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일세. 그들 눈을 돌리기 위해 연오랑이 선택을 한 것이지.”

한마루는 가슴이 뜨끔하여 재빨리 물었다.

“설마, 설마 그가 미끼를 자처했단 말입니까?”

“미끼 정도가 아니네.”

“그럼 대체 뭡니까! 빨리 좀 말해주세요.”

“그가 연가에 원한을 지닌 자들에게 공포했네. 원수를 갚고 싶다면 금수산을 오르라고.”

모든 책임은 나, 연오랑이 진다. 누구도 대신 나서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막지 않을 것이다. 원한을 갚고자 하는 자, 금수산을 오르라!

그것이 연오랑이 세상을 향해 공포한 내용이었다. 그 많은 원수들을 홀로 감당하겠다는 말이다.

“미친 짓이다!”

차라리 원수들의 칼에 찔려 죽어버린다면 깨끗하리라. 하지만 원수들은 그토록 통쾌한 죽음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멸시와 조롱을 던질 것이며, 온갖 악의에 찬 모욕을 가할 것이다.

그것을 어찌 견딘단 말인가. 수만 번 칼에 찔리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울고 싶었다.

연오랑의 결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부담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 죄책감일까, 용기일까?

한마루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대로 둘 수 없어요!”

연오랑이 죽게 둘 수 없다. 그가 무슨 생각을 지녔든, 한마루는 그가 죽도록 놔둘 수가 없었다.

어하라가 고개를 저었다.

“원한을 지닌 자가 아니면 누구도 나서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네. 그가 결정한 일이야.”

한마루가 고개를 내둘렀다.

“그는 그의 결정을 했습니다. 나는 나의 결정을 할 것입니다! 천놈이 와도 좋고, 만놈이 와도 좋습니다. 누가 와도 상관없지만, 그를 해치려는 자가 있다면 내가 먼저 그자를 때려눕히고 말겠습니다. 나는 금수산으로 가겠습니다.”

“우린 우리 할 일이 따로 있네.”

“아니오. 그건 어하라의 일입니다. 어하라는 어하라의 일을 하세요. 저는 저의 일을 하겠어요. 그를 지키는 것, 그 일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상황을 직시하게. 고집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잖은가! 자네에게 무슨 힘이 있어 그를 돕겠는가?”

“그는 무슨 힘이 있어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려는 것입니까? 내 힘이 아무리 미약한들, 그를 도울 수 있다면 망설일 것이 무엇입니까? 한 번만이라도, 나도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

어하라는 고개를 내두르며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산지니가 옆에 서주었다.

“내가 오빠 옆에 있어줄게.”

검오가 어하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여러 가문의 회합은 어하라의 몫인 것 같습니다. 우린 금수산으로 가겠습니다.”

어하라는 탄식을 토했을 뿐, 말리지 못했다. 그날 새벽 한마루와 검오, 산지니는 조용히 금수산으로 향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입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작가의말

후텁지근한 날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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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4. +3 13.07.09 4,371 68 13쪽
146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3. +6 13.07.07 3,825 67 11쪽
145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2. +6 13.07.05 4,110 63 10쪽
144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1. +9 13.07.03 4,397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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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3. +6 13.06.29 4,481 72 12쪽
141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2. +5 13.06.27 3,691 6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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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화해의 요령 제이장 다루치와 대면하다~2. +5 13.06.11 5,348 66 11쪽
132 화해의 요령 제이장 다루치와 대면하다~1. +8 13.06.09 4,220 65 11쪽
131 화해의 요령 - 제일장 진실은 때로 아프다~4 +6 13.06.07 4,835 6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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