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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꾸는 꿈

신화의 땅-한마루편.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고명윤
작품등록일 :
2012.11.21 09:27
최근연재일 :
2013.10.11 13:39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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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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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11
글자수 :
989,237

작성
13.06.19 12:10
조회
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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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11쪽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2.

DUMMY

“내가 그래도 아무나는 아닌 모양입니다, 헤헤.”

검오의 말대로라면 당장 방울을 사용하는 것은 역시 무리다. 시끄럽고 신경질적인 소리를 울리는 것도 교감이 아닌 반발일 수도 있다. 정말 흉물로 변해 사람을 해친다면 어하라와 불열 당골의 염원을 망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에효, 그럼 당분간 조용히 지내라. 친해질 기회가 오겠지.”

방울 흔드는 것을 그만 둔 한마루는 거리를 둔 채 경계하고 있는 초로인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잔뜩 긴장하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는 것은 역시 한마루의 손목에 걸린 은방울 때문이었다. 방울에 간직된 영험은커녕 괴상하게 울리는 소리에도 기가 질리는 판이다. 초로인은 찡그린 인상을 펴지 못하고 초무열을 힐끗거렸다.

초무열과 다루치는 똑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의지와 기세를 다하여 서로를 탐색하고 있을 뿐, 치고 들어갈 조그만 틈도 찾지 못했다.

초로인은 한숨을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당장 한마루를 잡아 물건을 차지할 수 없다면 더 있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 고밀사와의 약속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일단 살아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눈치를 보던 초로인은 결국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막는 사람은 없었다. 초무열은 다루치와 대치중이고, 한마루 혼자서는 초로인을 막기 힘들다.

한마루가 검오 옆으로 붙어서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린 서둘러 도망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운몽이 나섰지만, 고밀사는 보이지도 않잖아요?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슬그머니 도망친 초로인도 안심할 수 없고요.”

검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다루치를 살폈다.

“암중에 숨어 주변을 관찰한 사람이고, 초무열의 출현을 짐작하고 있었다면 그에 대한 대비도 하고 나타났을 걸세. 하지만 그만 믿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술법사를 다시 만난다면 견뎌낼 수 있겠나?”

복면사내와 운몽이 멍청이가 아니라면 물건이 가짜라는 사실을 이내 알아차릴 것이고,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들이 돌아오면 술법사들도 함께 온다. 술법을 버텨내지 못한다면 결국 처음 상황으로 돌아갈 판이다. 한마루가 계면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당하지 않도록 주의할 게요.”

얕잡아보지 않고 단단히 준비한다면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오와 합세한다면 초로인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검오가 겨우 정신을 차리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술법에 대한 준비가 없는 만큼, 일단 상대를 만나면 선공을 가하도록 하자. 술법을 펼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양사월이 고개를 내두르며 말했다.

“술법이란 것이 정말 무섭네요.”

귀신 무서운 줄은 잘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부리는 술법이 이 정도로 위력적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물론 같은 생각이었다. 모두들 혀를 내두르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산지니가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다.

“그 좋은 말주변은 어디다두고 괜한 고생이야? 호중 같은 고수도 보내버린 말주변이면 운몽이 상대가 될까?”

한마루가 고개를 내둘렀다.

“호중 같은 사람이니까 말빨이 먹힌 거지, 여우같은 운몽에게 그런 공갈이 통하겠니? 말도 사람 가려가면서 내뱉는 법이다.”

“쳇, 잘난 척은 여전하네.”

검오는 즉시 일행을 두 편으로 나누고, 활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언제든 쐐기형돌격진으로 치고나갈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한마루가 말했다.

“초로인이 그때 불열의 설원에서 만난 복면인중 한 명이 분명하다면 그 역시 지극히 경계해야할 자입니다. 다른 네 사람이 저자 때문에 피해를 당할 수도 있어요.”

검오가 인상을 찡그렸다.

설원에서 만났던 다섯 복면인들은 아버지 검뫼와 연계를 취하였고, 함께 앞날을 도모하자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한 명이 일행을 배신하고 고밀사에 붙었다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자칫 아버지 검뫼의 행적까지 노출되어 불리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한마루가 마구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먼저 도망친 복면인은 흥, 아마도 이여송일 겁니다. 그자 스승이 바로 나단입니다. 어쩌면 나단까지 끼어들었는지 모르겠네요.”

나단마저 끼어든다면 일은 지극히 복잡해진다. 당장 고불간이 달려올 것이며, 검뫼와 진대극까지 얽힌다면 해묵은 원한에 새로운 불길이 솟구칠지도 모른다.

검오의 표정도 잔뜩 일그러졌다.

“갈수록 복잡하고 격렬해지겠지. 확실히 처리하지 못하면 뒤탈이 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 문제는, 우리의 전력이 너무 약하다는 걸세. 이런 식이라면 평양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변을 당할지 모르겠어.”

검단 등이 시시때때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들은 어차피 먼데 있는 물이다. 당장 불이 난다면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하라와 강상화가 정말로 아쉬운 상황이다.

한마루는 손목에 감긴 은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깊이 감추어 둔 구리거울을 생각했다.

“우리가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겠죠?”

검오는 갑작스런 한마루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한마루가 말을 이었다.

“지긋지긋한 도망 길에서 고통도 많이 당했지만, 우리는 어찌 되었든 여기까지 왔고, 가야할 길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게 바로 우리의 길이 아닐까요? 가다가 쓰러질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또 누군가 나타나 우리 대신 그 길을 갈 테고요.”

“…….”

“처음에는, 예. 정말이지 처음에는, 구리거울을 맡긴 해공 노인장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목숨을 살려준 대가를 충분히 치르고도 남았다고 여기며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앞섰죠. 그렇게 원망하고 후회하면서도 끝내 여기까지 왔습니다. 구리거울이 내 품에 있는 한, 계속 갈 수밖에 없을 테고요. 그러니 가시죠. 진정 때가 되었다면, 구리거울이 무엇인가를 선택했다면,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면 되겠죠. 연오랑은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손에 묻는 피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그런 믿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가서 확인할 수 있다면, 가보고 싶습니다.”

검오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 가야하고말고. 나의 소망 역시 그것일세.”

다시 한 번 서로의 소망을 확인한 한마루와 검오는 손을 맞잡고 의지를 다졌다. 일행도 두 사람의 의지에 동요되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쩌엉.

그때 격렬한 기의 파동이 몰아쳤다. 대치하고 있던 초무열과 다루치가 결국 부딪친 것이다.

초무열을 겨누고 있던 붉은 거검은 산산이 부서지고, 초무열은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그는 이내 몸을 일으켜 건물 뒤로 사라졌다.

“다루치,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 경고를 남기는 것을 보면 부상을 당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후.

다루치가 길게 한숨을 토했다.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홍문, 역시 만만치 않구나.”

숨을 조절하여 기혈을 다스린 다루치가 물끄러미 한마루를 바라보았다. 깊게 가라앉은 눈에서 기광이 번뜩거렸다. 그가 문득 입을 열었다.

“책임질 수 있느냐?”

한마루는 기광이 번뜩거리는 다루치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똑바로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대 손에 쥐어지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

“자신할 수 없기에 참고 있다. 책임질 수 있느냐?”

“내 품에 있는 물건입니다. 놓일 곳이 정해지기까지는, 내가 책임집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친구와 동포를 팔 수 있는 자들이 많다. 초무열 같은 자도 얼마든지 있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

“내가 왜 그들을 감당해야 합니까? 초무열 같은 자들을 감당해야할 사람은 바로 그대겠죠.”

“내가 너를 위해 힘써줄 것 같으냐?”

“목적을 위해 친구와 동포를 팔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목적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죠. 나를 앞세우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생각해내지 못했지만, 그대 역시 원하는 것이 있기에 이 자리에 선 것은 분명합니다. 누구 하나, 목적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다루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목적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모두 바라는 것이 있지. 네가 지닌 그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결정지어질 것이다.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면 이 말을 잊지 말아라.”

중얼중얼.

이상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혼을 자극하는 말투였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니, 들어본 기억은 있었다. 흑산의 당골과 불열의 당골이 중얼거리던 이상한 말들. 일상에서 쓰이는 말이 아닌, 신과의 교통을 위해 고안된 특별한 말이 분명했다. 그 이상한 말이 골에 각인되듯 분명하게 박혀들었다. 마치 수십 번 반복해서 들은 것처럼 또렷하게 기억되었다.

중얼중얼.

속으로 몇 번 따라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손목에 감긴 은방울이 진동하며 기이한 열기가 뿜어내기 시작했다. 품 깊이 감춰둔 구리거울마저도 미약하게 진동하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란 한마루가 중얼거림을 멈추고 다루치를 바라보았다.

“이건, 하늘의 말입니까?”

“그런 줄 알면 함부로 사용치 말라.”

다루치는 한 마디를 남기고 가버렸다.

다루치가 사라지고 없어도 한마루는 움직이지 않고 인상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

“안 갈 거야?”

산지니가 다가와 물었을 때에야 인상을 펴고 검오를 돌아보았다.

“다루치가 때맞춰 나타나 우릴 도와주고, 이상한 말도 가르쳐주었지만,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릴 계속 이용할 모양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무열이 노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해석도 달라질 수 있겠지. 우릴 노렸던 거라면 좋게 해석할 수 있지만, 다루치를 노렸던 거라면 두 사람 모두 우릴 이용한 것이 되네. 경계해야할 자가 초무열만이 아니라는 뜻이야.”

“구리거울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자입니다. 그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달리 무슨 목적이 더 있을까요?”

검오가 인상을 찡그렸다.

“신물을 통해 당골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정치적 목적이 남을 뿐인데…….”

“정치적 목적이라면, 어하라와 비슷한 경향을 지닌 자란 말입니까?”

“달리 생각나는 것은 없네.”

“당골이 정치를 원한다. 흐음.”

신과의 교통을 추구하는 당골이라 해서 정치적 야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어하라는 당골을 포기하면서까지 정치적 포부를 펼쳐보길 원했다. 아니 어쩌면, 어하라와 다루치 뿐만이 아니라 모든 당골들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무리를 이끌고 지도하는 위치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오가 말했다.

“알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심력을 소모하는 것도 좋지 않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곧 밝혀지겠지. 일단 이곳을 벗어나세.”

일행은 곧 그곳을 떠나 다음 안가로 이동했다. 도중에 이청의 일을 알아보라고 보냈던 오상명과 현무문 제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입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작가의말

어제는 비가 오시더니, 오늘은 무더위가 시작되려하네요. 더위 조심하시고, 늘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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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3. +7 13.06.21 3,801 65 11쪽
»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2. +6 13.06.19 4,185 6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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