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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꾸는 꿈

신화의 땅-한마루편.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고명윤
작품등록일 :
2012.11.21 09:27
최근연재일 :
2013.10.11 13:39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11,277
추천수 :
16,711
글자수 :
989,237

작성
13.06.27 12:10
조회
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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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11쪽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2.

DUMMY

모두들 검오를 바라보았다. 인상만 찡그리고 있던 검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불안하겠지.”

“불안이오? 고씨가요?”

검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연가의 득세이후, 고씨는 권력을 잃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네. 연개소문의 사후, 연가삼형제의 실책으로 인해 나라를 잃었지만, 고씨는 오히려 좋아했을지도 모르네. 다시 권력을 움켜쥘 수 있는 기회로 보았겠지. 흩어졌던 고씨들은 그렇게 평양으로 모이기 시작했네. 하지만 연가가 아니라도 평양에는 이미 다른 자들이 많았어.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추가 해씨일세. 해씨 역시 세세대대로 고씨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기를 원했지. 근본을 따져본다면, 고구려는 본래 해씨의 것이었네. 고씨가 들어와 해씨를 물리치고 대신 차지한 것이지.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한 것은 고씨나 해씨나 마찬가지였어. 한 자리에 모였으니 충돌은 불가피한 일. 그들 두 집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를 견제하며 권력을 독점할 기회만 보고 있었네. 쫓겨났던 고씨보다는 해씨가 유리한 면이 많았지. 그래서 또 다른 세력을 경계하는 것일세.”

두 집안의 형세가 그렇다면, 연오랑이 협상을 시도할 대상은 해씨이기 쉽다. 그리고 고씨는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서로 합심해도 떼놈들을 몰아내기 어려운 판에 흘러간 영화에 매달려 서로 치고받는 꼴이라니! 고구려가 망한 이유를 알겠네요.”

검오는 당장 한마루의 비웃음을 반박하려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유가 그것 뿐만은 아니지만, 당장 반박하는 것도 구차한 일 같아서였다.

산지니가 말했다.

“우리가 혹시라도 해씨를 도울까봐 미리 협박하는 것이군요?”

검오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해씨를 돕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연오랑과 우리검가 등이 제삼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을 경계하는 것이고, 피를 흘려서라도 그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마루가 혀를 내둘렀다.

“세력 간의 갈등과 반목이 그렇게나 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런 갈등과 반목을 풀어내어 제가를 규합하려는 연오랑의 부담이 얼마나 크고 힘겨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상대가 하찮게 본다고 당장 울분을 참지 못하는 자신에 비해, 연오랑의 의지와 아량은 얼마나 단단하고 넓은가. 그에 비한다면 자신이 얼마나 옹졸한지, 낯이 뜨뜻해질 지경이다.

“고씨가 그처럼 옹졸하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평양으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직접 겪어보기로 하죠.”

한마루는 씩씩하게 앞장섰지만, 검오는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찡그린 인상을 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검오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형님과 연락되지 않은 지가 벌써 사흘째네. 나는 줄곧 다루치를 의심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

“형님 일행이 고씨와 부딪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까? 협박으로는 통하지 않았을 텐데요?”

한마루 일행을 돕는 것이 검달의 일이지만, 그보다 중요시하는 일이 바로 검뫼가 움직이는 동선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피는 것이다. 검뫼와 연관된 일로 고씨와 부딪쳤다면 상황이 더욱 복잡했을 것은 분명하다.

으스스.

갑자기 한기가 몰려들었다.

사방팔방에서 압박이 가해지며 어떤 한 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들게 되면 폭발적인 힘으로 격돌할 것 역시 자명한 일이다. 등줄기가 서늘할 정도로 긴장감이 몰려오고, 달아오른 열기가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어차피 선후를 정하는 일입니다. 그 와중에 피를 흘려야한다면, 흘려야지요.”

“자칫 우리와, 우리 동지들이 피를 흘릴 수도 있네.”

“그놈들 치고받고 싸우는데, 우리가 왜 피를 흘립니까?”

“우리는 이미 그들 지반에 진입했고, 그들 일에 얽혀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닐세.”

“그래도 가야죠. 물론 조심할 건 조심하고요.”

일행은 무거운 기분으로 냉정봉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피를 보기 원하는 사람은 인근에 널렸다. 고갯마루에서 기다리는 네 명의 사람들 또한 피 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개아래 이정표에서 만난 자들은 아니었지만, 동료들인 것은 분명했다.

“검오, 역시 좋은 말로는 통하지 않는구나.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당장 발길을 돌려라.”

이미 뽑아든 고리칼은 언제라도 피를 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검오가 쓴웃음을 지으며 나서려하자 한마루가 말렸다.

“우리를 그냥 둘 생각이 없었던 자들입니다. 말이 통할 리 없어요.”

검오도 물론 알고 있다. 다만 서로 원수진 일도 없이 피를 봐야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민망할 뿐이다.

한마루는 힐끗 일행을 돌아보며 경계신호를 보내며 앞으로 나섰다.

“작심하고 기다린 것 같은데, 친절하게 경고까지 힐 필요 있나? 길을 막는다면 뚫고 갈 밖에.”

한마루가 비도를 쥐고 나서려하자 양사월이 먼저 나섰다.

“내가 먼저 해보죠.”

쐐기형돌격진을 이루는 양현중과 오상명이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로 따라붙었다.

한마루는 상대를 자세히 살폈다. 번뜩거리는 눈빛이 매섭고 독해보였다.

“할 수 있겠어요?”

한마루의 걱정에 양사월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한 발 더 나섰다. 앞에 선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았다.

“어린 것이…….”

팍.

굳이 어리다는 핑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양사월은 충분히 건방질 수 있는 사람이다. 고씨 못지않은 명문가의 후손이며, 높은 자리에서 아랫사람을 부려보았다. 상대가 누구든 무시당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양씨 특유의 빠른 발걸음이라면 상대의 야유를 충분히 비웃어줄 수 있다.

“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슴을 향해 들이닥친 주먹을 본 상대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속도에 놀란 것이다. 다급히 가슴을 움츠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얻어맞을 뻔했다.

슥.

상대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양씨의 발걸음만큼 순간적인 폭발력은 없지만, 곧바로 이어진 두 번째 주먹을 피해 물러서는 움직임이 유연하고 날렵했다. 양사월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연속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질 또한 발걸음만큼 빠르고 날카로웠다. 상대는 반격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뒷걸음질로 피하기에 바빴다. 아쉬운 것은 양사월의 길지 못한 숨이었다. 주먹질 열 번을 채우지 못하고 들이쉰 숨을 뱉어내야만 했다.

후.

숨을 내쉬며 멈춘 그 짧은 순간을 상대는 놓치지 않았다. 주먹질이 멈춘 즉시 자세를 바로 잡으며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날카로운 고리칼이 그대로 양사월의 어깨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양사월이 발끝으로 땅을 밀며 물러섰다. 고리칼이 아슬아슬하게 앞가슴을 스쳤다. 상대의 공격이 이어졌다. 찌르고, 베고, 후려치는 위력이 우레가 울듯 강렬하고 번개가 치듯 빨랐다. 자신만만하던 양사월이 놀라 움츠릴 정도로 정교한 격식을 갖춘 도법이며, 엄밀한 수련을 거친 솜씨다. 토끼가 뛰듯 물러서고, 귀신이 조화를 부리듯 걸음을 틀어 몸을 피했다.

상대의 숨은 양사월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열 번 넘게 공격을 하면서도 숨이 차오르지 않았으며, 발걸음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양사월의 상체 요혈을 노리는 칼질에 실린 힘도 줄지 않았다. 몇 번 더 공격당한 양사월은 끝내 궁지로 몰렸다. 반격할 기회는 잡지 못했고, 피하는 발걸음마저 불안해졌다. 양현중이 급히 뛰어들었다.

쨍.

양사월의 가슴을 노리고 찌르던 상대의 고리칼을 쳐낸 양현중이 비틀비틀 밀려났다. 상대의 칼에 실린 힘이 굉장하여 하마터면 손목이 꺾인 채 칼을 놓칠 뻔했다. 오상명이 급히 양현중에게 다가가 만약을 대비했다. 양사월이 눈으로 흘러드는 진땀을 닦으며 쐐기형돌격진을 갖추었다. 혼자서는 확실히 무리다.

상대는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훌쩍 물러서 양사월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이 원수를 만난 듯 날카롭고 독했다.

“설마 양씨더냐?”

한마루와 어울리며 신바람무예를 접하면서 양사월의 무예는 한층 발전했다.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해졌으며, 수벽의 기량도 부척 늘었다. 하지만 바탕은 변하지 않았다. 신바람을 타면서 다소 변하긴 했지만 양씨 특유의 기이한 발걸음은 여전히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는 고수다. 경험도 그만큼 많다. 양씨 특유의 빠른 발걸음을 몰라볼 리 없다. 문제는 양사월을 마치 원수처럼 바라보는 상대의 태도다.

양사월은 물론 상대의 눈빛을 회피하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고, 어떤 원한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이유는 없다.

“나는 양사월이예요. 안시성에서 태어난 것도 분명하고요.”

흥.

상대가 매섭게 코웃음을 날렸다.

“과거 양만춘장군의 기상을 존중하여 그토록 정중하게 당부했거늘, 결국 다른 것을 택했단 말인가? 양진, 그러고도 그대가 한 가문을 대표하는 자라 할 테냐.”

양사월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직접 대놓고 아버지를 욕하자 화가 치민 것이다.

“말조심하세요! 누구인지 밝히지도 못하는 자가 감히 상대를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내가 비록 양씨를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자의 욕을 들은 만큼 어리지도 않아요.”

“책임질 능력이 되지 못하면 나서질 말아야지.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냐! 흥, 섣부른 선택의 대가는 즉시 돌려받는 법. 너의 잘못은 양진을 만나 따지도록 하겠다. 잡아들여!”

이미 작정을 하고 한마루 일행을 되돌려 보내거나 잡아놓기로 마음먹은 자들에게 말이 통할 리 없다. 무슨 이유를 달든 정해진 대로 행동할 것이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남은 두 사람이 썩 나섰다. 양사월 앞에 선 자들의 손에 들린 고리칼이 매섭게 번뜩거렸다.

양사월이 바짝 긴장하여 마른침을 삼켰다. 우두머리 사내와 겨루어본 결과 실력차이는 분명했다. 두 명의 사내가 비록 수하라고는 하지만 우리머리와의 실력차이가 크지 않다면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현중과 오상명의 실력으로는 도움이 되기 어렵다.

한마루 역시 그것을 알아보았다. 즉시 돕고 나서려하자 검오가 먼저 나섰다.

“일단 내가 돕도록 하겠네. 상대하기 힘들거든 일단 몸을 빼도록 하게. 물러서는 것을 보면 해치지는 않을 거야.”

검오가 양사월 앞에 섰다. 양사월이 한 발 물러서자 오상명이 빠져 각궁을 준비했다. 사내들이 코웃음을 쳤다.

“검가의 수벽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마침 잘됐군. 손매가 과하다고 원망이나 말아라.”

두 사내가 즉시 달려들었다. 손에 들린 고리칼이 곧바로 검오와 양사월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사람을 단칼에 조각낼 것처럼 험악한 칼질이었다.

검오는 숨을 깊게 빨아들여 마음을 안정시켰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입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작가의말

덥습니다. 시원한 그늘이 아쉬워요.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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