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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꾸는 꿈

신화의 땅-한마루편.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고명윤
작품등록일 :
2012.11.21 09:27
최근연재일 :
2013.10.11 13:39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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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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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9,237

작성
13.07.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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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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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
11쪽

화해의 요령 제칠장 화해의 요령~1.

DUMMY

七 화해의 요령.


몸매가 다부진 젊은 당골이 찾아왔다.

“영고탑의 당골은 당분간 자중할 것임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더불어 고씨와 해씨, 검가와 연오랑을 포함한 모든 계파와의 협상도 성물을 호송하는 분께 일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디 신중하게 처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젊은 당골은 두툼한 가죽주머니 하나를 놓고 곧 돌아갔다. 한마루일행은 벙찐 표정이 되어 서로만 바라보았다.

산지니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뭘 두고 간 거지?”

모두들 젊은 당골이 두고 간 가죽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안에서 몇 가지 물건이 나왔다. 귀한 종이에 적힌 문서 몇 건과 기이한 푸른빛이 일렁이는 작은 옥패였다.

어하라가 옥패를 가리키며 놀라 소리쳤다.

“영고탑 당골의 호신부야!”

모두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한마루를 바라보았다.

흑산 무량신궁의 좌호법이었던 어하라는 은방울 세 개를 한마루에게 주어 자신과 동등한 신분임을 알렸다. 영고탑 당골의 호신부 역시 어하라의 방울과 같은 물건이다.

영고탑의 큰당골, 다루치의 권위가 한마루에게 전해졌다. 영고탑에 속한 모든 당골과 부속인원은 호신부 아래 꿇어야만 하는 것이다. 근신하겠다는 의미로 호신부를 대신 보낸 것 같았다.

겨우 염력의 고통에서 벗어나 쉬고 있던 한마루가 기가 막혀 실소를 흘렸다.

“뭐든 제멋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로군. 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연이어진 호된 타격을 받고 정신 차릴 겨를도 없는 고씨와 멸망 직전까지 간 해씨를 상대로 무슨 협상을 하며, 까마득한 선배 고인으로 여기는 검뫼, 경배와 연모의 마음이 가득한 연오랑과는 어떤 자격으로 의논을 하며, 알지도 못하는 여러 계파와는 또 무슨 연분으로 말을 통한단 말인가. 난제를 던져주고 고생하는 꼴을 지켜보겠다는 심보인 것 같아 오히려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어하라는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그녀는 한마루에게 눈짓하며 문서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모두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옹기종기 모여 곁눈질했다.

“고구려 오부와 중요 가문의 계보들이다!”

족보를 요약하여 중요 인물과 특별한 사건만 뽑아 정리한 기록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각 가문에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겠다.”

사람을 알면 행동을 살필 수 있고, 행동을 살필 수 있다면 판단의 근거가 된다. 각 가문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쥐게 된 셈이다.

검오가 혀를 내둘렀다.

“다루치의 야망이 결코 작지 않구나.”

검가에서도 물론 각 가문의 특징과 인물들에 관해 분석하고 기록한다.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비한다.

다루치의 정보수집과 분석은 검가에 비해 방대하고 세밀하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말이며, 그러한 정보는 그대로 바탕이 되고 힘으로 작용한다. 마음속에 간직한 야망의 크기라고 봐야한다.

한마루는 염력이 일으키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다루치의 진심을 요구했다. 자존심이 상한 다루치는 더욱 큰 고통을 가했지만 한마루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존심을 꺾고 자신의 속마음이 담긴 몇 가지 물건을 보내주었다. 속에 간직한 야망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내보였다.

어하라가 미소를 지으며 한마루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원했던 그분의 진심이로군. 만족한가?”

한마루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날 엿먹여보자는 속셈은 변함없잖아요!”

어하라가 고개를 저었다.

“잘 생각해보게. 옥패는 그분의 대신이며, 이만한 정보는 권한의 위임이네. 이런 대우는 결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한마루가 실소를 흘렸다.

“아무나 받을만한 대우가 아닌데도 나 같은 놈이 받은 것이 문제죠. 이걸 들고 호령한다면 다들 나를 따를 것으로 여깁니까? 막말로 말해서, 연오랑이 만약 이것들이 필요하다고하면 내가 그대로 넘겨주지 않을 것 같은가요?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저들 눈에 나는 여전히 건달 한마루일 뿐입니다. 다들 봤잖아요?”

고두만 등은 분명 한마루를 건달 취급했다. 말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이제 건달 취급은 할 수 없지. 식솔들 목숨이 자네 손에 달리지 않았는가!”

마지막 문서는 다루치가 잡아 억류해 놓은 고씨들 서른아홉 명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들을 미끼로 남은 고씨를 위협하려는 속셈이었다.

한마루가 팍, 인상을 찡그렸다.

“풀어주세요. 나더러 똑같은 인간이 되란 말입니까!”

장안 뒷골목의 한마루 같았으면 당연히 마찬가지로 행동했을 테지만, 다루치에게 불복하고 싶은 마음에 괜한 오기부터 부렸다.

피식.

어하라가 실소를 흘렸다.

다루치가 어찌 한마루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했겠는가. 어떻게 반응할지 뻔히 예상하고 보낸 문서다. 현 상황에서 인질은 사실 있으나마나하여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인심 쓰듯 풀어주면 오히려 한마루에게 유리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검오와 눈짓하여 의견을 나눈 어하라는 즉시 양현중과 이란달을 보내 고두만 등을 풀어줄 것을 지시했다.

어하라가 말했다.

“고씨, 해씨와의 협상은 큰 문젯거리가 아닐세. 오히려 검가와 혈우회 등, 중소가문과의 협상이 문제지.”

“혈우회는 우리가 잘 모르니 그렇다 치고, 검가는 왜요?”

어하라는 다시 검오를 보며 말했다.

“검뫼, 검선비님은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세력을 유지하신 분이고,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도 자신들만의 노선을 확립한 상태일세. 확고한 신념을 지닌 사람을 설득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 혈우회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하네.”

검뫼가 비록 제가의 화합을 바라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호령을 즐겨 따르려할지는 알 수 없다. 오부를 상대로 은근한 자격지심을 지닌 혈우회와 말갈 부족들도 마찬가지다. 힘으로 찍어 눌러 굴복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어하라가 말을 이었다.

“그런 상태로 다시 연오랑과 연계하여 제가회의를 치르는 일은 지극히 지난한 일이 되네.”

어려운 일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에, 어하라는 차라리 힘으로 찍어 눌러 굴복시키려는 다루치의 방식을 지지했던 것이다.

검오가 말했다.

“일단 우리가 여기까지 온 목적을 생각해보게. 그것에 맞추어 협상의 조건을 조절하면 되겠지.”

한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여기까지 온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없죠. 일단 고불간이 남겨둔 것들부터 찾아보죠.”

모두들 기대어린 표정으로 한마루를 바라보았다. 일행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것은 역시 천운대의 유산이다.

“평양 동북쪽에 무슨 산이 있나요?”

검오가 말했다.

“성의 북문인 현무문밖에 금수산(錦繡山)이 있고, 그 뒤를 병풍처럼 두른 대성산(大城山)이 있네.”

“금수산이 성문과 인접해 있다면 무엇을 감추기에는 인가와 너무 가깝네요. 대성산으로 가보죠.”

장문휴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무조건 대성산으로만 가면 됩니까?”

한마루가 말했다.

“특정한 지형을 찾아야 해. 일단 가보자.”

신이 난 일행은 양현중과 이란달이 돌아온 즉시 대성산을 향해 출발했다. 어하라와 검오만이 흥분하지 않고 계속 문서들을 살피며 대책을 의논했다.

금수산을 지나고, 대성산에 이르는 동안 강가에 즐비한 이름난 고적들을 돌아보는 재미도 좋았다. 산지니가 명승과 고적을 소개하고 설명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대성산 초입에 이르러 점심 먹을 것을 찾고 있을 때 세 사람이 찾아왔다. 고씨들. 그중에는 냉정봉 고갯마루에서 한마루일행을 막아섰던 자들의 우두머리 고두만도 끼어있었다.

고두만이 먼저 다가와 일행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초면부터 무례하게 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처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를 입었소이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일행은 사양하며 맞절로 인사를 받았다.

고두만과 함께 온 두 사람 중 초로의 인물이 검오와 일행을 향해 반절하며 말했다.

“위기에 처한 동포를 위해 위험조차 무릅쓰고 도와준 일에 대해 가문을 대신하여 고마움을 표하는 바입니다.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검오가 한발 비켜서며 말했다.

“우리일행의 주장은 한마루입니다. 우린 다만 주장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 것뿐입니다. 어찌 주장을 대신하여 인사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어르신의 예가 저를 향한 것이라면 거두어주심이 마땅합니다.”

초로인은 은연중 인상을 찡그렸지만 예의를 갖추어 다시 한마루를 향해 말했다.

“고씨가 신물을 호송하는 분께 커다란 은혜를 입었소. 보답할 수 있는…….”

한마루마저 초로인의 말을 중도에 끊어버렸다.

“어려움에 처한 동포를 돕는 일에 어찌 보답을 바라겠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오히려 우리가 무안해집니다. 고씨의 역량이라면 이만한 환란쯤 곧 극복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이만.”

한마루는 더 말하지 않고 예를 차린 후 앞서 걸었다. 일행이 뒤따랐다. 고씨 세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흥.

고씨와 멀어지자 한마루가 코웃음부터 쳤다.

“아직도 뻣뻣한 걸 보니 아쉬운 것이 없는 모양이지?”

양현중이 힐끗 뒤를 돌아보며 입맛을 다셨다.

“세상을 내려다보던 사람들인데, 그 자만이 쉽게 꺾이겠나. 멀었지, 멀었어.”

검오와 눈짓을 주고 받은 어하라가 말했다.

“그래도 살려줄 건 살려줘야지. 너무 무시하면 영영 비틀리고 말 걸세. 검 선비님과 내가 따로 만나 봐도 되겠는가?”

한마루가 웃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고씨는 누가 뭐래도 명실상부한 이 나라 최고의 가문입니다. 자존심이 좀 꺾이고, 세력을 다소 잃었다고 이대로 주저앉진 않겠죠. 자존심 좀 살려주고 필요한 것을 얻어낼 수 있다면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해씨와의 화해. 연오랑을 지지해준다는 조건이면 저는 만족합니다.”

“저들도 대가를 받아내려 할 것이네.”

“다루치의 협조를 약속하세요. 그것이면 충분하겠죠?”

다루치의 저력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호되게 당해본 바 있으니 고씨도 다루치와는 절대 적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고밀사와 초무열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다루치의 뒤치기를 당한다면 고씨는 해씨보다 참담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

어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고씨가 가장 경계하는 상대가 바로 영고탑의 당골이지. 그런 조건이라면 고씨도 두 말 하지 않을 것이네.”

고씨가 굳이 한마루를 찾아온 이유도 그것이다. 다루치가 근신을 이유로 모습을 감춘 이상 그와 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한마루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입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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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4. +3 13.07.09 4,372 68 13쪽
146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3. +6 13.07.07 3,825 67 11쪽
145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2. +6 13.07.05 4,110 63 10쪽
144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1. +9 13.07.03 4,397 68 12쪽
143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4. +6 13.07.01 4,908 64 12쪽
142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3. +6 13.06.29 4,481 72 12쪽
141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2. +5 13.06.27 3,692 63 11쪽
140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1. +7 13.06.25 3,735 7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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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3. +7 13.06.21 3,801 65 11쪽
137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2. +6 13.06.19 4,185 69 11쪽
136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1. +7 13.06.17 5,015 6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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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화해의 요령 제이장 다루치와 대면하다~2. +5 13.06.11 5,349 66 11쪽
132 화해의 요령 제이장 다루치와 대면하다~1. +8 13.06.09 4,220 65 11쪽
131 화해의 요령 - 제일장 진실은 때로 아프다~4 +6 13.06.07 4,835 65 13쪽
130 화해의 요령 - 제일장 진실은 때로 아프다~3. +6 13.06.05 4,268 6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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